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9. 04:48ㆍ한시
* 16일 밤에 환선정의 시 2수에 차운하다
1.
칠월 십육일 초가을 밤
삼천리 잔잔한 물이 앞에 흐르고
순천의 화려한 이 누각에 오르니
천지가 신선 세계로다
굽은 난간엔 맑은 바람 스쳐 가고
높은 하늘엔 밝은 달이 걸려 있네
시름겨워 큰 휘파람 부노라니
외로운 학이 빙빙 돌며 지나가누나
二八初秋夜이팔초추야 三千弱水前삼천약수전
昇平好樓閣승평호루각 宇宙幾神仙우주기신선
曲檻淸風度곡함청풍도 長空素月懸장공소월현
愀然發大嘯초연발대소 孤鶴過蹁躚고학과편선
* 승평昇平 : 전라남도 순천順天 지역의 옛 지명으로 노수신이 유배된 곳이다.
* 편선蹁躚 : 빙 돌아서 가는 모양.
2.
높은 솟은 계수나무 은하를 가로질렀고
둥근 달은 은하수 빠질듯 빠져나오네
하늘에선 처음으로 이슬이 내리고
먼 바다엔 파도가 일지 않누나
백발 성성하여 누각에 서니
일편단심 오늘 밤에 유독 깊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
억지로라도 웃어야지 어찌 눈물만 흘리리
高桂長橫漢고계장횡한 圓蟾不沒河원섬불몰하
半空初下露반공초하로 萬里摠無波만리총무파
白髮當樓滿백발당루만 丹心此夜多단심차야다
忘言不須辨망언불수변 自樂豈由他자락기유타
* 圓蟾不沒河원섬불몰하 : 둥근 달. 둥근 두꺼비.
두보의 〈월(月)〉 시에 의하면 “천상에 가을 절기가 다가오니, 인간에 달빛이 맑기도 하여라. 은하에 들어가도 두꺼비는 빠지지 않고, 약을 찧는 토끼는 장생불사하누나.
〔天上秋期近, 人間月影淸. 入河蟾不沒, 搗藥兔長生.〕”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5》
* 두보(杜甫) - 月(월)
천상에 가을 절기가 다가오니
인간에 달빛이 맑기도 하여라
은하에 들어가도 두꺼비는 빠지지 않고
약을 찧는 토끼는 장생불사하누나
단지 일편단심의 마음 고통만 더할 뿐
환한 달빛에 백발만 더 늘어나네
창과 방패 천지에 가득하니
長安의 서쪽은 비추지 말아다오
天上秋期近천상추기근 人間月影淸인간월영청
入河蟾不沒입하섬불몰 搗藥兎長生도약토장생
只益丹心苦지익단심고 能添白髮明능첨백발명
干戈知滿地간과지만지 休照國西營휴조국서영
* 白髮當樓滿백발당루만 : 두보의 〈월원(月圓)〉 시에 의하면
“외로운 달빛은 누각에 당하여 가득하고, 찬 강물은 밤 사립을 움직이네.
〔孤月當樓滿, 寒江動夜扉.〕”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7》
* 두보(杜甫)- 月圓(월원)
외로운 달 누각 위에 가득하고
차가운 강물 빛이 밤 사립문에 어리네
금빛 달빛은 파도에 실려 반짝이고
비단 방석은 달빛을 받아 더욱 눈부시네
둥근 달이 높이 걸리니 적막한 산은 고요하고
반짝이던 별빛들도 희미하네
고향에는 솔과 계수 무성하리니
하늘 가 고향에도 맑게 비추리
孤月當樓滿고월당루만 寒江動夜扉한강동야비
委波金不定위파금부정 照席綺逾依조석기유의
未缺空山靜미결공산정 高懸列宿稀고현렬수희
故園松桂發고원송계발 萬里共清輝만리공청휘
* 忘言不須辨망언불수변 :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말이란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니, 뜻을 얻었으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言者, 所以在意, 得意而忘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이 시는 8월 16일 신선을 부르는 정자(亭子)인 환선정에 올라 지은 제영시(題詠詩).
노수신은 오언율시를 아주 잘 지었는데, 위의 시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이다.
* 이 외에도 『성소부부고』에는 노수신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국조(國朝)의 시(詩)는 중종조(中宗朝)에 이르러 크게 성취되었다.
용재(容齋) 이행(李荇)이 시작을 열어 눌재(訥齋) 박상(朴祥)·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충암(冲庵) 김정(金淨)·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이 일세(一世)에 나란히 나와 휘황하게 빛을 내고 금옥(金玉)을 울리니 천고(千古)에 칭할 만하게 되었다. 국조의 시는 선조조(宣祖朝)에 이르러서 크게 갖추어지게 되었다. 노소재(盧蘇齋)는 두보(杜甫)의 법을 깨쳤는데 지천(芝川) 황정욱(黃廷彧)이 뒤를 이어 일어났고, 최경창(崔慶昌)·백광훈(白光勳)은 당(唐)을 본받았는데 이익지(李益之)가 그 흐름을 밝혔다. 우리 망형(亡兄)의 가행(歌行)은 이태백(李太白)과 같고 누님의 시는 성당(盛唐)의 경지에 접근하였다.
그 후에 권여장(權汝章)이 뒤늦게 나와 힘껏 전현(前賢)을 좇아 용재(容齋)와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니, 아! 장하다.
(我朝詩(아조시) 至中廟朝大成(지중묘조대성) 以容齋相倡始(이용재상창시) 而朴訥齋祥申企齋光漢金冲庵淨鄭湖陰士龍(이박눌재상신기재광한김충암정정호음사룡) 竝生一世(병생일세) 炳烺鏗鏘(병랑갱장) 足稱千古也(족칭천고야) 我朝詩(아조시) 至宣廟朝大備(지선묘조대비) 盧蘇齋得杜法(노소재득두법) 而黃芝川代興(이황지천대흥) 崔白法唐(최백법당) 而李益之闡其流(이이익지천기류) 吾亡兄歌行似太白(오망형가행사태백) 姊氏詩恰入盛唐(자씨시흡입성당) 其後權汝章晩出(기후권여장만출) 力追前(역추전현) 可與容齋相肩隨之(가여용재상견수지) 猗歟盛哉(의여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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