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7. 07:29ㆍ한시
베개 베고 누워 시를 읊다
夜長憶白日(야장억백일), 긴긴밤 밝은 해를 그리며
枕上吟千詩(침상음천시). 베개 베고 누워 천 수의 시를 읊는다.
何當苦寒氣(하당고한기), 언제라야 이 견디기 힘든 추위가
忽被東風吹(홀피동풍취). 홀연히 동풍에 날아가 버릴는지.
氷開魚龍別(빙개어룡별), 얼음 풀리면 물고기와 용으로 나뉘어
天波殊路岐(천파수로기). 구름 헤치며 서로 다른 길을 가겠지.
백일(白日) : 구름이 끼지 않은 밝은 해. 대낮.
하당(何當) : 언제라야 ~ 하겠는가? 역자가 가장 애송하는 최애시 이상은(李商隐)의 <야우기북(夜雨寄北 비 내리는 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시에 “언제라야 그대와 둘이 다정하게 서창의 촛불 심지를 자르며 파산에 밤비 내리던 이 시절을 추억삼아 이야기하겠는지요(何當共剪西窗燭, 却話巴山夜雨時) 구절에도 ‘하당’이 나온다.
피(被) : 피동을 만드는 동사. “被+A+B”는 “A에 의해서 B당하다”는 의미이다. 이 시에서 “피동풍거(被東風吹)”는 “동풍에 의해서 취(吹) 당하다” 즉 “동풍에 의해서 불림을 당하다”는 의미다. 동풍이 불어와서 (한 겨울의 추위가) 동풍에 의해서 바람 불려 날아가다.
동풍(東風) : 봄바람.
어룡(魚龍) : 물고기와 용. 황하의 용문(龍門)에서는 잉어가 뛰어 올라 용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문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 부른다. 봄이 되어 얼음이 녹고 다시 물이 흐르면 등용문에 드는 물고기는 용이 되고, 들지 못하는 물고기는 물고기로 남는다는 의미로, 신분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천파(天波) : 황제의 은택(恩澤)을 비유하는 단어로 사용되지만, 수세(水勢)가 질펀할 정도로 드넓은 큰 강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여기서는 하늘의 구름을 가리키며 아주 높은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수로(殊路) : 현저히 다른 길. 운니수로(雲泥殊路)라 하면 “지위가 현격하게 차이나다”는 의미의 성어다.
기(岐) : 기로. 여러 갈래로 갈린 길. 갈림길. 미래의 향방이 상반(相反)되게 갈라지는 지점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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