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2. 06:57ㆍ즐거운 사자성어
○ 스승과 함께 할 때 한 길 떨어져 앉다
○ 席(자리 석) 間(사이 간) 函(함 함) 丈(어른 장)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앞서지 않는 기러기에 비유한
雁行避影(안행피영)이나 스승의 집 앞에서 눈이 한 자가 쌓이도록
가르침을 기다렸다는 程門立雪(정문입설)이 유명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스승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가르침을 받는다는 函丈(함장)이 있다.
丈(장)은 어른을 나타내지만 길이의 단위로 열 자 정도의 크기다.
그만큼 스승에 대한 존경을 나타냈다.
‘禮記(예기)’는 유가의 경전 五經(오경) 중의 하나로 제도와 예의에 관한 방대한 기록을 담았다.
大學(대학)과 中庸(중용)도 예기의 한 편에서 독립된 것으로 유명하다.
曲禮(곡례) 상편에 나오는 용례는 스승이 아닌 손님을 접대하는 법이었다.
부분을 보자. ‘만약 음식을 대접할 손님이 아닌 경우에는
자리를 펼 때 그 간격을 한 길 정도로 한다
(若非飲食之客 則布席 席間函丈/ 약비음식지객 즉포석 석간함장).’
음식을 준비하여 손님을 대접할 때에는 마주 앉지 않았으니,
이야기를 나눌 손님일 경우 사이를 두고 상대한다는 말이다.
이 말이 서로 묻고 배우는 사제의 관계로 전하여 이어지는 말이 있다.
‘가르침을 받을 때는 얼굴빛을 바르게 하고 공손히 들어야 하며,
남의 이야기를 제 것인 양 하지 말고 남의 말에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正爾容 聽必恭 毋剿說 毋雷同/ 정이용 청필공 무초설 무뢰동).’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문장가
韓愈(한유, 愈는 나을 유)는 師說(사설)에서 스승을 이렇게 말한다.
‘예로부터 배움에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다.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문을 가르치며 의혹을 풀어준다
(古之學者 必有師 師者 所以傳道授業解惑也/ 고지학자 필유사 사자 소이전도수업해혹야).’
새 중 기러기만큼 상징성이 풍부한 것도 드물 것이다. 첫째는 夫婦愛(부부애)다. 우리의 전통 혼례 중에 보이는 奠雁禮(전안례)는 신랑이 신부집에 木雁(목안·나무로 깎은 기러기) 한 쌍을 가져가 바치고 절을 하는 것이다. 신부의 어머니는 기러기를 치마에 받아들고 신부가 있는 안방으로 던지는데 이 때 木雁이 누우면 딸을, 일어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기러기는 암수의 사이가 좋고 워낙 절개가 곧아 짝을 잃게 되면 끝까지 節操(절조)를 잃지 않고 홀로 지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홀로 된 사람을 ‘짝 잃은 외기러기’라고 하며 한자로는 孤雁(고안)이라고 했다.
두 번째는 信義다. 이 놈은 때가 되면 옛 보금자리로 다시 찾아드니 그 信義가 남다르다는 생각에서다. 옛날 중국에서는 天子가 高官에게 기러기를 선물로 주었으며 大夫간에 會盟(회맹)을 할 때에는 기러기를 주고받았다.
세 번째는 信鳥다. 기러기의 정확성과 歸巢性(귀소성)을 이용한 것이다. 봄이 되면 날아갔다가도 가을이 되면 다시 날아옴으로써 기러기는 가을을 알려주는, 즉 소식을 알려주는 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僻地(벽지)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종종 傳令使(전령사)로 이용하기도 했다.
漢武帝(한무제) 때의 蘇武(소무)가 匈奴(흉노)에 잡혀 있을 때 기러기를 이용해 소식을 전했던 것은 유명하며 우리의 고전소설 積成義傳(적성의전)에도 成義가 기러기 편에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소식을 전한다는 대목이 보인다. 또 인도를 여행했던 新羅 高僧(고승) 慧超(혜초)는 머나먼 북쪽의 고국이 그리웠지만 소식을 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시로 적었다.
내 나라는 북쪽 하늘가 이 곳은 남쪽 땅 끝
더운 남쪽엔 기러기도 없으니 어느 새가 鷄林(계림)으로 날아가리.
雁帛(안백) 또는 雁書(안서)라면 ‘기러기 편에 보내는 글’이 되어 ‘편지’나 ‘소식’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兄弟간의 友愛다. 節度를 지키며 줄을 지어 날면서 함께 오순도순 사는 모습이 마치 兄弟간의 다정한 友愛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나는 모습을 雁行(안항)이라고 했으며 그것은 兄弟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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