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만향(晩香) 정홍래(鄭弘來)의 의송관단도(倚松觀湍圖)

2018. 4. 10. 15:19한국의 글,그림,사람

종이 바탕에 먹으로 그려진 만향(晩香) 정홍래(鄭弘來)의 인물산수도입니다.

가로 22.3cm, 세로 30.7cm의 소폭 크기의 18세기 그림으로써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정홍래(鄭弘來)

 

1720(숙종 46)∼? 조선 후기의 화가.

본관과 자는 미상. 호는 만향(晩香)·국오(菊塢).

도화서의 화원 출신으로 주부(注簿)를 거쳐 내시교수(內侍敎授)와 중림찰방(重林察訪)을

지냈다.

1748년(영조 24) 숙종 어진모사에 장경주(張敬周)·장득만(張得萬) 등과 함께 참여하였으며,

1755년에는 영조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하여 『기로경회첩(耆老慶會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장득만 등과 함께 제작하였다.

 

초상화와 더불어 원체화풍(院體畫風)의 매 그림을 특히 잘 그렸다.

그의 매 그림은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필치를 구사하여 장식적인 경향을 보이면서도

뛰어난 묘사력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산수화에서는 남종화풍과 정선(鄭敾)의 화풍이 융합된 절충적 경향을 보였다.

유작으로「욱일취도(旭日鷲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송관수도(倚松觀水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산군포효도(山君咆哮圖)」(간송미술관 소장) 등이 있다.

 

 

[제화글의 원문과 해석]



 

筆意蕭爽墨花淡泊     붓놀림이 시원하고 먹빛이 담박하니

雖非謙玄畵法          비록 겸재(謙齋)나 현재(玄齋)의 화법은 아닐지라도

足可爲繪家之翹楚也  가히 전문가의 출중함으로 그렸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 墨花(묵화) : 벼루에 스며 있는 먹의 빛깔

* 足可(족가) : 충분히 …할 수 있다

* 翹楚(교초) : 뭇사람 가운데에서 뛰어남(출중함), 또는 그 사람

 

 

[인장] : 補尙(?)

 

 

[작품의 감상과 느낌]

 

숲속에서 선비 두 사람이 바위와 소나무에 의지한 채 세차게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입니다.

두 선비의 옷이 우리나라 전통복장인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있는데, 두 사람이

모두 팔소매를 걷어 올린 것으로 보아 계절은 더운 여름철로써 시원한 물을 보자

손을 적시고 싶은 의도가 느껴집니다.

18세기 중기 영조 시절에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하였던 만향(晩香) 정홍래(鄭弘來)는

매 그림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의 매 그림을

보면 떠오르는 태양과 넘실대는 파도를 배경으로 괴석(怪石)을 수중에 배치하고 그 위에

매가 앉아 있는 모습에서 웅건한 기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후기 만향(晩香) 정홍래(鄭弘來)의 해암상취도(海巖上鷲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을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그림의 오른쪽 하단 계곡의 세찬 물결을 표현하기 위해 굵고

뚜렷한 선으로 표현한 부분과 오른쪽 상단에 어렴풋하게 보이는 원경의 숲 등에서

남종화풍의 화법이 보이며, 왼쪽 상단 산비탈의 능선과 선비가 있는 부분의 바위 등에

표현된 태점 등에서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화풍이 함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화법은 그가 남긴 또 다른 산수화인 강심초각도(江深草閣圖)에서도

절충적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후기 만향(晩香) 정홍래(鄭弘來)의 강심초각도(江深草閣圖), 개인 소장]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초서로 적은 제화 글은 아마도 이 작품을 증정 받은 인물 또는

후대의 소장자가 이 그림의 화법을 보면서 느낀 감상의 글인데, 만향의 솜씨가 매우

뛰어나다고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만향(晩香) 정홍래(鄭弘來)가 도화서 화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문인 관료로

부터 자택의 안방에 걸어두고 감상하기 위해 제작을 의뢰받아 그려준 그림으로써

당시 모든 벼슬아치의 이상이었던 탈속(脫俗)과 은둔(隱遁)의 여가생활을 현실에서

눈으로 보며 즐기고자 하는 와유(臥遊) 목적으로 그렸을 것입니다.

 

토착화된 우리의 화법에 우리 선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소중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