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정언순

2012. 5. 28. 22:55즐거운 사자성어

名正言順= 명정언순 (이름 명/바를 정/말씀 언/순할 순)
이름이 바르고 말이 순리에 맞다


노(魯)나라 애공(哀公) 10년, 공자(孔子)가 초(楚)나라에서 위(衛)나라로 와 머물 때였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위(衛)나라 군주가 선생님을 기다려 정사를 하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자로가 말했다. "옳습니다만 선생님,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비속하구나! 유(由:자로)여.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에는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그 말이 순리에 맞지 않고 말이 순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刑罰)이 알맞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가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말할 수 있으며 말할 수 있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는 것이니 군자는 그 말에 대하여 구차히 함이 없을 것이다.(故 君子命之 必可言也 言之 必可行也 君子於其言 無所苟而已矣)"

'논어'(論語) 자로(子路) 3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당시 위(衛)나라 군주 출공 첩(出公 輒)은 자기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고 할아버지를 아버지로 삼아 명분과 실상이 문란하였다. 출공 첩의 아버지는 세자(世子)라고 하였는데 그 아들이 군주라고 하니 명분에도 맞지 않고 말의 순서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공자는 명분을 바로잡는 것을 먼저 하겠다고 한 것이다.

여기서 명정언순(名正言順)이라는 말이 나왔다. 명정언순은 이름이 바르고 말이 순리에 맞는다는 뜻으로 명분이 바르고 말이 사리에 맞음을 말한다. 이름이 정당하여야만 말도 이치도 잘 들어맞는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로 교회 이름이니 유치원 이름이니 하며 조롱하는 듯하는 이들이 많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당명이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자는 여론이 있다. 그러는 가운데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을 제대로 불러주자고 제안해 눈길을 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는 이를 제대로 불러주는 데서 시작된다. 본인이 불러달라는 대로 불러주는 게 인간 사회의 예의다."라고 한 뒤 정확하게 새누리당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제안한 이면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겪은 아픔이 있었다. 김 위원이 취약한 지역에 가면 지역민들이 '뚜껑열린당 왔느냐'고 조롱하곤 했다는 것. 김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조롱이나 경멸감 없이 새누리당을 불러서 열린우리당 때 당했던 아픔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명정언순(名正言順)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공자의 말과 같다. 새누리당 당명을 제대로 불러 민주통합당에서 먼저 선진 정치의 싹을 키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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