妓女漢詩의 世界

2022. 12. 26. 20:54한시

1. 운초(雲楚)



<戱題> 희제 - 운초의 성명시



芙蓉化發滿池紅 부용화 곱게 피어 연못 가득 붉어라



人道芙蓉勝妾容 사람들 말하기를 나보다 예쁘다더니



朝日妾從堤上過 아침녘에 내가 둑 위를 걷노라니



如何人不看芙蓉 어이해 사람들 부용은 아니보나



운초는 조선시대의 빼어난 여류시인으로 당대의 여류문인들이 대체로 그러했듯이 기생출신이었다. 황진이 등 다른 여류와는 달리 한글로 된 시조는 없고 오직 한시만을 남겼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못한 편이다. 이 시는 자신의 이름을 소재로 하여 지은 것으로 당시의 이름난 기생들에게는 이런 수법이 유행한 듯 하다. 이 시에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자신의 미모에 대한 은근한 자랑이 교태롭게 녹아있다. 그녀는 어쩌면 공주병의 원조일지도 모른다. 천안 광덕사 뒷 편에 운초의 묘가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천안지역의 문인들이 그녀의 묘를 찾아 부용제를 지낸다.



*1) 雲楚(1820-1869 이름은 김부용(金芙蓉이며 호는 雲楚이다. 조선시대 순조 때의 인물로서, 평안도 成川에서 태어났다. 6살에 부모를 사별하고 퇴기의 양녀로 기생이 되어 가무, 한시에 능하였으며 미색이 출중하였다. 어려서부터 숙부에게 글을 배워 16세 때에는 여인의 몸으로 成川郡 白日場에서 詩를 겨루어 당당히 壯元을 하였다고 한다. 순조대왕의 사돈인 김이양(金履陽 평양감사와 인연은 맺게 되었는데 당시 김이양은 77세였으며 운초는 19세였다. 15년 동안 초당(草堂마마로 정절을 지키며 김대감과 동거하였다. 김대감 사별 후 십수년 동안 추모하며 살았으며 유언에 따라 김대감의 묘 근처인 천안 광덕산에 묻히게 되었다. 문집으로 [五江樓集] 등이 있으며, 漢詩만 350여 首 남아 있다. 黃眞伊(개성, 梅窓(부안 과 함께 조선시대 3대 詩妓로 이름을 떨쳤으나 운초는 漢詩만을 남긴 까닭에 현재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2) 송강 정철과 시를 주고받았던 寒雨라는 기생도 그러했고 그 외에도 笑春風, 梅窓 등이 이러한 시를 남긴 바 있다.



<詩酒>



酒過能伐性 술이 과하면 몸을 해치고



詩巧心窮人 시를 잘하면 사람이 궁하니라



詩酒䥙爲友 시와 술이 비록 벗이 될 수 있으나



不䛯亦不親 멀리 해서도 안되고 가까이 할 것도 못되네



옛 선인들은 시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곤 했다고 전한다. 이 시는 시와 술이 벗은 될 수 있어도 너무 가까이도 말고 너무 멀리도 말라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쓴 것이다. 혹자는 이 시를 시객과 주객을 풍자하며 쓴 시라고 하기도 한다. '술이 과하면 능히 성정을 해치고, 시에 교묘하면 반드시 살림이 궁해진리'라고 해석을 한다면 지나친 것에 대한 풍자와 경계의 시가 될 수도 있다.



<梅花>



玉貌氷肌䬏䬏衰 고운 얼굴에 흰 살결이 점점 쇠하는 구나



東風結子綠生枝 동풍에 열매를 맺는 나무도 푸른 가지가 돋아났다



纏綿不斷春消息 봄 소식은 끊이지 않고 해마다 돌아오니



猶勝人間恨別離 이별을 한하는 인생과 같지 아니하네



이 시에서는 매화를 그렸다. 매화나무는 세월이 감에 따라 쇠하여 가지만 열매를 맺고 푸른 가지가 생겨서 언제나 봄 소식을 전하여 주고 있는 것이, 인간에게는 이별이 있어 소식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 하고 있다. 인간 역시 매화나무와 마찬가지로 늙어가지만 인간에게는 이별의 설움이 있기 때문에, 끊이지 않고 돌아오는 봄 소식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百年心>



遲日鶯啼小杏陰 긴 여름을 꾀꼬리가 살구나무에서 우네



佳人䀁坐繡簾深 아름다운 여인 발 너머 안방에 쓸쓸히 앉아 있네



願取春風無限柳 버들에 불어오는 끝없는 봄바람이여



絲絲䞡結百年心 실마다 그대와의 백 년의 마음을 맺고 있네



이 시에서는 꾀꼬리 우는 소리가 들리는 방안에서 홀로 앉아 있는 여인의 봄 바람에 휘늘어진 버들가지를 잡아 묶어 풀어지지 않는 정을 맺고 싶어하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쓸쓸한 정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여인의 한 숨 섞인 표정이 눈앞에 그려지기도 한다.



<歸路>



日永山深碧草薰 해가 길고 산이 깊네, 풀 냄새도 향기롭네



一春歸路査難分 봄이 어디로 흘러가네



借問此身何所似 외로운 이 몸 무엇 같다고 할까



夕陽天末見孤雲 해 지는 하늘 외로운 구름만 바라보고 있네



<春風起>



垂楊深處綺窓開 수양버들 늘어진 곳에 창을 열고 바라보니



小院無人長錄苔 사람은 흔적도 엇고 이끼만 자라고 있네



簾外時聞風自起 발 너머로 때때로 들리는 바람 소리



幾回錯認故人來 여러 번 임이 오는 것인 줄 알고 속았네



위의 시에서는 해가 긴 봄날 갈 길을 모르고 있는 이 몸은 무엇과 같은가 하면 하늘 끝을 떠가는 구름만 보고 있는 신세와 같다고 읊은 것이다.



아래 시는 수양버들이 늘어진 곳에 창을 열어놓고 보니, 사람은 없고 이끼만 자라고 있다. 밖에 때때로 바람이 일어나면 혹시 옛 친구가 오지 않나 하는 조마조마한 심정을 쓴 것이다.



<自嘲>



詞難花蘂倂 시사는 꽃술과 견주기 어렵고



文䗟景樊同 문장은 경번과 어찌 같으리오



浮譽其欺我 헛된 명예가 나를 속였으니



頻繁到洛中 우쭐대며 번번이 서울을 오르내렸지



針筐兼筆架 반짇고리 필갑과 겸해 쓰고



蠶事代䴒書 누에치기 대신에 글읽기 일삼았지



意到披䱯帙 마음 내키면 책을 뒤적이지만



還嫌獺祭魚 생선을 제사하는 수달이 더욱 싫네



이 시는 시를 짓는 것을 여러 것에다 비유를 하였다. 시를 짓기는 어려우나, 시를 짓기 위해서 이것저것 책을 피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수달은 사냥한 물고기를 먹기 전 마치 제상을 차리듯 늘어놓는다고 한다. 여기서는 시를 짓기 위해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늘어놓는 것을 가리킨다.

2. 홍랑洪娘



<寄崔孤竹>



相看䟨䟨贈幽蘭 서로 말없이 보고 있다가 난초를 증정하였네



此去天涯幾日遲 지금 멀리 떠나시면 언제나 오시는지



莫唱咸關舊時曲 이별의 옛 노래를 부르지 말아라



至今雲雨仇靑山 지금 비구름이 청산을 감돌고 있다.



홍랑은 북해 평사 최경창(崔慶昌)의 애인으로도 유명한데 유명한 '묏버들 가려 꺾어~'는 선조 6년 고죽(孤竹) 최경창이 서울로 돌아가게 되자, 노래와 버들가지를 함께 보냈다 한다.



*3) 함남 홍원(洪原 출생. 1573년(선조 6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시명이 높았던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이 북평사(北評事로 경성(鏡城에 주재할 때 그 막중(幕中에 머물렀다. 고죽과의 사이에 소생이 있었고, 임진왜란 중에도 고죽의 시고(詩稿를 간직하여 병화에서 구하였으며, 죽어서는 고양(高陽의 고죽 묘 아래에 묻혔다.



이 시는 최고죽을 이별하면서 슬픈 심정을 쓴 것이다.



3. 계월(桂月)



<大洞江上>



大洞江上送情人 대동강 뚝에서 정든 임을 보내는데



楊柳千絲不繫人 천가닥 실버들도 임을 잡아 매지 못하네



含淚眼看含淚眼 눈물 어린 눈으로 눈물 어린 임의 눈을 바라보고



斷腸人對斷腸人 가슴 맺히는 사람 가슴 맺히는 임을 대하고 있네



<斷腸人>



流淚眼看流淚眼 흐르는 눈물로 임의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고



斷腸人對斷腸人 가슴이 맺히는 사람이 가슴이 맺히는 임을 대하고 있네



曹從卷裏尋常見 일찍이 책에서는 보통으로 알고 읽었는데



今日那知到妾身 오늘 이 몸에 이를 줄을 몰랐네.



위의 <대동강상> 시는 대동강에서 사람을 이별하는데, 버들가지로 잡아서 매어 놓지 못하니 눈물이 흐르고 창자가 끊어질 듯하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한을 쓴 것이다.



아래 <단장인> 시는 이별의 슬픔을 그 전에는 보통으로 알고 책 속에서 지나쳐 보았는데, 지금은 직접 자신의 몸에 이르러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두 시는 모두 가슴이 끊어질 듯한 고통으로 이별을 맞이하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이 두 시는 한 문장 안에 대구를 사용하는 표현 기법을 사용하여, 서로가 서로를 눈물로서 대하는 정경이 가슴속에 절절하게 다가온다.



<廣寒樓>



乍擲金梭懶上樓 베짜던 북을 던지고 다락에 올라가니



珠簾高掛桂化秋 발이 높이 계화가지에 걸렸네



牛郞一去無消息 임이 떠난 후 소식이 없어서



烏鵲橋邊夜夜愁 오작교 언저리예서 밤마다 서성이네



이 시는 광한루를 그린 것이다. 베를 짜다가 북을 내던지고 광한루 올라서보니 발이 계수나무에 높이 걸려있다. 임(견우성)이 한번을 떠난 뒤 소식이 없기에 오작교 언저리에 밤마다 근심스럽게 서성거리고 있다고 하였다.





4. 취련(翠蓮)



*4) 평양명기. 영조 때 문명을 떨치던 한성부좌윤(漢城府左尹 이광덕(李匡德의 애첩으로 시재(詩才가 뛰어났다. 《국색시(國色詩》가 그녀의 작(作이라는 설이 있다.



*5) 자는 일타홍(一朶紅. 북도(北道의 기생으로 시와 가무에 능하였으며 평사(評事서 명빈(徐命彬의 사랑을 받았다.





<空歸人>



令節當三春 좋은 계절 삼춘을 당하니



鄕愁日日新 고향 생각은 날로 더해 가네



學士風流少 임은 풍류객이 못되어



今作空歸人 이제 홀로 돌아갈 수밖에 없네



이 시는 봄을 당하니 임에 대한 향수가 간절한데, 임은 풍류객이 못 되어 이렇게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그린 것이다.





5. 죽향(竹香)



<畵蘭>



美人香草舊盟寒 난초를 보니 맹세가 그리워



還向離騷卷裏看 이소경을 펴놓고 보네



灑墨江南何處是 강남 어느 곳의 난초를 그렸는가



西風腸斷馬相蘭 난초를 보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 싶네



이 시는 난초를 표현한 것이다. 난초를 보니 옛날 임과 굳게 맺은 사랑이 생각이 나서 이소경을 보고 회상한다. 대체 이 난초는 강남의 어느 땅에 자라고 있나, 마음을 졸이며 난초를 보고 있는 심정을 그린 것이다.



4. 승이교(勝二喬)



<西風>



西風吹衣裳 서풍이 옷자락을 펄럭일 때마다



衰客傷日月 늙어 가는 모습 세월이 한스럽다



蓮堂秋雨疎 연꽃 핀 정자에 가을비가 부슬거리고



露枝寒蟬咽 이슬 맺은 가지에 매미가 슬피 운다



<思君>



霜雁拖寒聲 서릿발에 차가운 기러기 소리가



寂寞過山城 쓸쓸하게 한 너머에 사라지네



思君孤夢罷 임을 그리다가 꿈을 깨니



秋月照窓明 가을달이 창가에 부서지네



위의 시는 서풍이 불어오는 계절에 늙어 가는 것을 한하고 있다. 못에 가을비는 시름없이 내리고, 가지에서는 매미가 슬프게 울고 있으니 쓸쓸하다는 것이다.



아래 시는 기러기가 울고 가는 적막한 산 마을에서 꿈을 깨고 보니 가을달이 창에 밝게

비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5. 소염(小琰)



<挽人>



傷心最是北邙山 북망산을 보면 마음이 슬퍼지는데



一去人生不再還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인생이기 때문이네



若謂死生論富貴 만일 사생을 부귀로 바꾼다면



王候何在夜臺間 왕후장상이 어찌 황천길에 있겠는가



이 시는 사람이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공동묘지만 보면 마음이 서글퍼진다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을 돈이나 권력으로 바꿀 수 있다면 왕후장상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6. 어우동(於于同)



<白馬臺>



白馬臺空輕幾歲 저 쓸쓸한 백마대는 얼마나 되었는고



落花岩立過多時 낙화암도 많은 세월이 지나갔네



靑山若不曾緘默 청산이 만일 침묵을 지키지 않는다면



千古興亡問如何 천고의 흥망을 알 수 있을 것이네



이 시는 부여에 대한 회고의 시다. 백마대와 낙화암이 많은 세월을 흘러보냈는데, 청산이 침묵을 지키지 않고 말을 한다면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흥망을 묻고 싶다는 것이다.



7. 계향(桂香)



<寄遠>



別後雲山隔渺茫 이별한 후 소식이 아득하니



夢中歡笑在君傍 꿈에서나 임의 곁에 있게 되네



覺來半枕虛無影 깨고 보면 옆자리가 비어 허전하니



側向殘燈冷落光 옆으로 잦아드는 등잔불만 바라보네



何日喜逢千里面 언제나 떨어진 임을 만날 것인가



此時空斷九回伛 지금 내 창자는 끊어질 듯하네



窓前更有梧桐雨 오동잎이 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添得相思淚幾何 그리운 눈물이 흘러내리네



*6) 성은 채(蔡로 성천(成川의 기생이다.

호서(湖西의 기생. 어을우동(於乙于同이라고도 한다. 본시는 양갓집 자제로 성은 박(朴씨였으며, 종실 태강수(泰江守의 아내가 되었으나, 소박맞은 뒤 수십 명의 조관 및 유생들과 난잡한 관계를 가졌다. 결국 풍기문란으로 사형되었는데 《대동시선》에 〈부여회고(扶餘懷古〉라는 시가 전한다.



*7) 진주(晉州의 기생.







이 시는 떨어져 있는 임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쓸쓸한 심정을 읊은 것이다.







8. 초옥(楚玉)



<有鄕生挑之以詩拒之>



我本荊山和氏璧 나는 본래 형산에서 난 화씨의 구슬로



偶然流落洛江頭 우연히 낙동강변에 떨어졌네



秦城十五猶難得 진나라 성 십오 개 하고도 바꾸지 않았는데



何況鄕關一腐儒 하물며 시골뜨기 썩은 선배를 상대하겠는가.



이 시에는 시골 선비가 시 짓기 내기를 하자고 하자, 이 시를 지어서 거절했다는 유래가 있다. 자신은 화씨벽으로 낙동강변에서 살지만 진나라 성 십오 개와도 바꿀 수 없는 몸인데 하물며 일개 썩은 선비를 상대하겠는가 하고 봉변을 준 것이다.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寄題小孫如達晬盤  (2) 2023.02.03
청평조사3수(淸平調詞三首)/청평조(淸平調) - 이백(李白)  (0) 2023.01.24
최경창 시  (3) 2022.12.26
苦熱  (2) 2022.12.26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1)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