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묵화

2012. 5. 28. 22:58즐거운 사자성어

潛移默化(잠이묵화)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말없이 이루어진다



안지추 (顔之推)는 중국 혼란기에 살았다. 남조 양나라 때부터 수(隋)나라 때까지 살았던 학자로 자(字)는 개(介)이며 낭야 임기 사람이다. 처음 양나라에서 벼슬하여 관직이 산기상시에 이르렀다. 그 뒤에 북제(北齊)에서는 황문시랑ㆍ평원태수 등을 역임했다. 이후 수나라가 통일하자 학사가 되었다. 그는 학식이 넓어 육경(六經)과 사서(史書)는 물론 음운과 문자 이밖에 훈고 등에도 통달했다. 또 유교를 기본으로 하여 효와 우애로써 가정과 사회생활의 근본을 삼을 것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혼란기를 살아 온 탓인지 불교에 대해서도 긍정하며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안지추는 문집 30권을 남겼으나 전하지 않고 '안씨가훈'(顔氏家訓) 20편만이 전해진다.

'안씨가훈'에는 치가(治家)ㆍ수신(修身)ㆍ자녀 교육ㆍ혼인ㆍ재혼ㆍ예의범절ㆍ문장ㆍ명성ㆍ병사ㆍ양생ㆍ불교신앙ㆍ유언 등 다방면을 아우르는 교훈들을 담았다. '안씨가훈'은 중국인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생활정신과 그 내용이 일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며 일본에서도 연구서가 많이 나올 정도였다.

'안씨가훈' 모현(慕賢) 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은 나이가 어릴 때는 정신과 감정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서 영향을 받기 쉽고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기 쉽다. 말하고 웃고 행동하는 것이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없어도 모르는 가운데 말없이 이루어져 자연히 따라하게 된다.(人在年少,神情未定,所與款狎,熏漬陶染,言笑擧動,無心於學,潛移暗化,自然似之)"

안지추는 그러므로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향기 나는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오래도록 스스로 향내가 나지만 악한 사람과 함께 살게 되면 비린내가 나는 생선가게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오래도록 저절로 나쁜 냄새가 난다"(是以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自芳也. 與惡人居,如入鮑魚之肆,久而自臭也)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잠이묵화(潛移默化)라는 말이 나왔다.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말없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 성어는 사람의 생각이나 관점ㆍ성격ㆍ습관 등이 환경이나 기타 사물의 영향을 받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변하는 것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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