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說新語(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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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警八莫
정민의 世說新語] [507] 자경팔막 (自警八莫) 앞 글에 이어 선유문(善誘文)의 초연거사육법도(超然居士六法圖) 중 자경팔막(自警八莫)을 소개하겠다. 스스로 경계로 삼아야 할 여덟 가지 해서는 안 될 일의 목록이다. 첫째, 심념막망상(心念莫妄想)이다. 마음의 생각은 망상을 하지 말라. 염(念)은 콕 박혀 안 떠나는 생각이고 상(想)은 퍼뜩 떠오른 생각이다. 망상은 망령된 생각, 즉 헛생각이나 개꿈이다. 사람은 쓸데없는 상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 상념은 마음에 찌꺼기와 얼룩을 남긴다. 사려(思慮)를 깊게 해서 마음을 반짝반짝 빛나게 닦자. 둘째, 광음막한과(光陰莫閑過)이다. 세월은 일없이 보내지 말라. 아까운 세월을 어찌 빈둥거리랴. 긴 인생의 몇 십 년을 하는 일 없이 보낸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없다..
2019.04.10 -
不守古方
[정민의 世說新語] (467) 불수고방(不守古方) 송나라 때 진법의 도형을 인쇄해서 변방의 장수에게 내려주었다. 왕덕용(王德用)이 간하였다. "병법의 기미는 일정치가 않은데 진도(陣圖)는 일정합니다. 만약 옛 법식에 얽매여 지금의 군대를 쓴다면 일을 그르치는 자가 있게 될까 걱정입니다." 또 전을(錢乙)은 훌륭한 의사였는데 옛 처방을 지키지 않았고(不守古方), 때때로 이를 뛰어넘어 무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끝내는 법에 어긋나지 않았다. 청나라 때 원매(袁枚)는 '수원시화(隨園詩話)'에서 두 예화를 통해 시문 짓는 법을 깨달을 수 있다고 썼다. 고식적으로 정해진 법식에만 집착하면 그것은 활법(活法)이 아닌 사법(死法)이 되고 만다. 유득공(柳得恭)이 '추실음서(秋室吟序)'에서 한 말은 이렇다. "옛날의 ..
2019.04.10 -
鮐背鯢齒
[정민의 世說新語] (466) 태배예치 (鮐背鯢齒) 나이 많은 노인을 일컫는 표현에 태배(鮐背)와 예치(鯢齒), 그리고 황발(黃髮)이 있다. 태배는 복어의 등인데 반점이 있다. 연세가 대단히 높은 노인은 등에 이 비슷한 반점이 생긴다고 한다. 이의현(李宜顯·1669~1745)은 만 70세 이후에 쓴 자신의 시를 모아 제목을 '태배록(鮐背錄)'이라고 붙였다. 세종 임금이 1439년 5월, 조말생(趙末生)에게 궤장(幾杖)을 하사하며, "아! 경은 몸을 편히 하고 힘을 북돋워 태배(鮐背)의 수명을 많이 늘이라"고 한 것도 이 뜻이다. 예치는 고래 이빨이다. 고래의 이빨은 세모난 송곳니 모양이다. 상노인이 이가 다 빠지고 오래되면 다시 뾰족하고 가는 이가 난다. 어린이의 이빨과 같다고 해서 아치(兒齒)라고도 한..
2019.04.10 -
含垢納汚
[정민의 世說新語] (465) 함구납오(含垢納汚)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이 '막내아들 유방의 병풍에 써주다(書贈季子裕邦屛幅)'란 글에서 이렇게 썼다. "'서경'에서는 '반드시 참아내야만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근면함이 아니고는 큰 덕을 이룰 수가 없다. 인내가 아니고는 큰 사업을 맺을 수가 없다. 근면이란 것은 스스로 힘써 쉬지 않아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지는 것이니 하늘의 도리이다. 인내란 것은 나쁜 것을 포용하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여서 무거운 짐을 지고서 먼 곳까지 도달함이니 땅의 도리이다. 대저 한때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편안함을 취해 주저물러 앉는 자는 끝내 궁한 살림의 탄식을 면치 못한다. 하루아침의 분노를 참지 못해 경거망동하는 자는 마침내 반드시 목숨을 잃는 근심이 있게 된다...
2019.04.10 -
六日蟾蜍
[정민의 世說新語] (464) 육일섬서(六日蟾蜍) 서거정(徐居正)은 '술회(述懷)'라는 시에서 "씩씩하던 모습에 흰머리 더해가고, 공명은 어긋나서 병마저 더해지네. 때 어긋나 삼년 쑥은 구할 방법 아예 없고, 세상과 안 맞기는 육일 두꺼비 짝이로다. 강가로 돌아가고픈 맘 죽처럼 끈끈하니, 세간의 풍미는 소금보다 덤덤하다. 시 지어 흥 풀려다 도리어 빌미 되어, 한 글자 옳게 놓으려다 수염 몇 개 끊었다오." "(矍鑠容顔白髮添, 功名蹭蹬病相兼. 乖時無及三年艾, 違世方成六日蟾. 江上歸心濃似粥, 世間風味淡於鹽. 詩成遣興還堪祟, 一字吟安斷數髥)"라며 노년의 서글픔을 노래했다. 한때는 노익장의 기염을 토했는데, 갈수록 세상과 어긋나더니 다 던져버리고 돌아가고픈 마음만 가득하다는 말이다. 3, 4구의 삼년 쑥과 육..
2019.04.10 -
略而不露
정민의 世說新語] [510] 약이불로 (略而不露) 이덕무가 집안 조카 이광석(李光錫)의 글을 받았다. 제 글솜씨를 뽐내려고 한껏 기교를 부려 예닐곱 번을 되풀이해 읽어도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덕무가 이광석에게 답장을 썼다. 간추리면 이렇다. "옛날 수양제(隋煬帝)가 큰 누각을 짓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 놓고, 그 건물의 이름을 미루(迷樓)라고 했다더군. 자네 글이 꼭 그 짝일세. 참 멋있기는 하네만 뜻을 알 수가 없네. 얘기 하나 더 해 줄까? 어떤 이가 왕희지의 필법을 배워 초서를 아주 잘 썼다네. 양식이 떨어져 아침을 굶은 채 친구에게 쌀을 구걸하는 편지를 보냈다지. 그런데 그 친구가 초서를 못 읽어 저녁 때까지 쌀을 얻지 못했다네. 왕희지의 초서가 훌륭하긴 해도 알아..
201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