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始反終

2023. 9. 16. 05:38즐거운 사자성어

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 互爲其根, 分陰分陽, 兩儀立焉. 陽變陰合, 而生水火木金土, 五氣順布, 四時行焉.
무극(無極)인 태극(太極)이 있다. 태극이 움직여 양(陽)을 생성하고, 움직임이 극에 달하면 고요해진다. 고요해지면 음(陰)을 생성하고, 고요함이 극에 달하면 다시 움직인다.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해져 서로의 근본이 되어 음과 양으로 나뉘어 양의(兩儀)가 세워진다. 양이 변하고 음이 합해져서 수(水)ㆍ화(火)ㆍ목(木)ㆍ금(金)ㆍ토(土)를 생성하고, 다섯 가지 기(氣)가 순서대로 펼쳐져 사계절[四時]가 운행한다.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五行之生也, 各一其性. 無極之眞, 二五之精, 妙合而凝, 乾道成男, 坤道成女. 二氣交感, 化生萬物, 萬物生生, 而變化無窮焉.
오행은 하나의 음과 양이고, 음과 양은 하나의 태극이며,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오행이 생성되어 각기 그 성(性)을 하나씩 지닌다. 무극의 진리(眞理)와 음양오행[二五]의 정기(精氣)가 묘하게 합치고 응결하여 건도(乾道)는 남자가 되고 곤도(坤道)는 여자가 된다. 음양 두 기[二氣]가 서로 감응하고 만물을 생성하여 자라게 하니 만물이 생겨나고 또 생겨나며 변화는 무궁하다.


惟人也得其秀而最靈. 形旣生矣, 神發知矣. 五性感動, 而善惡分, 萬事出矣. 聖人定之以中正仁義而主靜, 立人極焉.
사람만이 그중에서 빼어난 기를 얻어서 가장 영명하다. 형체[形]가 생겨난 뒤에 신명[神]이 지각[知]을 발동하게 한다. 다섯 가지 성(性)이 자극을 받고 움직이면 선(善)과 악(惡)이 나뉘고 온갖 일이 출현한다. 성인은 중(中)ㆍ정(正)ㆍ인(仁)ㆍ의(義)로 [온갖 일을] 안정시키고 고요함을 위주로 하여 사람의 표준[極]을 세웠다.


故聖人與天地合其德, 日月合其明, 四時合其序, 鬼神合其吉凶. 君子修之, 吉. 小人悖之, 凶. 故曰 “立天之道, 曰陰與陽. 立地之道, 曰柔與剛. 立人之道, 曰仁與義.” 又曰 “原始反終, 故知死生之說.” 大哉易也! 斯其至矣.
그러므로 성인은 천지(天地)와 그 덕을 함께하고, 일월(日月)과 그 밝음을 함께하며, 사계절과 그 순서를 함께하고, 귀신과 그 길흉(吉凶)을 함께 한다. 군자는 [덕성을] 수양하기 때문에 길하지만 소인을 거스르기 때문에 흉하다. 그래서 “하늘의 도를 세우니 음과 양이고, 땅의 도를 세우니 부드러움[柔]과 강건함[剛]이며, 사람의 도를 세우니 인(仁)과 의(義)이다”라고 한다. 또한 “시작의 근원을 돌이켜 끝을 반추하므로 삶과 죽음에 관한 설을 안다”고 했다. 위대하구나, 『역』이여! 이것이 그 지극함일 것이다.


역왈(易曰) 동동왕래(憧憧往來)면 붕종이사(朋從爾思)라 하니 자왈(子曰) 천하(天下)에 하사하려(何思何慮)리오. 천하는 동귀이수도(同歸而殊塗)하며 일치이백려(一致而百慮)이니 천하에 하사하려리오.

‘주역’ 계사하전 제5장의 말씀이다. 주역 택산함(咸)괘에 “마음이 뒤숭숭하니 온갖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는 구절에 대해 공자는 “천하에 골똘히 생각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천하의 만 가지 상이한 길은 하나로 통한다. 온갖 생각이 하나로 통하니 천하에 골똘히 생각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천하가 돌아가는 곳은 같으나 그 길이 다를 뿐, 결국 도달하는 곳은 하나라는 것이다. 별안간 마하트마 간디의 어록이 떠올랐다. “여러 가지 종교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가 한 지점으로 가는 여러 가지 길인 셈이다.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한, 우리들이 서로 다른 길을 가려 한들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
‘동귀(同歸)’란 천하의 만물이 모두 진리로 돌아감을 뜻한다. 진리는 정점에서 만난다. 만물이 마침내 돌아가는 곳은 하나이며, 하나로 시작해도 시작한 그 하나가 없고, 하나로 마쳐도 마친 그 하나가 없는 원시반종(原始反終)인 것이다. 현상은 다르게 펼쳐지나 본질의 핵심은 같다. 길은 다르나 귀착지는 같다. 천하는 이치를 하나로 하는데 사람이 생각을 달리하며, 자연의 법칙은 한 군데로 돌아가게 돼 있는데 사람들이 사심(私心)을 가지고 그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에 공자는 덧붙인다. 우주의 현상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추위가 지나가면 더위가 오며 한서(寒暑)가 서로 밀어 일 년이 된다. 음양이 일월과 한서를 서로 밀어내는 데에 ‘변화’가 있다. 자벌레가 몸을 펴기 위해 움츠리는 것이나, 뱀이 겨울잠으로 몸을 보전하는 것처럼 ‘변화’를 활용해 그저 몸이나 편안히 하라고 충고한다. 우리도 저들과 다름없는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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