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2. 10:48ㆍ즐거운 사자성어
예로부터 봉황(鳳凰)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일본사람들은 이러한 배경에서 화투장에 오동나무와 봉황을 그렸다. 그런데 우리는 봉황을 닭으로 오인하고, 이 화투장을 ‘똥’이라고 부르며 즐긴다. 하지만 막상 배설물과는 전혀 무관하며, ‘오동’이란 뜻을 가진 桐(오동나무 동)자를 강하게 발음하여 오늘날 냄새나는(?) 화투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鳳(봉황새 봉)은 바람을 받아서 나아가는 배의 돛의 모양을 본뜬 凡(무릇 범)과 새의 모양을 본뜬 鳥(새 조)가 합쳐진 글자다. 봉황은 일반적인 새와는 달리 바람을 받아 나는 전설상의 새이다. 또한 봉황(鳳凰)은 기린(麒麟)과 마찬가지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속의 동물이다. 鳳은 수컷을, 凰은 암컷을 이르는 이름이다. 기린(麒麟)역시 麒는 수컷을, 麟은 암컷을 이르는 이름이다. 두 동물 모두 세상에 성인이나 성군이 나타날 때 마치 전령사처럼 먼저 나타난다는 신호등 같은 존재다.
중국 진(晉) 나라 때 죽림칠현 가운데 혜강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여안이란 사람과 매우 친하게 지내 그리울 때면 천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만나곤 했는데, 하루는 여안이 혜강의 집을 찾아갔다가 그가 외출하고 없자, 그의 문 위에 ‘봉(鳳)’ 자만 써놓고 돌아가버렸다. 혜강이 돌아와 보고 자신을 봉황으로 여기는 줄 알고 좋아하였지만 평범한 새를 이르는 ‘범조(凡鳥)’ 두 글자를 합쳐놓은 글자임을 알았다는 재미있는 고사가 전한다.
鳴(울 명)은 새[鳥 : 새 조]가 입[口 : 입 구]을 벌리고 우는 모양을 본떴다. 부수에서 새를 본뜬 글자로 鳥와 隹(새 추)가 있다. 둘 다 새의 모양을 본뜬 상형자인데 鳥는 꼬리가 길고 隹는 꼬리가 짧은 새를 본뜬 글자로 《설문해자》에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근거 없는 설명이다.
在(있을 재)는 싹[才 : 재주 재]이 땅[土 : 흙 토] 위로 자라는 모양을 본뜬 글자다. 《설문해자》에서는, 초목이 처음 땅 위로 자라 나오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규정하고 있다. 초목이 자라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오늘의 뜻으로 전의된 글자다. 한자에서 ‘있다’는 뜻을 가진 글자 중 有(있을 유), 在(있을 재), 存(있을 존) 자는 뜻은 동일하지만 쓰임이 조금씩 다르다.
有는 손[又]에 고기[⺼ : 肉의 변형자]를 쥐고 있는 모양을 본떠 ‘책이 있다’의 경우처럼 물건의 유무(有無)을 이를 때 쓰인다. 그리고 在는 ‘~에 있다’의 경우처럼 어떠한 장소에 존재하는 물건을 이른다. 存은 어떠한 존재의 유무를 이를 때 쓰인다.
樹(나무 수)는 나무[木]을 꼿꼿하게 세우는[尌 : 세울 주] 상황을 본뜬 글자다. 나무라는 뜻을 가진 한자로 木과 樹가 있는데 이 두 글자 역시 쓰임이 다르다. 木은 ‘목재’나 ‘고목’의 경우처럼 나무의 재질이나 성분을 주목한 글자라면, 樹는 ‘가로수’나 ‘활엽수’처럼 살아 있는 나무를 말할 때 주로 붙이는 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