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0. 18:21ㆍ한국의 글,그림,사람
삼성리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학산(鶴山) 윤제홍(尹濟弘)의 『지두산수첩』에 들어있는
산수도입니다.
가로 24.3cm, 세로 35.3cm 크기의 소폭 지본수묵화인 이 그림은 지두화(指頭畵)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화글의 원문과 내용]
漁家詩不知齋幾人雪後兮
어가(漁家)의 시에 「눈 온 뒤라 집에 몇 사람인지 모르겠네」와
鄭谷所謂技得一簑雨中到
정곡(鄭谷)의 이른 바 「비오는 데 도롱이 하나를 얻었네」와
當以李商隱日暮歸來雨滿衣
마땅히 이상은(李商隱)의 「해질녘 돌아오니 옷이 비에 다 젖었네」라는
句緊曾衛也
구절이 필요하여 이에 덧붙인다.
* 漁家(傲) : 송대 여류시인 이청조(李清照)
* 鄭谷(정곡) : 당 나라 시인. 자 守愚(수우).
* 李商隱(이상은) : 당나라 만당시기 시인
[작품의 감상과 느낌]
조선후기 문인화가 윤제홍(尹濟弘)이 그린 지두 산수화입니다.
윤제홍은 정조 16년(1792년)에 생원시에 합격하여 벼슬이 대사간까지 올랐으나, 관직생활
중간에 정치적 탄압을 받아 유배를 가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인물인데, 그의 만년에
지역의 고을 수령으로 있으면서 산수를 유람하고 화첩 『지두산수첩』을 남겼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작품 중 하나입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난 계곡의 길을 따라 도롱이를 입고 낚시대를 어깨에 걸친 한 사람이
산 중턱에 있는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비온 뒤 개인 날씨의 모습이라 주변 풍경이 매우 깨끗하고 청명하게 느껴지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시원스럽습니다.
나무의 숲이 우거져 무성하고 잎이 무성한 수양버들의 가지가 아래로 축처져 있는
계절은 늦봄 또는 초여름임이 느껴집니다.
화면의 상단 여백에 있는 제화 글은 중국 당나라 시대 저명한 시인 세 사람의 시(詩)를
한 구절씩 인용하고 있는데, 마지막 이상은(李商隱)의 인용구절은 그가 남긴 다른 작품인
「귀어도(歸漁圖)」에서도 동일한 문구를 인용하고 있어 이상은(李商隱)의 시(詩)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는 그가 평소 가장 애송하던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윤제홍 <귀어도> 《학산묵희첩》지본수묵 24.3x35.3cm, 삼성리움미술관
그만의 독특한 남종 문인화풍을 드러내면서 담백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는 이 그림은
큰 광풍이 몰아친 후 다시 안정을 되찾아 가는 정국의 분위기와 작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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