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11. 15:22ㆍ즐거운 사자성어
적벽(赤壁)에서 크게 패한 위(魏)군은 정신없이 달아났다.
패잔병을 이끌고 조조(曹操)가 화용도(華容道)로 가는데 홀연 앞에 가던 말과 군사가 나가지 못한다.
"웬 일이냐?"
"앞쪽 산 굽이진 곳에 길이 좁은데다 새벽에 비가 와서 땅이 패어 진흙 구덩이가 됐습니다.
진흙 구덩이 속에 말굽이 빠져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조조가 크게 성을 내어 꾸짖는다.
"군대는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행군하는 법이다.(軍旅逢山開路, 遇水疊橋)
진흙 구덩이쯤 만났다고 행군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豈有泥영不堪行之理)
늙거나 어리거나 부상을 입은 군사는 뒤에서 천천히 가고
건장한 군사는 흙을 나르고 섶을 깔아서 구덩이를 메워 곧 행군하게 하라.
만약 영을 어긴 자가 있으면 목을 베리라."
군사들은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길가에 있는 대나무를 베어 파인 진흙 구덩이를 메운다
나관중(羅貫中, 1330?~1400)의 '삼국연의'(三國演義) 제50회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에 나오는 봉산개로(逢山開路)는 산을 만나면 길을 뚫는다는 뜻으로
곤경에 처하게 되면 이를 극복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어려움에 처하여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없는 길을 만들어 내듯 극복해 나간다는 의미다.
'고본원명잡극'(孤本元明雜劇) 곡존효(哭存孝) 제2절에는 봉산개도(逢山開道)로 나온다.
"삼천 명의 용감한 병사를 선봉대로 하여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았다."
( 三千鴉兵爲先鋒, 逢山開道, 遇水疊橋).
존효(存孝)는 당(唐)나라 말기 군웅으로 후당 태조가 된 이극용(李克用, 856~908)의 휘하에서
무공을 떨친 이존효(李存孝)를 말한다.
나중에 이극용은 배반한 이존효를 잡아 죽였다.
하지만 이극용은 술을 마시면 이를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원(元)나라 극작가 관한경(關漢卿)이 '곡존효'(哭存孝)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