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說新語(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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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膝之工
[정민의 世說新語] (462) 일슬지공 (一膝之工) 김간(金榦·1646~1732)의 독실한 학행은 달리 견줄 만한 이가 없었다. 하루는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독서에도 일슬지공(一膝之工)이 있을런지요?" 일슬지공이란 두 무릎을 한결같이 바닥에 딱 붙이고 하는 공부를 말한다. 스승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예전 절에서 책을 읽을 때였지. 3월부터 9월까지 일곱 달 동안 허리띠를 풀지 않고, 갓도 벗지 않았네.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잔 적도 없었지. 책을 읽다가 밤이 깊어 졸음이 오면, 두 주먹을 포개 이마를 그 위에 받쳤다네. 잠이 깊이 들려 하면 이마가 기울어져 떨어졌겠지. 그러면 잠을 깨어 일어나 다시 책을 읽었네. 날마다 늘 이렇게 했었지. 처음 산에 들어갈 때 막 파종하는 것을 보았는데, 산..
2019.04.10 -
半於九十
[정민의 世說新語] [461] 반어구십 (半於九十) 당나라 때 안진경(顔眞卿)의 '쟁좌위첩(爭座位帖)'은 정양왕(定襄王) 곽영의(郭英義)에게 보낸 글의 초고다. 행서의 절품(絶品)으로 꼽는다. 조정의 연회에서 백관들이 자리 문제로 다투는 일을 간쟁했다. 곽영의는 환관 어조은(魚朝恩)에게 아첨하려고 그의 자리를 상서(尙書)의 앞에 배치하려 했다. 안진경은 붓을 들어 곽영의의 이런 행동을 준절히 나무라며 '청주확금(淸晝攫金)' 즉 벌건 대낮에 황금을 낚아채는 처신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그중의 한 대목이다. "가득 차도 넘치지 않는 것이 부(富)를 길이 지키는 까닭이요, 높지만 위태롭지 않음이 귀함을 길이 지키는 까닭입니다. 어찌 경계하여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서경'에는 '네가 뽐내지 않으면 천하가 너와..
2019.04.10 -
惡者七事
정민의 世說新語] (460) 오자칠사(惡者七事) 어느 날 공자와 제자 자공(子貢)이 한가한 대화를 나눴던 모양이다. "선생님께서도 미워하는 게 있으실까요?" "있다마다. 남의 잘못에 대해 떠들어대는 사람(稱人之惡者),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자(居下流而訕上者), 용감하지만 무례한 자(勇而無禮者), 과감하나 앞뒤가 꼭 막힌 자(果敢而窒者)를 나는 미워한다." "너는 어떠냐?" 자공이 대답한다. "저도 있습니다. 남의 말을 가로채 알고 있던 것처럼 하는 자(以爲知者), 불손한 것을 용맹으로 여기는 자(不孫以爲勇者), 남의 잘못 들추는 것을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자(訐以爲直者)가 밉습니다." 스승은, 제 잘못이 하늘 같은데 입만 열면 남을 헐뜯는 사람, 제 행실은 형편없으면서 윗사람을 욕하는 사람을 밉..
2019.04.10 -
五過之疵
[정민의 世說新語] (459) 오과지자 (五過之疵) '서경(書經)'의 '여형(呂刑)'에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살펴야 할 다섯 가지를 콕 집어 이렇게 얘기했다. "다섯 가지 과실의 잘못은 관(官)과 반(反)과 내(內)와 화(貨)와 래(來)에서 말미암는다. 그 죄가 똑같으니 살펴서 잘 처리하라(五過之疵, 惟官惟反惟內惟貨惟來, 其罪惟均, 其審克之)." 주(周)나라 때 목왕(穆王)이 한 말이다. 공정한 법 집행을 왜곡하는 다섯 가지 요인 중 첫째는 관(官)이다. 관의 위세에 눌려 법 집행에 눈치를 본다. 위의 생각이 저러하니 내가 어쩌겠는가 하며, 알아서 눈감아 준다. 둘째는 반(反)이니, 받은 대로 되갚아준다는 말이다. 법 집행을 핑계 삼아 은혜와 원한을 갚는 것이다. 내게 잘해준 사람의 잘못은 덮어주고, 미..
2019.04.10 -
古今三反
[정민의 世說新語] (458) 고금삼반(古今三反) 윤기(尹愭·1741~1826)가 '협리한화(峽裏閑話)'에서 옛사람과 지금 사람의 세 가지 상반된 행동을 뜻하는 삼반(三反) 시리즈를 말했다. 먼저 동진(東晋) 사람 치감(郗鑒)의 삼반은 이렇다. 첫째, 윗사람을 반듯하게 섬기면서 아랫사람이 자신의 비위 맞춰주는 것을 좋아했다. 둘째, 몸가짐은 맑고 곧았지만 계산하여 따지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셋째, 본인은 책 읽기를 좋아해도 남이 학문하는 것은 미워했다. 위(魏)나라 왕숙(王肅)의 삼반도 이와 비슷했다. 첫째, 윗사람 섬기기를 방정히 했지만 아랫사람의 아첨은 좋아했다. 둘째, 몸가짐을 더럽게 하지는 않았으되 재물에는 너무 인색했다. 셋째, 성품이 부귀영화를 좋아하면서도 구차하게 영합하지는 않았다. 윤기가..
2019.04.10 -
求似非眞
[정민의 世說新語] (468) 구사비진 (求似非眞) 청나라 원매(袁枚)가 "속시품(續詩品)"'저아(著我)'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사람을 안 배우면 볼 만한 게 하나 없고, 옛사람과 똑같으면 어디에도 내가 없다. 옛날에도 있던 글자, 하는 말은 다 새롭네. 옛것 토해 새것 마심, 그리해야 않겠는가? 맹자는 공자 배우고, 공자는 주공 배웠어도, 세 사람의 문장은 서로 같지 않았다네." (不學古人, 法無一可. 竟似古人, 何處著我. 字字古有, 言言古無. 吐古吸新, 其庶幾乎. 孟學孔子, 孔學周公, 三人文章, 頗不相同.)" 정신이 번쩍 든다. 제 말 하자고 글을 쓰면서 옛사람 흉내만 내면, 끝내 앵무새 소리, 원숭이 재간이 되고 만다. 덮어놓고 제소리만 해대면 글이 해괴해진다. 글자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그 글자..
201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