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30. 14:46ㆍ工夫
(제50면) 水行有常程中夜尚未
(제51면) 安微月没已久崖傾路
(제52면) 何難大江動我前洶若
(제53면) 溟渤寬篙師暗理楫歌
(제54면) 笑輕波瀾霜濃木石滑
(제55면) 風急手足寒入舟已千
(제56면) 憂陟巘仍萬盤回眺積
(제57면) 水外(已)始知衆星干遠
(제58면) 游令人瘦(衰)衰疾慚加
(제59면) 餐 (不)水會渡爲書紀行
[글씨의 원문과 내용]
水行有常程(수행유상정) 물이 흘러가는 것은 항상 일정이 있어
中夜尚未安(중야상미안) 밤중이 오히려 편안치 못하고
微月没已久(미월몰이구) 조각달은 떨어지게 이미 오랜데
崖傾路何難(애경로하난) 언덕 비탈길은 왜 이리 힘드나?
大江動我前(대강동아전) 큰 강이 내 앞에서 움직이며
洶若溟渤寬(흉약명발관) 용솟음치듯 큰 바다로 멀어지는데
篙師暗理楫(고사암리즙) 사공은 어둠속에서 노를 저으며
歌笑輕波瀾(가소경파란) 노래하고 웃으니 가벼운 물결이 이네.
霜濃木石滑(상농목석활) 서리가 짙어 나무와 돌이 미끄럽고
風急手足寒(풍급수족한) 바람이 급해서 손발이 차가운데,
入舟已千憂(입주이천우) 배안에 드니 이미 천 가지로 근심인데
陟巘仍萬盤(척헌잉만반) 봉우리에 오르니 이에 만 구비가 서렸네.
迥眺積水外(형조적수외) 멀리 고인 물 밖을 바라보니
始知衆星干(시지중성건) 뭇 별들의 근본을 비로소 알겠는데
遠游令人瘦(원유령인수) 멀리서 떠돌아 사람을 야위게 하니
衰疾慚加餐(쇠질참가찬) 쇠하고 병들어 밥 먹기가 부끄럽네.
水會渡爲○○書 수회 나루에서 ○○를 위하여 쓴다.
紀行 여행 중 기록이다.
* 微月(미월) : 가늘게 빛나는 달. 서쪽의 달을 가리킴.
* 溟渤(명발) : 큰 바다
* 篙師(고사) : 배를 부리는 일에 숙련된 나이든 뱃사공.
* 積水(적수) : 모여서 고인 물(호수∙해수(海水) 등을 말함).
* 遠游(원유) : ①멀리 유람하다 ②유학(遊學)하다
* 令人(영인) : ① 좋은 사람 ② 사람으로 하여금 …하게 하다
* 衰疾(쇠질) : ① 노쇠(병) ② 노쇠하고 병이 잦다
* 加餐(가찬) : 식사를 잘하여 몸을 조리함 ①가찬하다 ②(식사를 잘하여) 조섭하다 ③식사를 하다
④음식물을 많이 먹다
[느낀점]
이시는 당나라 시절 두보(杜甫)가 농우(隴右)에서 성도(成都)로 갈 때 지은 기행시 가운데
지은 12수 가운데 제4수로써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수회(水會)는 수회(水回)라고도 하는데, 휘현(徽縣) 노우관(老虞關)의 어관도(漁關渡)를
가리키며 두보가 배로 가릉강(嘉陵江)을 건너면서 이 시를 지었는데, 여행의 고단함을
세밀한 묘사로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시는 조선시대에도 많이 알려진 두보의 시 중 하나로써 문인이면 누구나 머릿속에 암송할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우수한 수작인데, 두보(杜甫)의 시 첫 번째 부분에서 원시는
‘水行(수행)’이 아니라 ‘산행(山行)’으로 되어 있어 능호관이 자신의 입장과 느낌을 반영하여
글자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바꾸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제57면과 제58면에 나오는 ‘已’와 ‘衰’는 글씨를 적은 이후에 잘못 추가된 사실을 알고
그 글자에 점 하나를 찍은 후 마지막 부분인 제59면에 점은 ‘不(불)’이라 표시하여 내용을
바로 잡은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인 제59면을 보면 「水會渡爲○○書」라는 글로 볼 때 당초 누군가에게 증정하기
위해 이 글을 썼으나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증정하고픈 마음이 사라져버려 사후에 이름을
다시 지워 버린 것으로 보여지며, 이어서 쓰여져 있는「紀行」은 ‘여행 중의 기록이다.’라는
뜻인데, 능호관이 여행하면서 쓴 기록이 아니라 두보가 여행중에 지은 글이라는 뜻입니다.
이 시에서 느껴지는 능호관의 심정은 오랜 방랑으로 지쳐있는 두보처럼 심신이 매우 피로하고
고단하면서 뭔가 억울한 심정이 마음에서 다 벗어내지 못하고 일부 미련으로 남아있는 상태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工夫'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6 (0) | 2018.04.30 |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5 (0) | 2018.04.30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3 (0) | 2018.04.30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2 (0) | 2018.04.30 |
조선 후기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의 원령첩(元靈帖)11 (0) | 2018.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