김극기의 금강산 한자시선

2022. 7. 7. 12:49金剛山

김극기(, 12세기 말-13세기 초)는 고려 중엽에 활동한 시인. 호는 로봉().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하고 비상한 창작적 기량을 지니여 그의 말은 마디마디 그대로 문장이 되고 시로 되여 사람들을 경탄시키였다고 한다. 일찌기 진사시험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살이를 원하지 않았고 거의 한생을 산촌에 살면서 농민들과 깊이 사귀였으며 창작으로 락을 삼았다. 시문집으로 《김거사집》이 편찬출판되였다고 하나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통천 총석정(1수)( )

총석을 어찌하여 생황1) 모양에 비기랴
기묘한 그 형상을 표현하기 어려워라

처음에는 하늘 고인 궁전기둥인가 했더니
아마도 바다 우에 뜬 구름다리인가 부다

깎아 세운 귀신 솜씨 갖은 공력 다 들인 듯
신령스런 힘 지니여 온갖 정화 이루었네

북을 치듯 어지러이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물바닥 검은 룡은 꿈속에서 몇 번이나 놀라 깨였나

통천 총석정(2수)( )

동방의 큰 골짜기 해뜨는 곳 찾아오니
만 가지 모양 달려와서 한눈에 안기누나

피리 묶어 세운 듯 바위돌은 푸른 바다 접해있고
큰 일산 펼친 듯 소나무는 하늘 향해 흔들리네

고래 같은 파도는 귀가 메게 소리치고
학깃 같은 바람이 몸에 스며 추워지네

아마도 나의 전신 속된 선비 아닐지니
당시에 네 신선과 함께 놀았으리라

통천 총석정(3수)( )

바다 낀 기암들이 무지무지 생겼으니
돌에서 딴 정자이름 과연 옳다 믿어지네

박망후2)가 가지고 온 은하수의 옥돌인가

황초평3)이 호령하던 금화산의 돌양인가

동남방이 허전한 걸 신력으로 막았으니
갑론을박 속된 론의 들을 필요 있겠는가

신선들이 마음껏 탐승한 일 의심 말라
절승경개 찾는 것은 고금에 통한 심정이거니···

통천 총석정(4수)( )

바다면에 바람없어 푸른 주단 펴놓은 듯
물을 타고 앉은 기암 기세 더욱 볼만 해라

해 돋는 곳 보려고 진시황4) 몰아온 돌인가
북쪽 하늘 보태려고 녀와5)가 다듬은 돌이런가

려산기, 삼량기6)는 공연히 지었으며
촉천도, 팔진도7)는 쓸데없이 그렸고나

파도 우에 묶어세운 총석경치만 하랴
가마와 말 찾아들어 매일 흥성거리네

통천 총석정(5수)( )

금란이란 옛 고을 큰 골짜기 끼고 있어
장한 경치 세상에서 누가 으뜸을 다투랴

칠성대에 훌륭한 다락집을 일으키니
구름 덮인 란간에는 울긋불긋 꽃 떠있네

정자 앞에 무지무지 돌기둥이 그 얼마인고
기운차게 우뚝우뚝 반공을 떠받쳤네

신령스런 돌뿌리가 대지를 째고 들어
만길 파도속에 꽂힌 줄 누가 알리

나란히 선 바위머리 저절로 다발 되니
깎아지른 바위면은 누가 갈고 갈았던가

띠를 두른 층층 벼랑 패여 남을 자랑하며
자라머리 설레설레 신선경에 춤추는 듯

덮쳐드는 놀란 파도 솟구쳐 날아오르는 듯
봉황새 날개 들쑥날쑥 창공 가로 질렀네

아마도 옛날 왕이 해솟는 새벽 동쪽
가보려고 바다 속에 디딤돌을 놓았는가

아니면 직녀성이 베틀 아래 고인돌을
使 한나라 사신편에 떨구어 보냈는가

하늘이 이 조화를 맡아 한 것 아니라면
깎고 그린 귀신솜씨 이다지도 희한하랴

만들어 깊이 감춘 천태만상 기묘한 모양
걸음 빠른 옛사람도 다 돌아보지 못하리

괵나라 사람들의 도끼로도 못 다듬고
장자도 붓을 던져 그려 내지 못했어라

하늘 솜씨 절세에 기묘함을 알았으니
인력으로 그 형상을 본딸 수는 없으리라

하루속히 관가에서 임금행차 마련하여
동방명산 바라보며 이 산 올라 제 지내고

금인 찍힌 옥돌판에 그 공덕을 아로새겨
보배로운 함을 쪼아 길이 전할 것이어늘

가련하다 기특한 공 알아주지 아니하고
공연히 물귀신 노여움 산 듯 밤낮으로 파도에만 시달리누나

흡곡 천도( 穿)

천길 되는 바다 우에 신선의 섬 솟았는데
穿 암벽을 가로 질러 굴구멍이 맞뚫렸네

그 누가 달 속에다 집 한 채 짓겠다고
옥도끼로 날카롭게 험한 바위 찍어냈노

고성 명사( )

말을 내려 한가로이 백사장을 거니는데
찬 모래 바삭바삭 나를 따라 소리 내네

측은한 마음이야 목석엔들 안 미치랴
애처롭다 너도 또한 무슨 일에 불평이냐

회양 철령8)( )

아슬히 높고 험한 이 산이
거세찬 기세로 관동을 지키나니
산마루는 까마득 하늘에 닿고
밑뿌리는 땅속 깊숙이 박혔네

겨울 기운 남아 봄철까지 쌀쌀하고
어두운 빛 감돌아 낮에도 침침쿠나
산허리에 이슬 내려 학은 놀라 깨고
골어구에 불어드는 바람에 원숭이 울부짖네

날벼랑은 비 뿌려 컴컴하고
높은 봉우리엔 노을 붉게 비꼈는데
굽어보면 티끌세상 떨어져있는 듯
앞에는 바위짬 오솔길 통해 있어라

모여든 봉우리들 군사보루 떠받들고
산은 첩첩 둘러 신선궁전 옹위하네
자색구름 청산에 짙게 감돌고
붉은 안개비 창공에 뿜어올라라

말발굽은 나무 끝에 걸려있는 듯
사람 모습 구름 속에 얼른거리누나
물은 흘러 은하수에 잇닿았고
수림은 월계수런 듯 총총하여라

여우굴 언덕에서 큰 산을 쳐다보고
개미뚝에서 높은 산 바라보는 듯 하여라
봉황의 악기로도 노래하기 어렵고
인어가 짠 비단으로도 그려내지 못하리

산길을 내느라 공들인 장사
산을 옮겼다는 우공을 비웃었으리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신기하거니
하늘의 조화임을 그 누가 알랴

[네이버 지식백과] 김극기의 금강산 한자시선 (북한지리정보: 금강산 한자시선(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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