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축의 금강산 한자시선

2022. 7. 7. 12:56金剛山

안축(, 1282-1348)은 13세기 말~14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문인. 자는 당지(), 호는 근재() 벼슬은 성균학정, 사의대부, 찬성사, 강원도 관찰사 등을 지내였다. 어릴 때부터 시문에 능하고 관심이 많아 자신의 생활체험을 시에 담아 읊었다. 그의 시 작품들로는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관동지방을 돌아보며 읊은 시들을 묶은 시집 《관동와주》와 경기체가요들인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이 널리 알려졌다. 시문집으로 《근재집》이 있다.

금강산(1수)()

하늘중천 지나서 노을 속에 들었거니
이제야 알겠노라 산마루에 올랐음을

내 구름에 몸 감으니 학을 타고 오른 듯
가파로운 돌층계는 하늘가에 잇닿았네

금강산(2수)()

골격만 선 산봉우리 창검인 듯 선명하고
재 올린 중들은 할 일 없어 앉아 있네

어찌하여 저렇듯 산아래 백성들은
이곳을 바라보며 이마살 찌프리나

삼일포(1수)()

골안에 묻혀 있는 신선경치
유리같은 바다물이 출렁이는데
오손도손 사이좋은 작은 섬들은
련꽃인 양 물 우에 솟아있구나

새처럼 나래 펼친 정자 우에선
금단청 아롱다롱 빛을 뿌리고

란간에 의지하여 사방을 살펴보니
서른 여섯 봉우리 기기묘묘하여라

돌집에 안치한 돌부처는
태고적 푸른 이끼 덮여 있는데
신선들 학을 타고 떠나간 여기
높은 산 넓은 바다 천만 겹일세

동강난 옛 비석은 모래에 묻히고
붉은 빛 옛 글 흔적만 겨우 남았구나
배를 몰아 맑은 향기 맡으려 해도
신선의 그 자취는 찾을 길 없네

물속에 잠긴 달 더없이 아름답고
바위 우에 자란 솔 푸르고 푸르네
슬프다 이내 몸 늙어서인가
滿 떠도는 구름조차 시름겹구나

삼일포(2수)()

정자 우의 기묘한 경치 볼수록 한폭 그림 같네
속세에 떠도는 나그네 선경에 와닿은 듯

쌍을 이룬 해오라기 안개 속에 날아예고
기묘한 서른 여섯 봉우리 물 우에 밝게 비치누나

비석 우의 글씨 흔적 그 시기 찾기 어렵고
어부들 부르던 노래 가락조차 변하였구나

오로지 남아있는 건 바위 우의 필적뿐이거니
누가 그것을 보고 영랑의 마음 헤아리랴

통천 총석정( )

천 갈래 기괴한 돌 기봉을 이루었고
푸른 벼랑 안개 비껴 물빛같이 진해라

고래물결 끓는 바다 눈서리로 가득 찬 듯
아지랑이 공중에 떠 루각은 겹쳐보이네

태고 때의 비석 있어 흐린 글자 알 듯 말 듯
어느 시대 로송인지 뻗은 뿌리 울퉁불퉁

물속 돌의 부들갓은 서로 마주 절을 하고
달빛 아래 도사는 부르면 만나볼 듯

신선들이 비방울로 흩어진 것 슬퍼지며
속인들이 구름같이 따르는 것 보기 싫어

정자 앞의 물새들과 서로 벗이 된다면
인간세상 티끌자취 쓸어버리리

총석()

아름다운 그 모습 시로 쓰랴 그림에 담으랴

두말없이 한마디로 말하면 천하에 없는 절경이여라

배우에서 옛사람의 글 흐뭇이 읊었건만
올 적마다 이 늙은이 오히려 경탄만 하노라

영랑호()

끝없이 펼쳐진 호수 거울같이 맑은데
파란 물결 잔잔하여 흐르지 않는 듯
꽃배 띄워놓고 가는 대로 맡겨두고
날아예는 갈매기 따라 흔들흔들 저어가네

가슴도 후련하게 맑은 정취 자아내니
이름난 강 죄다 모인 듯 깊고도 그윽해라
붉은 벼랑 우엔 푸른 돌 깔려있고
백옥같은 골안에는 진주돌 묻혔으리

산세 따라 내려가다 솔숲에 배를 대니
하늘은 푸르고 가을선기 도는구나
련꽃은 정갈하여 물에다 씻었는가
풀빛 짙은 순채나물 연하고도 보드랍네

저물녘 배 몰아 돌아가려니
눈앞에 펼쳐진 경치 만고의 시름인 듯
내 만약 옛 신선처럼 될 수만 있다면
여기서 그들 따라 싫토록 놀고 가리

통천 옹천1)( )

험한 바위 바다 막아 높은 벼랑 되였으니
구름다리 공중 걸려 바라보니 어지럽네

굽어보니 미친 파도 그 깊이 알 수 없는데
톺아오를 돌길은 아슬하고 미끄러워라

사람들은 엎드려 두 손 잡고 기여가고
여윈 말은 겁을 먹고 네 굽을 움츠리네

마부를 호령하는 왕공자신도 떨거늘
날 줄 아는 신선도 걸쳐 넘어지리라

험하고 가파롭기 정경관에 비길소냐
요새로는 모름지기 함곡관 같으리라

외적들이 이곳을 넘나 들었다 하거늘
어찌하여 이런 길목 쉽게 지킬 명장 없었노

흡곡 천도( 穿)

큰 파도 답새기는 이 작은 섬에
穿 가로 뚫린 훤한 구멍 마주 났기에

남북 물이 서로 만나
맞부딪쳐 부서지며 눈발 날리네

기묘하게 생긴 바위 온 섬에 가득 차
줄기줄기 한결같이 깎아질렀네

산가치를 쌓은 듯 가로 누운 것
무쇠기둥 감싸듯 거꾸로 선 것

긴 것은 한데 묶어세운 듯
짧은 것은 흩어지고 널리여 있네

그늘진 벼랑에는 웅뎅이 생겨
놀란 파도 쉬임없이 찧고 깨물어

구멍 안이 좀 넓고 평평하지만
앉을 자리 펼만 한 땅도 없어라

이끼돌은 미끄럽고 기울어지고
비린내 풍기여서 불결하여라

바다바람 갑자기 머리를 치니
잠시나마 마음이 불쾌해지네

기슭을 바라보며 배를 재촉해
사공이 힘 다하여 삿대질하니

가고 가서 백사장 물가에 닿아

고기밥을 면했음을 기뻐했노라

이 섬을 저 총석에 대비한다면
열곱이나 못 미칠 뿐이겠는가

저것 보면 이것은 말이 아닌데
남의 말 믿은 것을 후회하노라

使 사신과 손 멀리서 헛소문 듣고
무시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배사공이 배를 모는 고생뿐더러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구나

벼락이 이 섬을 쳐없애기 전엔
이 페단이 언제나 가셔질 건가

안변 국도(1수)( )

푸른 바다 한구석이 거울같은 호수 되여
산봉우리 둘러싸고 물면은 잔잔해라

그 복판에 섬이 있어 세속의 땅 아니니
섬 우의 높은 루대 그림같이 아름답네

물속 깊이 해빛들어 한자 잉어 꼬리쳐 놀고
비 멎은 모래불에 쌍오리가 희롱하누나

백년 전 선배들의 풍류 흩어졌으나
아직도 높은 솔은 늙어가며 살아있네

안변 국도(2수)( )

여섯 마리 자라 타고 신선섬2)에 왔다가
구름파도 망망하여 돌아갈 길 막혔는가

물 우에 뜬 궁전인 양 외봉우리 우뚝 솟고
천 개의 괴석들은 바다 우의 기둥 같네

날개 없다 한탄하며 단념하던 이 몸으로
새털 같은 목숨 될가 떨면서 건너왔네

이끼덮인 물가돌에 가랑잎 휘뿌리며
기슭 치는 바람 안고 거루배 끌어올릴 때

노 젓는 지친 백성 구슬땀을 흘리나니
남은 술과 고기로 빈촌사람 대접했네

만약에 동해물 여기다 끌어들여
묘한 경치 잠근다면 이 고생을 안할 것을···

고성(1수)()

바다산에 어두운 구름 감기고
마을쪽엔 비 걷히니 경치 맑아라
늦은 선기 자리 우에 떠돌아들고
잎사귀는 기둥 밑에 떨어지네

이끼바위 눈 속에서 여윌 것이나
모래밭은 바람 안고 무연하여라
초라한 이 고을에 자주 와보나
백성살림 추세울 길이 없어라

고성(2수)()

떠다니기 지쳤으니 남북길이 망망해라
북같이 왔다갔다 왜 이다지 분주한고

푸른 기슭 끝나니 절간 탑 보이는데
봉우리 높은데서 접의자에 앉았어라

까마귀집 정자나무 가을안개 살짝 끼고
말 놓은 강언덕에 저녁풀이 누렇고나

쇠한 고을 백성들 참말로 가련쿠나
한해 동안 살아나갈 농사를 망쳤으니···

고성(3수)()

비 오고 바람 부는 대솔밭 산허리
다락에 올라서니 자못 맑고 그윽해라

붉은 구름 낀 무더운 여름날에 갑자기
흰 이슬이 신선한 가을날씨 되는고나

[네이버 지식백과] 안축의 금강산 한자시선 (북한지리정보: 금강산 한자시선(상), 2004.)

 

'金剛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추의 금강산 한자시선  (0) 2022.07.12
리제현의 금강산 한자시선  (0) 2022.07.12
전치유의 금강산 한자시선  (0) 2022.07.07
리곡의 금강산 한자시선  (0) 2022.07.07
신천의 금강산 한자시선  (0) 2022.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