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2022. 11. 16. 10:41한시


조선시대 漢詩Ⅰ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과용호(過龍湖)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용호를 지나며

岸上誰家碧樹村(안상수가벽수촌) : 언덕 위 푸른 나무 고을 누구네 집이런가

釣船無纜在籬根(조선무람재리근) : 고깃배는 닻줄도 없이 울타리 아래 매여있다.

輕霞一抹山開處(경하일말산개처) : 산맥이 열리는 곳에 옅은 안개가 깔리는데

留住殘陽照掩門(류주잔양조엄문): 아직도 남은 저녁볕에 닫힌 문을 비추는구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기문순거(寄文舜擧)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순거 문희개에게

無紙亦無筆(무지역무필) : 종이도 없고 붓도 없으니

寫懷山竹枝(사회산죽지) : 대나무 가지로 마음을 적는다.

君來不敢望(군래불감망) : 그대 오길 감히 바라지 못해도

此日勝常時(차일승상시) : 오늘 기분이 평시보다 좋구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기양천유(寄梁天維)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양천유에 부치다

一庭晴雨長新苔(일정청우장신태) : 비 개자 온 뜰에 새로 이끼 자라고

泥墜書床乳燕回(니추서상유연회) : 책상에 진흙 떨어지니 제비 새끼 돌아왔구나.

閑思悠悠却惆悵(한사유유각추창) : 한가한 생각 하염없다 어느덧 슬퍼지니

綠陰終日待君來(녹음종일대군래) : 불빛 그늘 아래 종일토록 그대 오길 기다렸다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錦城贈友(금성증우)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금성에서 벗에게 지어주다.

錦里酒初熟(금리주초숙) : 금성마을에 빚은 술이 익어가는데,

偶與故人親(우여고인친) : 우연히 친한 옛벗을 만났네.

認得香來處(인득향래처) : 향기가 떠오름을 알고 보니,

梨花滿樹香(이화만수향) : 배꽃이 가지마다 만발한 봄이구나.





□ 기우2(寄友)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친구에게

江水東流去。東流無歇時。綿綿憶君思。日夜海西涯



其二

客行知近遠(객행지근원) : 나그네 멀고가까움 알아도

處處有靑山(처처유청산) : 가는 곳마다 모두가 푸른 산.

日晩江南望(일만강남망) : 저물어 강남 땅 바라보니

相思燕子還(상사연자환) : 그리워러라, 제비는 돌아오는데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기정형경수(寄鄭兄景綏)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정경수 형에게

綠楊未成線(녹양미성선) : 푸른 버들 아직 늘어지지 않았는데

池閣鎖餘寒(지각쇄여한) : 못가 누각에는 아직 추위가 남아있구나.

日出花間鳥(일출화간조) : 해 뜨자 꽃 사이에 새소리 들리는데

相思淸夢闌(상사청몽란) : 그리워하는 마음 맑은 꿈 속에 익어간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능소대하문적(陵霄臺下聞笛)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능소대 아래서 피리소리 듣고서

夕陽江上笛(석양강상적) : 석양 강물 위에 피리소리

細雨渡江人(세우도강인) : 보슬비에 강 건너는 사람.

餘響杳無處(여향묘무처) : 그 여운 아득히 찾을 길 없어

江花樹樹春(강화수수춘) : 나무마다 강꽃이 봄이로구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만흥(漫興)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 흥에 젖어

二月江南雨(이월강남우)​ : 이월달에 강남에는 비가 내리는데

郊扉日日陰(교비일일음) : 교외 싸립문은 날마다 음산하도다

靑苔掩人迹(청태엄인적) : 푸른 이끼가 사람의 자취를 가리워

芳樹怯花心(방수겁화심) : 꽃다운 나무는 꽃에 마음을 겁먹네

戱鴨池塘滿(희압지당만) : 오리떼는 연못에 가득차 놀고요

歸鴻關塞深(귀홍관새심) : 돌아온 기러기는 변방 깊숙하게

客遊偏悵望(객유편창망) : 방랑하는 나그네는 슲으게 보아

獨對暮山吟(독대모산음) : 홀로 저무는 산을 마주해 시 읊다



其二

欲說春來事(욕설춘래사) : 봄날의 일들을 말해볼까★

柴門昨夜雨(시문작야우) : 사립문 밖에는 어제 밤 내린 비.

閒雲度峰影(한운도봉영) : 한가한 구름은 봉우리 지나며 그림자 남기고

好鳥隔林聲(호조격림성) : 정다운 새들은 숲 건너서 운다.

客去水邊坐(객거수변좌) : 나그네는 떠나고 물가에 앉아

夢廻花裏行(몽회화이행) : 꿈에 돌아와 꽃 속을 걷는다.

仍聞新酒熟(잉개신숙주) : 바로 새로 술익는 내음 풍겨나니

瘦婦自知情(수부자지정) : 내 마음 알아주는 이, 수척한 아내뿐이네

▸ 출전 : 玉峯詩集中詩○五言律





□ 망포정팔경(望浦亭八景)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망포정 8경



1. 稅野農歌(세야농가)

- 들에서 거두는 농부의 노래

桑葉成絲麥亦秋(상엽성사맥역추) : 뽕 잎이 실을 이루니 보리가 또한 여물고

水苗晴雨綠油油(수묘청우록유유) : 비가 개인 물속 볏묘는 윤기 있게 푸르네.

太平風日誰堪畫(태평풍일수감진) : 바람과 볕이 태평한데 누가 즐겨 그리나

臥聽門前滿野謳(와청문전만야구) : 문 앞에 누워 듣는 들녁 노래에 만족하네.



2. 香村牧笛(향촌목적)

- 향기로운 마을 목동의 피리소리

散向平坡草政肥(산향평파초정비) : 평평한 언덕 한가히 향하니 풀들 확실히 기름지고

倒騎長是夕陽歸(도기장시석양귀) : 거꾸로 타도 바르게 나아가 석양되어야 돌아가네.

一聲吹過溪橋路(일성취과계교로) : 한결같은 소리로 불며 지나는 시내와 다리 길에

家在前村半掩扉(가재전촌반엄비) : 마을 앞 집을 살펴보니 사립문이 반쯤 닫혀있네.





3. 婆城暮嵐(파성모람)

- 파성의 저물녁 남기

古壘蕭蕭草樹間(고루소소초수간) : 오래된 보루는 쓸쓸하니 풀과 나무가 섞이고

寒天日暮鳥飛還(한천일모조비도) : 찬 하늘에 해가 저무니 새들은 날아 돌아오네.

卽今聖世無征戰(즉금성세무정전) : 지금 태평의 시대라 두려워하는 전쟁도 없고

一任山嵐伴客閑(일임산람반객한) : 산의 남기에 잠시 맡기고 한가히 손과 짝하네.





4.鎭浦朝煙(진포조연)

- 진포의 아침 안개

山頭日出水連村(산두일출수연촌) : 해 솟는 산 머리는 마을과 강물에 잇닿았고

人事家家笑語喧(인사가가소어훤) : 집 집마다 사람 일로 떠들썩한 소리로 웃네.

籠岸不分垂柳色(농안불분수류색) : 버들 빛이 드리운 자욱한 언덕은 불분명한데

過橋時露繫舟痕(과교시로계주흔) : 다리 지나며 엿보니 배를 맨 흔적이 나타나네.





5. 龍門春望(용문춘망)

- 용문에서의 봄맞이

日日軒窓似有期(일일헌창사유기) : 매일 매일 집 창가에 약속이 있는 것 같이

捲簾時早下簾遲(권렴시조하렴지) : 이른 시간에 주렴 걷고 늦게야 주렴 내리네.

春光正在峯頭寺(춘광정재봉두사) : 봄 빛이 산 꼭대기 절에 때마침 있건만

花外歸僧不自知(화외기승부자지) : 꽃 밖으로 돌아가는 스님만 몸소 알지 못하네.





6. 金沙秋晩(금사추만)

- 금 모래사장의 늦은 가을

蘆花掩亂蓼花明(노화엄란료화명) : 어지러이 가린 갈대 꽃과 여뀌 꽃은 깨끗한데

極浦寒山一樣淸(극포한산일양청) : 물가에 이른 쓸쓸한 산에 모든 형상이 맑구나.

何處斷鴻猶未下(하처단홍유미하) : 어디선가 나뉜 기러기 오히려 내리오지 못하고

暮雲天際獨悲鳴(모운천제독비명) : 하늘 끝 저물녁 구름에 홀로 슬프게 우는구나.





7. 三叉松月(삼차송월)

- 세갈래 물길의 소나무와 달.

手持一卷蕊珠篇(수지일권예주편) : 손에 쥐어든 한 권의 꽃과 구슬 같은 시편을

讀罷松壇伴鶴眠(독파송단반학면) : 소나무 뜰에서 읽고나서 학과 짝하여 잠드네.

驚起中宵滿身影(경기중소만신영) : 한 밤에 놀라 일어나니 내 그림자 가득한데

冷霞飛盡月流天(냉하비진월류천) : 찬 노을 다 날아가고 하늘엔 달빛만 흐르네.





8. 一抹溪雲(일말계운)

- 잠시 스치는 산골짜기 구름

杳杳初從何處來(묘묘초종하래처) : 아득히 멀리서 조용히 모여 어느 때 돌아오나

溶溶却向小溪廻(용용각향소계회) : 한가히 흐르다 다시 나아가 작은 골짜기 도네.

無心未必都無事(무심미필도무사) : 뜻도 없다 가벼이 못하니 일이 없어도 모이고

會見神功潤八垓(회견신공활팔해) : 만나면 보이는 신의 공적 팔방 경계를 적시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보림사(寶林寺)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보림사에서(전남 장흥군_

古殿雲生壁(고전운생벽) : 낡은 절간이라 벽에서 연기가 나오고

晴山鳥下空(청산조하공) : 산새들 (절간에) 자꾸 내려 앉을 때

閑眠午齋後(한면오재후) : 한가히 졸다보니 한낮의 불공이 지났구나

一枕水聲中(일침수성중) : 그저 그렇게 누워 물소리 듣는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보림사증별(寶林寺贈別)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보림사에서 이별하다

握手寺樓春(악수사루춘) : 절 다락에서 손 맞잡은 봄날

相送無言裏(상송무언리) : 말없이 서로 헤어지노라.

白日在靑天(백일재청천) : 푸른 하늘에 밝은 태양이여

平生寸心是(평생촌심시) : 평생의 먹은 마음 저와 같아라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白蓮寺西療(백련사서요)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백련사 서쪽 요사에서

僧定鐘閑別殿幽(증정종한별전유) : 스님은 종소리 한적한 별전에서 선정에 들고,

夜深虛幌一溪秋(야심허황일계추) : 빈 장막같이 밤이 깊었는데 개울물 소리만.

不眠暗記西山雨(불면암기서산우) : 잠 못 이루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산엔 비올 텐데.

風入 篁葉葉愁(풍입 황엽엽수) : 성긴 대숲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잎잎마다 수심이.

▸ 출전 : 玉峯詩集上 / 詩○七言絶句





□ 부춘별서(富春別墅)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봄날 농막에서

夕陽湖上亭(석양호상정) : 석양에 비친 호수 위의 정자에서 볼 때

春光在湖草(춘광재호초) : 봄 풍경이 호수 풀밭에 있네

明月山前榭(명월산전사) : 밝은 달빛 산 앞 정자에서 보니

花陰看更好(화음간갱호) : 꽃그늘 바라볼수록 더욱 좋구나

※ 이 시는 부춘에 있는 별장에서 지은 것으로, 봄을 맞은 별장의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서성유증(西城有贈)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 새 짖에서 돌우물 찾고서

滿城桃李花(만성도리화) : 절 안은 복숭아꽃이며 자두 꽃 가득이니

何處非春酌(하처비춘작) : 봄날에 술이 어울리지 않는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有客遠尋芳(유객원심방) : 멀리서 꽃놀이를 온 그대가 마시는 술은

憐渠苦幽獨(련거고유독) : 세상이 알아주지 못하는 독특한 천재가 흘려야 하는 고통이구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신거득석정(新居得石井)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새 짖에서 돌우물 찾고서

​古石苔成縫(고석태성봉) : 묵은 돌에는 이끼가 짙게 덮였고

寒泉一臼深(한천일구심) : 차가운 샘물은 물구멍 깊기도 하여라.

淸明自如許(청명자여허) : 맑고 깨끗하기 저절로 이와 같아

照我十年心(조아십년심) : 십년 도안 내 마음을 비춰 주는구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애정원(哀淨源)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정원을 애도하여

落日寒溪曲(낙일한계곡) : 해가 떨어지니 굽은 시내 쓸쓸하고

山杯雪後村(산배설후촌) : 무덤의 잔과 마을 뒤에 눈이내리네.

生離已自苦(생리이자고) : 살아 헤어져 이미 진실로 괴로운데

死別復何言(사별부하언) : 죽어 이별하니 다시 무슨 말을하나.



舊贈名留案(구증명류안) : 친구가 보낸 글이 책상에 남았는데

浮生別隔年(부생별격년) : 덧없는 인생 지난 해에 헤어졌구나.

開書不忍讀(개서불링독) : 편지를 열고서 차마 읽지를 못하니

情奕在何邊(정혁재하변) : 아름다운 정취 어느 변방에 있을까.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억고죽(憶孤竹)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고죽을 기억하며

門外草如積(문외초여적) : 문밖에 자란 풀은 풀더미를 이루는데

鏡中顔已凋(경중안이조) : 거울 속, 내 얼굴은 이미 다 늙었구나.

那堪秋風夜(나감추풍야) : 어찌 가을 부는 이 밤을 견딜 수 있나

復此雨聲朝(부차우성조) : 이곳은 다시 빗소리 들리는 아침이로다.

影在時相弔(영재시상조) : 그대 모습 때때로 궁금해지고

情來每獨謠(정래매독요) : 그리운 마음 밀려오면 혼자 노래 부른다.

猶憐孤枕夢(유련고침몽) : 홀로 자는 꿈자리 여전히 아쉬우니

不道海山遙(부도해산요) : 산과 바다가 아득하다고 말하지 말게나.

▸ 출전 : 玉峯詩集中詩○五言絶句





□ 억최고죽(憶崔孤竹)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최고죽이 그리워

相思脈脈掩空齋(상사맥맥엄공재) : 텅 빈 서재 닫아 둔 채 서로 생각하며 응시할 뿐

千里人今碧海西(천리인금벽해서) : 천 리 밖 사람 지금 벽해 서쪽이네

孤夢不來秋夜盡(고몽불래추야진) : 가을밤이 다가도록 외론 꿈도 안 꿔지는데

井梧無響月凄凄(정오무향월처처) : 샘가 오동 소리 없이 지고 달빛은 차갑구나

※ 이 시는 고죽 최경창(崔慶昌)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용강사(龍江詞)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 용강사



妾家住在龍江頭(첩가주재용강두) 저는요. 용강 어귀에 살고 있어요

日日門前江水流(일일문전강수류) 날마다 문 앞에는 강물이 흘러요.

江水東流不曾歇(강수동류불증헐) 강물이 흘러 쉼이 없듯

妾心憶君何日休(첩심억군하일휴) 임 그리는 제 마음도 그침이 없지요.



江邊九月霜露寒(강변구월상로한) 9월이라 강변엔 무서리 차가운데

岸葦花白楓葉丹(안위화백풍엽단) 갈대꽃 희게 피고 단풍잎은 붉어요

行行新雁自北來(행행신안자북래) 줄지어 기러기는 북에서 와도

君在京河書未廻(군재경하서미회) 서울에 계신 임에게선 편지 한 장 없군요

秦樓望月幾苦顔(진루망월기고안) 임도 누각에 올라 달 보시며 괴로우시리,

使妾長登江上山(사첩장등강상산) 이 내 몸도 강 위쪽 산에 오르곤 하네요.



去時在腹兒未生(거시재복아미생) : 떠나실 때 뱃속에 있던 아이가

卽今解語騎竹行(즉금해어기죽행) : 이제는 말도하고 주마도 타고 다니네

便從人兒學呼爺(편종인아학호야) : 다른 아이 따라 배워 아버지라 부르지만

汝爺萬里那聞聲(여야만리나문성) : 만리 밖에 있는데 아버지 소리 어이 듣나

人生窮達各在天(인생궁달각재천) : 인생의 빈궁과 열달은 하늘에 달렸다는데

可惜辛勤虛度年(가석신근허도년) : 슬프다 괴로이 헛된 세월 보내네





機中織帛寒可衣(기중직백한가의) : 베틀에 비단 짜 겨울 웃을 지을만하고

江上仍收數頃田(강상잉수수경전) : 강뚝 위 몇 뙈기 밭 추수할 수도 있지요

在家相對貧亦喜(재가상대빈역희) : 집에서 마주할 때는 가난해도 기뻣거니

銀黃繞身不足貴(은황요신불족귀) : 금 은을 두른다 하여도 귀하다 할 것 없네.



朝來鵲噪庭前樹(조래작조정전수) : 아침에 까치가 뜰 앞 나무에서 우짖어서

出門頻望江西路(출문빈망강서로) : 대문을 나서 강가 길을 자주 바라보았지

不向傍人道心事(불향방인도심사) : 길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마음 속 일 말 못하고

腸斷煙波日又暮(장단연파일우모) : 혼자서 애를 끊다가 날이 저무누나

紅羈金絡何處郞(홍기금락하처랑) : 붉은 굴레 금 고삐 말을 탄 낭군은 누구신지

馬嘶却入西家去(마시각입서가거) : 말이 힝힝 울더니만 다른 집으로 들어가네요



※ 용강 : 백광훈의 고향 장흥 마을 앞으로 흐르는 용호(龍湖)를 우의적으로 나나냈다고 함.

▸ 출전 : 玉峯詩集下詩○七言古詩





□ 용호잡영(龍湖雜詠)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용호정에서 여러가지 사물을 읊조리다.

其一

江風吹夜雪如梅(강풍취야설여매) : 강바람에 날리는 저녁 눈은 매화 꽃 같으니

催得春光臘裏廻(최득춘광납이회) : 봄빛이 섣달을 비껴 돌아오라 채촉하누나.

無限月明淸夢後(무한월명청몽후) : 한없이 비추는 밝은 달은 꿈깬 후에 더 맑고

火殘金鴨落香滅(화잔금압락향멸) : 금압(金鴨) 향로 잔불 꺼지니 향기마져 사라지네



​其二

江雪初消蘆筍生(강설초소로순생) : 강변 눈 처음 녹으면 갈대 새싹 돋아나고

春陰過野燒痕明(춘음과야소흔명) : 봄 흐린날 지난 들엔 불탄 흔적 뚜렷한데

更吹玉笛前村暮(갱취옥적전촌모) : 해질 녁 마을 앞에서 옥적(玉笛)을 다시 부네

棹入新流一望平(도입신류일망평) : 새 물결이 노 저어 들어와 강물이 불어난다



其三

春到湖亭客亦歸(춘도호정객역귀) : 봄이 오자 용호정(龍湖亭)엔 손님들이 다시 돌아오고

梅花開處柳依依(매화개처류의의) : 매화꽃 핀 곳엔 버드나무 가지가 하늘거린다

主人有酒夜忘發(주인유주야망발) : 주인이 술을 내오니 손님은 밤 가는 줄 모르고

多事山風蕩舞衣(다사산풍탕무의) : 번잡스러운 산바람에 무의(舞衣)가 너풀거리네



其四

秋天寂歷遠如空(추천적역원여공) : 가을 하늘 쓸쓸하여 허공같이 멀리 보이는데

沙樹依微望不窮(사수의미망불궁) : 모래밭 나무에 기대어 작은 희망 끝없이 떠올린다

長笛一聲人倚棹(장적일성인의도) : 노에 의지하여 긴 피리 한 자락 부는 이가 있어

滿江風露月明中(만강풍로월명중) : 찬 강바람 가득 불어 오고, 밝은 달 비친다.



其五

西風入夜漾寒波(서풍입야양한파) : 밤이 되자 서풍 불어와 찬 물결 출렁인다.

睡起舟行近雁沙(수기주행근안사) : 잠에서 깬 배는 사구(沙口)로 밀려가고...

寂寂秋心待明月(적적추심대명월) : 쓸쓸한 추심은 밝은 달을 기다린다

白雲孤大是誰家(백운고대시수가) : 크고 외로운 흰 구름은 대체 누구의 집인가?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龍湖雜詠 5수





□ 幽居(유거)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조용히 삶

幽居地僻少人來(유거지벽소인래) : 숨어사는 곳 궁벽하여 오는 사람 적은데,

無事柴門晝後山(무사시문주후산) : 일이 없어 사립문이 낮에도 닫혔구나.

花滿小庭春寂寂(화만소정춘적적) : 좁은 뜰에 꽃이 가득하고 봄날은 적적한데,

一聲山鳥下靑苔(일성산조하청태) : 산새는 노래부르며 푸른 이끼에 내려앉는구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이백생계산별업 명순인(李伯生鷄山別業 名純仁) - 백광훈(白光勳)

- 이순인의 계산별업에서

故人有幽居(고인유유거) : 친구에게 호젓한 집이 있다고 하여

一逕秋雲上(일경추운상) : 오솔길을 따라 인간세를 벗어나 왔다네.

永夜明寒燈(영야명한등) : 긴 밤 쓸쓸한 등불 밝게 빛나고

林端踈雨響(임단소유향) : 숲 저편에선 성근 빗소리가 들려오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장성도중(長城道中)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장성 가는 길에

路上逢重五(노상봉중오) : 길 가는 도중에 단오를 맞이하니

殊方節物同(수방절물동) : 장소는 달라도 계절 산물 같구나.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 멀리 사랑하는 작은 아이와 딸애는

竟日後園中(경일후원중) : 도리어 매일 뒤 뜰 가운데 있겠지.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제김계수화팔폭(題金季綏畵八幅)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김계수의 그림 여덟 폭에 쓰다.

晩愛溪上晴(만애계상청) : 늦게 정든 계곡 위가 날이 개서

橫琴坐古石(횡금좌고석) : 거문고 빗겨 들고 오래된 돌 위에 앉았네.

宿鳥入踈林(숙조입소림) : 새는 잠자러 숲속으로 들어가고

雲烟相冪歷(운연상멱력) : 구름과 안개가 서로 덮여있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제서상사별업(題徐上舍別業)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서상사의 별장에 시를 적다

樹竹藏村塢(수죽장촌오) : 대나무 심어 마을을 감춰뒀는데

溪山是客遊(계산시객유) : 시냇가 산을 나그네가 돌아다닌다.

春風吹綠酒(춘풍취록주) : 봄바람은 푸른 술잔에 불어와

落日重淹留(낙일중엄류) : 지는 해에 다시금 머물고 만다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제양통판응우청계장(題楊通判應遇靑溪障)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통판(通判) 양응우(楊應遇)의 청계(淸溪)를 그린 병풍에 글씨를 써주다

簿領催年鬢(부령최년빈) : 백성을 다스리는 일로 백발을 급히 불러들여

溪山入畫圖(계산입화도) : 시내도 있고 산도 있는 곳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렸으니

沙平舊岸是(사평구안시) : 사평(沙平)의 층층이 진 풍경은

月白釣船孤(월백조선고) : 달이 하얗고, 낚싯배 있고, 고아하다.

▸출처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출처 : 성소부부고 제26권 > 부록 1 ○ 학산초담





□ 제학림사묵죽(題鶴林寺墨竹)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낙파(駱坡) 이경윤(李慶胤)의 묵죽도에 쓰다

其一

帝子當年恨(제자당년한) : 순(純)임금 시절의 비극은

南來楚路窮(남래초로궁) : 남쪽 초(楚) 땅에 샌긴 (순임금을 따라죽은) 생명의 멈춤에 있다

愁聞古祠雨(수문고사우) : 아영사(娥英祠)에 비가 내리면 슬픔도 들리니

夜夜泣孤叢(야야읍고총) : 그런 밤이면 그 눈물자욱 짙게 보이네



其二

地瘐根從露(지유근종로) : 땅이 메마말라 뿌리가 드러나고

年多葉已空(년다엽이공) : 해 묵어 잎파리는 이미 다 없어졌구나.

如逢臺裏客(여봉대리객) : 누대 위 나그네를 만날 것 같으면

猶可柱成龍(유가주성룡) : 훌륭 사람의 지팡이로 삼을 수 있겠다.



其三

地闊江南野(지활강남야) : 땅 넓은 강남의 들판이라

隨村自滿園(수촌자만원) : 마을마다 절로 동산에 가득하다.

徑思尋舊路(경사심구로) : 길에 서서 옛길을 찾으려 해도

何處是柴門(하처시시문) : 어느 곳이 사립문인지 알 수 없구나



其四

迸地誰禁汝(병지수금여) : 땅 위로 솟아나오니, 누가 금할까

連天儘任君(련천진임군) : 하늘에 닿을 듯이 마음대로 자란다.

淸標足醫俗(청표족의속) : 맑고 곧아 속됨을 고칠만 하니

培植看仍雲(배식간잉운) : 북돋워 자라서 후손을 보게 되리라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증사준상인(贈思峻上人)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사준(思峻) 스님께 드리는 시(詩)

智異雙溪勝(지리쌍계승) : 지리산 쌍계사에서 득도를 하시었고

金剛萬瀑奇(금강만폭기) : 금강산에 들어가 명승지를 두루 탐방했고

名山身未到(명산신미도) : 이름이 자연 산(山)이 되었으나 아직 부처가 되시진 못해

每賦送僧詩(매부송승시) : 매번 시(詩)를 지어 스님께 보내야 하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출처 : 성소부부고 제26권 > 부록 1 ○ 학산초담





□ 贈漁父(증어부)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어부에게 지어주다

煙生浦口店(연생포구점) : 포구의 주점에 연기가 떠오르니,

罷釣滿緡風(파조만민풍) : 낚시를 마치고 엉킨 줄을 걷었지.

天外石陽盡(천외석양진) : 하늘 밖의 석양빛이 찾아드는데,

歸帆山影中(귀범산영중) : 돛대는 산 그림자 속으로 돌아가누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 贈鄕友(증향우)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고향 친구에게 지어주다

黃花已盡楓葉衰(황화이진풍엽쇠) : 국화꽃 지고 단풍잎도 모두 졌는데,

此夕相逢本不期(차석상봉본부기) : 오늘 밤에 서로 만남은 기약이 없었지.

一醉送君西郭路(일취송군서곽로) : 취하여 그대를 서쪽 마을로 보낼 때,

月明何處馬遲遲(월명하처마지지) : 달이 밝은 먼 마을에 말이 더디 가는구나.

▸ 출전 : 玉峯詩集上詩○七言絶句





□ 홍경사(弘慶寺) -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 ★

- 고려 현종시 직산에 지은 사찰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 : 가을 풀, 전 왕조의 절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 : 남은 비석에 한림학사의 글이로다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 : 천 년 동안 흘러온 물이 있어서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 : 지는 해에 돌아오는 구름을 본다

▸ 출전 : 玉峯詩集上詩○五言絶句





〚작자〛 백광훈(白光勳, 1537~1582)



본관은 해미(海美). 자는 창경(彰卿), 호는 옥봉(玉峯). 아버지는 백세인(白世仁)이며, 형인 백광안(白光顔)과 백광홍(白光弘) 및 종제 백광성(白光城) 등 한 집안 4형제가 모두 문장으로 칭송을 받았다. 삼당시인(三唐詩人)의 한사람이다.

백광훈은 박순(朴淳)의 문인으로 13세 되던 해인 1549년(명종 4)에 상경하여 양응정(梁應鼎)·노수신(盧守愼) 등에게서 수학하였다.1564년(명종 19)에 진사가 되었으나 현실에 나설 뜻을 버리고 강호(江湖)에서 시와 서도(書道)로 자오(自娛)하였다. 1572년(선조 5)에 명나라 사신이 오자 노수신을 따라 백의(白衣)로 제술관(製述官)이 되어 시재(詩才)와 서필(書筆)로써 사신을 감탄하게 하여 백광선생(白光先生)의 칭호를 얻었다.백광훈은 1577년(선조 10)에 처음으로 선릉참봉(宣陵參奉)으로 관직에 나서고, 이어 정릉(靖陵)·예빈시(禮賓寺)·소격서(昭格署)의 참봉을 지냈다. 그는 최경창(崔慶昌)·이달(李達)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 불리었다. 송시(宋詩)의 풍조를 버리고 당시(唐詩)를 따르며 시풍을 혁신하였다고 해서 그렇게 일컬었다.송시냐 당시냐 하는 시비는 아주 심각하게 전개되었다. 삼당시인들은 송시가 자연스런 감동에서 멀어지고 인정이나 세태의 절실한 경험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을 지적하고, 방향전환을 위해서 당시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그래서 백광훈의 시는 당풍(唐風)을 쓰려고 노력하였고, 풍류성색(風流聲色)을 중시하여 자못 낭만적이고 염일(艶逸)한 시풍(詩風)을 지녔던 것이다. 이정구(李廷龜)는 그의 문집 서(序)에서 백광훈은 손꼽히는 호남시인으로 특히 절구(絶句)를 잘하여 당나라의 천재시인 이하(李賀)에 비견된다고 하였다.또한 그의 시는 천기(天機)로 이루어진 것이라 평하였다. 백광훈은 이산해(李山海)·최립(崔岦) 등과 더불어 팔문장(八文章)의 칭호를 들었다. 글씨에도 일가를 이루어서 영화체(永和體)에 빼어났다. 별세한 뒤 1590년(선조 23) 강진(康津)의 서봉서원(瑞峰書院)에 제향되었고, 저서로는 『옥봉집(玉峯集)』이 있다. 현재 그의 유묵(遺墨)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1981년 유물관이 건립되었다.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경창 시  (3) 2022.12.26
苦熱  (2) 2022.12.26
枕上吟 (賈島)  (0) 2022.11.07
노수신 (盧守愼) - 十六夜 喚仙亭二首 次韻  (4) 2022.10.29
<제화산사벽(題花山寺壁)> 소순흠(蘇舜欽)  (0)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