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자성어(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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碩果不食
석과불식(碩果不食) 나목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초겨울 창밖을 내다보며 한 그림을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칠판에 멋진 솜씨로 잎이진 나무 한 그루를 그리고 거기 빨간 홍시 한 개가 가지 끝에 달려 있는 그림입니다. 먼저 석과불식의 뜻을 새겨 보면, 석과불식은 『주역』 산지박山地剝 괘의 효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산지박괘의 상괘는 山이 위에 있는 간(艮)괘이고, 하괘는 地가 아래에 있는 곤(坤)괘입니다. 이 괘의 이름은 박(剝)입니다. 빼앗긴다는 뜻입니다. 이 박괘의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첫 효에서 5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음효입니다. 각각의 효는 시간적 순차성을 나타나내기 때문에 이 박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하나 음효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을 보여 줍니다. 맨 위의 상효 하나만 양효로 남아 있습니다..
2020.11.19 -
澹泊明志 寧靜致遠
澹泊明志 寧靜致遠 (담박명지 영정치원) - 담박해야 뜻을 밝게 할 수 있고, 고요해야 멀리 이를 수 있다. [한자풀이] 澹 편안할/맑은·담 泊 깨끗할/배댈·박 明 밝을·명 志 뜻·지 寧 편안할·영 靜 고요할·정 致 이를·치 遠 멀·원 중국 촉한(蜀漢)의 승상 공명(孔明) 제갈량(諸葛亮)이 54살 때 8살 된 아들 첨(瞻)에게 남긴 편지「계자서(誡子書)」의 구절을 줄인 성어다. 제갈공명은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마음을 가라앉혀 담박함과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덕을 길러 세상의 쓰임에 맞갖은 준비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부군자지행 정이수신 검이양덕)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비담박무이명지 비녕정무이치원) 夫學須靜也 才須學也 (부학수정야 재수학야) 非學無以廣才 非靜無以成學。(..
2020.10.21 -
鳴鳳在樹 (우는 봉황은 나무에 있고)
예로부터 봉황(鳳凰)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배경에서 화투장에 오동나무와 봉황을 그렸다. 그런데 우리는 봉황을 닭으로 오인하고, 이 화투장을 ‘똥’이라고 부르며 즐긴다. 하지만 막상 배설물과는 전혀 무관하며, ‘오동’이란 뜻을 가진 桐(오동나무 동)자를 강하게 발음하여 오늘날 냄새나는(?) 화투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鳳(봉황새 봉)은 바람을 받아서 나아가는 배의 돛의 모양을 본뜬 凡(무릇 범)과 새의 모양을 본뜬 鳥(새 조)가 합쳐진 글자다. 봉황은 일반적인 새와는 달리 바람을 받아 나는 전설상의 새이다. 또한 봉황(鳳凰)은 기린(麒麟)과 마찬가지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속의 동물이다. 鳳은 수컷을, 凰은 암컷을 이르는 이름이다...
2020.04.22 -
愛育黎首
'백성들을 사랑으로 길러주고'愛育黎首(애육여수)' 《천자문》에는 이 구절에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았다. “여수(黎首)는 검수(黔首)란 말과 같으니 백성을 뜻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으로 임금이 마땅히 어루만져 사랑하고 길러야 한다.[黎首 猶言黔首 民也 民惟邦本 人君所當撫愛而養育之也] 나라는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고 임금 역시 백성 때문에 존재한다. 그래서 맹자 역시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고,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역설하였다. 愛(사랑 애)는 지금은 마치 爫(손톱 조)와 冖(덮을 멱)과 心(마음 심)과 夂(뒤쳐져 올 치)가 합쳐진 글자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旡(목멜 기)와 心(마음 심)과 夂(뒤쳐져 올 치)가 합쳐진 글자다.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워 상대방을 향해 고개를 돌리..
2020.03.09 -
垂拱平章
'옷깃을 늘어뜨린 채 팔짱만 끼고 있어도 정치는 고르고 밝아진다.(垂拱平章).' 동양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행위는 임금이 백성들을 이끌지 않아도 저절로 다려지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최상으로 여겼다. 그래서 《주역》에서 “황제와 요순은 옷을 늘어 늘어뜨리고 편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도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라고 하였는데 이는 성군(聖君)이 덕을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뜻이다. 垂(드리울 수)는 땅(土)까지 꽃잎을 드리워진 모양을 본떠 ‘늘어뜨리다’, ‘드리우다’는 의미로 쓰인다. 睡(잠잘 수)자 역시 눈꺼풀[目]을 아래로 드리우고[垂] 자고 있는 상황을 이른다. 陲(변방 수) 또한 꽃잎이 중심에서 벗어나 옆으로 드리우고[垂] 있는 모양에서 나라[阝]의 바깥쪽인 변방의 의미로..
2020.03.09 -
坐朝問道
'조정에 앉아서 도를 물으니 坐朝問道(좌조문도)' 위문장을 《천자문(千字文)》 주석(註釋)에는 “임금이 치적을 이루는 요체는 다만 몸을 공손히 한 채 조정에 앉아 어신사람을 존경하고 왕도(王道)를 물어 논의함에 달려 있을 뿐이다.[人君爲治之要 只在恭己而坐朝 尊賢問道而已]”라고 풀이하였다. 사람의 지식이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방법은 훌륭한 신하의 도움을 받아 그들과 함께 지력을 보아 정사를 펴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왕도를 실현하는 방법이었다. 坐(앉을 좌)는 흙덩이[土] 위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본뜬 글자다. 건축물[广] 안에 앉아 있는 모습[坐]을 본뜬 글자인 座(자리 좌)와 아주 흡사한 글자다. 그래서 座자를 건축물을 세는 단위..
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