苦熱

2022. 12. 26. 16:55한시

苦熱  고열
견디기 어렵도록 심한 더위.

苦熱(고열)/高熱行(고열행)

王維(왕유)



赤日滿天地(적일만천지),火雲成山嶽(화운성산악)。

草木盡焦卷(초목진초권),川澤皆竭涸(천택개갈학)。

輕紈覺衣重(경환각의중),密樹苦陰薄(밀수고음박)。

莞簟不可近(완점불가근),絺綌再三濯(치격재삼탁)。

思出宇宙外(사출우주외),曠然在寥廓(광연재료확)。

長風萬里來(장풍만리래),江海蕩煩濁(강해탕번탁)。

却顧身爲患(각고신위환),始知心未覺(시지심미각)。

忽入甘露門(홀입감로문),宛然清涼樂(완연청량락)。



<원문출처>苦熱/作者:王維/全唐詩·卷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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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은 천지에 가득하고 타는 듯한 붉은 구름이 산악을 이루었다.

초목들은 모두 말라비틀어지고 냇물과 호수도 다 말라버렸다.

가벼운 비단옷도 무겁게 느껴지고 빽빽한 나무숲도 그늘이 적어 괴롭다.

대자리도 뜨거워 가까이 할 수 없고 시원한 갈포 옷도 두세 번 빨아 입는다.

우주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하면 텅 비고 끝없이 넓은 곳에서 마음이 탁 트이리라.

만 리 먼 곳에서 센 바람 불어와 강해의 번잡함을 모두 쓸어내리리라.

돌이켜 보니 근심 걱정이 내 몸에 있나니, 비로소 알았노라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을.

홀연히 열반에 이르는 문으로 들어가면 청량한 즐거움이 실로 완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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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苦熱(고열) : 견디기 어렵도록 심한 더위. 괴로운 무더위.

○ 赤日(적일) : 뙤약볕. 강렬한 태양.

○ 火雲(화운) : 여름철의 구름. 여름철의 타는 듯한 붉은 구름.

○ 焦卷(초권) : 말라비틀어지다

○ 竭涸(갈학) : 물이 바짝 마르다

○ 輕紈(경환) : 가벼운 비단 옷.

○ 莞簟(완점) : 대자리.

○ 絺綌(치격) : 곱게 짠 갈포와 굵게 짠 갈포. 갈포 옷.

○ 寥廓(요확) : 텅 비고 끝없이 넓다.

○ 煩濁(번탁) : 번잡하다.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정서.

○ 却顧(각고) : 돌이켜보다.

○ 爲(위) : 유(有). 있다.

○ 甘露門(감로문) : 감로와 같은 열반에 이르는 문. 즉 부처의 교법.

○ 宛然(완연) :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주 또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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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왕유(王維)가 지은 시로 고열(高熱) 또는 고열행(高熱行)이라고도 한다. 고열행(高熱行)은 악부시집 잡곡가사(雜曲歌辭)에 속한다. 왕유는 불교신자로 무더운 여름날 불법을 깨달으면 청량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 시이다.

苦熱二十韻 고열이십운 張維 장유
고통스러운 무더위 이십 운

火帝¹司天役祝融¹ 화제사천역축융
화제가 하늘을 맡아 축융을 부리니
八紘²都在一爐中 팔굉도재일로중
세상이 온통 한 화로 속에 든 것 같네
南訛¹本爲資生長 남와본위자생장
남와의 본분은 생장을 돕는 것일진대
北至³翻成煽蘊隆 북지번성선온융
북지가 되니 더위만 더 크게 부추기네
赤日曈曈纔出海 적일동동재출해
붉은 해 바다에서 겨우 솟아오르자마자
炎雲爀爀欲燒空 염운혁혁욕소공
구름도 붉게 타올라 하늘 태울 듯하네
乾坤未見淸凉地 건곤미견청량지
하늘땅 어딘들 서늘한 곳 보이지 않으니
陶鑄誰尸橐鑰功 도주수시탁약공
대장간 가마 풀무질은 도대체 누가 하는가
燕谷却嫌鄒子律⁴ 연곡각혐추자율
연나라 곡구가 추연의 양율도 싫어 물리치고
蜀山應鑠鄧家銅⁵ 촉산응삭등가동
촉산의 등씨 구리 산도 응당 녹아내리겠네
千林畏佳溫風動 천림외가온풍동
큰 수풀에도 무더운 바람 일어날까 두렵고
萬壑歊噓毒霧濛 만학효허독무몽
골짝마다 김이 올라 장독(瘴毒)같은 안개 끼었네
大抵有泉皆似沸 대저유천개사비
샘이란 샘물은 모두 끓어오르는 듯하고
遂令無物不成烘 수령무물불성홍
달궈지지 않은 물건 하나도 없게 되었네
壺頭鳶墮靑茅瘴⁶ 호두연타청모장
호두산 솔개도 청모의 장기(瘴氣)에 떨어지고
潭底龍焦紫貝宮 담저용초자패궁
못 속의 용마저 자패궁에서 더위에 지치는구나
最是書生偏懊惱 최시서생편오뇌
가장 오뇌에 시달리는 바로 이 서생은
不堪環堵翳蒿蓬 불감환도예호봉
쑥대로 둘러싸인 곳에서 견디지 못하겠네
墻陰厭聽蛙聲聒 장음염청와성괄
담 밑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도 싫고
甕牗愁看豹脚通 옹유수간표각통
창틈으로 드나드는 각다귀 근심스레 쳐다보네
穿破短衫渾涴汗 천파단삼혼완한
구멍 뚫린 홑적삼에 후줄근히 땀 흘러서
捉來輕箑强搖風 착래경삽강요풍
가볍게 부채 잡고 바람을 세게 부쳐대네
涼軒珍簟貧難辦 양헌진점빈난판
서늘한 집과 대자리는 가난해서 갖추기 어려워도
水玉秋菰⁷句漫工 수옥추고구만공
찬 수정(水晶)과 가을 고채(菰菜) 시로는 잘 읊네
街上衝塵多褦襶⁸ 가상충진다내대
먼지 무릅쓰고 쏘다니는 길거리의 내대자들
樾中蔭暍是帲幪 월중음갈시병몽
가로수 그늘 아래서 더위나 좀 식히시게
平泉會客龍皮滑⁹ 평천회객용피활
평천장에 모인 손님에게 용피 바람 불어오니
河朔¹⁰開筵羽爵崇 하삭개연우작숭
하삭음 잔치 열고 술잔들을 높이 드네
不是炎凉元有別 불시염량원유별
더운 날 시원한날 구분함이 옳지 않음은
由來苦樂自難同 유래고악자난동
고락이 한 가지 어려움에서 유래하기 때문일세
璇璣¹¹斟酌無停運 선기짐작무정운
북두성은 술 따르기 위해 운행 멈추는 일 없이
舒慘¹²循環本至公 서참순환본지공
본시부터 공평하게 음양을 펼치고 참하며 도네
龍火¹³乍從三伏轉 용화사종삼복전
용화가 갑자기 삼복 따라 기울어지면
鷹風¹⁴漸入九秋雄 응풍점입구추웅
가을철 접어들며 응풍이 점점 불어오리
冲和在我心無累 충화재아심무루
평정심을 가지면 마음에 누 될 게 없고
裘葛隨時道不窮 구갈수시도불궁
때맞춰 갖옷 칡옷 입어도 도에 궁하지 않네
玄圃樓臺氷淅瀝¹⁵ 현포루대빙석력
현포 누대 올라서면 찬 바람소리 들리고
露寒宮殿¹⁶玉玲瓏 로한궁전옥령롱
노한궁에는 옥호(玉壺) 소리가 영롱하네
仙凡路隔何由到 선범로격하유도
무릇 신선되는 길은 어떤 연유로 멀어지니
高臥長懷漉酒翁¹⁷ 고와장회록주옹
높이 누워 녹주옹만 오랫동안 생각하네

※¹火帝(화제) 祝融(축융) 南訛(남와) : 모두 중국의 신화에 나오는 불이나 여름, 남방(南方)을 담당하는 신들이다.
※²八紘(팔굉) ; 팔방의 너른 범위라는 뜻으로, 온 세상을 이르는 말.
※³北至(북지) : 하지(夏至)의 다른 이름. 태양이 이날 적도(赤道)의 최북단에 도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⁴燕谷 鄒子律(연곡 추자율) : 전국 시대 제(齊) 나라의 추연(鄒衍)이 연(燕) 나라의 곡구(谷口)에 있을 때, 땅이 비옥함에도 기온이 낮아 농사가 안 되는 것을 보고, 양율(陽律)을 불어넣어 곡식을 자라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⁵鄧氏銅山(등씨동산) : 한 문제(漢文帝)가 총신(寵臣)인 등통(鄧通)에게 촉군(蜀郡) 엄도(嚴道)의 동산(銅山)을 하사하여, 스스로 동전을 만들게 해서 거부(巨富)가 되도록 했다는 고사가 있다. 《史記》
※⁶壺頭鳶墮靑茅瘴(호두연타청모장) : 후한(後漢)의 마원(馬援)이 교지(交趾)를 공격하며 호두산에 이르렀을 때 혹독한 무더위에 병으로 죽는 사졸들이 늘어나고 자신도 병에 걸리자 “찌는 듯한 독기에 솔개마저 물속에 툭툭 떨어지나니, 고향에서 편히 살자던 소싯적의 그 말을 누워서 떠 올린 들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毒氣熏蒸 仰視鳥鳶跕跕墮水中 臥念少游平生時語 何可得也]”라고 탄식했던 고사를 인용하였음. 청모(靑茅)는 남방에서 나는 향기가 독한 띠풀 이름이다.
※⁷水玉秋菰(수옥추고) : 진(晉) 나라 장한(張翰)이 가을에 고향의 고채(菰菜) 맛이 그리워 벼슬을 그만두고 귀향했던 고사와, 두보(杜甫)가 이 고사를 인용한 시에 “어찌하면 차가운 수정 지니고, 서늘한 가을 고채 맛을 볼거나. [乞爲寒水玉 願作冷秋菰]”라는 구절에서 인용했다.
※⁸褦襶子(내대자) : 사리를 분간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내대는 본래 여름철에 햇빛을 가리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쓰는 삿갓의 일종인데, 삼국 시대 위(魏)나라 정효(程曉)의 시 〈더운 여름의 손님을 조롱하다(嘲熱客)〉에 “지금 삿갓 쓴 이가, 무더위에 남의 집 찾아왔네. 주인이 손님 왔다는 말 듣고, 이를 어쩌나 하며 찡그리네.〔只今褦襶子 觸熱到人家 主人聞客來 嚬蹙奈此何 〕” 한 데에서 유래하였다.
※⁹平泉會客龍皮滑(평천회객룡피활) : 당(唐) 나라 이덕유(李德裕)가 별장인 평천장(平泉莊)에서 여름에 주연(酒宴)을 베풀 때, 황금 항아리에 담은 물로 백룡피(白龍皮)를 적셔 놓으니 한기(寒氣)가 일어나면서 서늘해졌다는 전설이 있다.
※¹⁰하삭음(河朔飮) : 피서(避暑) 목적의 주연(酒宴)을 말한다. 후한(後漢) 말에 유송(劉松)이 원소(袁紹)의 자제와 함께 하삭(河朔)에서 삼복(三伏) 더위를 피하려고 밤낮으로 주연을 베풀었던 고사에서 유래함.
※¹¹璇璣(선기) ; 북두칠성의 제1성(第一星)에서 제4성까지를 가리키던 말.
※¹²舒慘(서참) : 양서 음참(陽舒陰慘)의 줄임말로 ‘따뜻하게 펴주고 참혹하게 처벌함’을 이르며, 음양(陰陽)ㆍ고락(苦樂) 등 대립 개념을 총괄하여 표현하는 말이다.
※¹³龍火(용화) : 화성(火星)을 말하는데, 동방 7수(宿) 중의 심수(心宿)로서, 이 별이 서쪽으로 기울어지면 화기(火氣)가 수그러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¹⁴鷹風(응풍) : 입추가 되면 응준(鷹隼;새매)이 맹위를 떨친다는 말에서 비롯하여 가을바람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¹⁵淅瀝(석력) : 비나 눈이 내리는 소리 또는 바람이 나무를 스치어 울리는 쓸쓸한 소리로 시원한 바람을 의미한다.
※¹⁶露寒宮(노한궁) : 노한궁(露寒宮)은 한(漢) 나라 궁전 안의 관소(館所) 이름인데, 두보(杜甫)의 시에 萬里露寒殿 開氷靑玉壺(만리노한전 개빙청옥호)라는 구절이 있어 인용했다.
※¹⁷漉酒翁(녹주옹) : 술 거르는 늙은이라는 뜻으로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킨다. 도연명이 술이 익으면 갈건(葛巾)으로 술을 걸러낸 다음 다시 머리에 썼다고 한다.


苦熱 고열       尹愭 윤기  
무더위

陽烏赫烈一何威 양오혁렬일하위
맹렬한 붉은 태양이 어찌나 위세가 센지
火傘張空爐四圍 화산장공로사위
불 일산을 펼치고 화로로 둘러싼 듯하네
道上行人多暍病 도상행인다갈병
길 위의 사람들은 목이 말라 괴로워하고
園中蒔菜盡萎腓 원중시채진위비
동산에 심은 채소는 시들어 죽어가는구나
思將赤脚層氷踏 사장적각층빙답
맨발로 층층 얼음 밟고 싶은 생각 들어도
徒喚蒼頭巨扇揮 도환창두거선휘
종놈 불러서 큰 부채나 부치게 해야겠네
安得雲梯登九萬 안득운제등구만
어찌하면 사다리 얻어 높은 하늘 올라서
手傾銀漢洗炎暉 수경은한세염휘
은하수를 기울여서 불볕더위 씻어낼까

※陽烏(양오) : 전설상의 새로서 태양 속에 있다는 발이 세 개 달린 삼족오(三足烏)인데, 여기서는 태양을 뜻한다.
※蒼頭(창두) : 예전 사내종을 이르는 말.


苦熱 託喩 고열 탁유      尹愭 윤기
무더위 빗대어 비유하다.

夏日不可暮 하일불가모
여름날은 해도 저물지 않으니
令人愁益老 영인수익로
늙어가는 사람을 근심스럽게 하네
當空火傘大 당공화산대
하늘엔 불덩이가 큰 일산처럼 떴고
滿地炎海浩 만지염해호
땅에는 불바다가 넓게 가득 차있네
無計逃命全 무계도명전
목숨 보전하러 달아날 방법 없으니
何處安身好 하처안신호
어디서 몸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
況復蒼蠅多 황부창승다
게다가 푸른 파리까지 다시 들끓어
侵昏自晨早 침혼자신조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습격하네
吮嘬羹變味 연최갱변미
국물을 물고 빨아대니 맛도 변하고
點汚衣失皓 점오의실호
똥을 싸 점으로 흰 옷이 더러워지네
集筆劒欲拔 집필검욕발
붓 끝에 달려들 땐 칼 빼들고 싶고
萃鬢心尤惱 췌빈심우뇌
수염에 달려들 땐 더욱 짜증 나구나
無賴巨扇揮 무뢰거선휘
커다란 부채 휘둘러도 소용이 없고
安得大帚掃 안득대추소
큰 빗자루로 쓸어버리면 어떨까
夜深些凉生 야심사량생
밤 깊어져서 서늘함이 조금 생기면
少冀舒煩燥 소기서번조
성가심이 나아질까 조금 기대했는데
其苦反有甚 기고반유심
그 괴로움은 오히려 더 심해져서
通昔憂懆懆 통석우조조
밤새도록 근심스레 불안에 시달렸네
恣噆沸蚊蝱 자참비문맹
모기와 등에가 들끓어서 마구 깨물고
迭侵騰蠍蚤 질침등헐조
전갈과 벼룩이 날뛰며 귀찮게 덤비네
或云化坌埃 혹운화분애
혹은 먼지와 티끌이 변해 생긴다 하고
復道生茂草 부도생무초
또 무성한 풀에서 생긴다고도 하는데
微物爲人害 미물위인해
미물이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니
誰能卽誅討 수능즉주토
즉시 없애 버릴 사람 누가 있을까
爬搔不停手 파소불정수
긁어 대느라고 손을 멈추지 못하니
無由開懷抱 무유개회포
가슴을 열고 감싸줄 이유가 없구나
雞鳴一何催 계명일하최
오로지 닭 울기를 얼마나 재촉했나
旋又出杲杲 선우출고고
또다시 해가 떠서 높다랗게 솟았네
奚但苦炎蒸 해단고염증
어찌 단지 찌는 더위만 괴로울까
重以困霖潦 중이곤림료
장마의 큰 비도 크게 괴롭구나
而我素憚暑 이아소탄서
나는 본래 무더위를 겁내는 데다
衰境尤愁倒 쇠경우수도
노년이 되니 더욱 시름에 겹구나
疾病轉侵尋 질병전침심
질병도 더욱 깊이 침노해 와서
形骸已枯槁 형해이고고
이미 몰골이 야위고 말라 가네
執熱未逝濯 집열미서탁
무더위에도 씻으러 가지를 못하니
終恐不自保 종공불자보
끝내 자신을 못 지킬까 두렵네
乞借層氷脚 걸차층빙각
층층의 얼음을 얻어다가 발을 담고
願作寒水藻 원작한수조
시원한 한천수나 만들어 먹고 싶네
何當迎颯飈 하당영삽표
하지만 찬바람을 어떻게 끌어와서
正氣肅霜昊 정기숙상호
크게 쌀쌀하게 기운을 바로잡을까

※集筆(집필) : ‘승집필단(蠅集筆端)’의 준말. 위나라 때에 성격이 급한 왕사(王思)라는 인물이 붓을 잡고 글씨를 쓰려는데, 파리가 붓 끝에 달려들어 쫓아내면 다시 오곤 하였다.〔思又性急 嘗執筆作書 蠅集筆端 驅去復來〕 이렇게 몇 차례 일어나 파리를 쫓아도 뜻대로 되지 않자 붓을 집어던지고 탑자(榻子)를 부수었다고 하는 고사를 인용한 표현이다.

苦熱(고열)
성호 이익

전에 없던 더위라고 해마다 하는 말에
막상 닥쳐 생각하면 그러리라 여겨지고
사람은 생각 잊으나 하늘마음 한결같아.
年年人道熱無前 卽事斟量也似然
연년인도열무전 즉사짐량야사연
自是凡情忘過去 天心均一豈容偏
자시범정망과거 천심균일기용편

※한자와 어구

年年: 해마다. 人道: 사람들이 말하다. 熱無前: 전에 없던 더위. 卽事: 여름이 닥치다. 斟量: 생각해 보다. 也似然: 응당 그러하다. // 自是: 스스로 그렇다고 하다. 凡情: 모든 정. 그렇게 여기다. 忘過去: 과거를 잊다. 天心: 하늘의 마음. 천심. 均一: 균일하다. 豈容偏: 어찌 치우침이 없네.

苦熱(고열)2 / 성호 이익
온 몸에 종일토록 땀이 줄줄 흐르니
힘겨운 부채질은 잠시 쉬지 못하는데
초가집 비록 좁지만 접어두는 근심만.
渾身竟日汗漿流    揮扇功高不暫休
혼신경일한장류      휘선공고불잠휴
想到夏畦人情病    茅廬雖窄亦寬愁
상도하휴인정병      모려수착역관수

초가집은 비록 좁지만 근심만은 우선 접어두네(苦熱2)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이며 조선의 실학자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온 몸에 하루 종일 땀이 줄줄 흐르더니 / 힘겨운 부채질은 잠시도 쉬지 못 한다네 // 밭에 일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생각하고 / 초가집은 비록 좁지만 근심만은 우선 접어두네]라는 시상이다.

【한자와 어구】
渾身: 온 몸. 竟日: 마침내 하루 종일. 汗漿流: 땀을 줄줄 흐르다. 揮扇: 부채를 부치다. 功高: 커다란 공이다. 不暫休: 잠시도 쉬지 않다. // 想到: 생각해 보다. 夏畦: 여름에 밭에서 일하다. 人情病: 사람 정의 괴로움. 茅廬: 초가집. 雖窄: 비록 좁다. 亦寬愁: 또한 근심을 접다. 곧 너그럽게 하다.

육계(六癸) 부적을 사용하면 한여름 땡볕 아래 두꺼운 가죽옷을 입고 화롯불 열 개를 둘러놓아도 뜨거운 줄 모르고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포박자(抱朴子)>에 실린 더위 피하는 방법이다. 이런 부적을 구할 길은 물론 없다. 그저 상상으로 더위를 달랠 뿐이다. 윤기라는 인물은 열두 살 때 지은 ‘고열(苦熱)’이라는 시에서, 하늘까지 닿는 사다리에 올라가 은하수를 기울여 불볕더위를 씻어낼 시원한 비를 뿌리고 싶다고 하였다. 많은 시인들이 폭염을 주제로 시를 지으면서 얼음 담긴 옥병이나 서늘한 바람과 이슬을 꿈꾸곤 했다.

상상으로만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풍류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었다. 정약용은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을 시로 읊었다. 소나무 그늘 아래 활쏘기, 시원한 바람 맞으며 그네 타기, 왁자지껄 투호 겨루기, 돗자리에 앉아 내기 바둑 두기, 술잔 기울이며 연꽃 즐기기, 새벽 숲속의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어려운 운자로 시 짓기, 모두 잠든 달밤에 시냇물에 발 담그기.

옛사람들이 더위를 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부채였다. 부채에 쓰인 청량한 글 역시 더위를 잊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가운데 “무더위는 혹독한 관리 떠나듯 물러가고, 맑은 바람이 정든 벗 찾아오듯 불어온다(大暑去酷吏, 淸風來故人)”는 두목(杜牧)의 시구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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