形贈影[형증영]

2023. 9. 10. 10:42한시

形贈影[형증영]몸이 그림자에게

- 陶淵明[도연명]-

天地長不沒[천지장불몰]하늘과 땅은 영원하고
山川無改時[산천무개시]산과 강은 바뀌지 않네
草木得常理[초목득상리]초목도 하늘의 이치를 얻어
霜露榮悴之[상로영췌지]서리와 이슬에 시들고 피는데
謂人最靈智[위인최영지]만물의 영장이란 사람만은
獨復不如玆[독부불여자]홀로 그들과 같지 못하네
適見在世中[적견재세중]언뜻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奄去靡歸期[엄거미귀기]어느덧 사라져 돌아오지 않으니
奚覺無一人[해각무일인]사라진 사람을 누가 기억하리
親識豈相思[친식기상사]친지들 또한 잊을 뿐이네
但餘平生物[단여평생물]살아서 늘 쓰던 물건만 남아
擧目情悽而[거목정처이]보는 이만 옛정에 눈물 흘리리
我無騰化術[아무등화술]나 또한 신선이 될 재주 없으니
必爾不復疑[필이불부의]반드시 언젠가는 그리 되리라
願君取吾言[원군취오언]그림자여 자내도 내 말을 듣고
得酒莫苟辭[득주막구사]술이나 들어 들이키시게

影答形 영답형



存生不可言 존생불가언 영원히 사는 것은 말도 안되고

衛生每苦拙 위생매고졸 살아가는 자체로도 힘들고 구차하네

誠願遊崑華 성원유곤화 곤륜산과 화산에서 노닐고 싶어도

邈然玆道絶 막연자도절 멀고도 길이 끊겨 막막만 하네

與子相遇來 여자상우래 그대와 우연히 서로 만나

未嘗異悲悅 미상이비열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꼈네

憩蔭若暫乖 게음약잠괴 그늘에 쉴 때는 잠시 떨어지나

止日終不別 지일종불별 햇볕에 나서면 끝까지 함께 있네

此同旣難常 차동기난상 이처럼 늘 함께 있긴 어려우니

암爾俱時滅 암이구시멸 때가되면 함께 사라질 게 슬프네

身沒名亦盡 신몰명역진 몸이 죽으면 이름도 사라지리니

念之五情熱 염지오정열 생각이 이에 미치니 속이 타오네

立善有遺愛 입선유유애 오직 선한 행적만이 남는다해도

胡爲不自竭 호위불자갈 온 힘 다 기울여 행하지 않으려네

酒云能銷憂 주운능소우 술이 근심을 없애 준다고 하니

方此거不劣 방차거불열 그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네



- 정신이 몸과 그림자에게-

神釋 신석



大鈞無私力 대균무사력 크나큰 공평함은 사사롭지 않고

萬理自森著 만리자삼저 모든 이치는 뚜렷이 나타난다

人爲三才中 인위삼재중 사람이 삼재 속에 서 있는 것은

豈不以我故 기불이아고 나로서 비롯됨이 아니겠는가

與君雖異物 여군수이물 비록 그대들과 다르긴 하나

生而相依附 생이상의부 태어나 서로 의지해 살아오며

結託善惡同 결탁선악동 결탁하여 선과 악을 같이 했으니

安得不相語 안득불상어 어찌 한마디 안 하겠는가

三皇大聖人 삼황대성인 복희 신농 황제 세 성인도

今復在何處 금부재하처 지금은 어디에도 있지 않으며

彭祖愛永年 팽조애영년 불로장생 좋아하던 팽조도

欲留不得住 욕류부득주 결국 죽어 살아 남지 못하였네

老少同一死 노소동일사 늙은이나 젊은이나 죽기는 마찬가지

賢愚無復數 현우무부수 어짊과 어리석음 가눌 수 없네

日醉惑能忘 왈취혹능망 취하면 혹은 잊는다 하나

將非促齡具 장비촉령구 오히려 늙음을 재촉하는 것

立善常所欣 입선상소흔 선한 일을 이루면 기쁘다 하나

誰當爲汝譽 수당위여예 누가 있어 그대를 알 것인가

甚念傷吾生 심념상오생 깊은 생각은 삶을 다치는 것

正宜委運去 정의위운거 마땅히 운명에 맡겨 둬야지

縱浪大化中 종랑대화중 커다란 조화의 물결을 따라

不喜亦不懼 불희역불구 기뻐도 두려워도 하지 말게나

應盡便須盡 응진편수진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無復獨多慮 무복독다려 다시는 혼자생각 깊이 말게나

* 유명한 학자 진인각(陳寅恪)은 도연명의 3수의 시[<형영신(形影神)> <형증영(形贈影)> <영답형(影答形)>]를 일컬어,
"위(魏)나라 말기부터 동진(東晋)에 이르는 기간, 사대부들의 정치관, 인생관의 발전 과정과, 도연명 자신이 얻은 결론을 대표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시는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진(晉) 의희(義熙) 9년(413) 도연명의 49세 때 지은 시이다. 도연명은 42세에 팽택현령을 그만두고 전원에 묻혀 농사를 지으며 시를 짓고 살았다. 시의 제목은 형영신(形影神)으로 서문 및 형증영(形贈影:몸이 그림자에게 줌), 영답형(影答形:그림자가 몸에게 답함), 신석(神釋:정신의 해명)의 3수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서 말하듯이 몸과 그림자의 고뇌를 극진히 진술하고 정신이 자연의 이치를 가려냄을 읊은 시로, 1수에서는 몸이 그림자에게 천지자연은 영구하지만 인간의 목숨을 짧으니 영구함을 갈구하지 말고 살았을 때 즐기라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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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연명(陶淵明, 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의 전원시인(田園詩人)이다. 호는 연명(淵明)이고, 자는 원량(元亮) 혹은 연명(淵明)이고, 본명은 잠(潛)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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