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의 금강산 한자시선

2022. 7. 7. 12:52金剛山

민지(, 1248-1326)는 13세기 후반기~14세기 초에 활동한 학자. 자는 룡연(), 호는 묵헌(). 벼슬은 수정승 등을 지내였다. 당대의 명망 높은 학자로서 《편년강목》, 《세대편년절요》 등의 편찬에 참가하였다. 시문집으로 《묵헌집》이 있다.

금강산()

관동땅 제일명승 금강산
고성 북쪽에 홀로 우뚝 솟았구나

명산의 크기는 몇 천 아름이 되는고
두루 다녀봐도 리수를 아는 이 없어라

명산의 높이는 또 몇 천 길이나 되는고
높고 높은 산정은 은하수에 닿은 듯 하여라

하늘과 땅 버티고 아아히 솟은 네 모습
크기로나 높이로나 누가 감히 따르랴

명산의 기이한 형세 내 돌아보고저
중바위에 처음 올라설제 세상 인정 잊었도다

땀 흘리며 허덕이며 개고개에 올라서니
로춘정에 맑은 물 철철 넘쳐나네

높고 높던 산세는 점점 낮아져 산 밑에 내린 듯 한데
시내 따라 뻗은 오솔길 더욱 평탄치 않아라

환희재에 오르니 종소리는 안 들리고
오로지 은하수에 잇닿은 중중첩첩 산들만 보일 뿐

여기서부터 삼협교에 이르기까지
흰 눈 날리는 큰 시내물 골짜기에 차 넘치여라

다시 이곳에서 단풍교에 이르는 사이론
평탄하고 곧은 길 산허리로 통하였어라

그 다음엔 백운대 명월교가 있는데
다리에 이르니 구름 속에 잠긴 집 보이여라

西 해는 산 서켠으로 넘어가 저녁이 깃들 무렵
宿 똑똑똑 문을 두드려 하루밤 묵어 가자 청하였네

중이 하는 말 이 집은 옛 유점사라
세운지 오래되여 무너져 페절되여 갈제

때마침 성실한 이 크게 시주하며
소원성취 빌어 이 절을 다시 세우고

이름 고쳐 수성보덕사라 하였는데
현판에는 옛 명필 김생의 글씨 걸려있네

이 이야기는 모두 중의 말이거늘
이곳 찾은 보람 오늘에 있다 하리로다

절간 북쪽에는 금자로 쓴 해탈문 있고
그 좌우에는 네 천왕 모신 천왕문이 있는데

세 번째 문안엔 또 무엇이 있는고
뜰에는 단정하고 장엄한 푸른 돌탑 섰는데

殿 능인보전이라 쓴 금빛 뿌리는 전자글씨
황룡이 있는 듯 하건만 꿈틀거리지 않아라

殿 황홀하다 땅 우에 솟은 저 보광전
창문은 초록빛 지게문은 황금빛

안에는 금부처 쉰세상 있는데
서역에서 종을 타고 이곳에 왔다 하네

그 옛날 이 절간엔 샘물이 안 나와
여기 살던 중들 물 길어먹기 고생스럽더니

까마귀 쪼아서 샘물터를 찾았다고
우물 이름 오탁정이라 하였다네

이런 일 이런 이야기 어이 다 말하랴
글로써 전한다 해도 열 책은 넘으리라

내 다행히 여기노라 이 산속에 들어온 것을
마땅히 집을 얻어 다리쉼하고 싶어도

宿 보고 싶던 소원 이루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便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등산길에 다시 올랐네

시내물 건너 가서 먼저 본 것 보현암
구름 속에 늙은 나무 더없이 그윽해라

안문점에 올라 향로봉을 굽어볼제
소나무 잣나무 무성하여 칡넝쿨인 양 얽혀있네

우뚝 솟은 산봉우리 너무 높아 사람은 갈 수 없고
오로지 기러기만 살같이 날아 지나누나

같이 가는 나그네 멀리 가리키는 만년송
실상은 송백이 아니요 송백같이 보이여라

키는 한 자도 못되나 푸른 기상 아름답고
풍설도 그 절개 꺾지 못하여라

일찌기 듣건대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라 하였거늘
이미 들은 것보다 갑절 많아 그 얼마인지 헤아릴 수 없어라

내 또 들었노라 금강산 보살수 산봉우리와 같다고
彿 허나 굽어 살피건대 내 눈엔 그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네

영랑재란 그 이름 어찌하여 생겨났노
먼 옛날 신선이 이 산에서 놀고 간 데 기인된 것이여라

그 우에 있는 백운봉 그 이름은 또 어찌된 것이냐
낮과 밤 따로 없이 흰 구름 떠돌기 때문이라네

그 우에 다시 가장 높은 곳에 국망봉 있거니
어찌 나라만 보이고 다른 것은 다 막혔다 하랴

이보다 높은 령 더 말해 무엇하랴
해와 달도 지나다가 서로 부딪칠 듯

바라보면 볼수록 오르고 싶은 마음뿐이건만
발바닥이 아파서 올라갈 수 없구나

몸을 돌려 동쪽으로 구룡동에 내려가니
아홉룡 도사린 아홉개 굴 푸른 물이 천 길일세

그 다음 다시 남쪽으로 반야대에 올라가니
그늘 깊고 바람 많아 해빛도 얕아라

西 서쪽으로 걸음 옮겨 또 백천동에 들어서니
백 군데로 갈라진 물 숲속을 뚫고 흘러가네

북쪽으로 들어가서 만폭동을 찾아들자
일만 폭포 층을 이루고 빈 골짜기 울부짖네

뭇 봉우리들 가운데서 배재령 제일 낮고
신림암 뒤산에는 푸른 룡 엎드린 듯

중의 말 그 옛날 왕장군이
이 고개 넘다가 보살 만나 절했다네

중의 말이 옛날 여기에 송회문이 있어
보살이 해빛처럼 밝은 빛 뿌렸다네

宿 해 저물어 표훈사 찾아 묵어가기 청했더니
늙은 중 문 열어맞고 산나물밥 대접하여라

저녁 후 내 앞에 책 한 권 드리거늘
뚜껑 열고 앞장에서 보살상을 보았노라

그 중에도 파륜보살 나는 사랑하거니
간을 팔아 공양하고 지혜를 배웠다네

전해지는 불경 이야기 성인사적 분명타면
고마워라 나 같은 사람도 공부할 수 있으리라

날이 새자 이른 새벽 금강대에 올라보니
만 길 되는 층층바위 허공에 떨어지는 듯

이곳을 지나면 또 배를 매던 곳이 있거니
큰 돌 하나가 구름 속에 끼여있네

금강산 황홀경 바다 속에 있다는 말 내 의심했더니
이 배의 흔적 보고 전날의 의심이 풀리여라

륙지에 배가 있다 무엇이 이상하랴
바다가 뭍이 되고 뭍이 바다 되여 왔거늘

돌 우엔 관음보살 수건 빨던 돌이 있어
스스로 절구같이 음푹 패워 령험사적 나타나네

다음은 계곡 따라 칠보암 있거니
일곱가지 보물 물에 비쳐 반짝반짝

푸르른 저 벼랑에 의지한 두 구리기둥
보덕굴을 떠받들고 든든히 서있구나

전하는 말에 꿇어앉은 저 돌사자
울부짖고 떨쳐나서 오랑캐 침입을 막았다네

시내 따라 들어가서 리언대에 오르니
구름 속에 잠긴 뭇 경치 참으로 아름다워라

돌 우에 누가 뿌렸는고 새하얀 진주알을
반짝반짝 굴러내려 산빛 속에 흘러드네

불지암 앞에 있는 돌벼랑 사이에는
누구인가 미륵불 크게 새로 만들었네

얼굴 들어 합장하고 공손히 바라볼제
너그러이 앉은 그 모습 나무 끝에 걸려있구나

또다시 걸어나가 원숭이 바위 앞에 올라서니
높고도 웅장한 산경치 볼수록 가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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