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5

2018. 4. 30. 14:49工夫



   (제60면) 縱壹葦之

 

   (제61면) 所如凌萬

 

   (제62면) 頃之茫然

 

   (제63면) 浩浩乎如馮

 

   (제64면) 虛御風不

 

   (제65면) 知其所之

 

   (제66면) 飄飄若遺世

 

   (제67면) 獨立羽化

 

   (제68면) 而登僊

 

  元靈

 

 

[글씨의 원문과 내용]

 

[출전] :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

 

[내용]

 

縱壹葦之所如   내버려 둔 한 조각배가 가는 곳을 따라

凌萬頃之茫然   아득히 넓은 곳을 지나가니

浩浩乎           넓고도 크구나.

 

如馮虛御風     허공에 몸을 맡기니 바람을 타는듯한데

不知其所之     그곳을 알지 못한 채 가며

飄飄若           훌훌 나부끼는 것과 같으니,

 

遺世獨立        세상일을 버리고 홀로 서서

羽化而登僊     날개로 변해서 신선이 되었네.

 

元靈             원령

 

* 壹葦(일위) : 한 잎 갈대. 한 조각배

* 浩浩(호호) : 1.성대하다. 도도하다. 2.호호하다. 광대하다. 광활하다. 한없이 넓고 크다.

* 馮虛(빙허) : 하늘보다 높이 오르고자 하는 것. 허공에 몸을 맡기는 것.

* 御風(어풍) : 바람을 탐

* 遺世(유세) : ①세속의 일을 잊어버리다 ②세상일을 일체 돌보지 않다

* 登僊(등선) : 登仙. 신선이 되다.

 

 

[느낀점]

 

이 글은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蘇東坡)가 지은 전적벽부(前赤壁賦) 중 일부를 발췌한 글로써

소동파가 송나라 신종 원풍5년 칠월 기망(旣望)에 친구 양세창과 더불어 호북성 황강현에

있는 적벽에서 하룻밤을 노닐면서 옛 삼국시대 촉과 오의 연합군이 호북성 가어현 적벽에서

조조의 군을 대파한 적벽대전에 비유하여 지은 것으로써, 전편은 뱃놀이의 기쁨과 옛 싸움을

회상하며 천지의 장구함에 비하여 인생의 짧음을 한탄한 내용으로 이것을 전적벽부라

하고 같은 해(1082) 10월에 곽구 고경도의 두 사람과 함께 이곳에서 노닐면서 다시 지은

것을 후적벽부 또는 속적벽부라 합니다.

 

소동파는 당쟁에 휘말려 사형 당할 처지에 몰렸다가 황주로 유배된 것인데, 그로 인한 심신의

고단함을 자연을 통해 풀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적벽부」에

담았는데,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인생이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이 끝없이 흘러감을

부러워하며 신선이 되어 밝은 달과 함께 불로장생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귀결하면서, “유유(悠悠)한 세상사를 덧없다 한을 말고, 그윽히 눈을 들어 우주를 살펴보라.”,

“덧없다 생각하면 천지가 일순(一瞬)이요, 변함없다 생각하면 만물이 무궁하네.”와 같은

새로운 깨달음을 제시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세잔(洗盞)의 갱작(更酌)을 하여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라는 초연한 자세와 흥취를 드러내는 유명한 문장입니다.

능호관은 관직에 있을 때 본의 아니게 역모의 사건 관련자로 몰려서 형장을 맞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인격과 자존심이 훼손되었고 마음에 남긴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어

자신과 유사한 입장에서 타지를 유랑하다가 벗과 함께 적벽에서 하룻밤 지내며 남긴 명문의

소동파 글「적벽부」를 되새기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코자 노력하는 모습이 읽혀지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