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武正韻譯訓

2018. 4. 10. 14:48알아두면 조은글

중국어는 남북조시대부터 인도에서 전래된 범어의 음악적 요소를 인식하게 되었고

범어의 여러 측면중 이런 음악적 요소를 잘못 차용하여 그들 언어의 성조가 변화되었는데,

주원장(朱元璋)이 중국을 통일하고 명나라를 건국하자 오랜 북방계의 중국통치로 변화된

언어를 수용하고 지방간 언어차이와 방언의 변화에 대응하는 중국형 표준어를 만들어

통치에 활용하고자 칙령으로 편찬한 것이 『홍무정운(洪武正韻)』입니다.

 

조선 초기 세종은 이것을 새 표음문자(表音文字)인 훈민정음으로의 『홍무정운(洪武正韻)』

한자에 음을 달게하여 단종(端宗) 3년(1455)에 완성시켰는데, 이것이 『홍무정운역훈

(洪武正韻譯訓)』입니다.

신숙주(申叔舟)가 쓴 이 『홍무정운역훈(洪武正韻譯訓)』의 서문에서는 중국어의 기원과

변천된 내용을 서술하고 있으면서 사성(四聲)과 칠음(七音)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매우 이채롭게 느껴집니다.

 

이 서문 몇 종류가 인터넷상에 돌고 있으나 해석에 오류가 많고 마음에 들지 않아

원문을 발췌하여 내용의 해석은 별도로 새로 하였습니다.

 

 

『홍무정운역훈(洪武正韻譯訓)』

 



명나라 태조(太祖, 1368년~1398년 재위)는 중국의 남방음을 반영한 표준 한자음을 정하기

위하여 악소봉(樂韶鳳), 송렴(宋濂) 등에게 운서를 편찬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1375년(홍무(洪武) 8년)에『홍무정운(洪武正韻)』을 완성하여 편찬하였다.

 

『홍무정운(洪武正韻)』은 『예부운략』의 운부를 수정하여 76부의 운으로 분류하였는데,

『훈민정음』과 『동국정운』을 지을 때에 『홍무정운(洪武正韻)』을 참고하였다.

 

세종은 중국과 어음이 통하지 않아 반드시 통역관에 의지해야만 하는 사실을 보고 『홍무정운

(洪武正韻)』에 제시된 당시 중국 표준 한자음을 언문으로 번역하라는 명령을 신숙주

(申叔舟, 1417년~1475년) 등에게 내렸다. 그리하여 신숙주는 성삼문(成三問, 1418년~1456년) 등과

함께 중국에 직접 가서 문의하거나 또는 조선에 오는 중국 사신들과『홍무정운(洪武正韻)』의

한자음에 관하여 토의하여 도움을 얻고, 또 요동(遼東)에 13번이나 가서 당시 그곳에 유배

중이었던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黃瓚)에게 도움을 받아 『홍무정운역훈(洪武正韻譯訓)』을 지었다.

 

신숙주(申叔舟, 1417년~1475)와 성삼문(成三問, 1418년~1456년), 조변안(曺變安, 1413년~1473년),

김증(金曾, 1413~1456년), 손수산(孫壽山, ?~?) 5명은 『홍무정운(洪武正韻)』의 7음을 맞추고

4성을 조절하는 등의 작업을 마무리하여 1455년(단종 3년) 음력 2월에 『홍무정운역훈

(洪武正韻譯訓)』 16권 8책을 완성하였다.

 

『홍무정운역훈』 권1~2 1책이 결본이라서 서문과 범례의 내용을 원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신숙주의 『보한재집(保閑齋集)』에 『홍무정운역훈』의 서문이 수록되어 있고,

최세진의 『사성통해(四聲通解)』의 권말에 수록되어 있는 『사성통고(四聲通攷)』의 범례가

『홍무정운역훈』의 범례와 같다. 따라서 이 두 책을 통해 『홍무정운역훈』서문과 범례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홍무정운역훈』에서는 중국 운서 『홍무정운(洪武正韻)』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반절과

표제자를 뜻풀이한 내용도 그대로 인용하였다. 다만 표제자 앞에 31성모의 자모를 제시한 다음

표제자의 음을 언문으로 표기하여 제시하였다. 또 간혹 표제자 아래의 반절 다음에 당시의 표준

한자음인 중국 남방 지역의 발음과는 다르게 발음되는 중국 북방 지역의 발음을 속음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같은 음으로 발음되는 한자들을 나열하였다.

 

『홍무정운역훈』에는 대표자 2,200자와 동운자 14,546자 모두 16,766개 표제자가 수록되어 있다.

중국 한자음을 언문으로 표기한 다음 성조를 방점으로 표시하고, 또 『홍무정운(洪武正韻)』의

반절을 그대로 인용한 『홍무정운역훈』은 그 분량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홍무정운역훈』을

간략하게 줄인 운서가 등장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사성통고(四聲通攷)』이다.

 

『사성통고(四聲通攷)』는 1455년 또는 1475년 이전에 신숙주 등이 편찬하였다고 하는데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최세진의 『사성통해(四聲通解)』 상권의 서문에 수록되어 있는『사성통고』에

관한 내용과 하권에 수록되어 있는 ‘사성 통고 범례’를 통해 『사성통고(四聲通攷)』의 편찬

유래와 그 내용의 일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사성통고』는 『홍무정운역훈』에 수록된

한자들을 모아 먼저 운별로 분류하고, 같은 운에 속하는 한자들은 31개 자모순으로 배열하였다.

또 같은 자모에 속하는 한자들은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의 순서로 배열하였다.

 

그리고 표제자의 뜻풀이는 삭제하고 표제자의 음만 한글로 표기하였다. 표제자의 앞에 표제자의

음을 한글로 표기하여 제시하였는데 때로 속음도 함께 제시하기도 하였다. 표제자의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다음 성조를 표시하기 위하여 방점을 찍었다. 그리하여 내용을 찾아보기에

불편한 『홍무정운역훈』을 간편하게 만들어 그것의 색인 즉 한자음 일람표처럼 제작한

『사성통고(四聲通攷)』는 사용자가 표제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이다.

최세진은 이 『사성통고(四聲通攷)』를 증보하여 1517년 『사성통해』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홍무정운역훈』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세진(1473년?~1542년)이 16세기 초기에

편찬한 것으로 추정하는 『속첨홍무정운(續添洪武正韻)』이 있다.

『속첨홍무정운(續添洪武正韻)』은 통문관 사장이었던 이겸로 소장본으로 목판본이다.

이 책은 현재 상권 1장부터 105장 앞면까지만 전해지고 있는데, 『홍무정운(洪武正韻)』 권9까지의

내용이다(김완진, 1966).

 

한편『홍무정운역훈』대신에『홍무정운통고(洪武正韻通考)』로 기록한『오주연문장전산고』와

『해동잡록』과 같은 경우도 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경사편 1-경전류 2 소학-운서 ‘운서에 대한 변증설 1’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음운에 있어서는 역사책의 기록으로 고증할 수는 없으나 신라·백제·고구려 때에

이미 중국과 통래하였고 삼국에 또한 문인이 있었으니, 운서가 들어온 것도 반드시 그 무렵일

것이나 문헌이 없으므로 이제 고증할 길이 없다. 고려 광종 때에 과거를 마련하고 선비를

뽑았으니 운서는 마땅히 중국에서 시행된 「절운(切韻)」을 썼을 것이고, 그 이후로도 역대에

걸쳐 통용되었을 것이다. 본조에 들어와서도 처음에는 고려 때의 운서를 그대로 사용하다가

세종 때에 이르러 『홍무정운통고(洪武正韻通考)』와 『본국정운(本國正韻)』을 편찬할 것을

명령하였다.」

 

또 『해동잡록』 4 본조 ‘신숙주’에는 신숙주가 『홍무정운통고(洪武正韻通考)』를 지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홍무정운역훈(洪武正韻譯訓)』서(序)

 

聲韻之學最爲難精

음운학(音韻學)은 가장 어렵고 세밀하다고 말한다.

 

* 聲韻(성운) : 음운(音韻). 한자(漢字)의 음(音)과 운(韻). 언어(言語)의 외형(外形)을 구성(構成)하는

                   음(音)과 운(韻)의 배합(配合). 고저(高低). 억양(抑揚) 등(等)에서 나는 모든 목소리

 

蓋四方風土不同而氣亦從之 聲生於氣者也

모두 사방(四方)의 풍토가 같지 않고 기(氣)가 역시 따라가니, 소리는 기(氣)에서 나오는 것이다.

 

故所謂四聲七韻 隨方宜異

그러므로 이른 바 사성(四聲)과 칠운(七韻)은 지방에 따라 당연히 다르다.

 

自沈約著譜 雜以南音有識病之 而歷代未有釐正之者

심약(沈約)이 운보(韻譜)를 저술하면서부터 남방(南方)의 소리가 섞여 식자들을 괴롭혔으나 아직

바로잡아 고친 자가 없었다.

 

* 심약(沈約) : 중국(中國) 남북조(南北朝) 시대(時代)의 학자(學者). 자(字)는 휴문(休門). 송(宋) 제(齊)

                    양(梁)에 역임(歷任). 박학(博學)으로 시문(詩文)을 즐겼으며 또한 음운학(音韻學)에 있어

                    사성(四聲) 연구(硏究)의 개조(開祖)임. 저서(著書)로『진서(晉書)』송서(宋書)』『제기(齊紀)』

                   『사성운보(四聲韻譜)』 등이 있음.

* 未有(미유) : 아직 …이[가] 없다. 있은 적이 없다.

* 釐正(이정) : 문서나 글을 정리하여 바로잡음.

 

洪惟皇明太祖皇帝 愍其乖舛失倫 命儒臣一以中原雅音 定爲洪武正韻 實是天下萬國所宗

넓게 생각하건대 명나라 태조황제께서 그렇게 잘못되고 순서를 잃은 것을 걱정하여 유학에 조예가

깊은 신하에게 명하여 중원지역의 정음(正音)으로 통일하여『홍무정운(洪武正韻)』을 제정하니

실로 이는 천하만국의 근본이었다.

 

* 洪惟(홍유) : 넓게 생각건대

* 乖舛(괴천) : 1.틀리다. 잘못되다. 2.순조롭지 않다. 3.일치하지 않다. 맞지 않다. 모순되다.

* 倫(윤) : 차례, 순서

* 儒臣(유신) : 유학자인 신하. 또는 사신(詞臣)을 말함.

* 中原(중원) : 황하(黄河)의 중류·하류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하남(河南)성 대부분과 산동(山东)성 서부

                    및 하북(河北)·산서(山西)성 남부 지역을 포함함.

* 雅音(아음) : 바른 소리. 정음(正音). 명청대 황하유역의 표준어음의 명칭.

 

我世宗莊憲大王 留意韻學 窮硏底蘊 創制訓民正音若干字 四方萬物之聲 無不可傳

우리 세종 장헌대왕께서 음운학(音韻學)에 관심을 갖고 내용을 깊이 연구하여 훈민정음(訓民正音)

몇 십자를 창제하시니, 사방 만물의 소리를 전할 수 없는 게 없었다.

 

* 留意(유의) : 주의를[관심을] 기울이다. 관심을 갖다. 주의하다.

* 窮硏(궁연) : 궁구(窮究). 속속들이 깊이 연구(硏究)함.

* 底蘊(저온) : ① 상세한 내용 ② 온축(蘊蓄) ③ 내막 ④ 오랜 연구로 깊이 쌓은 학식

 

吾東方之士 始知四聲七音 自無所不具 非特字韻而已也

우리 동방 선비가 비로소 사성(四聲)과 칠음(七音)을 알게 되어 저절로 갖추지 못한 게 없으니

특별한 글자의 음만 있는 게 아니었다.

 

於是以吾東國 世事中華 而語音不通 必賴傳譯 首命譯洪武正韻

이에 우리 동국이 대대로 중국을 섬겼으나, 말이 통하지 못해 반드시 통역에 의지해야 하니

먼저 『홍무정운(洪武正韻)』을 번역하라고 분부하셨다.

 

令今禮曹參議臣成三問 典農少尹臣曹變安 知金山郡事臣金曾 前行通禮門奉禮郞

臣孫壽山及臣叔舟等 稽古證閱 首陽大君臣諱 桂陽君臣璔 監掌出納 而悉親臨課定

叶以七音 調以四聲 諧之以淸濁 縱衡經緯始正罔缺

현 예조참의 신(臣) 성삼문, 전농소윤(典農少尹) 신 조변안(曹變安), 지금산군사(知金山郡事)

신 김증(金曾), 전(前) 행통례문봉례랑(行通禮門奉禮郞) 신 손수산(孫壽山) 및 신 숙주(叔舟) 등에게

옛 것을 조사하여 증거를 모으게 하고, 수양대군 신 휘(諱)와 계양군(桂陽君) 신 증(璔)이 출납을

하게 하고 모두 직접 참여하여 차례를 정하여 칠음(七音)에 맞추고 사성(四聲)을 조절하니,

청탁(淸濁)이 어울리고 가로와 세로선이 씨줄과 날줄로 비로소 바르게 되어 결함이 없었다.

 

* 典農少尹(전농소윤) : 조선시대 전농시(典農寺)의 종4품 벼슬. 태종(太宗) 14년(1414)에 부정(副正)을

                               고친 이름이다.

* 通禮門奉禮郞(통례문봉례랑) : 조선 초기 통례문(通禮門)의 종6품 벼슬. 세조 12년(1466) 1월의 관제

                                            경정 때에 통례문 봉례랑을 인의(引儀)로 개칭함.

* 監掌(감장) : 보살피는 일을 맡음.

 

然語音旣異 傳訛亦甚 乃命臣等就正中國之先生學士 往來至于七八 所與質之者若干人

그러나 말이 원래 달라 잘못되게 전하는 게 또한 심하니 이에 신들에게 중국의 선생과 학자에게

가르침을 청하라고 분부하셔서, 7, 8회 오가니 실제 사실과 원리에 대답하는 분이 십여 명

되었다.

 

* 旣(기) : 원래, 처음부터, 벌써

* 就正(취정) : 가르침을 청하다. 질정(叱正)을 바라다.

* 所與(소여) : 주어진 바. 주어진 여건(與件). 부여(附與)된 바. 연구 따위의 출발점으로서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나 원리.

* 質(질) ; 대답하다(對答--)

 

燕都爲萬國會同之地 而其往返途道之遠 所甞與周旋講明者 又爲不小

연경(燕京)은 만국의 여러 사람이 모이는 땅으로 그곳에 가고 돌아오는 길은 먼데, 일찍이 함께

힘써 연구하고 밝힌 바가 또한 적지 않다고 했다.

 

* 燕都(연도) : 연경(燕京).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옛 이름

* 周旋(주선) : 일이 잘되도록 중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두루 힘을 씀. ① 주위를 돌다 ② 몸을 돌리다

                    ③ 접대하다 ④ (적과) 상대하다

* 講明(강명) ; 연구하여 밝힘.

 

以至殊方異域之使 釋老卒伍之微 莫不與之相接 以盡正俗異同之變

다른 지방과 다른 지역의 사신에 이르기까지 석가(釋迦)와 노자(老子)의 아주 작은 부분도

모두 접하게 되어 못내 올바른 풍속이 서로 같지 않게 변했다.

 

* 以至(이지) : …까지. …에 이르기까지.

* 卒伍(졸오) : 병졸들의 대오. 예전에, 10명이 한 조로 ‘졸’을 이루고 5명이 한 조로 ‘오’를 이룬 것에서

                    유래 함.

* 莫不(막불) : …하지 않는 자가[것이] 없다. 모두 …하다

* 相接(상접) : 접하다. 연결되다. 연속되다. 연접되다. 이어지다. 서로 잇닿다. 맞닿다.

* 以盡(이진) : 못내

* 正俗(정속) : 올바른 풍속(風俗)

* 異同(이동) : ①다른 것과 같은 것  ②서로 같지 아니함

 

且天子之使至國而儒者 則又取正焉

또한 각 나라에서 온 천자의 사신이 유학자이면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본 받았다.

 

* 取正(취정) : 바름을 취한다는 뜻에서 모범이 될만한 사람을 임용하여 본받음.

 

凡謄十餘藁辛勤反復 竟八載之久而向之正罔缺者 似益無疑

무릇 십여 벌의 원고를 베끼고 부지런히 반복하여 마침내 8년이나 오랫동안 추진하여 바르게

함으로써 결함이 없도록 한 것이 의심할 바 없이 유익해 졌다.

 

* 辛勤(신근) : 부지런하다. 근면하다.

 

文宗恭順大王 自在東邸 以聖輔聖 參定聲韻 及嗣寶位 命臣等及前判官臣魯參

今監察臣權引 副司直臣任元濬 重加讎校

문종(文宗) 공순대왕(恭順大王)께서 동궁의 관저에 계실 적부터 성인으로서 성인을 섬기며

음운학에 관계하며 결정하셨고, 보위를 잇고서는 신 들 및 전(前) 판관 신 노삼(魯參), 현(現)

감찰 신 권인(權引), 부사직 신 임원준(任元濬)에게 명하여 거듭 교정을 하도록 하였다.

 

* 讎校(수교) : 다른 것과 비교하여 교정(校正)함

 

夫洪武韻用韻倂拆 悉就於正 而獨七音先後 不由其序

무릇 『홍무정운』에 사용한 운이 합쳐서 갈라진 것을 모두 바로잡으셨는데, 유독 칠음(七音)의

선후가 그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

 

* 不由(불유) : 1.복종하지 않다. 따르지 않다. 2.허용하지 않다. …하지 않을 수 없다.

 

然不敢輕有變更 但仍其舊而分入字母於諸韻 各字之首

그러나 감히 경솔히 변경할 수 없어 다만 그 예전 것은 그대로 따르고, 모든 운과 각 글자의

머리에 글자의 초성을 나누어 넣었다.

 

* 仍(잉) : 그대로 따르다. 기대다. 따르다, 좇다

 

用訓民正音 以代反切 其俗音兩用之音 又不可以不知 則分注本字之下 若又有難通者

則略加註釋 以示其例

훈민정음을 사용해서 반절(反切)을 대신하고, 그것을 통속적으로 사용하는 두 가지 발음을 또한

몰라서는 안 되므로 나누어 본 글자 아래에 주(注)를 달고, 또 통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간략한 주석을 붙여 그 예를 보였다.

 

* 俗音(속음) : 한자(漢字)의 원음에서 변하여 대중이 통용하는 음(音).

* 注(주) : 주를 달다.

 

且以世宗所定四聲通攷別附之 頭面復著凡例 爲之指南

또한 세종께서 정하신 『사성통고(四聲通攷)』를 별도로 첨부하여 머리와 얼굴에 범례(凡例)를

다시 붙여 지침으로 삼았다.

 

* 四聲通攷(사성통고) : 조선 세종 때 신숙주(申叔舟) 등이 편찬한 책으로, 세종의 명에 따라 집현전

              학자들이 편찬한 한자음 발음사전이다. 현전하지 않으며, 최세진의 《사성통해(四聲通解)》를

              통해 그 편찬 이유와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 頭面(두면) : ①갓과 같은 머리를 꾸미거나 장식하는 물건. [유사어] 수식(首飾). ②어떤 상황이나 국면을

                   처음으로 당함. ③머리와 얼굴. 전(轉)하여 안면(顔面)이란 말로 쓰여 입장 혹은 얼굴색을

                   바꾸다 등으로도 쓰임.

* 復著(부착) : 다시 입어보다. 다시 붙이다.

* 指南(지남) : 1.지남침. 나침반. 2.지침. 지침서. 입문서. (때로 책 이름으로 쓰임)

 

恭惟聖上卽位 亟命印頒 以廣其傳

삼가 생각건대 성상께서 즉위하시고 긴급하게 명하여 책으로 간행하여 그것을 널리 전했다.

 

* 印頒(인반) : 책을 박아 내어 널리 폄.

 

以臣甞受命於先王 命作序以識顚末

신에게 일찍이 선왕(先王)께서 주신 분부로 전말을 기록하는 서문을 지으라고 분부하셨다.

 

切惟音韻衡有七韻 縱有四聲 四聲肇於江左 七音起於西域 至于宋儒作譜 而經緯始合爲一

반절(反切)을 생각하면 횡으로 칠운(七韻)이 있고 종으로 사성(四聲)이 있는데, 사성은 양자강

하류 지역에서 비롯되었고 칠음은 서역(西域)에서 기원하였는데, 송대(宋代) 선비가 운보(韻譜)를

만들자 씨줄과 날줄이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

 

* 江左(강좌) : ① 양쯔장(揚子江) 하류의 동남 지역 ② 동진(東晉)·송(宋)·제(齊)·양(梁)·진(陳)의 왕조가

                   통치하던 지역 ③ 지금의 강소(江蘇)성 지역

* 西域(서역) ; 중국(中國)의 서쪽에 있는 여러 나라를 중국인(中國人)이 부른 일반적(一般的)인 명칭(名稱).

                    넓은 뜻으로는 페르시아, 소아시아, 시리아, 이집트 방면(方面)까지도 포함(包含)함.

                    좁은 뜻으로는 대개 지금의 신강성 천산남로(天山南路) 지방(地方)을 일컬음.

 

七音爲三十六字母 而舌上四母唇輕 次淸一母 世之不用已久 且先輩已有變之者

칠음이 36자 글자의 초성이 되었는데 혀 위에 네 개의 초성은 입술이 가볍고, 차청(次淸)의

한 초성은 세상에서 사용하지 않은 게 이미 오래고 또한 앞선 학자가 변화시킨 것이 이미 있다.

 

* 次淸(차청) : 훈민정음의 초성 체계 가운데 ‘ㅋ’, ‘ㅌ’, ‘ㅍ’, ‘ㅊ’, ‘ㅎ’ 따위에 공통되는 음성적 특질을

                    이르는 말.

 

此不可強存而泥古也 四聲爲平上去入 而全濁之字 平聲近於次淸 上去入近於全淸

世之所用如此

이를 억지로 두어서 옛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되고 사성을 평성ㆍ상성ㆍ거성ㆍ입성이라 하는데,

된소리 글자는 평성이 차청(次淸)과 가깝고 상성ㆍ거성ㆍ입성은 전청(全淸)에 가까워 세상에

쓰이는 바가 이와 같다.

 

* 泥古(니고) : 옛 것에 얽매이다[구애되다·집착하다].

* 全濁(전탁) : 닿소리를 청탁(淸濁)으로 나눈 한 갈래. 된소리가 해당(該當). 『훈민정음』 제자해에서는

                   성음(聲音)을 청탁(淸濁)으로 가르되, ㄲ,ㄸ,ㅃ,ㅉ,ㅆ을 전탁(全濁)이라 하였음. 곧 전탁은

                   된소리[硬音]라 하겠음.

* 全淸(전청) ; 옛날 음운론(音韻論)에서 음(音)의 청탁(淸濁)을 가를 때에 'ㄱ, ㄷ, ㅂ, ㅈ, ㅅ, ㅇ, ㅎ'

                    등(等)으로 표기(表記)되는 음(音)을 일컫는 말. 현대 음성학의 무성 자음에 해당한다.

 

然亦不知其所以至此也 且有始有終 以成一字之音 理之必然 而獨於入聲 世俗率不用終聲

甚無謂也

그러나 이렇게 된 이유를 역시 알지 못하며 또 시성(始聲)이 있고 종성(終聲)이 있어 한

글자의 음을 이루는 것은 이치의 필연인데, 유독 입성에만 세상에서 대략 종성(終聲)을 쓰지

않으니 무어라 말할 수 없다.

 

* 率(솔) : 대강(大綱), 대략(大略)

 

蒙古韻與黃公紹韻會 入聲亦不用終聲何耶 如是者不一 此又可疑者也

『몽고운략(蒙古韻略)』과 황공소(黃公紹)의『고금운회(古今韻會)』도 입성에서 역시 종성을 쓰지

않으니 어찌된 것일까? 이와 같은 것이 하나가 아니니 이것 또한 의심스러운 것이다.

 

* 蒙古韻(몽고운) : 원(元)나라 때에 편찬한 운서(韻書)인 몽고운략(蒙古韻略).

* 黃公紹(황공소) : 원나라 초기 음운학자

* 韻會(운회) : 『고금운회(古今韻會)』, 중국 송(宋)의 학자 황공소(黃公紹)가 편찬한 운서(韻書).

 

往復就正旣多 而竟未得一遇精通韻學者 以辨調諧紐攝之妙 特因其言語讀誦之餘

遡求淸濁開闔之源 而欲精夫所謂最難者 此所以辛勤歷久而僅得者也

오가며 바로잡은 게 이미 많았으나 끝내 음운(音韻)에 정통한 학자를 한번 만나 조화롭게 맺고

꾸며진 오묘함을 논쟁해 보지 못했고, 특히 그 언어를 읽고 외운 나머지 거슬러 올라가 맑고

탁함과 열리고 닫힘의 근원을 추구하여 대체로 보아 이른 바 가장 어려운 것을 세밀하게 하고자

하였으니 이는 오랜 세월을 겪으며 부지런하여 겨우 얻게 된 것이다.

 

* 調諧(조해) : ① 조화롭다 ② 동조(하다) ③ 어울리다

* 遡求(소구) : 거슬러 올라가서 추구(追求)·청구(請求)함.

* 夫(부) : 대저(大抵: 대체로 보아서), 발어사(發語辭)

* 歷久(역구) : 오랜 세월(歲月)을 겪어 옴

 

臣等學淺識庸 曾不能鉤探至賾顯揚聖謨

신 들은 학문이 얕고 지식이 용렬하여 일찍이 샅샅이 살피며 찾아 심오한 도리에 이른 통치의

방책을 높이 드러낼 수 없었다.

 

* 鉤探(구탐) : 샅샅이 살피어 찾음. 심오한 도리를 찾고 구함.

* 顯揚(현양) ; 이름, 지위 따위를 세상에 높이 드러냄.

* 聖謨(성모) : ①임금의 계획(計劃)과 방략 ②임금의 통치(統治)하는 방책(方策) ③임금의 정치적(政治的)

                   규모(規模)를 높여 이르는 말

 

尙賴我世宗大王 天縱之聖高明博達 無所不至 悉究聲韻源委 而斟酌裁定之 使七音四聲

一經一緯 竟歸于正

아직도 우리 세종대왕에 힘입어 하늘이 내린 성인의 높은 식견과 통달함이 이르지 않은 데가

없어 음운(音韻)의 처음과 끝을 모두 연구하셔서 심사숙고 하여 결정하셔서, 칠음과 사성이

하나의 씨줄과 하나의 날줄로 마침내 바르게 되어 되돌아왔다.

 

* 尙(상) : 아직

* 賴(뇌) : 힘입다. 의지하다(依支--)

* 高明(고명) : (견해·기예 등이) 고명하다. 빼어나다. 출중하다. 특출나다. 뛰어나다. 굉장하다.

* 博達(박달) : 모든 것에 널리 통달하다.

* 無所不至(무소부지) : 이르지 아니한 데가 없음.

* 源委(원위) : 처음과 끝. 또는 근원과 위세(委細)함. [유사어]본말(本末).

* 斟酌(짐작) ; 헤아리다. 짐작하다. 고려하다. 심사숙고하다. 글이나 원고 내용을 다듬다, 정리하다.

* 裁定(재정) : 숙고하여 결정하다. 심의 결정하다. 2.(법원이) 재정하다. 시비를 가려 결정하다.

 

吾東方千百載所未知者 可不浹旬而學 苟能沉潛反復 有得乎是 則聲韻之學 豈難精哉

우리 동방에서 천백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열흘만 배우면 두루 미치게 되고 진실로 정신 집중을

반복하면 이에 깨닫는 바가 있으니, 곧 음운학에 어찌 정통하기 어렵겠는가?

 

* 可不(가불) : ① 물론이다 ② 어찌 …이 아니겠는가 ③ 그렇고 말고 ④ …으로 되지 않는가

* 苟能(구능) : 최소한 ~할 수 있다면

* 沉潛(침잠) : ① (물속에) 가라 앉아 잠기다 ② 덕화(德化)가 깊이 미치다 ③ 정신을 집중하다

                   ④ (상상·감정을) 가슴에 품고 나타내지 않다

* 精(정) ; 정통하다, 능통하다.

 

古人謂梵音行於中國 而吾夫子之經不能跋提河者 以字不以聲也

옛 사람이 말하기를 “범어(梵語)가 중국에 가고 우리 공자의 경전이 인도에 갈 수 없었던 것은

글자 때문이지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라고 하였다.

 

* 夫子(부자) : ①덕행(德行)이 높아 모든 사람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의 높임말  ②남편(男便)의 높임말  

                    ③공자(孔子)의 높임말

* 跋提(발제) : 강 이름. 중인도(中印度)의 옛 구시나 게라국(拘尸那揭羅國)에 있는 아시다발제하

                    (阿恃多跋提河)를 줄여서 이르는 말.

 

夫有聲乃有字 寧有無聲之字耶

무릇 소리가 있으면 이에 글자가 있으니 어찌 소리없는 글자가 있겠는가?

 

今以訓民正音譯之聲與韻諧 不待音和類隔正切回切之繁且勞 而擧口得音 不差毫釐

亦何患乎風土之不同哉

지금 훈민정음으로 번역하여 소리와 음이 잘 맞으니 음화(音和)ㆍ유격(類隔)ㆍ정절(正切)ㆍ

회절(回切) 따위로 번거롭고 또 힘들일 필요가 없고, 입만 열면 소리를 얻어 조금도 차이가 없으니

또한 어찌 풍토가 같지 않다고 걱정하겠는가?

 

* 不待(부대) : ~할 필요가 없다, ~하지 마라.

* 毫釐(호리) ; ①자 또는 저울 눈의 호(毫)와 이(釐) ②매우 적은 분량(分量)

 

我列聖製作之妙盡美盡善 超出古今 而殿下繼述之懿 又有光於前烈矣

우리 역대 임금께서 창제하신 묘법이 모두 아름답고 다 훌륭해서 고금을 뛰어넘었고 전하께서

선왕의 정책을 계승하심이 아름다우며 또한 선왕의 업적에 빛이 난다.

 

* 列聖(열성) : 역대(歷代)의 임금. 여러 성인

* 超出(초출) : (일정한 범위나 수량을) 초과하다. 넘다. 벗어나다.

* 繼述(계술) : 선왕(先王)이나 조상이 남긴 뜻과 사업을 잘 받들어 계승함.

* 前烈(전열) ; 전대(前代)의 사람이 세운 공적과 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