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빙호미

2012. 5. 28. 22:52즐거운 사자성어

春氷虎尾(춘빙호미)
봄날 살얼음 건너듯 호랑이 꼬리를 밟는 듯


주(周)나라는 소왕(昭王) 때부터 왕도가 점차 쇠약해졌다. 소왕은 남쪽으로 순수(巡狩)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강 위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주나라 조정은 부고를 내지 않고 이 일을 숨겼다. 소왕의 아들 만(滿)이 즉위하니 그가 바로 목왕(穆王)이다. 목왕은 즉위를 했으나 나이가 이미 50이었다. 왕도가 쇠해지자 목왕은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도가 쇠약해진 것을 근심하였다. 이에 백경을 태복(太僕)에 임명한 뒤 그에게 국정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하고 글을 지었다. 그러자 천하가 다시 안정되었다. 그 글이 '서경'(書經)에 전한다. 목왕은 군아(君牙)를 대사도(大司徒)에 임명하고 역시 경계하는 말을 내렸다.

나는 문왕ㆍ무왕ㆍ성왕ㆍ강왕을 계승하였으나 이 역시 선왕의 신하들이 좌우에서 보필하여 사방을 다스린 덕분이다. 마음은 근심스럽고 위태하여 범의 꼬리를 밟는 듯하고 봄날 살얼음 위를 건너는 듯하다.(心之憂危,若蹈虎尾,涉于春氷)

이제 그대에게 명하여 나를 돕게 하니 내 팔다리와 마음의 지주가 되어 달라. 그대 가문의 명예를 계승하여 그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욕되게 하지 말라. 널리 오륜을 펴서 모범으로 백성들의 법도와 화합하라. 그대 자신이 바르면 아무도 감히 바르지 않을 수 없으리라. 민심은 중도(中道)를 따르지 않으나 그대의 중도로써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여름에 덥고 비가 많다고 비천한 백성들은 그것을 원망하고 한탄한다. 겨울이 춥다고 비천한 백성들은 그것을 원망하고 한탄한다. 이런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이 용이하게 되도록 애쓰면 백성들은 편안해질 것이다.

오오! 크게 밝도다. 문왕이여! 크게 받들었도다. 무왕의 공덕이여! 우리 후세들을 깨우쳐 도우시와 다같이 어그러짐이 없게 바로잡아 주시도다. 그대는 이 가르침을 공경히 밝혀 선왕들을 받들고 따르도록 하라. 문왕ㆍ무왕의 광명을 발휘하여 선인들의 명성을 좇도록 하라.

'서경'(書經) 군아(君牙)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춘빙호미(春氷虎尾)라는 성어가 나왔다. 봄날 살얼음을 건너듯 호랑이 꼬리를 밟는 듯하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비유한다. 생사의 갈림길이 될 만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쓰는 말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한 지 37일 만에 물러난 것이다. 박 의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줄곧 부인해 오다 측근들의 고백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사퇴했다. 정권 말기 대통령은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데 입법부 수장까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정치가 춘빙호미의 위기를 맞은 듯하여 문득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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