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30. 15:05ㆍ工夫
한 면에 아홉자씩 총 33자 전서 글씨가 쓰여 있는 이 작품은 글씨가 매우 가지런하면서도
보관상태 또한 양호하여 능호관의 전서 글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표지)
(제1면) 龍門餘韻氷壺的源
(제2면) 理壹分殊折衷群言潮
(제3면) 呑百川雲開萬灑落荷
(제4면) 珠沛然敎雨戶
[글자의 원문과 내용]
龍門餘韻(용문여운) 선생(先生)의 운치가 남아있으니
氷壺的源(빙호적원) 깨끗하고 맑은 마음의 원천이네.
理壹分殊(리호분수) 이(理)는 하나였으나 개별적으로 나뉘어져
折衷群言(절충군언) 여러 이론을 절충하네.
潮呑百川(조탄백천) 조수가 백 개의 하천을 삼키고
雲開萬戶(운개만호) 구름이 많은 집들을 열었는데,
灑落荷珠(쇄락하주) 상쾌하고 시원한 연잎의 구슬이
沛然敎雨(패연교우)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가르치네.
* 氷壺(빙호) : 얼음을 넣은 항아리라는 뜻으로, 아주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이르는 말.
* 理壹分殊(이일분수) : 세계를 관철하는 보편적인 원리와 구체적·개별적인 원리 사이에 일치성이 있다고
보는 성리학 이론. 모든 사물의 개별적인 이(理, 이치, 원리)는 보편적인 하나의 이와
동일하다. 세계를 관철하는 보편적인 원리와 구체적·개별적인 원리 사이에 일치성이
있다. 모든 사물은 개별의 이(理)를 구비하고 있으며 그 개별적 이는 보편적인 하나의
이와 동일함을 설명하는 이론.
* 群言(군언) : 여러 사람들의 말
* 灑落(쇄락) : 기분이 상쾌하고 시원함.
* 荷珠(하주) : 연잎에 맺힌 물방울
* 沛然(패연) : ① 비가 세차게 내리는 모양 ② 왕성하다 ③ 성대하다 ④ 매우 크다
[출전] : 원나라의 성리학자 오징(吳澄)의「회암화상찬(晦庵先生文公畵像讚)」
[원문의 내용]
龍門餘韻(용문여운) 선생(先生)의 운치가 남아있으니
氷壺的源(빙호적원) 깨끗하고 맑은 마음의 원천이네.
理一分殊(리일분수) 이(理)는 하나였으나 개별적으로 나뉘어져
折衷群言(절충군언) 여러 이론을 절충하네.
潮呑百川(조탄백천) 조수가 백 개의 하천을 삼키고
雷開萬戶(뢰개만호) 구름이 많은 집들을 열었는데,
灑落荷珠(쇄락하주) 상쾌하고 시원한 연잎의 구슬이
霈然敎雨(패연교우)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가르치네.
義理精微(의리정미) 의리가 정밀하고 자세하니
蠶絲牛毛(잠사우모) 일의 가닥이 많고 어수선한데,
心胸恢廓(심흉회곽) 마음을 넓히니
海闊天高(해활천고) 바다는 넓고 하늘이 높네.
豪傑之才(호걸지재) 호걸의 재주와
聖賢之學(성현지학) 성현의 학문으로
景星卿雲(경성경운) 상서로운 일에 상서로운 구름이 이니
泰山喬嶽(태산교악) 태산같은 높은 산이네.
* 龍門(용문) : ①'룽먼'을 우리 음으로 읽은 이름 ②명망(名望)이 높은 사람의 비유(比喩ㆍ譬喩)
③입신(立身) 출세(出世)의 관문(關門)
* 心胸(심흉) : 1.도량. 아량. 흉금. 2.포부. 큰 뜻. 웅지. 기개. 3.마음속. 속마음. 마음. 가슴. 심중
* 恢廓(회확) : 1.매우 넓다. 광대하다. 2.넓히다. 펼치다. 확장하다.
* 義理(의리) : ①사람으로서 행(行)해야 할 옳은 길 ②신의(信義)를 지켜야 할 교제(交際) 상(上)의 도리(道理)
③남남끼리 혈족(血族)과 같은 관계(關係)를 맺는 일
* 精微(정미) : 정밀(精密)하고 자세(仔細)함. 1.정미하다. 심오하다. 2.신비. 수수께끼.
* 蠶絲(잠사) : 누에에서 뽑아낸 실 ①잠사 ②고치실 ③생사(生絲)
※ 蠶絲牛毛(잠사우모) : 고치실과 쇠털이라는 뜻으로, 일의 가닥이 많고 어수선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景星(경성) : ①상서로운 별. 경운(慶雲)·감로(甘露)·기린(麒麟) 등과 함께 경사스러운 일이나 태평성대를
표시하는 징조임. [반대말] 패성(孛星). ②어질고 재능있는 사람, 곧 현인(賢人)을 말함.
* 卿雲(경운) : 상서로운 일, 또는 태평(太平)한 때에 나타난다는 구름.
[유사어] 경운(景雲). 경운(慶雲). 서운(瑞雲).
* 喬嶽(교악) : ①높은 산 ②태산(泰山)
오초려(吳草廬, 1249 ~ 1333)
중국 원(元)나라의 유학자. 원나라의 경연강관(經筵講官)의 요직을 지냈다.
또 《영종실록(英宗實錄)》을 감수하였다. 허노재(許魯齋)와 함께 남북의 2대 유학자라 불린다.
정주학(程朱學)을 받들어 도문학(道問學)을 설파하였다.
이름은 징(澄). 자 유청(幼淸). 시호 문정(文正). 강서성(江西省) 숭인현([崇仁縣) 출생.
처음에 초옥(草屋)에서 기거하였는데, 정문해(程文海)가 이에 초려라고 이름 하였으므로
학자들이 그를, 초려선생이라 부르게 되었다.
벼슬은 송(宋)나라 영종(英宗) 때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었고, 원나라의 경연강관(經筵講官)의
요직을 지냈으며, 《영종실록(英宗實錄)》을 감수하였다.
허노재(許魯齋)와 함께 남북의 2대 유학자라 불린다.
주자사전(朱子四傳)의 제자로 정주학(程朱學)을 받들어 도문학(道問學)을 설파하였다.
한편 동향의 선배인 육상산(陸象山)의 덕행을 학문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하여 주육(朱陸)의
합일(合一)을 주장하였다. 이 점에서 그는 왕양명(王陽明)의 선구가 되었다.
또 독단적이기는 하지만 경전의 비판도 시도하였고, 고고학의 선구자이기도 하였다.
《오경찬언(五經纂言)》,《초려정어(草廬精語)》등이 유명하며, 문집 53권을 남겼다.
[느낀점]
이 글은 원대 성리학자였던 오초려(吳草廬)가 주자의 초상화를 보고 선생의 학문을 찬양하는
글을 사언절구의 시로 남긴 문장입니다.
여러 자료에서 오초려(吳草廬)는 국가가 시행하는 진사 시험에 낙방하자 벼슬길을 포기하고
학문에 전념하였는데, 황제가 주는 벼슬도 오래 하지 않고 낙향하여 정이, 정호가 주창한
정주학(程朱學)을 받들어 인간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선한 덕성을 존숭하고 보존할 것을
강조하면서, 학문을 통하여 선한 덕성을 배양하는 도문학(道問學)을 강조하였고, 이 사상은
16세기 초기 명대 왕양명(王陽明)으로 승계 발전 되었습니다.
또한 이 문장은 미국 버클리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능호관(凌壺觀)의
서첩(書帖) 『보산첩(寶山帖)』에서도 이 문장이 적혀있어 능호관이 평소 좋아하는
문장이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주자의 학문과 덕망을 찬양하는 이 글을 통해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에 대한 홈모와 평소 존경하는 마음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능호관이 서얼 출신으로써 계급적 차별이 있던 당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점을
인식하면서, 마음의 본체로 돌아가자는 왕양명의 ‘격물치지(格物致知)’ 사상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工夫'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9 (0) | 2018.04.30 |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8 (0) | 2018.04.30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6 (0) | 2018.04.30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5 (0) | 2018.04.30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4 (0) | 2018.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