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 시 모음

2023. 12. 12. 16:09한시

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 - 두보(杜甫)

강물 빛이 푸르니 새가 더욱 희고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 강물 빛이 푸르니 새가 더욱 희고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 푸른 산의 꽃이 타는 듯이 붉구나.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 이봄이 가는 것을 또 보게 되니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가리오.

 

* 逾白(유백) : 더욱 희다. 逾(넘을 ‘유’)는 ‘더욱, 한층’의 뜻.

* 花欲燃(화욕연) : 꽃이 활짝 피어서 불붙는 듯하다.

 

두보의 작품집인 《杜工部集(두공부집)》에 실려 있는 5언절구의 시로 절구(絶句)라는 제목의 시가 여러 곳에 산재한다. 절구(絶句)는 한시(漢詩) 근체시(近體時)의 하나로 기(起)ㆍ승(承)ㆍ전(轉)ㆍ결(結)의 구(句)로 되어 있으며, 중국(中國) 육조(六朝)의 악부(樂府)에서 비롯하여 당(唐)나라 때에 정형화되었는데. 오언(五言) 절구와 칠언(七言) 절구의 두 종류가 있다.

광덕(廣德) 2년(764) 두보 나이 53세 때 안록산의 난을 피해 성도(成都)에서 지은 시로 평화로운 봄날 풍경을 보고 나그네의 심사를 묘사하였으며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절구라는 제목의 시가 두공부집(杜工部集)에 다수 실려 있으므로 절구라는 제목보다는 무제(無題)의 시로 봄이 타당하다.

 

 

 

빈교항(貧交行) - 두보(杜甫)

가난속의 우정의 노래

 

翻手作雲覆手雨(번수작운복수우) : 손바닥 뒤집으면 구름 되고 손바닥 엎으면 비가 되니

紛紛輕薄何須數(분분경박하수수) : 어지럽고 경박한 세상 어찌 꼭 헤아려야 하나.

君不見管鮑貧時交(군불견관포빈시교) :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관중과 포숙의 가난할 적 사귐을!

此道今人棄如土(차도금인기여토) : 이 도를 요즘 사람들 흙처럼 내버리네.

 

* 貧交 : 가나한교우

* 行 : 노래

* 飜手作雲 : 손바닥을 위로 뒤집어 구름을 일으키고

* 覆手雨 : 손바닥을 아래로 뒤집어 비를 내리고

* 紛紛 : 어지럽게 휘날리고

* 輕薄 : 가벼이

* 何須數 : 어찌 헤아리랴

* 管鮑貧時交=(管鮑之交)管仲이 가난 했을 때 그의 벗 鮑叔을 여러 번 속이고 잘못을 저질렀어도 鮑叔은 끝내 관중을 믿었을 뿐 아니라 관중을 제환공에게 천거하여 천하의 패권을 잡게 하였다. 그때 관중은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님이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하는 유명한 고사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시는 당시 난치와 부정이 극에 달해 사회에 불신이 심해진 것을 계도하는 시로 오늘날에도 시사 하는바가 크다.

 

* 이 시는 천보 11년 무렵 두보가 장안에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시의 저작 동기와 관련하여 《보주두시》 등에 사씨의 주가 수록되어 있는데, 두보가 엄무(嚴武)의 경박한 태도를 풍자하기 위하여 이 시를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를 따르면 이 시의 저작 시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두보가 엄무에게 평소에 대하였던 태도, 엄무와 관련된 여러 행적, 그리고 〈팔애시(八哀詩)〉와 같은 엄무를 추앙한 시들의 내용을 보아 엄무에 대한 두보의 돈독한 우의는 끝내 변함이 없었음을 알 수 있으니, 이러한 사씨의 설은 믿을 수 없다. 《보주두시》에는 이 시가 고적 때문에 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하였지만 이 또한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시는 사귐의 도리를 가볍게 여기는 당시 일반인의 경박한 풍조를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지, 어떤 특정한 사람을 겨냥하여 지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는 가행체(歌行體)로서는 특이하게 네 구의 짧은 형태로 되어 있다.

 

 

지일강산려(遲日江山麗) - 두보(杜甫)

나른한 봄날에 강산이 아름답고

 

遲日江山麗(지일강산려) : 나른한 봄날에 강산이 아름답고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 봄바람에 꽃향기 더욱 훈훈하다.

泥融飛燕子(니융비연자) : 흙이 녹자 집짓는 제비들 날기 바쁘고

砂暖睡鴛鴦(사난수원앙) : 강모래 포근히 원항새 잠들어라.

 

 

* 遲日 : 나른한 봄날

* 泥融 : 겨울이지나 흙이 녹다.

* 飛燕子: 제비들이 집지을 진흙을 분주히 나른다.

* 沙暖 : 모래가 포근하다.

* 睡鴛鴦 : 원앙이 잠들다.

이시는 두보의 우수(憂愁)를 감추고 잠시 대자연의 섭리와 조화 앞에 경건하게 소생의 봄과 생명의 약동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조(返照) - 두보(杜甫)

석양빛

 

楚王宮北正黃昏(초왕궁북정황혼) : 초왕궁터 북쪽에 황혼 질 즈음

白帝城西過雨痕(백제성서과우흔) : 백제성 서쪽에 소나기 스친 자국

返照入江翻石壁(반조입강번석벽) : 강물에 비친 석양 절벽에 번쩍이고

歸雲擁樹失山邨(귀운옹수실산촌) : 저녁구름 숲과 마을 덮어 가린다.

衰年病肺惟高枕(쇠년병폐유고침) : 늙고 병들어 베개를 높이 베고

絶塞愁時早閉門(절새수시조폐문) : 변경지대 두려워 일직 문을 닫는다.

不可久留豺虎亂(불가구류시호난) : 승냥이·범 같은 난적 들끓어 살수 없는 곳

南方實有未招魂(남방실유미초혼) : 남쪽에 굴원의 부름 받지 못한 혼이 있네.

 

 

* 返照 : 석양의 반사 빛

* 楚王宮 : 초의 양왕 시대의 궁

* 過雨痕 : 한바탕 소나기 지난자국

* 翻石壁 : 석벽에 번득이다

* 歸雲 : 산으로 돌아오는 구름

* 擁樹(옹수) : 숲을 감싸 덮다

* 絶塞 : 먼 변방

* 愁時 : 전란시를 걱정함

* 豺虎亂(시호란) : 승냥이·범 같은 난적

* 未招魂 : 기주(남방)땅의 古事. 宋玉의 作. 추방된 屈原의 招魂賦를 가리키며 지금도 부름 받지 않은 채로 그곳에 굴원의 혼이 있다는 뜻.

이시는 登高(둥고)와 같이 칠언율시의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자연의 섬세한 관찰과 대담하고 발랄한 묘사가 일품이다. 미련(尾聯)에서 난적·야만을 싫어하며 방황하는 혼을 잘 표현하고 있다.

返照入江翻石壁 강물에 비친 석양 절벽에 번쩍이고

歸雲擁樹失山邨 저녁구름 숲과 마을 덮어 가린다.

은 명귀절로 후세의 많은 시 문인들의 애송문이 되었다.

 

 

 

만흥구수(漫興九首) - 두보(杜甫)

흥에 겨워

 

 

其一

眼見客愁愁不醒(안견객수수불성) : 나그네 시름 눈에 보여 시름에서 깨어나지 못하는데

無賴春色到江亭(무뢰춘색도강정) : 봄빛이 무뢰하게 강가 정자에 이르렀네.

即遣花開深造次(즉견화개심조차) : 그래서 꽃들이 성급히 깊은 곳에도 피게 하고

便覺鶯語太丁寧(변각앵어태정녕) : 문득 꾀꼬리가 큰 소리로 울게 당부하였으리.

 

 

* 漫興(만흥) : 즉흥(시). 저절로 일어나는 흥취.

* 眼見(안견) : 눈으로 보다. 직접 보다.

* 客愁(객수) :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

* 無賴(무뢰) :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함부로 행동함.

* 造次(조차) : 급작스럽다. 경솔하다.

* 江亭(강정) : 강가 정자. 강은 탁금강(濯錦江)을 말하며 성도의 완화계라는 강의 별칭이다.

* 鶯語(앵어) : 꾀꼬리의 노래하는 소리.

* 丁寧(정녕) : 재삼 부탁하다. 신신당부하다.

 

*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상원(上元) 2년(761) 봄 두보의 나이 50세 때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서 지은 시이다. 두보는 당시 기근으로 벼슬을 버리고 촉으로 들어와 성도 완화계에 초당을 짓고 곤궁한 생활을 하였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봄날 객지생활의 시름에 젖어 즉흥적으로 칠언절구 시 만흥 9수를 지었다.

 

 

其二

手種桃李非無主(수종도리비무주) : 손수 심은 복숭아와 자두나무 주인이 없는 게 아니며

野老牆低還似家(야로장저환사가) : 시골 늙은이 집은 담장 낮아도 돌아오니 집과 같다네.

恰似春風相欺得(흡사춘풍상기득) : 흡사 봄바람이 서로 주인이라고 업신여기는 듯

夜來吹折數枝花(야래취절수지화) : 밤사이 불어와 꽃가지 몇 개 꺾어놓았네.

 

 

* 手種 : 손수 심었다

* 非無主 : 주인이 없지 않다

* 野老 : 들에 묻힌 노인

* 牆低 : 담장이 낮다

* 還是 : 역시

* 相斯得 : 나(相)를 얕보다

* 夜來 : 밤사이

* 數枝花 : 꽃가지

두보는 평생 고생 속에 보내면서 고난에 찬 인생을 대가로 뼈저린 걸작을 남기다가 말년에 성도에 안착하여 초당을 짓고 몇 구루 꽃나무를 심어 여유로움을 읊었다.

 

 

其三

熟知茅齋絕低小(숙지모재절저소) : 내 초가집이 아주 낮고 작음을 잘 알아

江上燕子故來頻(강상연자고래빈) : 강가의 제비가 자주 날아온다네.

銜泥點汙琴書內(함니점오금서내) : 진흙을 입에 물어와 거문고와 책 속을 더럽히고

更接飛蟲打著人(갱접비충타저인) : 더욱이 날벌레 잡는다고 내게 부딪친다네.

 

 

* 熟知(숙지) : 익숙하게 앎. 익히 알다.

* 茅齋(모재) : 초가집. 두보의 완화계 초당을 말한다.

* 燕子(연자) : 제비

* 銜泥(함니) : 진흙을 입에 물다.

두보의 시 絶句二首(절구2수)에 “泥融飛燕子(이융비연자) : 진흙 묽어지니 제비가 날아오고”라는 표현이 있다.

* 點汙(점오) : 더럽히다. 오염시키다.

* 接飛蟲(접비충) : 날벌레를 잡다.

 

제3수에서는 봄이 되니 두보의 완화계 초당에 제비가 날아 들어와 귀찮게 하지만 초가집이라도 제비가 찾아옴을 은연중 즐기는 모습을 표현한 시이다.

 

 

其四

二月已破三月來(이월이파삼월래) : 이월 이미 지나고 삼월이 왔네

漸老逢春能幾回(점로봉춘능기회) : 나날이 늙어가니 봄날을 몇 번이나 맞을까?

莫思身外無窮事(막사신외무궁사) : 몸 밖의 끝이 없는 일들은 생각하지 말고

且盡生前有限杯(차진생전유한배) : 우선 살아 있는 동안 많지 않은 술 마셔버리세.

 

 

* 幾回(기회) : 몇 번.

* 莫思(막사) : 생각하지 말라. 莫은 ~하지 말라.

* 且(차) : 우선.

 

제4수에서는 봄이 되어 2월도 벌써 지나고 3월이 오니 늙어가는 자신이 앞으로 봄을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까하는 허탈감에 세상일을 잊고 술이나 마시며 봄날을 즐기려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其五

腸斷春江欲盡頭(장단춘강욕진두) : 애끊는 봄 강은 봄날이 끝나려 하는데

杖藜徐步立芳洲(장려서보립방주) :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걸어 꽃피는 물가에 서네.

顛狂柳絮隨風去(전광류서수풍거) : 미친 듯한 버들개지는 바람 따라 가버리고

輕薄桃花逐水流(경박도화축수류) : 경박한 복숭아꽃잎 물 따라 흘러가네.

 

* 腸斷(장단) :  애끊다. 몹시 슬프다.

* 春江(춘강) :  봄날의 탁금강(濯錦江).

* 欲盡頭(욕진두) : (봄이) 한창 때가 지나려하다.

* 芳洲(방주) : 초당(草堂) 앞의 중주(中洲).

* 顛狂(전광) : 미칠 지경이 되다. 미치다. 두보의 시 <江畔獨步尋花七絕句(강반독보심화칠절구) >제1수에 無處告訴只顛狂 이 소식 알릴 곳 없으니 그저 미칠 것 같네. 라는 표현이 있다.

* 柳絮(유서) : 버들개지. 버드나무의 꽃.

 

제5수에서는 초당 앞의 강가에서 홀로 서서 봄날이 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읊은 시이다.

 

 

其六

懶慢無堪不出村(나만무감불출촌) : 게으름을 이겨내지 못해 마을에 나가지 않고

呼兒日在掩柴門(호아일재엄시문) : 아이 불러 해 떠있어도 사립문 닫으라한다.

蒼苔濁酒林中靜(창태탁주림중정) : 푸른 이끼 위에서 탁주 마시니 숲은 고요한데

碧水春風野外昏(벽수춘풍야외혼) : 푸른 강에 봄바람 불고 들판은 어두워지네.

 

* 懶慢(나만) : 게으름. 태만함.

* 無堪(무감) : 이겨내지 못함. 견뎌내지 못함.

* 蒼苔(창태) : 푸릇푸릇한 이끼.

* 野外(야외) : 들판.

 

제6수에서는 봄날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술을 마시며 강을 바라보고 봄 풍경을 음미하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其七

糝徑楊花鋪白氈(삼경양화포백전) : 버들개지가 쌀가루처럼 깔린 길은 흰 담요를 펼친 듯하고

點溪荷葉疊青錢(점계하엽첩청전) : 연잎 흩어져 있는 시내에는 푸른 동전을 포개놓은 듯하네.

筍根稚子無人見(순근치자무인견) : 죽순의 뿌리는 거들떠보는 사람 없고

沙上鳧雛傍母眠(사상부추방모면) : 모래 위의 오리 새끼는 어미 곁에서 잠이 드네.

 

* 糝徑楊花(삼경양화) : 버들개지가 쌀가루를 뿌려놓은 듯 한길. 糝은 쌀가루.

* 鋪白氈(포백전) : 흰 담요를 펼쳐놓은 것과 같다. 氈(전)은 (모직)담요.

* 點溪荷葉(점계하엽) : 연잎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개울.

* 青錢(청전) : 푸른빛 동전(靑銅銭).

* 筍根雉子(순근치자) : 죽순의 뿌리. 稚子(치자)는 죽순의 별명(稚子也是笋的别名).

* 鳧雛(부추) : 오리 새끼.

 

제7수에서는 봄날 버들개지가 하얗게 깔린 길을 거닐며 시내에 연잎들을 바라보고, 숲길을 가니 죽순을 건드리는 사람도 없이 고요하고 강가에는 새끼오리가 어미 곁에 잠들고 있는 모습을 그림처럼 묘사한 시이다.

 

 

其八

舍西柔桑葉可拈(사서유상엽가념) : 집 서쪽에 부드러운 뽕잎은 손으로 집을 만하고

江畔細麥復纖纖(강반세맥부섬섬) : 강변의 가는 보리 다시 가냘프고 여려졌네.

人生幾何春已夏(인생기하춘이하) : 인생 그 얼마인가! 봄은 이미 여름 되니

不放香醪如蜜甜(불방향료여밀첨) : 꿀처럼 향기로운 술잔 놓지 않으리.

 

* 柔桑(유상) : 어린(부드러운) 뽕잎.

* 拈(념, 염) : (손가락으로) 집다. 집어 들다.

* 細麥(세맥) : 가는 보리. 잔 보리.

* 纖纖(섬섬) : 가늘고 긴 모양. 가냘프고 여림.

* 人生幾何(기하) : 인생이 그 얼마인가?

조조(曹操)의 단가행(短歌行)에 “對酒當歌(대주당가),人生幾何(인생기하)? : 술을 마시며 노래하세 인생이 그 얼마인가?”라는 표현이 있다.

* 香醪(향료) : 향기로운 술(탁주, 막걸리).

* 蜜甜(밀감) : 꿀같이 달다.

 

제8수에서는 봄이 다 지나가니 뽕잎을 딸 때가 가까워지고 겨울에 심은 보리를 수확할 계절이 옴을 말하고, 세월이 가는 아쉬움에 술잔을 놓지 못하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其九

隔戶楊柳弱嫋嫋(격호양류약뇨뇨) : 사립문 사이에 버드나무 부드러워 하늘거리니

恰似十五女兒腰(흡사십오녀아요) : 마치 열다섯 살 계집아이의 허리 같구나.

誰謂朝來不作意(수위조래부작의) : 그 누가 아침이 오는 것을 마음 쓰지 않는다고 말했나?

狂風挽斷最長條(광풍만단최장조) : 사나운 바람이 가장 긴 가지를 끌어당겨 끊어버리겠구나.

 

* 嫋嫋(뇨뇨,요요) : 간들간들 가냘픈 모양. 하늘하늘.

* 朝來(조래) : (저녁이 지나고) 아침이 오다. 세월이 흘러감을 뜻한다.

* 不作意(부작의) : 마음을 쓰지 않다. 作意(작의)는 고의(故意).

* 挽斷(만단) : 잡아당겨 끊다. 挽은 잡아당기다.

 

제9수에서는 봄이 깊어진 완화계의 초당 앞에 서 있는 버드나무가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소녀를 연상하고 오래 된 가지가 먼저 없어지리라 며 세월이 쉽게 흘러감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족직(促織) - 두보(杜甫)

귀뚜라미

 

促織甚微細(촉직심미세) : 아주 작고 가냘픈 귀뚜라미

哀音何動人(애음하동인) : 슬픈 소리 어찌 사람을 울리는가.

草根吟不穩(초근음불온) : 풀뿌리에서 초조하게 울다가도

床下夜相親(상하야상친) : 침상 아래서 밤에 정답게 속삭이네.

久客得無淚(구객득무루) : 오랜 나그네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고

放妻難及晨(방처난급신) : 버림받은 아낙 새벽까지 견디기 어려워라.

悲絲與急管(비사여급관) : 애절한 거문고나 격렬한 피리 소리도

感激異天真(감격이천진) : 네 천진한 소리의 감격에는 비기지 못하리.

 

* 促織(촉직) : 귀뚜라미(蟋蟀).

* 哀音(애음) : 슬픈 소리.

* 不穩(불온) : 초초함. 불안함.

* 久客(구객) : 타향에서 오래 살게 된 나그네.

* 放妻(방처) : 쫓겨난 여인. 故妻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悲絲與急管 슬픈 거문고나 격한 피리 소리도

感激異天眞 네 천진한 감격에 비기지 못하리

다시 읽고 음미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면 당(唐) 숙종(肅宗) 건원(乾元) 2년(759) 가을에 지은 시이다. 당시 두보는 진주(秦州)에 있었으며 고향을 멀리 떠나 있어 밤에 귀뚜라미의 애절한 소리를 듣고 가을밤의 외로움을 읊은 시이다.

두보는 건원 원년 6월에 조정의 좌습유직에서 화주(華州)의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좌천되고 건원 2년 7월에 대기근으로 관직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진주(秦州)와 동곡(同谷)을 유랑하였으며 이 때 삼리삼별의 연작시를 지었다

 

각야(閣夜) - 두보(杜甫)

누각에서의 밤

 

歲暮陰陽催短景(세모음양최단경) : 한 해는 저물고 낮은 짧아지고

天涯霜雪제寒霄(천애상설제한소) : 하늘 먼 곳 눈과 서리 그친 차가운 밤이구나.

五更鼓角聲悲壯(오갱고각성비장) : 한밤의 북과 피리, 그 소리 비장하고

三峽星河影動搖(삼협성하영동요) : 삼협의 별과 은하, 그 그늘 요동친다.

野哭千家聞戰伐(야곡천가문전벌) : 들판의 곡하는 소리, 집집마다 전쟁소식 들리고

夷歌數處起漁樵(이가수처기어초) : 여기 저기 오랑캐 노래 소리는 어부와 나무꾼에게서 들려온다.

臥龍躍馬終黃土(와룡약마종황토) : 와룡 제갈량과 약마 공손술도 끝내 한 줌 흙이 되었거늘

人事音書漫寂寥(인사음서만적료) : 사람의 일과 편지도 공연히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숙부(宿府) - 두보(杜甫)

장군의 막부에서 묵으며

 

淸秋幕府井梧寒(청추막부정오한) : 맑은 가을 막부 우물가 오동나무는 차가운데

獨宿江城蠟炬殘(독숙강성납거잔) : 강성에 홀로 자려니 촛불은 가물가물

永夜角聲悲自語(영야각성비자어) : 긴 밤 호각소리, 슬픔을 스스로 말하는 듯

中天月色好誰看?(중천월색호수간 : 중천의 달빛 좋다 해도 뉘와 바라보리요.

風塵荏苒音書絶(풍진임염음서절) : 지루한 전쟁에 고향 소식도 끊어지고

關塞蕭條行陸難(관새소조행륙난) : 쓸쓸한 변방은 육로 통행도 어려워라

已忍伶俜十年事(이인령빙십년사) : 이미 영락하여 견뎌온 쓸쓸한 세월 십년

强移棲息一枝安(강이서식일지안) : 억지로 옮겨 한 가지에 깃드니 편안하노라.

 

이 시는 광덕 2년 가을 엄무의 막부에 있을 때 지은 것이다. 막부에서 홀로 잠을 자며 느낀 감회를 적었다. 오랜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를 전전하는 자신의 고달픈 삶에 대한 동정이 드러난다.

 

 

 

등루(登樓) - 두보(杜甫)

누대에 올라서

 

花近高樓傷客心(화근고누상객심) : 꽃 핀 높은 누대에 서니 나그네 마음 아프고

萬方多難此登臨(만방다난차등림) : 만방에 어려움 많아 이곳에 올라본다.

錦江春色來天地(금강춘색내천지) : 금강의 봄빛은 천지에 내려오고

玉壘浮雲變古今(옥누부운변고금) 옥루산 뜬구름 고금으로 변하는구나.

北極朝庭終不改(배극조정종부개) : 북극성처럼 영원한 우리나라 끝내 망하지 않으니

西山寇盜莫相侵(서산구도막상침) : 서산 토번족 도둑들은 결코 침략하지 말라.

可憐后主還祠廟(가련후주환사묘) : 가련한 후주도 종묘사직을 지켰나니

日暮聊爲梁父吟(일모료위량부음) : 해 저무는 이 때 애오라지 양보곡을 읊어본다.

 

 

 

등고(登高) - 두보(杜甫)

높은 곳에 올라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 바람은 빠르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휘파람 소리 애달파

渚淸沙白鳥飛蛔(저청사백조비회) : 물가는 맑고 모래는 깨끗한데 새는 날아 돌아온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 끝없이 펼쳐진 낙목에선 나뭇잎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다함이 없이 흐르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간다.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 만 리 먼 곳 서글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 되어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태) : 한평생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른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 어려움과 고통에 귀밑머리 다 희어지고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 늙고 쇠약한 몸이라 새로이 탁주마저 끊어야한다네.

 

 

 

문관군수하남하배(聞官軍收河南河北) - 두보(杜甫)

관군이 하남하북을 수복했다는 소문을 듣고

 

劍外忽傳收薊北(검외홀전수계북) : 검문이남 지방에서 문득 계북이 회복된 소식 전해 듣고

初聞涕淚滿衣裳(초문체누만의상) : 처음에는 눈물이 옷을 적시네.

卻看妻子愁何在(각간처자수하재) : 돌아보니, 아내와 자식들은 어디 있는지 걱정

漫卷詩書喜欲狂(만권시서희욕광) 시서를 대강 추려 싸니 기뻐서 미칠 듯하다.

白日放歌須縱酒(백일방가수종주) : 한낮에는 마음껏 노래 부르고 술도 마시며

靑春作伴好還鄕(청춘작반호환향) : 청춘을 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감 얼마나 좋은가

卽從巴峽穿巫峽(즉종파협천무협) : 서둘러 파협에서 무협을 지나

便下襄陽向洛陽(변하양양향낙양) : 바로 양양으로 내려와 낙양을 향하세.

 

 

 

야망(野望)1 - 두보(杜甫)

들에서 바라보다

 

西山白雪三城戍(서산백설삼성수) : 서산엔 백설, 삼성(三城)이 지키고

南浦淸江萬里橋(남포청강만리교) : 남포 맑은 강물에는 만리교 놓여있다.

海內風塵諸弟隔(해내풍진제제격) : 온 나라 전쟁 중리라 형제들 떨어져

天涯涕淚一身遙(천애체누일신요) 하늘가 멀리서 이내 한 몸 눈물만 흘리네.

 

唯將遲暮供多病(유장지모공다병) : 늙어가는 몸에 병만 더해가고

未有涓埃答聖朝(미유연애답성조) : 임금께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있네.

跨馬出郊時極目(과마출교시극목) : 말 타고 들로 나가 저 끝을 바라볼 때에

不堪人事日蕭條(부감인사일소조) : 세상사 날로 쇠락함을 감당하기 어렵구나.

 

 

* 서산(西山)에는 흰 눈이 덮여 있고 송주(松州)와 유주(維州), 보주(保州) 세 곳의 진(鎭)이 변방을 지키고 있다. 남포(南浦)에는 금강(錦江) 위에 만리교가 놓여 있다. 나라 안의 전쟁 통에 여러 아우들과 헤어지고, 도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내 한 몸은 눈물만 흘릴 뿐이다. 늙어갈 일밖에 없는 이 몸은 병만 더하여 임금께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 말을 타고 교외로 나가 멀리 바라보니 세상사 날로 쇠락함을 감당하기 어렵다.

 

* 이 시는 상원(上元) 2년(761) 두보(杜甫)가 성도의 초당에 우거하고 있을 때에 지은 것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제1·2구는 토번과 대치하고 있는 서산의 변새 지역과 자신이 거처하고 있던 남포 지역의 경치를, 제3·4구에서는 전란으로 인한 형제와의 이별을, 제5·6구에서는 노쇠함으로 국가에 보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신의 심경을 담아내고 있다. 제7·8구에서는 말을 타고 교외에 나가 바라보면서 느끼는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데, 자신의 영락한 처지와 더불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제7구의 ‘出郊(출교)’와 ‘極目(극목)’은 ‘野望(야망)’이라는 제목과 부합한다.

 

* 西山(서산) : 성도(成都) 서쪽에 있으며, 민산(岷山)을 주봉(主峰)으로 한다. 일 년 내내 눈이 쌓여 있기에 설령(雪嶺)이라고도 한다.

* 三城戍(삼성수) : 성도 서북쪽에 있던 세 곳의 진(鎭)으로, 송주(松州:지금의 사천성(四川省) 송번현(松藩縣))·유주(維州)·보주(保州)를 지칭한다. 이 지역은 토번과 접하고 있어 촉 지역의 요충지였다.

* 南浦淸江萬里橋(남포청강만리교) : ‘南浦(남포)’는 남쪽 교외의 물가이고, ‘淸江(청강)’은 금강(錦江)을 말한다. ‘萬里橋(만리교)’는 ≪華陽國志(화양국지)≫에 “만리교는 성도현의 남쪽 8리 지점에 있는데 촉에서 비위(費褘)를 오(吳)로 사신 보낼 때에 제갈량이 그를 전별하니, 비위가 탄식하기를 ‘만리길이 이 다리에서 시작한다.’고 하여 ‘만리교’라 부르게 되었다.[萬里橋 在成都縣南八里 蜀使費褘聘吳 諸葛亮祖之 褘歎曰 萬里之行 始于此橋 因以爲名]”라고 하였다.

* 風塵(풍진) : 바람이 일어나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전란을 비유한다.

* 天涯(천애): 하늘의 끝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낙양과 장안에서 멀리 떨어진 촉 땅을 의미한다.

* 遲暮(지모) : 모년(暮年)으로 만년(晩年), 노년(老年)을 뜻한다.

*涓埃(연애): 한 방울의 물과 한 줌의 흙으로, 아주 작은 것을 비유한다.

 

 

야망(野望)2 - 두보(杜甫)

들판의 조망하다

 

淸秋望不極(청추망부극) : 맑은 가을날, 조망은 끝이 없고

迢遞起層陰(초체기층음) : 멀리 층계 구름 바뀌어 이는구나.

遠水兼天淨(원수겸천정) : 멀리 보이는 물, 하늘처럼 깨끗하고

孤城隱霧深(고성은무심) : 외로운 성곽, 깊숙이 안개에 묻혀있구나.

葉稀風更落(섭희풍경낙) : 나뭇잎은 드물어도 바람에 다시 떨어지고

山逈日初沈(산형일초침) : 산은 아득히 멀고 해는 지기 시작하는구나.

獨鶴歸何晩(독학귀하만) : 외짝 학은 돌아옴이 어찌 그리도 늦은가

昏鴉已滿林(혼아이만림) : 황혼녘에 까마귀는 이미 숲에 가득 앉았구나.

 

 

 

촉상(蜀相) - 두보(杜甫)

촉의 재상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 승상의 사당, 어느 곳에서 찾아야 하나

錦官城外柏森森(금관성외백삼삼) : 금관성 밖, 잣나무 우거진 곳이라네.

映階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 게단에 환히 비치는 푸른 풀은 저로 봄빛이고

隔葉黃鸝空好音(격섭황리공호음) 나뭇잎 건너 꾀꼬리, 공연히 고운 노랫소리로고

三顧頻煩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 황제는 번거로이 세 번을 찾아 천하를 도모하고

兩朝開濟老臣心(량조개제노신심) : 조정을 열고 섬긴 늙은 신하, 그의 마음 남아있네.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 출사하여 이기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누만금) : 길이 영웅들 눈물이 옷깃에 가득하게 한다.

 

 

 

등악양루(登岳陽樓) - 두보(杜甫)

악양루에 올라

 

昔聞洞庭水 : 옛날부터 들어온 동정호

今上岳陽樓 : 이제야 악양루에 올랐네.

吳楚東南坼 : 오나라 초나라 땅은 동남으로 갈라졌고

乾坤日夜浮 :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물속에 떠 있구나.

親朋無一字 : 친구에게서는 편지 한 장 없고,

老病有孤舟 : 늙고 병든 나에게는 배 한 척 밖에 의지할 곳 없구나.

戎馬關山北 : 관문 북쪽에서는 아직도 전쟁이 끊임없고

憑軒涕泗流 : 난간에 기대니 눈물만 줄줄 쏟아지는구나.

 

 

 

여야서회(旅夜書懷) - 두보(杜甫)

나그네가 밤에 회포를 적다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 고운 풀에, 미풍 불어오는 언덕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 높은 돛 달고 홀로 뜬 밤 배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 하늘엔 별 늘어지고 평야는 광활한데

月涌大江流(월용대강류) 달은 솟아오르고 큰 강물은 흘러만 간다.

名豈文章著(명개문장저) : 문장으로 어떻게 이름을 날릴까

官應老病休(관응노병휴) : 늙고 병들어 벼슬길도 쉬어야하는데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 떠도는 이 몸 무엇과 같다할까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 천지간 한 마리 모래톱 물새라네.

 

 

 

별방태위묘(別房太尉墓) - 두보(杜甫)

방태위의 무덤을 떠나며

 

他鄕復行役(타향복항역) : 타향에 다시 떠돌며

駐馬別孤墳(주마별고분) : 말 세우고 외로운 무덤에 이별을 고하네.

近淚無干土(근누무간토) : 눈에 가까이 흐르는 눈물 막을 흙이 없고

低空有斷雲(저공유단운) 낮은 하늘엔 조각구름만 떠있다.

對棋陪謝傅(대기배사부) : 바둑을 두면은 사안을 짝하고

把劍覓徐君(파검멱서군) : 칼을 잡으면 서군을 찾는다.

唯見林花落(유견림화낙) : 오직 보이는 것은 숲 속에 꽃 지는 것이요.

鶯啼送客聞(앵제송객문) : 꾀꼬리 울음소리 보내는 객이 듣는다.

 

 

 

봉제역중송엄공사운(奉濟驛重送嚴公四韻) - 두보(杜甫)

봉제역에서 엄공을 다시 보내며

 

遠送從此別(원송종차별) : 먼 길 보내려 여기서 이별하려니

靑山空復情(청산공복정) : 청산은 부질없이 다시 또 정을 준다.

幾時杯重把(기시배중파) : 언제나 다시 술을 마시나

昨夜月同行(작야월동항) 어제 밤 달빛 아래서 함께 걸었는데

列郡謳歌惜(렬군구가석) : 여러 고을 노래 불러 서별을 나누어도

三朝出入榮(삼조출입영) : 삼대의 조정을 섬기며 영화도 누리세요.

江村獨歸處(강촌독귀처) : 강촌으로 나 홀로 돌아가는 그 곳

寂寞養殘生(적막양잔생) : 조용하여 여생을 보람되게 가꾸리라

 

 

 

춘숙좌성(春宿左省) - 두보(杜甫)

봄에 좌성에서 묶으며

 

花隱掖垣暮(화은액원모) : 꽃 숨어드는 대궐담장의 저녁

啾啾棲鳥過(추추서조과) : 잘 새도 찍찍 지저귀며 날아간다.

星臨萬戶動(성림만호동) : 별이 떠니 궁궐 문이 보이고

月傍九霄多(월방구소다) : 달 가에는 하늘도 넓어진다.

不寢聽金鑰(부침청금약) 궁궐문의 빗장소리에 잠이 오지 않고

因風想玉珂(인풍상옥가) : 바람소리 풍경소리로 생각했네.

明朝有封事(명조유봉사) : 내일 아침이면 아뢸 말씀 있나니

數問夜如何(삭문야여하) :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자주 묻는다.

 

 

 

월야(月夜) - 두보(杜甫)

달밤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 : 오늘 밤 부주에 뜬 저 달을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 : 아내는 혼자 보고 있겠지.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 : 멀리서 그리는 어린 자식들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 : 아직은 장안 생각은 못하겠지.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 : 밤안개에 구름머리가 축축하고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 : 휘영청 달빛 아래 고운 팔이 차가우리라.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 : 어느 날에나 창가에 기대어

雙照淚痕干(쌍조누흔간) : 우리 둘이 눈물 마른 얼굴로 저 달을 보겠나.

 

杜甫의 역경과 애틋한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안록산의 난(755~763)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 두보는 奉先縣으로 가서 가족을 만났지만, 바로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고, 두보는 가족을 데리고 白水縣으로 피난했다가 다시 가족만 鄜州(부주)로 피난시켰다. 부주는 지금의 陝西省 延安市 黃陵縣이다.

 

 

 

애왕손(哀王孫) - 두보(杜甫)

왕손을 슬퍼하다

 

長安城頭頭白烏(장안성두두백오) : 장안성 머리에 머리 흰 새

夜飛延秋門上呼(야비연추문상호) : 밤에 연추문 위를 날며 소리쳐 운다.

又向人家啄大屋(우향인가탁대옥) : 또 인가로 날아가 큰 집을 쪼아대니

屋底達官走避胡(옥저달관주피호) : 큰 집안의 고관들 오랑캐를 피하여 달아난다.

金鞭斷折九馬死(금편단절구마사) : 황금 채찍 끊어지고 아홉 마리 말도 죽어

骨肉不待同馳驅(골육부대동치구) : 골육들도 기다리지 않고 도두 말달려 달아난다.

腰下寶玦靑珊瑚(요하보결청산호) : 허리엔 보석 구슬과 산호초 차고 있는데

可憐王孫泣路隅(가련왕손읍노우) : 가련하구나! 왕손이 길모퉁이에서 눈물 흘리네.

問之不肯道姓名(문지부긍도성명) : 물어도 성명을 말하려 하지 않고

但道困苦乞爲奴(단도곤고걸위노) : 다만 곤고하니 종으로 삼아달라고 한다.

已經百日竄荊棘(이경백일찬형극) : 이미 백 날을 가시덩굴에 숨어 다녀

身上無有完肌膚(신상무유완기부) : 몸에는 성한 살이라곤 하나도 없다.

高帝子孫盡隆准(고제자손진륭준) : 고종 황제 자손들 모두 코가 오뚝하여

龍種自與常人殊(룡종자여상인수) : 왕족은 자연스레 평민과는 다르다네.

豺狼在邑龍在野(시낭재읍룡재야) : 짐승 같은 도적은 장안 도읍에 있고 황제는 촉나라 시골에 있으니

王孫善保千金軀(왕손선보천금구) : 왕손은 천금같은 귀한 몸을 잘 보존 하소서

不敢長語臨交衢(부감장어림교구) : 교차로에 있는지라 길게는 말 못하고

且爲王孫立斯須(차위왕손립사수) : 왕손을 위해 잠시 서 있소

昨夜東風吹血腥(작야동풍취혈성) : 어제 밤 동풍 불어 피비린내 불어와

東來橐駝滿舊都(동내탁타만구도) : 동쪽에서 온 낙차로 엣 도읍에 가득하다.

朔方健兒好身手(삭방건아호신수) : 북방의 건아들의 좋은 몸집과 재주

昔何勇銳今何愚(석하용예금하우) : 엣 날엔 그리도 용감하고 날랬는데 지금은 어찌 그리도 어리석나

竊聞天子已傳位(절문천자이전위) : 가만히 들으니, 천자가 이미 선위하니

聖德北服南單于(성덕배복남단우) : 새 천자의 성덕은 북으로 남단우를 복종시켰네.

花門剺面請雪恥(화문리면청설치) : 화문에서도 낯을 베어 우리 위해 설욕을 원하니

愼勿出口他人狙(신물출구타인저) : 삼가 입 조심하시오, 남의 저격 두려우니

哀哉王孫愼勿疏(애재왕손신물소) : 슬프다! 왕손이여 삼가 소홀히 하지마소

五陵佳氣無時無(오능가기무시무) : 오릉의 상서로운 기운 없을 때가 없다오.

 

 

 

여인행(麗人行) - 두보(杜甫)

미인들을 노래함

 

三月三日天氣新(삼월삼일천기신) : 삼월 삼짇날 날씨도 맑아

長安水邊多麗人(장안수변다려인) : 장안 물가에는 미인도 많네.

態濃意遠淑且眞(태농의원숙차진) : 자태는 농염하고 뜻은 멀고 마음은 맑고 진실한데

肌理細膩骨肉勻(기리세니골육균) : 피부 결은 섬세하고 기름지며 뼈와 살이 적당하다.

繡羅衣裳照暮春(수나의상조모춘) : 수놓은 비단 옷 저문 봄빛 비치면

蹙金孔雀銀麒麟(축금공작은기린) : 금실로 공작새를,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頭上何所有(두상하소유) : 머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翠微盍葉垂鬢唇(취미합섭수빈진) : 비취색 머리 장식 귀밑까지 드리웠네.

背后何所見(배후하소견) : 등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珠壓腰衱穩稱身(주압요겁온칭신) : 진주 박힌 허리띠에 온몸이 어울린다.

就中雲幕椒房親(취중운막초방친) : 궁중 휘장 안 황후의 친척에 나아가면

賜名大國虢與秦(사명대국괵여진) : 대국 괵부인, 진부인의 명칭 내렸네.

 

紫駝之峰出翠釜(자타지봉출취부) : 자타지봉 팔진미 요리는 푸른 솥에서 나오고

水精之盤行素鱗(수정지반항소린) : 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기어 다니네.

犀箸饜飫久未下(서저염어구미하) : 무소 젓가락 음식에 물려 오래도록 내리지 못하고

鸞刀縷切空紛綸(난도누절공분륜) : 부엌칼은 잘게 자르는 데에 공연히 바쁘다.

黃門飛鞚不動塵(황문비공부동진) : 태감은 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황문에서 날듯이 달려가고

御廚絡繹送八珍(어주락역송팔진) : 임금님 주방에선 끝없이 팔진미를 보내오네.

簫鼓哀吟感鬼神(소고애음감귀신) : 퉁소소리, 북소리 애달프게 울리면 귀신도 감동하고

賓從雜沓實要津(빈종잡답실요진) : 손님이 많이 와도 실로 귀한 손님이라

后來鞍馬何逡巡(후내안마하준순) : 황후가 타고 오는 말은 어찌 그리 느릿느릿

當軒下馬入錦茵(당헌하마입금인) : 집에 당도하여 말에서 내려 비단 요에 든다.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낙복백빈) : 버들꽃 눈같이 떨어져 흰 부평초에 덮이고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함홍건) : 소식 전하는 푸른 새, 붉은 수건 물고 날아간다.

炙手可熱勢絶倫(자수가열세절륜) : 자수가열 권세가 대단하니

愼莫近前丞相嗔(신막근전승상진) : 조심하여 가까이 말라, 승상께서 화내실라

 

3월 3일 맑고 화창한 날, 장안(長安) 곡강(曲江)) 강가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궁녀들이 봄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의 자태는 농염하고 마음속에 간직한 생각은 고원(高遠)한 듯하며, 성품은 온화하고도 선량해 보인다. 게다가 피부는 곱고 매끄러우며 뼈와 살이 적절하게 균형 잡혀 있다. 그들의 화려한 의상은 저무는 봄 들녘에서 빛을 발하는데, 금실과 은실로 공작과 기린을 함께 수놓은 옷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비취로 된 머리 장식이 귀밑머리 옆까지 내려와 있다. 등 뒤에 보이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진주가 알알이 엮여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누르고 있는데 몸에 한층 잘 어울린다. 구슬발 휘장 안에 있는 귀비(貴妃)의 친척들은 괵국부인(虢國夫人), 진국부인(秦國夫人)에 책봉된 양귀비의 언니들이다.

 

그들이 먹는 음식은 낙타의 불룩한 봉(峰)을 잘라 구운 고기로 비취빛 솥에 담겨 있고, 은빛으로 빛나는 생선이 수정으로 된 접시에 줄지어 놓여 있다. 실컷 먹고 배가 부른 탓에 상아 젓가락을 손에 든 채로 한참을 음식에 대지 않는데, 공연히 요리사는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실처럼 가늘게 써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궐내의 환관들이 말을 타고서 먼지 한 점 날리지 않고 오고 가는데, 대궐의 주방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진귀한 음식들을 보내온다. 옆에서 음악을 연주하여 흥을 돋우는데, 슬퍼하듯 한숨짓듯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왕왕 귀신조차 감동시킬 듯하다. 자리를 함께 한 빈객(賓客)과 종신(從臣)들이 참으로 많은데 이들은 모두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이다.

 

가장 나중에 안장 얹은 한 필의 말이 다가오는데, 달리는 그 모습이 참으로 느리고 거만하다. 수레 휘장 앞에 이르자 그는 말에서 내려 곧장 비단 깔개가 깔려 있는 수레 안으로 들어간다. 버들개지가 눈처럼 흩날려 마름 위를 덮고,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인 청조(靑鳥)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붉은 수건을 머금고 머리 위를 난다. 이 남자는 당대의 세력가로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으니, 그녀들에게 가까이 가서 그가 분노를 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병거행(兵車行) - 두보(杜甫)

출정의 노래

 

車轔轔(거린린) : 수레소리 덜덜거리고

馬蕭蕭(마소소) : 말 우는 소리 쓸쓸 하구나

行人弓箭各在腰(항인궁전각재요) : 출정하는 군인들 모두 허리에 활과 화살을 차고

耶娘妻子走相送(야낭처자주상송) :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처자들이 달려와 송별하니

塵埃不見咸陽橋(진애부견함양교) : 흙먼지 티끌에 함양교가 가리어 보이지 않아

牽衣頓足攔道哭(견의돈족란도곡) : 옷을 붙들고 넘어지며 길을 막고 우니

哭聲直上干雲霄(곡성직상간운소) : 그 울음소리 바로 구름 낀 하늘까지 오르네.

道旁過者問行人(도방과자문항인) : 길 지나는 사람 군인에게 물으니

行人但雲點行頻(항인단운점항빈) : 군인은 징집이 너무 빈번하다 하네.

或從十五北防河(혹종십오배방하) : 열다섯 살부터 북방으로 황하를 지네다가

便至四十西營田(변지사십서영전) :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서쪽으로 군전을 개간한다네.

去時里正與裹頭(거시리정여과두) : 떠나 올 땐 고을 이장이 머릿수건 주었는데

歸來頭白還戍邊(귀내두백환수변) : 돌아오니 머리가 백발인데 도리어 수자리라오

邊亭流血成海水(변정류혈성해수) : 변방에는 피가 흘러 바닷물 이루는데

武皇開邊意未已(무황개변의미이) : 무력을 좋아하는 황제는 뜻을 그치지 않네.

 

君不聞(군부문) : 그대는 듣지 못 했던가

漢家山東二百州(한가산동이백주) : 한나라 산동 이백주(二百州)가

千村萬落生荊杞(천촌만낙생형기) : 고을마다 가시나무 밭이 다 된 것을

縱有健婦把鋤犁(종유건부파서리) : 비록 건장한 부인 있어 호미 잡고 김매어도

禾生隴畝無東西(화생롱무무동서) : 이랑에 벼들은 들쭉날쭉 경계도 없소

況復秦兵耐苦戰(황복진병내고전) : 하물며 다시 병사되어 전쟁 고통 견디면서

被驅不異犬與雞(피구부리견여계) : 쫓기는 것이 개나 닭 같은 신세라오

長者雖有問(장자수유문) : 상관이 혹 물어봐도

役夫敢申恨(역부감신한) : 졸병이 어찌 감히 원한을 말 하리오

且如今年冬(차여금년동) : 또 금년 같은 겨울에는

未休關西卒(미휴관서졸) : 관서의 병졸들은 아직 쉬지도 못 했지요

縣官急索租(현관급삭조) : 지방의 관리들은 급히 세금을 독촉하나

租稅從何出(조세종하출) : 세금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信知生男惡(신지생남악) : 정말로 알겠노라, 남자 낳기는 싫어하고

反是生女好(반시생녀호) : 도리어 여자 낳기 좋아하는 것을

生女猶得嫁比鄰(생녀유득가비린) : 딸을 낳으면 이웃집에 시집보낼 수 있지만

生男埋沒隨百草(생남매몰수백초) : 아들 낳으면 잡초 속에 묻히기 때문이라네.

君不見(군부견) :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靑海頭(청해두) : 청해 바닷가에

古來白骨無人收(고내백골무인수) : 옛날부터 백골을 거두어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新鬼煩冤舊鬼哭(신귀번원구귀곡) : 새 귀신은 번민하고 원망하며, 구 귀신은 통곡하여

天陰雨濕聲啾啾(천음우습성추추) : 날이 흐리고 비 젖으면 귀신 우는 처량한 소리 들린다오.

 

 

 

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항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 - 두보(杜甫)

공손대낭의 제자가 검기무 추는 것을 보고

 

昔有佳人公孫氏(석유가인공손씨) : 옛날 가인이 있었는데 공손씨 라네.

一舞劍器動四方(일무검기동사방) : 검기 춤 한번 추면 사방이 동요하네.

觀者如山色沮喪(관자여산색저상) : 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을 잃고

天地爲之久低昂(천지위지구저앙) : 천지는 이 때문에 오랫동안 오르내리네.

㸌如羿射九日落(곽여예사구일낙) : 번쩍거리기는 예(羿)가 한번 쏘아 아홉 해를 떨어뜨리듯

矯如群帝驂龍翔(교여군제참룡상) : 되돌려 바로잡기는 뭇 신선이 말을 타고 날아가듯 하네.

來如雷霆收震怒(내여뇌정수진노) : 돌아옴은 우뢰와 천등이 진노를 거두는 듯

罷如江海凝淸光(파여강해응청광) : 마침은 강과 바다에 밝은 빛이 모이듯 하네.

絳唇珠袖兩寂寞(강진주수량적막) : 붉은 입술 구슬 소매 모두가 적막하고

晩有弟子傳芬芳(만유제자전분방) : 늦게 둔 제자가 춤의 향기를 전하네.

臨潁美人在白帝(임영미인재백제) : 임영 미인은 백재에 있어

妙舞此曲神揚揚(묘무차곡신양양) : 묘한 춤, 이 곡조에 신명이 절로난다.

與余問答旣有以(여여문답기유이) : 나와 함께 문답함은 까닭이 있어

感時撫事增惋傷(감시무사증완상) : 시와 일에 느껴 일찍이 아픔만 더하네.

先帝侍女八千人(선제시녀팔천인) : 현종 시녀 팔천 인 중

公孫劍器初第一(공손검기초제일) : 공손 검기 춤이 제일이네.

五十年間似反掌(오십년간사반장) : 십오 년 세월이 여반장이라

風塵澒洞昏王室(풍진홍동혼왕실) : 전쟁은 심해져 왕실이 혼미하네.

梨園子弟散如煙(리원자제산여연) : 이원의 자제들 연기처럼 흩어지고

女樂餘姿映寒日(녀낙여자영한일) : 여자 약사들의 남은 자태 차가운 햇살에 비치네.

金粟堆前木已拱(금속퇴전목이공) : 금속산 무덤 앞엔 나무가 이미 크게 자라고

瞿塘石城草蕭瑟(구당석성초소슬) : 구당 돌 성엔 풀들만 쓸쓸하네.

玳筵急管曲復終(대연급관곡복종) : 좋은 잔치 빠른 피리 악곡은 끝나고

樂極哀來月東出(낙극애내월동출) : 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오고 동쪽에서 달 떠오네.

老夫不知其所往(노부부지기소왕) : 늙은 사내 갈 바를 모르는데

足繭荒山轉愁疾(족견황산전수질) : 거친 산에 발에는 굳은 살 생기고 수심과 질병만 생긴다.

 

 

 

고백행(古柏行) - 두보(杜甫)

오래된 잣나무의 노래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노백) : 공명의 묘 앞 늙은 소나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가지는 청동구리 같고 뿌리는 돌 같이 여물다.

雙皮溜雨四十圍(쌍피류우사십위) : 껍질에는 빗방울이 흐르고 둘레는 마흔아홉 아름

黛色參天二千尺(대색삼천이천척) : 짙푸른 잎들은 하늘로 이천 척이네.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임금과 신하 이미 함께 모여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나무도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雲來氣接巫峽長(운내기접무협장) : 구름은 내려와 그 기운 긴 무협에 이어있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은 떠올라 그 한기가 흰 설산에 통해있네.

憶昨路繞錦亭東(억작노요금정동) :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길은 금정을 돌아 동으로 향하고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주와 무후가 함께 궁궐에 갇히셨네.

崔嵬枝干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높은 가지는 들판에서 늙어가고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그윽한 단청집은 창문마저 쓸쓸하네.

落落盤踞雖得地(낙낙반거수득지) : 굳게 서려앉아 비록 땅을 얻었으나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렬풍) : 푸른 하늘에 홀로 높아 바람도 심하리라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이로부터 부지함은 신의 힘이요

正直元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바르고 곧은 원인은 조화옹의 공덕이네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큰집이 무너질 것 같으면 동량이 필요한데

萬年回首丘山重(만년회수구산중) : 만년 후에 고개 돌려보아 그 산의 무거움을 보리

不露文章世已驚(부노문장세이경) : 문장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상은 이미 놀라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베어짐도 잘리어짐도 거절하지 않지만

苦心豈免容螻蟻(고심개면용루의) : 고심하여 어찌 개미의 무너뜨림 면할 것인가

香葉終經宿鸞鳳(향섭종경숙난봉) : 향기로운 잎에는 끝내 난새와 봉황새가 자고 갈 것이네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지사들과 은사들은 원망하거나 탄식하지 마시라

古來材大難爲用(고내재대난위용) : 고래부터 재목이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오.

 

 

 

기한간의(寄韓諫議) - 두보(杜甫)

한 간의에게 부치다

 

今我不樂思岳陽(금아부낙사악양) : 악양의 그대를 생각하니 내 마음 즐겁지 않아

身欲奮飛病在床(신욕분비병재상) : 몸은 떨쳐 날고 싶으나 병으로 누워있노라

美人娟娟隔秋水(미인연연격추수) : 아름다운 당신은 물 건너 있으면서

濯足洞庭望八荒(탁족동정망팔황) : 동정호에 발을 씻고 먼 곳 팔황을 바라보겠지

鴻飛冥冥日月白(홍비명명일월백) :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날아가고 해와 달은 저리도 밝고

靑楓葉赤天雨霜(청풍섭적천우상) : 푸른 단풍 붉게 물들고 하늘엔 비와 서리 내리네

玉京群帝集北斗(옥경군제집배두) : 옥경의 여러 왕들 북두성을 받들어 모여들고

或騎麒麟翳鳳凰(혹기기린예봉황) : 혹자는 기린 타고, 혹자는 봉황수레 탔네.

芙蓉旌旗煙霧落(부용정기연무낙) : 부용깃발 안개 속에 내리고

影動倒景搖瀟湘(영동도경요소상) : 그림자는 거꾸로 움직여 소상강물 흔든다.

星宮之君醉瓊漿(성궁지군취경장) : 성관의 왕들은 옥장에 취하고

羽人稀少不在旁(우인희소부재방) : 신선은 더불어 곁에 있지 아니 하네.

似聞昨者赤松子(사문작자적송자) : 어제 얼핏 들은 것이 선인 벅송자가

恐是漢代韓張良(공시한대한장량) : 곧 한시대의 한의 장량일지 모른다네.

昔隨劉氏定長安(석수류씨정장안) : 옛적 유방 따라 장안을 평정하고

帷幄未改神慘傷(유악미개신참상) : 군대의 장막 안에서는 아직 바뀌지 않아 마음이 상하고

國家成敗吾豈敢(국가성패오개감) : 국가의 성패를 내가 감히 어쩌랴

色難腥腐餐楓香(색난성부찬풍향) : 비린 것과 썩은 것이 싫다면 단풍나무 향기를 반찬하고

周南留滯古所惜(주남류체고소석) : 주남에 머무름은 옛날부터 애석한 일이었네.

南極老人應壽昌(남극노인응수창) : 남극 노인 응당히 오래살고 번창하리.

美人胡爲隔秋水(미인호위격추수) : 미인은 어찌하여 가을 물을 건너 있나

焉得置之貢玉堂(언득치지공옥당) : 어찌 그대를 붙잡아 옥당에 드릴까

 

 

 

단청인증조패장군(丹靑引贈曹霸將軍) - 두보(杜甫)

조패 장군에게 단청인을 드리며

 

將軍魏武之子孫(장군위무지자손) : 장군은 위나라 무재의 자손인데

于今爲庶爲靑門(우금위서위청문) : 지금은 서민이 되어 한미한 집안이 되었다.

英雄割據雖已矣(영웅할거수이의) : 영웅할거의 시대는 이미 다지나갔지만

文采風流今尙存(문채풍류금상존) : 문체와 풍류는 아직도 남아있네.

學書初學衛夫人(학서초학위부인) : 글씨를 배우기는 처음 위부인에게서 배웠는데

但恨無過王右軍(단한무과왕우군) : 왕 우군을 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丹靑不知老將至(단청부지노장지) : 단청에 자신이 늙는 줄도 모르고

富貴于我如浮雲(부귀우아여부운) :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 같다고 했다.

開元之中常引見(개원지중상인견) : 개원의 날에는 항상 불리어가

承恩數上南熏殿(승은삭상남훈전) : 임금의 은혜를 입어 몇 번이나 남훈전에 올랐다네.

凌煙功臣少顔色(능연공신소안색) : 능연각의 공신들 얼굴이 낡았는데

將軍下筆開生面(장군하필개생면) : 장군이 한번 붓질하니 얼굴이 생동했네.

良相頭上進賢冠(량상두상진현관) : 훌륭한 재상의 머리에는 진현관이요.

猛將腰間大羽箭(맹장요간대우전) : 용맹한 장군의 허리에는 대우전이네.

褒公鄂公毛發動(포공악공모발동) : 포공과 악공의 머리털은 일어나고

英姿颯爽猶酣戰(영자삽상유감전) : 영민한 자태와 힘찬 모습은 오히려 전쟁을 즐기는 듯

先帝天馬玉花驄(선제천마옥화총) : 현종 황제가 타시던 천마와 옥화총을

畫工如山貌不同(화공여산모부동) : 화공들이 산 같이 많아도 모습이 같지 않았네.

是日牽來赤墀下(시일견내적지하) : 이 날에 끌어내려 붉은 섬돌 위 뜰에 놓으니

逈立閶闔生長風(형립창합생장풍) : 멀리 창합에 서니 긴 바람 일어난다.

詔謂將軍拂絹素(조위장군불견소) : 조칙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 펼치니

意匠慘淡經營中(의장참담경영중) : 마음속으로 깊숙이 그림을 구상하시네.

斯須九重眞龍出(사수구중진룡출) : 이 잠깐 사이에 궁궐에서 참 용이 나타나니

一洗萬古凡馬空(일세만고범마공) : 만고의 평범한 말 한 번에 씻어 없애네.

玉花卻在御榻上(옥화각재어탑상) : 혹화 총 한 마리 도리어 어탑 위에 있어

榻上庭前屹相向(탑상정전흘상향) : 뜰 앞의 어탑위에 옥화총과 서로 마주 대하였네.

至尊含笑催賜金(지존함소최사금) : 임금은 미소를 머금고 금을 주라 재촉하고

圉人太仆皆惆悵(어인태부개추창) : 어인과 태복은 모두 실망하고 있네.

弟子韓干早入室(제자한간조입실) : 제자 한간이 일찍부터 배웠으나

亦能畫馬窮殊相(역능화마궁수상) : 말은 그려도 끝내 조금도 닮지 못하고

干惟畫肉不畫骨(간유화육부화골) : 말의 살을 그려도 뼈는 못 그리네.

忍使驊騮氣凋喪(인사화류기조상) : 그림의 명마인 화류들이 기가 다 죽어있네.

將軍畫善蓋有神(장군화선개유신) : 장군은 그림도 좋고 정신이 살아있네.

偶逢佳士亦寫眞(우봉가사역사진) : 우연히 만난 명사들도 실물처럼 그렸네.

卽今漂泊干戈際(즉금표박간과제) : 전쟁 중인 요즈음은 떠돌면서

屢貌尋常行路人(누모심상항노인) : 보통의 길가는 사람들을 자주 사생하네.

涂窮反遭俗眼白(도궁반조속안백) : 지극히 가난한데다가 사람들이 백안시하여

世上未有如公貧(세상미유여공빈) : 세상엔 조공처럼 가난한 사람 아직 없다네.

但看古來盛名下(단간고내성명하) : 다만 보나니, 옛날부터 천하에 이름 이룬 사람

終日坎壈纏其身(종일감람전기신) : 죽도록 불우함이 그 몸을 얽매는 것을

 

 

위풍녹사댁관조장군화마도(화인)(韋諷錄事宅觀曹將軍畫馬圖(畵引)) - 두보(杜甫)

위풍 녹사댁에서 조장군이 그린 말 그림을 보고

 

國初以來畫鞍馬(국초이내화안마) : 국초이래로 말 그린 그림에는

神妙獨數江都王(신묘독삭강도왕) : 신묘하여 다만 강도왕을 꼽는다네.

將軍得名三十載(장군득명삼십재) : 장군 이름 얻은 지 삼십 년

人間又見眞乘黃(인간우견진승황) : 인간세상 또 진짜 승황을 보겠네.

曾貌先帝照夜白(증모선제조야백) : 일찍이 황제의 조야백을 그렸더니

龍池十日飛霹靂(룡지십일비벽력) : 용지에 날마다 벽력이 날았다네.

內府殷紅瑪瑙盌(내부은홍마노완) : 내고의 은나라 빨간 마노주발을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삭) : 접여는 조서를 전하고 재인은 찾네.

盌賜將軍拜舞歸(완사장군배무귀) : 주발을 하사받은 장군은 절하고 춤추며 돌아가고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 가벼운 비단옷과 가느다란 비단옷 서로 나는 듯 따르네.

貴戚權門得筆跡(귀척권문득필적) : 권문귀족들도 그의 그림 얻고서

始覺屛障生光輝(시각병장생광휘) : 병장에 광채 남을 비로소 알게 되네.

昔日太宗拳毛騧(석일태종권모왜) : 옛날 황제의 말인 권모왜

近時郭家獅子花(근시곽가사자화) : 근래의 곽가의 말 사자화

今之新圖有二馬(금지신도유이마) : 지금의 새 그림에 그 두 마리 말을 그렸으니

復令識者久嘆嗟(복령식자구탄차) : 아는 사람들을 다시 오래도록 감탄하게 하네.

此皆騎戰一敵萬(차개기전일적만) : 이들이 모두 기마전에 하나가 만을 당해내는 것

縞素漠漠開風沙(호소막막개풍사) : 넓은 흰 비단에 바람과 모래를 일으키네.

其余七匹亦殊絶(기여칠필역수절) : 그 나머지 일곱 필도 특별히 뛰어나

逈若寒空雜煙雪(형야한공잡연설) : 저 멀리 찬 하늘에 안개 눈발 흩날리네.

霜蹄蹴踏長楸間(상제축답장추간) : 서리에 발굽은 긴 추자나무 길을 달리니

馬官廝養森成列(마관시양삼성렬) : 마관들, 시관들이 삼엄하게 늘어섰네.

可憐九馬爭神駿(가련구마쟁신준) : 아홉 마리 말들 신마와 재주를 다투는 것이 가련해도

顧視淸高氣深穩(고시청고기심온) : 돌아보니 눈빛은 맑고 높으며, 기상은 깊고 온화하다.

借問苦心愛者誰(차문고심애자수) : 묻건대, 고심하며 말을 사랑하는 자는 누구인가

后有韋諷前支盾(후유위풍전지순) : 오늘에는 위풍이요, 옛날에는 지순이라네.

憶昔巡幸新豐宮(억석순행신풍궁) : 그 옛날 신풍군을 순행하던 일 생각하면

翠花拂天來向東(취화불천내향동) : 황제의 푸른 깃발 하늘로 떨치며 동으로 향하여 오셨네.

騰驤磊落三萬匹(등양뇌낙삼만필) : 뛰고 달리는 말들은 삼만 필이었네.

皆與此圖筋骨同(개여차도근골동) : 모두가 이 그림과 근골이 같구나.

自從獻寶朝河宗(자종헌보조하종) : 보물을 받친 뒤 하종을 조회하니

無復射蛟江水中(무복사교강수중) : 다시는 강에서 교룡을 쏘는 사람 없었으니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 했는가?

金粟堆前松柏里(금속퇴전송백리) : 금속 땅 송백나무 마을 무덤 앞에

龍媒去盡鳥呼風(룡매거진조호풍) : 용매는 간 곳 없고 새들만 바람을 부르고 있는 것을

 

 

 

 

가인(佳人) - 두보(杜甫)

아름다운 사람

 

絶代有佳人(절대유가인) : 당대엔 드문 아름다운 사람 있어

幽居在空谷(유거재공곡) : 빈 산골에 혼자 산다오.

自云良家子(자운량가자) : 스스로 말하길, 양가의 자식인데

零落依草木(령낙의초목) : 집안이 망하여 초근목피에 생계를 의지한다고

關中昔喪亂(관중석상난) : 관중에 난리가 나서

兄弟遭殺戮(형제조살륙) : 형제자매 다 죽었다네.

官高何足論(관고하족논) : 벼슬이 높았음을 어찌 따지리오.

不得收骨肉(부득수골육) : 가족의 골육도 거두지 못했거늘

世情惡衰歇(세정악쇠헐) : 세상인심은 몰락은 싫어하고

萬事隨轉燭(만사수전촉) : 세상만사 바람 따라 움직이는 촛불 같은 것

夫婿輕薄兒(부서경박아) : 남편은 경박하여

新人美如玉(신인미여옥) : 새 사람 들여와 옥같이 여긴다오.

合昏尙知時(합혼상지시) : 합혼꽃도 오히려 때를 알고

鴛鴦不獨宿(원앙부독숙) : 원앙새도 혼자는 잠 못 자는데

但見新人笑(단견신인소) : 남편은 새 사람의 웃음만 보고

那聞舊人哭(나문구인곡) : 어찌 나의 울음은 듣지도 못 하는가

在山泉水淸(재산천수청) : 산에 있는 샘물은 맑지만

出山泉水濁(출산천수탁) : 산을 나서면 흐려진다오.

侍婢賣珠回(시비매주회) : 몸종은 구슬 팔아 돌아와

牽蘿補茅屋(견나보모옥) : 덩굴을 끌어다 띠풀집을 고치네.

摘花不揷發(적화부삽발) : 꽃을 꺾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采柏動盈掬(채백동영국) : 잣을 땀에도 손에 가득 움켜쥐었소.

天寒翠袖薄(천한취수박) : 날씨가 차가워져 푸른 소매가 엷어 보여도

日暮倚修竹(일모의수죽) : 저물도록 대숲에 기대어 기다립니다.

 

 

 

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 - 두보(杜甫)

위팔처사에게

 

人生不相見(인생부상견) : 사람살이 서로 만나지 못함은

動如參與商(동여삼여상) : 아침저녁에 따로 떠오는 참성과 상성 같구나.

今夕復何夕(금석복하석) : 오늘 밤은 다시 어떤 밤인가

共此燈燭光(공차등촉광) : 이 등잔 이 촛불을 함께 하였구나

少壯能几時(소장능궤시) : 젊고 장성하였을 때는 공부도 같이 하였는데

鬢發各已蒼(빈발각이창) : 벌써 귀밑머리 허옇게 되었구려.

訪舊半爲鬼(방구반위귀) : 옛 친구 찾으면 반이나 죽었고

驚呼熱中腸(경호열중장) : 놀라서 이름 불러보니 간장이 다 찢어지네.

焉知二十載(언지이십재) : 어찌 알았으랴, 이십 년 만에

重上君子堂(중상군자당) : 다시 그대의 집을 찾을 줄을

昔別君未婚(석별군미혼) : 옛날 이별할 때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兒女忽成行(아녀홀성항) : 어느새 자식들이 줄을 이었구나.

怡然敬父執(이연경부집) : 반가워 친구의 아버지는 나의 손을 잡고

問我來何方(문아내하방) :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問答乃未已(문답내미이) : 주고받는 인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驅兒羅酒漿(구아나주장) : 아이 시켜 술과 안주 차려오게 하는구나.

夜雨剪春韭(야우전춘구) : 밤비가 내리는데도 봄 부추 베어오고

新炊間黃粱(신취간황량) : 새로 지은 밥에는 누른 조를 섞었구나.

主稱會面難(주칭회면난) : 주인은 나에게 얼굴 보기 어렵다 하며

一擧累十觴(일거누십상) : 한번 술잔에 수십 잔을 마신다.

十觴亦不醉(십상역부취) : 열 잔을 마셔도 취하 않으니

感子故意長(감자고의장) : 그대의 깊은 옛정 느꼈기 때문일세.

明日隔山岳(명일격산악) : 내일이면 산 넘어 서로 멀리 떨어지리니

世事兩茫茫(세사량망망) : 인간사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막막하여라

 

 

 

망악(望嶽) - 두보(杜甫)

대종산을 바라보며

 

岱宗夫如何(대종부여하) : 대종산은 어떠한가?

齊魯靑未了(제노청미료) : 제나라와 초나라로 이어져 끝없이 푸르구나.

造化鐘神秀(조화종신수) : 천지에 신령함 여기에 다 모이고

陰陽割昏曉(음양할혼효) : 음지와 양지로 어둠과 밝음이 갈라지는구나.

湯胸生層雲(탕흉생층운) : 가슴을 씻어내며 층계구름 솟아오르고

決□入歸鳥(決□입귀조) : 새들은 입 벌리고 둥지로 날아드는구나.

會當凌絶頂(회당능절정) : 언젠가 꼭 정상에 올라

一覽衆山小(일람중산소) : 뭇 산이 작음을 한눈에 굽어보리라

 

이 시는 두보가 젊은 시절(24세) 과거에 낙방한 뒤 태산을 바라보며 상심한 마음을 달래는 내용이다. 특히 끝의 '언젠가 반드시 저 꼭대기에 올라, 소소한 뭇 산을 한번 굽어보리라'는 자주 회자되는 구절이다. 젊은 두보의 야망과 기개가 강국이 되려는 중국의 의지로 인용된다. 해가 다르게 힘을 키우는 중국을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중화문명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또다시 제국주의의 흉내를 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도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다. 혜안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지금처럼 절실한 때도 없어 보인다.

 

대종(岱宗)은 중국 오악(五嶽) 가운데 동악(東嶽)인 태산(泰山)을 가리킨다. 태산은 고대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의 영토에 걸쳐 있었다. 음양(陰陽)에서 음은 산의 북쪽, 양은 산의 남쪽을 가리키며, 태산이 하도 커서 산의 북쪽은 새벽인데도 남쪽은 아직 밤이라는 뜻이다.

 

이 시는 두보가 24세 때 만유(漫遊)에 나서서 지은 오언고시(五言古詩)로, 현존하는 두보의 시 가운데 연대가 가장 이른 작품이다. 태산의 웅대함을 접하고 작은 산들을 굽어보는 태산처럼 되겠다는 젊은 시인의 기백이 잘 드러나 있으며, 그 기백만큼이나 시어의 운용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자경부봉선현영회오수(自京赴奉先縣詠懷五首)/(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 - 두보(杜甫)

봉선으로 가는 길

 

其一

杜陵有布衣(두릉유포의) : 두릉에 베옷 입은 이 사람

老大意轉拙(노대의전졸) : 늙어갈수록 마음이 옹졸하구나.

許身一何愚(허신일하우) : 어찌도 그리 서툴고 어리석은지

竊比稷與契(절비직여설) : 순임금 때 현신. 직과 설에 속으로 비겨본다.

居然成濩落(거연성호락) : 어느덧 일그러져 떨어진 몸이 되어

白首甘契闊(백수감결활) : 머리가 희어져도 곤궁함을 달갑게 여긴다.

蓋棺事則已(개관사즉이) : 관 뚜껑이 닫힌 후에야 모든 일이 끝나지만

此志常覬豁(차지상기활) : 그 뜻 펴기를 변함없이 바라왔다.

窮年憂黎元(궁년우여원) : 평생에 걸쳐 착한 백성들을 걱정하여

歎息腸內熱(탄식장내열) : 탄식하고 애를 태우며 살아왔고.

取笑同學翁(취소동학옹) : 동학(同學)한 노인들이 비웃기라도 하면

浩歌彌激烈(호가미격렬) : 그 목소리 호탕하게 더욱 커진다.

非無江海志(비무강해지) : 강호에 은거하고 싶은 뜻 없지 않았고

蕭灑送日月(소쇄송일월) : 때 묻지 않게 세월을 보내고 싶었으나

生逢堯舜君(생봉요순군) : 생전에 요(堯) 순(舜)같은 임금을 만나

不忍便永訣(불인편영결) : 차마 이대로 죽을 수가 없었도다.

當今廊廟具(당금낭묘구) : 지금 조정에서는 인재들을 두루 갖추어

構厦豈云缺(구하기운결) : 큰 나라 다스림에 모자람이 없건만

葵藿傾太陽(규곽경태양) :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하 듯 하는

物性固難奪(물성고난탈) : 그 본성을 빼앗아 바로 할 수 없구나.

 

 

* 轉拙 : 갈수록 어리석어

* 竊比 : 가만히 속으로 비교함

* 稷과 契 : 순임금 때 신하·직은 농사. 설은 교육을 맡음

* 居然 : 과연

* 濩落 : 속이비고 못쓰게

* 契闊 : 애쓰고 고생함(청빈)

* 蓋棺 : 관 뚜껑을 닫음

* 覬豁 : 이루기를 바람

* 窮年 : 년 중 내내

* 黎元 : 백성(착한 민중)

* 彌 : 더욱

* 蕭灑(洒) : 말쑥하고 깨끗하게

* 不忍 : 참지 못함

* 廊廟 : 조정(정부)

* 構厦 : 큰 나라 꾸려감

* 葵藿 : 해바라기

* 固難奪 : 빼앗기 어렵다.

두보 43 세 때 봉선현에서 현감 양씨에게 가족을 의탁하였는데 이미 이인보의 지식인 배척으로 벼슬을 못하다가 겨우 말직인 병조 참군 자리를 얻고 가족을 보러 봉선으로 가는 길에 쓴 시로 당시 양귀비의 일족의 세도정치로 민심이 흉흉해져 이를 걱정하는 우국의 정을 실감 있게 묘사한 그의 대표작의 하나로서 500자에 걸친 서사시이다. 이를 자세히 감상하기 위하여 5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其二

顧惟螻蟻輩(고유누의배) :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들을 생각하면

但自求其穴(단자구기혈) : 단지 제가 들어갈 구멍만 구하면 될 것을

胡爲慕大鯨(호위모대경) : 어쩌자고 큰 고래를 사모하여

輒擬偃溟渤(첩의언명발) : 그를 흉내 내어 바다로만 나가려는가?

以玆悟生理(이자오생리) : 이런 일로써 사는 이치를 깨달아야

獨恥事干謁(독치사간알) : 청탁하는 일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리.

兀兀遂至今(올올수지금) : 이러하게 버티며 지금에 까지 이르러

忍爲塵埃沒(인위진애몰) : 흙먼지 속에 묻혀 사는 것도 참아왔다.

終愧巢與由(종괴소여유) :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에게 못미처 부끄럽지만

未能易其節(미능역기절) : 그 충심은 아직도 바꿀 수는 없도다.

沈飮聊自遣(침음요자견) : 괴로워 술을 마셔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고

放歌破愁絶(방가파수절) : 큰 소리로 노래 불러 시름을 잊기도 한다.

歲暮百草零(세모백초령) : 한 해가 저물어 온갖 풀들은 시들었는데

疾風高岡裂(질풍고강열) : 매서운 바람은 산언덕도 찢을 듯하다.

天衢陰崢嶸(천구음쟁영) : 장안의 거리는 음산하고 험한데

客子中夜發(객자중야발) : 나그네(두보)는 한밤중에 길을 떠난다.

霜嚴衣帶斷(상엄의대단) : 서릿발에 매섭게 추워 옷의 띠가 끊어져도

指直不能結(기직불능결) : 손가락이 곱아 고쳐 매기도 어렵구나.

凌晨過驪山(능신과여산) : 이른 새벽에야 여산을 지나니

御榻在嵽嵲(어탑재질얼) : 임금 계신 곳은 저 험하고 높은 곳이겠지.

 

 

* 螻蟻輩 : 땅강아지. 개미들

* 胡爲 : 어쩌자고

* 輒擬 : 즉시 하려함

* 偃溟渤 : 널고 험한 바다에 엎드림(당시 이백은 "바다물이 끓어 용솟음치며 고래가 날뛰고 안록산이 반란하여 백성을 괴롭힌다."라 하였다.)

* 悟生理 : 혼탁한 사회에 빠지지 않음을 깨달음

* 獨恥 :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않는다.

* 事干謁 : 벼슬자리를 청탁함

* 兀兀(올올) : 우뚝하니 홀로 고생을 참다

* 塵埃沒 : 먼지 속에 묻힘

* 終愧 : 끝내 부끄럽다

* 巢與由(소여유) : 요임금이 천하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영수에 귀를 씻고 은둔한 처사 소부와 그 말을 들은 허유는 영천수가 더러워 진다하여 그 상류에 가서 소에 물을 먹였다는 고사.

* 易其節 : 그 본래의 충절은 변함없다

* 聊 : 잠시나마

* 自遣 : 스스로 달램

* 破愁絶 : 큰 시름을 푼다.

* 百草零 : 모든 풀이 사들다

* 疾風 : 심한 바람

* 高岡裂 : 높은 언덕이 갈라질 듯

* 天衢 : 장안의 거리

* 崢嶸 : 산이 높고 가파름

* 霜嚴 : 서릿발이 차가워

* 凌晨 : 이른 새벽

* 驪山 : 장안 동쪽의 산으로 온천이 있고 현종이 화천궁을 지어 양귀와 놀았다.

* 御榻 : 어좌

* 嵽嵲(질얼) : 산이 험하고 높다

*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도 제 굴 하나로 살아가는데 사람의 탈을 쓰고 고래 같은 욕심을 부려 청탁으로 흐려놓는 처세를 비평하고 곤궁을 감수하며 못나게 살아 왔어도 소부·허유 같은 현인을 본받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우국혼이 쓰여 있다. 충성을 바쳐야 할 임금(현종)에 대하여

여산의 양귀비와 놀고 있음을 불안하게 걱정한다.

 

 

其三

蚩尤塞寒空(치우색한공) : 치우(전설의 마왕)가 추운 허공을 가리고

蹴踏崖谷滑(축답애곡활) : 벼랑과 거친 계곡을 걸어가니 미끄럽기도 하네.

瑤池氣鬱律(요지기울률) : 여산의 온천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羽林相摩戞(우림상마알) : 우림군(근황대))의 지키는 창 소리는 쨍그랑거린다.

君臣留歡娛(군신유환오) : 임금과 신하는 마냥 머물러 오락을 즐기니

樂動殷膠葛(악동은교갈) : 음악소리 하늘높이 넓고 멀게 울려 퍼진다.

賜浴皆長纓(사욕개장영) : 황은으로 목욕하는 이는 모두 고관 귀족들이고

與宴非短褐(여연비단갈) : 잔치에 참여한 이들도 착한백성들은 아니구나.

彤庭所分帛(동정소분백) : 궁궐에서 그 비단을 하사하는데

本自寒女出(본자한녀출) : 이는 본래 가난한 집 아낙들이 만들었을 테지.

鞭撻其夫家(편달기부가) : 그 집의 남편과 가족을 매질하여

聚斂貢城闕(취렴공성궐) : 모질게 거둔 것을 공물로 대궐에 바친 것이리.

聖人筐匪恩(성인광비은) : 임금이 이 물품들을 하사한 뜻은

實願邦國活(실원방국활) : 원래 나라를 구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臣如忽至理(신여홀지리) : 신하가 이 지극한 뜻을 소홀히 여기어

君豈棄此物(군기기차물) : 임금 하사품의 뜻을 어찌 그리 저버리는가.

多士盈朝廷(다사영조정) : 많은 선비들 조정에 가득히 넘친다지만

仁者宜戰慄(인자의전률) : 어진이라면 마땅히 두려워 떨어야 하리.

況聞內金盤(황문내금반) : 하물며 대궐 내의 황금기물 모두를

盡在衛藿室(진재위곽실) : 위씨와 곽씨 집으로 가져갔다 하더라.

 

 

* 蚩尤 : 옛 황제와 싸워 패했다는 전설의 마왕

* 蹴踏 : 걷어차고 감

* 崖谷滑 : 계곡. 벼랑이 미끄러움

* 瑤池 : 곤륜산의 서왕모가 있던 곳 전설(여기서는 여산의 온천지)

* 鬱律 : 김이 피어오르다

* 摩戞(마알) : 창 부디 치는

* 留歡娛 : 오락을 즐기며 머물다.

* 樂動 : 음악이 울림

* 殷 : 은은히

* 膠葛 : 광대하게

* 賜浴 : 목욕하는 혜택

* 長纓 : 긴 갓끈(고관)

* 短褐 : 짧은 베옷(서민)

* 彤庭 : 붉은 흑의 궁정

* 分帛 : 비단을 하사함

* 寒女 : 가난한 여인(서민)

* 鞭撻 : 채찍으로 침

* 聚斂 : 혹독하게 긁어모음

* 貢城闕 : 대궐에 바치다.

* 聖人 : 임금

* 筐匪 : 대 광주리(하사품을 담은)

* 忽至理 : 지극한 도리를 소홀히 함

* 盈 : 가득히

* 仁者 : 知仁勇의 三達德을 가춘 선비

* 宜戰慄 : 잘못을 저지르지 않나 무서워한다.

* 況聞 : 하물며 듣건대

* 內 : 대궐 안

* 盡 : 모두

* 衛藿室(위곽실) : 한무제 총희 衛靑과 그 친척 藿(곽)去病 (여기서는 양귀비를 은유한말) 즉 총애를 받는 양귀비 일족의 집으로 여산의 온천에서 양귀비 일족과 놀고 지내는 권신의 사치와 백성의 수탈이 임금의 뜻과 달리 횡행하니 이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其四

中堂有神仙(중당유신선) : 대궐 안방에는 선녀 같은 여인들이 노니는데

煙霧蒙玉質(연무몽옥질) : 안개서린 얇은 옷으로 옥결 같은 몸을 감쌌구나.

客煖貂鼠裘(난객초서구) : 귀공들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담비가죽옷이고

悲管逐淸瑟(비관축청슬) : 구슬픈 피리소리에 맑은 거문고소리가 따른다.

勸客駝蹄羹(권객타제갱) : 둘러앉은 관객에게는 낙타족탕을 권하고

霜橙壓香橘(상등압황귤) : 잘 익은 유자에다 향기로운 귤이 올려있다.

朱門酒肉臭(주문주육취) : 귀족의 붉은 문 안에서는 술과 고기 냄새요

路有凍死骨(노유동사골) : 길가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뼈가 구른다.

榮枯咫尺異(영고지척이) : 영화로움과 괴로움이 지척 간에 판이하니

惆愴難再述(추창난재술) : 슬프고 실망한 마음 이루 다시 표현할 수 없구나.

北轅就涇渭(북원취경위) : 북으로 수레 돌려 나가니 경수와 위수라

官渡又改轍(관도우개철) : 관영 나루터에서 다시 수레를 갈아탄다.

群氷從西下(군빙종서하) : 큰 어름줄기는 서쪽으로부터 내려오고

極目高崪兀(극목고줄올) : 멀리 보이는 끝이 아득히 높으니

疑是空同來(의시공동래) : 이것이 공동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싶고

恐觸天柱折(공촉천주절) : 하늘기둥(높이 솟음)에 부딪혀 부러질까 두려워라.

河梁幸未坼(하량행미탁) : 큰 강의 다리는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枝撑聲悉窣(지탱성실솔) : 교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불안하구나.

行旅相攀援(행려상반원) : 길가는 나그네들 서로 끌어 잡아 도와주는데

川廣不可越(천광불가월) : 강이 워낙 넓어 건너기가 매우 힘들다.

 

 

* 中堂 : 대궐의 안방

* 蒙 : 얇은 옷을 입다

* 玉質 : 옥녀 미녀

* 客煖 : 귀족을 따듯하게

* 貂鼠裘(초서구) : 담비 가죽을 안에 바친 옷

* 悲管 : 슬픈 피리소리

* 淸瑟 : 맑은 거문고소리

* 駝蹄羹(타제갱) : 낙타 족탕

* 霜橙 : 서리 맞은 유자(익은 유자)

* 香橘(향귤) : 향기 나는 귤

* 朱門 : 붉은 문 궐이나 귀족의 집 기둥

* 榮枯 : 영화와 질곡

* 咫尺(지척) : 8치, 아주 가까운 거리

* 惆愴 : 실망하고 슬픔

* 再述 : 다시 말함

* 北轅 : 말 멍에를 북으로

* 涇渭 : 경수와 위수

* 官渡 : 관영 나루

* 改轍 : 길을 바꾼다.

* 極目 : 끝까지 보인다.

* 崪兀 : 험하고 높음

* 空同 : 감숙성의 산(경수·위수 발원지)

* 天柱 : 『회남자』는 태고에 공공(共工)이 전욱과 제왕의 자리를 두고 다투어서 패하자, 화가 나서 불주산에 부딪쳐서 천주가 꺾이고, 끈이 끊어져, 대지가 동남쪽으로 기울었다. 그 결과, 대지의 동남 부분이 바다가 되고, 천하의 강은 모두 거기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또한 산악이 천주라고도 하며, 특히 곤륜산이 세계의 중앙에 위치해서 하늘을 바치는 기둥이 되고 있으며, 천상, 지상, 지하 세 곳의 세계가 거기에서 결합하고 있다고 한다.

* 河梁 : 강의 다리

* 未坼 : 아직 문어지지 않았다

* 枝撑 : 받침대

* 悉窣 : 삐걱거림

* 攀援 : 부축해 오름

* 越 : 건너다.

귀족고관들의 비단 가죽 호화 옷에 낙타 족탕의 귀한 음식 미녀들의 호사방탕을 비평하고 그 옆의 백성들의 고초와 비교할 때 슬프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한다. 길거리에는 추위에 굶어죽은 시체가 즐비함을 보고 큰 강을 건너 공동산의 험준한 어름벽의 위험함을 노래하며 당시 조정의 위태함을 은근히 비유하고 있다.

 

其五

老妻寄異縣(노처기이현) : 늙은 처는 딴 고을에 부쳐 사는데

十口隔風雪(십구격풍설) : 열 식구가 바람과 눈 속에 떨어져 있다.

誰能久不顧(수능구불고) : 뉘라서 오래도록 그 어려움을 돌볼 수 있으랴.

庶往共饑渴(서왕공기갈) : 굶주림도 목마름도 같이 하자며 살아 왔네.

入門聞號咷(입문문호도) : 문을 들어서니 부르며 우는 소리 들린다.

幼子餓已卒(치자아이졸) : 어린 아들이 굶주려 죽고야 말았구나.

吾寧捨一哀(오영사일애) : 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으리.

里巷亦嗚咽(이항역오열) : 마을 사람들도 역시 흐느껴 우는구나.

所愧爲人父(소괴위인부) : 부끄럽다, 사람의 아비가 되어서

無食致夭折(무식치요절) :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만들다니.

豈知秋禾登(기지추화등) : 가을이라 벼도 거두었건만

貧窶有倉卒(빈구유창졸) : 가난한 집에는 이런 변고 당하는구나.

生常免租稅(생상면조세) : 나야 나면서 선비라고 조세도 면제되었고

名不隸征伐(명부예정벌) : 이름도 병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撫跡猶酸辛(무적유산신) : 지난 날 돌아보면 이럼에도 쓰리도록 아픔뿐인데

平人固騷屑(평인고소설) : 백성들의 괴로움은 얼마나 하리.

默思失業徒(묵사실업도) : 가만히 일자리 잃은 무리들을 생각하고

因念遠戍卒(인념원수졸) : 멀리 싸움터에 있는 병졸들 떠올리니

憂端齊終南(우단제종남) : 걱정은 종남산(終南山)만큼이나 크고 높아

澒洞不可掇(홍동불가철) : 그 혼란스러움 종잡을 수 없어라.

 

 

* 隔風雪 : 눈바람 험한 곳에 떨어져 있다

* 庶 : 바람

* 饑渴 : 굼주림

* 號咷 : 큰소리로 울부짖다

* 餓已卒 : 굶어서 이미 죽음

* 寧 : 어찌

* 捨 : 않다.

* 里巷 : 마을 사람

* 嗚咽 : 흐느껴 울다

* 所愧 : 부끄럽게 여기는바

* 致 : 이르다

* 夭折(요절) : 어린나이에 죽음

* 秋禾登 : 추수가 잘됨

* 貧窶 : 가난하고 쪼들림

* 倉卒 : 다급한일

* 免租稅 : 선비에게 세금면제

* 隸 : 속하다

* 征伐 : 병역

* 撫跡(무적) : 자기인생을 돌이켜봄

* 猶酸辛 : 이런대도 쓰리도록 고생했다

* 騷屑 : 인정하지 못하고 부인

* 因念 : 또한 생각 한다.

* 遠戍卒 : 멀리나간 병졸

* 憂端 : 걱정의 갈래

* 終南 : 종남산

* 澒洞 : 혼란스러움

* 不可掇(불가철) : 걷잡을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처자와 만나며 가족애를 표현하고 있다. 처자들의 초라한 몰골. 굶어죽은 어린자식 이야기. 아비의 책임감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개인의 성취동기와 가족 사랑이 깊었으나 또한 사회 서민의 걱정. 나아가 공직자의 무책임을 비판하고 나라의 평안을 추구하려는 유가적 인본주의로 현대에도 본받을 만한 이타주의의 사상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다.

잘 담아진 성어들과 함께 이런 점이 이 작품을 시성 두보의 대표작의 하나라고 칭송하는 것이리.

 

증화경(贈花卿) - 두보(杜甫)

화경에게 주다

 

錦城絲管日紛紛(금성사관일분분) : 금성의 음악소리 나날이 어지러워져

半入江風半入雲(반입강풍반입운) : 반은 강바람으로, 그리고 반은 구름으로 들어간다.

此曲祗應天上有(차곡지응천상유) : 이 곡은 다만 천상에만 있으리니

人間能得幾回聞(인간능득기회문) : 인간이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까

 

 

 

귀안(歸雁) - 두보(杜甫)

돌아가는 기러기

 

東來萬里客(동래만리객) : 동으로 만 리 먼 길 가는 나그네

亂定幾年歸(난정기년귀) : 날 리가 평정되어 몇 년 만에 돌아가나

斷腸江城雁(단장강성안) : 강가의 성을 나는 기러기에 애간장이 다 끊어진다.

高高正北飛(고고정북비) : 북쪽으로만 높이도 나는구나.

 

 

 

송한십사강동근성(送韓十四江東覲省) - 두보(杜甫)

한 십사를 만나보고 강동으로 보내다

 

兵戈不見老萊衣(병과불견노래의) : 전쟁 중이라 노래자의 재롱을 보지 못 하니

歎息人間萬事非(탄식인간만사비) : 탄식하노라 인간만사가 다 그릇되었음을

我已無家尋弟妹(아이무가심제매) : 나에게는 집도 없어 남동생과 여동생들 찾고 있는데

君今何處訪庭闈(군금하처방정위) : 그대는 지금 어디에서 부모님을 찾고 있는가?

黃牛峽靜灘聲轉(황우협정탄성전) : 황우협 고요한데 물소리 여울진다.

白馬江寒樹影稀(백마강한수영희) : 백마강물 차가운데 나무 그림자는 드물다.

此別應須各努力(차별응수각노력) : 이제 서로 떠나면 각자 노력해야하나니

故鄕猶恐未同歸(고향유공미동귀) : 고향에는 여전히 돌아가지 못 할 것 같아라

 

 

 

추우탄삼수(秋雨歎三首) - 두보(杜甫)

가을비를 탄식하다

 

其一

雨中百草秋爛死(우중백초추난사) : 빗속의 온갖 풀들 가을 되어 시들어 죽는데

階下決明顔色新(계하결명안색신) : 섬돌 아래 결명초는 빛깔이 새로워라

著葉滿枝翠羽盡(저엽만지취우진) : 잎이 무성한 가지는 푸른 깃털 덮개 같고

開花無數黃金殘(개화무수황금잔) : 무수한 꽃 봉우리들 황금 동전 같구나.

凉風蕭蕭吹汝急(량풍소소취여급) : 서늘한 바람 쓸쓸히 그대에게 세차게 불어오니

恐汝後時難獨立(공여후시난독립) : 그대가 뒤에 홀로 견디기 어려울까 걱정 되네.

堂上書生空白頭(당상서생공백두) : 당상의 서생은 공연히 머리만 희어지고

臨風三嗅馨香泣(임풍삼후형향읍) : 바람 따라 몇 번씩 향기 맡으며 눈물짓는다.

 

* 爛死(난사) : 화상(火傷)으로 인하여 죽음. 여기서는 시들어 죽었다는 뜻.

* 決明(결명) : 콩과의 한해살이 풀. 칠팔월에 노란 꽃이 피며 차로 활용되며 눈을 밝게 해준다 하여 결명이라고 부른다.

* 著葉滿枝(착엽만지) : 가지에 가득 붙은 잎. 著은 붙을 착.

* 翠羽蓋(취우개) : 새의 깃털로 만든 수레의 덮개.

* 後時(후시) : 때 늦은. 결명이 다가올 추위를 어떻게 견디겠느냐는 비유.

* 馨香(형향) : 꽃다운 향기(香氣). 향내

 

 

其二

闌風長雨秋紛紛(난풍장우추분분) : 이리저리 부는 바람과 오랜 비가 가을을 어지럽히니

四海八荒同一雲(사해팔황동일운) : 온 세상이 모두 똑 같은 구름이구나.

去馬來牛不復辨(거마래우부복변) : 가는 말과 오는 소를 구별 못하겠는데

濁涇清渭何當分(탁경청위하당분) : 흐린 경수와 맑은 위수를 어찌 구별할 수 있을까.

禾頭生耳黍穗黑(화두생이서수흑) : 벼에는 싹이 돋고 기장의 이삭 썩어 검은데

農夫田婦無消息(농부전부무소식) : 농사짓는 사람들 소식 하나 없구나.

城中斗米換衾裯(성중두미환금주) : 성안에서는 쌀 한말과 비단 이불을 바꾸는데

相許寧論兩相直(상허녕론량상직) : 서로에게 허락했으니 어찌 두 가치를 따지겠는가.

 

* 闌風長雨(난풍장우) : 이리저리 헤쳐 부는 바람과 오래도록 오는 비. 闌風伏雨(난풍복우)로 되어 있는 本도 있다.

* 紛紛(분분) : 흩어져 어지러움.

* 四海八荒(사해팔황) : 온 세상.

* 濁涇清渭(탁경청위) : 경수(涇水)는 섬서성(陝西省)의 강 이름으로 하류에서 위수(渭水)와 합치는데 경수는 흐리고 위수는 맑다.

* 禾頭生耳(화두생이) : 벼이삭에는 싹이 돋는다. 벼를 거두지 않으니 그대로 싹이 생긴다는 뜻.

* 黍穗黑(서수흑) : 기장 이삭이 거멓게 되다.

* 農夫田婦(농부전부) : 농사짓는 사람들.

* 衾裯(금주) : 이불과 홑이불.

 

 

其三

長安布衣誰比數(장안포의수비수) : 장안의 벼슬 없는 선비를 누가 인정해주랴.

反鏁衡門守環堵(반쇄형문수환도) : 대문 걸어 닫고 울타리 안을 지키네.

老夫不出長蓬蒿(노부불출장봉호) : 이 늙은이 나가지 않으니 온 사방에 쑥대만 자라고

穉子無憂走風雨(치자무우주풍우) : 어린 아이들은 걱정 없이 비바람에 뛰노는구나.

雨聲颼颼催早寒(우성수수최조한) : 빗소리 우수수 이른 추위를 재촉하는데

胡雁翅濕高飛難(호안시습고비웅) : 북쪽 기러기 날개 젖어 높이 날지 못하네.

秋來未曾見白日(추래미증견백일) : 가을이 왔어도 갠 날을 본적 없으니

埿污后土何時乾(니오후토하시건) : 진흙탕 땅은 언제나 마르려나?

 

* 布衣(포의) : 벼슬이 없는 선비. 베옷

* 比數(비수) : 비교하여 셈함. 동등하게 대해주다.

* 反鎖衡門(반쇄형문) : 대문을 걸어 잠그다

* 衡門(형문) : 두 개의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가로질러서 만든 허술한 대문(大門)이라는 뜻으로,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이르는 말

* 環堵(환도) : 울타리. 담장.

* 蓬蒿(봉호) : 쑥.

* 稚子(치자) : 어린아이.

* 颼颼(수수) : (바람이) 우수수 불다. 빗소리.

* 胡雁(호안) : 북녘의 오랑캐 땅에서 오는 기러기.

* 翅(시) : 날개.

* 未曾見(미증견) : 일찍이 본 적이 없음.

* 白日(백일) : 구름이 끼지 아니한 밝은 해. 대낮.

* 泥汚(이오) : 흙탕물.

* 后土(후토) : 땅. 중국 신화에 나오는 토지의 신으로 기원전 113년에도 한(漢)나라의 무제가 제사를 지냈다. 후토는 땅의 최고 주관자이다.

 

 

 

탄정전감국화(歎庭前甘菊花) - 두보(杜甫)

뜰 앞 감국화를 탄식하노라

 

簷前甘菊移時晩(첨전감국이시만) : 처마 앞의 감국은 옮길 철이 늦어져

靑蘂重陽不堪摘(청예중양불감적) : 푸른 꽃 봉우리 중양절에도 따지 못 하겠네.

明日蕭條盡醉醒(명일소조진취성) : 내일 쓸쓸이 취기가 사라지고 정신이 들면

殘花爛漫開何益(잔화난만개하익) : 나머지 꽃이 흐드러지게 핀들 무슨 소용 있으랴

籬邊野外多衆芳(리변야외다중방) : 울타리가 들녘 밖에 여러 꽃들 많아도

采擷細瑣升中堂(채힐세쇄승중당) : 가늘고 잔 꽃을 꺾어 대청으로 오른다.

念玆空長大枝葉(염자공장대지엽) : 이것들은 공연히 잎과 가지가 장대하니

結根失所纏風霜(결근실소전풍상) : 뿌리를 박을 곳을 잃어 풍상에 얽힐 것이리니

 

 

 

 

 

 

 

증위좌승(贈韋左丞)/봉증위좌승장이십이운(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 - 두보(杜甫)

위좌승께 올리는 글

 

紈袴不餓死(환고불아사) : 귀족들은 굶어죽지 않으나

儒冠多吾身(유관다오신) : 선비들은 자기 몸 그르치는 일도 많습니다.

丈人試靜聽(장인시정청) : 좌승 어르신 잠시 들어주십시오.

賤子請具陳(천자청구진) : 빈천한 이 몸 삼가 말씀 올립니다.

甫昔少年日(보석소년일) : 저는 옛날 어린 시절에

早充觀國寶(조충관국보) : 이미 장안에서 과거에 뽑혔었고

讀書破萬卷(독서파만권) : 만권의 팩을 독파하여 통달하였고

下筆如有神(하필여유신) : 붓을 들면 신들린 듯이 글을 썼습니다.

 

 

* 韋左丞 : 불우한 30대 두보를 도와준 좌승(차관보급)위제의 부친 韋嗣立(위사입)재상에게 三大禮賦를 지어 바침

* 丈 : 존칭. 席間函丈 즉 자리를 한길쯤 띠워 앉음이란 뜻

* 二十二韻 : 두句를 합쳐 한聯. 그 연의 끝 자를 韻이라함 곧 22련의 글

* 紈袴(환고) : 흰 명주 바지. 귀공자란 뜻

* 不餓死(불아사) : 굶어죽지 않음. 굶어도 절개를 지킬 기백이 없어 보인다는 간접표현. 백이숙제가 積仁潔行하다 수양산에서 아사(餓死)한 고사가 연상되는 표현.

* 多誤身 : 선비들이 입신을 못하고 수난을 받는다는 뜻. 漢書에 한고조가 찾아온 선비의 유관을 벗겨 소변을 누었다는 고사에 유래됨

* 試靜聽 : 즉시 들어 주십시오. 이 구절은 한대의 악부(민요)에 丈人且安坐(아버님 편히 앉으십시오.)를 본떠서 활용했음

* 請具陳 :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대 文選(古詩)에 나오는 賤子歌一言(천자가일언). 歎樂難具陳(탄악난구진) 등에서 그 단어들을 빌었음을 알 수 있다.

* 甫 : 두보의 이름. 자기를 나춰 상대에게 고할 때는 실명을 쓴다.

* 觀國賓 : 수험생으로 과거를 봄

* 破萬券 : 만권의 책을 독파하고 통달. 여기에 宋代의 趙彦材는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고 있다.

梁元帝는 적에 패하고 서울을 함락 당하자 책 14만 권을 태우고 말했다.

讀書萬券 猶有今日 故焚之(만권의 책을 읽었는데 오늘과 같은 꼴을 당했으니 책을 불태우노라)하였는데 이에 두보는 파(破)자를 끼워 넣어 힘을 솟게 하는 문장을 만들었다.

* 下筆 : 글을 쓴다.

* 如有神 : 너무 뛰어나서 신들린듯하다. 下筆. 有神 등의 단어는 문선에서 빌어온 것을 볼 수 있다.

 

 

賦料楊雄敵(부료양웅적) : 글은 양우의 적수라 했고

詩看子建親(시간자건친) : 시는 자건에 가깝게 보였지요.

李邕求識面(이웅구식면) : 이웅도 만나보기 자청해왔고

王翰願卜隣(왕한원복린) : 왕한도 이웃이 되고자 했습니다.

自謂頗挺出(자위파정출) : 무척 뛰어나다는 자신을 품고

立登要路津(임등요로진) : 나라의 중요 직에 등용되면

致君堯舜上(치군요순상) : 금상을 보필하여 요순보다 높이 올리고

再使風俗淳(재사풍속순) : 순박한 민풍 세우고자 다짐 했지요.

 

 

* 賦 : 脚韻을 맞춘 장문의 서술식 문장. 한대에 유행한 漢賦는 중국 문학 중 높은 격에 속한다.

* 子建 : 曺植

* 李邕(이웅) : 당시 문단의 중진으로 두보를 후원했음

* 王翰 : 두보의 선배문인

* 卜隣 : 이웃이 되다

* 頗(파) : 몹시

* 挺出(정출) : 특출함

* 要路津 : 높은 벼슬자리

* 淳 : 바르고 착하게 만듬

* 이시는 두보 30 대에 지은 것으로 上中下로 나누어 올린다.

 

 

此意竟蕭條(차의경소조) : 끝내 뜻이 꺾여 외롭고 쓸쓸하게

行歌非隱淪(행가비은륜) : 떠돌이 시를 쓰나 은퇴자는 아닙니다.

騎驢三十載(기려삼십재) : 고난의 나귀 타고 떠돌기 오래였다오.

旅食京華春(여식경화춘) : 얻어먹으며 장안의 봄을 지났지요.

朝扣富兒門(조구부아문) : 아침에는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暮隨肥馬塵(모수비마진) : 저녁에는 고관의 말 뒤 먼지를 쓰며

殘杯與冷炙(잔배여냉적) : 찌꺼기 술잔에 식은 안주 얻어먹고

到處潛悲辛(도처잠비신) : 가는 곳마다 슬픔과 아픔에 잠겼지요.

 

 

* 竟 : 결국에

* 蕭條(소조) : 쓸쓸하고 실의에 참

* 行歌 : 떠돌며 노래함

* 隱淪 : 은둔함

* 騎驢(기려) : 당나귀 탐. 가난한 자가 탔음

* 載 : 년 30재. 오랜 기간

* 旅食 : 떠돌며 얻어먹음

* 京華 : 장안

* 扣(구) : 두드리다

* 暮隨(모수) : 저녁에 따라감

* 殘杯.冷炙(잔배.냉적) : 찌꺼기 잔술. 식은 안주 조각

* 潛悲辛(잠비신) : 슬픔과 아픔을 간직함.

 

 

主上頃見徵(주상경견징) : 금상이 선비를 찾는다 하여

欻然欲求伸(홀연욕구신) : 후련하게 실력을 펼치고자 하였으나

靑冥却垂翅(청명각수지) : 도리어 푸른 하늘에 날개 꺾이듯

蹭蹬無縱鱗(층등무종린) : 비늘에 힘이 빠져 물속에서 휘청거리니

甚愧丈人厚(심괴장인후) : 어르신의 후대에 심히 부끄럽고

甚知丈人眞(심지장인진) : 어르신의 진정에 정말 고마웠습니다.

 

 

* 主上 : 玄宗임금

* 頃 : 얼마 전

* 見徵(견징) : 부름 받음

* 欲求伸(욕구신) : 뻗어 나가려 함

* 靑冥 : 푸른 하늘

* 却 : 도리어

* 垂翅(수시) : 날개를 늘어트림

* 층등=힘을 잃고 맥이 빠저 휘청거림 *縱鱗=비늘을 멋대로 놀려 물에서 놀음

*丈人=위제를 칭함

 

 

每於百僚上(매어백료상) : 송구하게도 매양 백관 앞에서

猥踊佳句新(외용가귀신) : 새로 지은 좋은 시 올려 낭송했지만

竊效貢公喜(절효공공희) : 공우를 본 따서 웃음 지을 수도 없었고

難甘原憲貧(난감원헌빈) : 원헌의 가난 따위 더는 감당키 어려워

焉能心怏怏(언능심앙앙) : 공연히 속으로 불평만 할 수도 없으므로

祗是走踆踆(지시주준준) : 다만 여기 저기 바삐 돌아다닐 뿐이지요.

 

 

* 每於 : 언제나

* 百僚 : 많은 관료

* 猥踊(외용) : 외람되게 시를 낭송함

* 竊效(절효) : 속으로 흉내 내고자 함

* 貢公 : 전한의 貢禹가 친구 王吉이 벼슬하자 자기도 기대하고 의관의 먼지를 털었다는 고사.

* 難甘(난감) : 견디기 어려움

* 原憲 : 원헌 : 공자 제자 중 가장 가난한 사람으로 돈 많은 子貢이 당신은 병이요? 하니 재물 없음이 빈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 행하지 않음을 병이라 하는데 나는 빈이지 병이 아니요 했다(장자)

* 焉 : 어찌 하겠는가

* 怏怏(앙앙) : 불평하다

* 祗是(지시) : 오직

* 踆踆(준준) : 앞으로 뛰어가다.

 

今欲東入海(금욕동입해) : 이제 동쪽 바다 넓은 곳으로 들고자

卽將西去秦(즉장서거진) : 서쪽 장안을 떠날까 하옵니다.

尙憐終南山(상련종남산) : 아직도 종남산이 아련히 보이고

廻水淸渭賓(회수청위빈) : 뒤 돌아보니 맑은 위수 그리우니

常擬報一飯(상의보일반) : 항상 밥 한 끼에도 보답코자 하는 마음

況懷辭大臣(황회사대신) : 어찌 좌승님을 떠나려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白鷗沒浩蕩(백구몰호탕) : 백구같이 날아 하늘에 높이 뜨니

萬里誰能馴(만리수능순) : 만 리 먼 곳으로 떠나려는데 누가 능히 막을 수 있겠습니까?

 

 

* 東入海 : 동해에 들다. 동해는 자유. 광대의 상징으로 쓰였음

* 秦 : 여기서는 장안

* 尙憐(상련) : 여전히 가슴 아파

* 終南山 : 낙양의 남쪽에 있는 산

* 淸渭 : 맑은 위수

* 擬 : 하고자

* 報一飯 : 한 끼 밥을 준 은혜도 보답한다.

史記에 一飯一恩必償. 韓信이 밥을 준 빨래하는 아낙에게 보답했다는 기록이 있다.

* 況 : 하물며

* 懷辭(회사) : 그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떠나다.

* 白鷗 : 흰 갈매기. 두보는 하늘을 나는 자유의 상징으로 표현함

* 沒浩蕩(몰호탕) : 넓고 아득한 바다 속으로 들어감. 즉 자유의 몸으로

* 誰能馴(수능순) : 누가 능히 길 드리겠는가. 文選에 자유인의 대표 격인 혜강을 읊은 시에서 龍性誰能馴(용의 본성을 누가 길 드리랴)라는 문구에서 빌어 자기의 포부를 나타고 있음

 

* 이시는 747년 두보 37세로 그 때까지의 경험과 사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李白. 高適. 李웅 등 당대 최고 문인들과 교우한 후 그의 청년기 시의 세계를 헤아려 볼 수 있다. 부도덕한 지도층을 비판하고 그들과 타협하지 않고 고난을 당하면서도 절개를 지킴은 물론 올바른 치세를 위한 참여와 충언을 끝없이 하고 있다. 후세에 그를 천재 시인임과 함께 우국 애민하는 우수의 문인이라 칭송하는 것이리라.

 

 

 

증위좌승제(贈韋左丞濟) - 두보(杜甫)

위제 좌승에게 드립니다

 

左轄頻虛位(좌할빈허위) : 좌승의 자리 자주 비더니

今年得舊儒(금년득구유) : 금년에 관록의 선비 얻었습니다.

相門韋氏在(상문위씨재) : 재상으로는 위씨 집안이 있고

經術漢臣須(경술한신수) : 경술로는 한나라 신하가 필요하였다.

時議歸前烈(시의귀전렬) : 당시 의론은 선조의 업적에 따랐는데

天倫恨莫俱(천륜한막구) : 형제가 살아 같이하지 못함이 한스러웠다.

鴒原荒宿草(영원황숙초) : 할미새 우는 들판엔 묵은 풀이 황폐하고

鳳沼接亨衢(봉소접형구) : 중서성으로 형통한 길이 이어져 있었다.

有客雖安命(유객수안명) : 나그네 비록 천명을 편안하게 여기나

衰容豈壯夫(쇠용개장부) : 노쇠한 얼굴이 어찌 장부의 모습이겠습니까.

家人憂几杖(가인우궤장) : 식구들은 지팡이 진 늙은이 걱정하고

甲子混泥塗(갑자혼니도) : 세월을 진흙에 섞이어 천하게 살고 있습니다.

不謂矜餘力(부위긍여력) :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힘을 자랑하고

還來謁大巫(환내알대무) : 돌아와 큰 무당을 뵙고자 하는 것을.

歲寒仍顧遇(세한잉고우) : 날이 차가워져도 보살피고 대접해주시니

日暮且踟躕(일모차지주) : 날이 저물어가도 머뭇거리는 것입니다.

老驥思千里(노기사천리) : 늙은 준마는 천리 길을 생각하고

饑鷹待一呼(기응대일호) : 굶주린 매는 한 번 불러주기를 기다립니다.

君能微感激(군능미감격) : 어르신께서 조금이나마 알아주시면

亦足慰榛蕪(역족위진무) : 또한 황량한 제 마음에 위로가 될 것입니다.

 

 

 

기이백(寄李白) - 두보(杜甫)

이백에게

 

昔年有狂客(석년유광객) : 지난 날 광객이 있어

號爾謫仙人(호이적선인) : 그대를 적선이라 불었지

筆落驚風雨(필락경풍우) : 붓 들면 비바람도 놀라게 쓰고

詩成泣鬼神(시성읍귀신) : 시 지으면 비바람도 놀라게 한다.

聲名從此大(성명종차대) : 명성이 이로부터 생겨났으니

汨沒一朝伸(골몰일조신) : 묻혀 살던 몸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文彩承殊渥(문채승수악) : 그대 아름다운 문채는 황제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고

流傳必絶倫(유전필절윤) : 세상에 유전되는 작품은 반드시 뛰어났네.

龍舟移棹晩(용주이도만) : 황제의 배는 이백을 기다려 늦게 노 저어 가고

獸錦奪袍新(수금탈포신) : 시 잘 지어 짐승무늬 놓은 좋은 비단 받았다.

白日來深殿(백일래심전) : 대낮에도 깊은 궁전으로 드나들었고

靑雲滿後庭(청운만후정) : 푸른 구름 같은 높은 관리들 그대 집 뒤 뜰에 가득했네.

乞歸優詔許(걸귀우조허) : 초야로 돌아갈 것을 청하자 황제 조칙 내려 허락하니

遇我宿心親(우아숙심친) : 나를 만나서는 오랜 마음 친구처럼 친절하셨네.

未負幽棲志(미부유서지) : 그윽이 숨어 살려는 뜻 어기지 않고

兼全寵與辱(겸전총여욕) : 총애와 욕됨을 겸하였다.

劇談憐野逸(극담연야일) : 마음대로 이야기 나누며 시골의 편안함을 그리워하고

嗜酒見天眞(기주견천진) : 술을 좋아하여 천진한 기질을 보여 주었네.

醉舞梁園夜(취무양원야) : 취하여 양원의 밤 연회에서 춤을 추었고

行歌泗水春(행가사수춘) : 사수의 봄을 다니며 노래했다.

才高心不展(재고심불전) : 높은 재주 지녔으나 마음대로 펴지 못했고

道屈善無鄰(도굴선무린) : 앞길이 굽혀지니 착해도 따르는 이웃이 없었네.

處士禰衡俊(처사녜형준) : 처사 예형은 뛰어난 인물이어도 숨어살았고

諸生原憲貧(제생원헌빈) : 공자의 제자 원헌은 가난하게 살았네.

槄粱求未足(도량구미족) : 벼와 조 구하여도 구하지 못하였는데

薏苡謗何頻(의이방하빈) : 율무가 구슬이라는 근거 없는 비방 몇 번이던가

五嶺炎蒸地(오령염증지) : 오령 고개는 무더운 고장인데

三危放逐臣(삼위방축신) : 삼위로 쫓겨나는 신하 되었지

幾年遭鵩鳥(기년조복조) : 몇 년이 되어야 복조를 만날까

獨泣向麒麟(독읍향기린) : 기린을 향하여 홀로 눈물짓는다.

蘇武先還漢(소무선환한) : 한나라 소무보다 먼저 한나라로 돌아오고

黃公豈事秦(황공기사진) : 황공처럼 어찌 진나라를 섬기리오.

楚筵辭醴日(초연사예일) : 초나라의 잔치 단술 때문에 떠나려하고

梁獄上書辰(량옥상서진) : 양나라 감옥에서 상서 하여 무죄를 밝혔지요.

已用常時法(이용상시법) : 이미 당시의 법률을 적용하였으니

誰將此義陳(수장차의진) : 누가 이 바른 뜻을 말해줄까

老吟秋月下(노음추월하) : 늙은 몸으로 가을 달 빛 아래 시를 읊고

病起暮江濱(병기모강빈) : 저무는 강가에 병든 몸을 일으켜본다.

莫怪恩波隔(막괴은파격) : 천자의 은혜의 물결 멀리 있다 여기지 말고

乘槎與問津(승사여문진) : 뗏목 타고 나루터 길을 묻어보게나

 

 

 

하일이공견방(夏日李公見訪) - 두보(杜甫)

어느 여름날 이공이 나를 찾아와 주다

 

遠林暑氣薄(원림서기박) : 멀리 보이는 숲은 더위가 적어

公子過我遊(공자과아유) : 이공께서 나를 찾아 오셨다.

賓居類村塢(빈거류촌오) : 가난한 내 집은 마을 담과 같아서

僻近城南樓(벽근성남누) : 외지게 성 남쪽 누대에 가까이 있다.

傍舍頗淳朴(방사파순박) : 이웃 사람들은 모두 순박하여

所願亦易求(소원역이구) : 아쉬운 것도 쉽게 구한다네.

隔屋問西家(격옥문서가) : 담 너머 서쪽 집에 물기를

借問有酒不(차문유주불) : 술 가진 좀 것 없는가 하니

牆頭過濁醪(장두과탁료) : 담장 너머로 막걸리를 건네준다.

淸風左右至(청풍좌우지) : 맑은 바람 좌우에서 불어오니

客意已驚秋(객의이경추) : 손님은 마음속으로 이미 가을인가 놀란다.

巢多衆鳥鬪(소다중조투) : 새둥지 많아 뭇 새들은 다투고

葉密鳴蟬稠(엽밀명선조) : 나뭇잎 무성하여 매미소리 요란하다.

苦遭此物聒(고조차물괄) : 시끄러운 매미소리 듣기가 괴로운데

孰謂吾廬幽(숙위오려유) : 누가 내 집이 그윽하다 하는가!

水花晩色靜(수화만색정) : 연꽃은 저녁 빛에 고요하니

庶足充淹留(서족충엄류) : 손님 잡아두기에 충분합니다.

預恐樽中盡(예공준중진) : 술통의 술 떨어질까 미리 두려워

更起爲君謀(갱기위군모) : 다시 일어나 술 마련해 두려네.

 

 

 

기전초산중도사(寄全椒山中道士) - 두보(杜甫)

전초의 산중의 도사에게 부친다.

 

今朝郡齋冷(금조군재냉) : 오늘 아침은 고을 관사도 쌀쌀하여

忽念山中客(홀염산중객) : 갑자기 산속의 친구가 생각난다.

澗底束荊薪(간저속형신) : 골짝물 아래서 땔나무하고

歸來煮白石(귀래자백석) : 돌아와 흰 돌을 덥힌다.

遙持一杯酒(요지일배주) : 멀리서 한 잔의 술을 들어

遠慰風雨夕(원위풍우석) : 비바람 치는 저녁을 위로한다.

落葉滿空山(낙엽만공산) : 낙엽은 빈 산에 가득한데

何處尋行迹(하처심행적) : 어디서 그의 행적을 찾을까

 

 

 

희간정광문겸정소사업(戱簡鄭廣文兼呈蘇司業) - 두보(杜甫)

정광문과 소사업에게 장난삼아 시를 지어 올리다

 

廣文到官舍(광문도관사) : 광문이 관청에 이르러

繫馬堂階下(계마당계하) : 섬돌 아래에 말을 매어둔다.

醉卽騎馬歸(취즉기마귀) : 취하면 곧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니

頗遭官長罵(파조관장매) : 상관들의 욕을 자못 먹었다.

才名三十年(재명삼십년) : 재주와 명성 삼십년을 날렸으나

坐客寒無氈(좌객한무전) : 찾아 온 손님에게 추워도 담요도 못주네.

近有蘇司業(근유소사업) : 근래에는 소사업이란 분이 있어

時時與酒錢(시시여주전) : 때때로 술과 돈을 보내준다.

 

 

 

강촌(江村) - 두보(杜甫)

강촌

 

淸江一曲抱村流(청강일곡포촌유) : 맑은 강물 한 굽이 마을을 감싸 흐르고

長夏江村事事幽(장하강촌사사유) : 강촌의 긴 여름, 일마다 한가롭다.

自去自來堂上燕(자거자래당상연) : 저대로 날아가고 날아오는 지붕 위의 제비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 서로 친하여 서로 가까이하는 것은 물속의 갈매기

老妻畵紙爲碁局(노처화지위기국) :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 어린 아이는 바늘 두들겨 낚시 바늘 만드네.

多病所須唯藥物(다병소수유약물) : 병 많으니 필요한 건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更何求(미구차외갱하구) : 하찮은 이 몸 이것 외에 무엇을 바랄까

 

* 위 시는 七言律詩(칠언율시)의 정형시로 시인이 49세 때 완화초당에서 생활하면서 비교적 여유 있을 때 지은 시라 하며, 시인은 위와 같은 생활도 3년 만에 끝나고 다시 방랑길에 나섰다 합니다.

* 一曲(일곡) : 한 굽이

* 幽(유) : 고요하고 그윽함

* 自去自來(자거자래) : 자유롭게 들락날락함

* 相親相近(상친상근) : 친근하여 가까이 다가옴

* 棊局(기국) : 바둑판

* 釣鉤(조구) : 낚시 바늘

* 微軀(미구) : 보잘 것 없는 몸

 

 

 

강촌삼수(羌村三首) - 두보(杜甫)

​강촌

 

其一

崢嶸赤雲西(쟁영적운서) : 서쪽하늘의 드높은 붉은 구름

明却下平地(명각하평지) : 밝은 햇발은 평지로 쏟아져 내리네.

柴門鳥雀噪(시문조작조) : 싸리문의 참새들이 조잘대고

歸客千里至(귀객천리지) : 돌아온 길손 천리 길을 왔노라

妻孥怪我在(처노괴아재) : 처자식들 나를 보고 머뭇거리더니

驚定還拭淚(경정환식루) : 놀라움 가시자 벅찬 눈물 닦는다.

世亂遭飄蕩(세난조표탕) : 전란 중에 사람들 떠돌게 되고

生還偶然遂(생환우연수) : 살아 돌아옴은 참으로 우연이 아닌가

隣人滿墻頭(인인만장두) : 이웃들 담장 가에 가득 모여서

感歎亦歔欷(감탄역허희) : 감탄하여 함께 흐느껴 우네.

夜闌更秉燭(야란경병촉) : 밤이 깊어 촛불 다시 밝히고

相對如夢寐(상대여몽매) : 잠자리 마주 대하니 꿈인가 싶네.

 

 

* 羌村 : 부주의 강촌(두보의 본가마을)

* 崢嶸 : 산이 험함

* 赤雲西 : 서산의 붉은 구름

* 明却 : 구름사이 비처내리는 햇빛

* 下平地 : 평지로 비처내리다

* 柴門 : 싸리문

* 噪 : 재잘댐

* 妻孥 : 처. 자식

* 怪我在 : 내가 살았음이 의아함

* 驚定 : 놀람이 가라앉음

* 還 : 다시

* 拭淚 : 눈물 닦음

* 遭飄蕩 : 유랑하고 떠돌음을 당함

* 偶然遂 : 우연히 이룰 수 있음

* 墻頭 : 담장 앞에

* 歔欷 : 흐느껴 운다.

* 夜闌 : 부부의 밤이 깊어짐

* 秉燭 : 촛불 밝히다

* 夢寐 : 꿈. 잠

좌습유(간언). 두보가 역적에 패한 방관을 관대히 처벌해달라는 간언으로 숙종의 노여움을 사고 사직되어 고향집으로 돌아가 오래간만에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 일기를 보듯 묘사 되여 있다

마지막 구절에서 현실 속에 마주 앉은 두 부부는 밤이 다하도록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만단정회(萬端情懷)를 꿈속처럼 느끼고 있으니 어떠한 설명이 더 필요하랴.

 

其二

晩歲迫偸生(만세박투생) : 늙은이 쫓기듯 허송세월하고

還家少歡趣(환가소환취) : 집에 와도 즐거움 거의 없네.

嬌兒不離膝(교아불이슬) : 개구장이 무릎에 매달리다가

畏我復却去(외아부각거) : 낮선 애비 두려워 뒷걸음치네.

憶昔好追凉(억석호추량) : 옛날에는 자주 바람 쐬고자

故繞池邊樹(고요지변수) : 연못가 숲 사이를 돌았거늘

蕭蕭北風勁(소소북풍경) : 차가운 북풍이 세차게 불어

撫事煎百慮(무사전백려) : 지난일 생각하니 가슴속 걱정이 타네.

賴知禾黍收(뢰지화서수) : 요행이 곡식 추수 잘 되였으니

已覺糟牀注(이각조상주) : 지개미 체에 술 방울 떨어지리라

如今足斟酌(여금족짐작) : 우선 흡족하게 술 한 잔 마시고

且用慰遲暮(차용위짐모) : 늙으막의 심정 잠시나마 풀어보세.

 

 

* 晩歲 : 늙은이(당시 두보 41세)

* 迫 : 나이가 들어감

* 偸生 : 쫓기는 인생(숙종의 노여움으로 파직)

* 嬌兒 : 어린자식

* 膝 : 무릅

* 畏我 : 나를 겁내고

* 却去 : 물러나다

* 憶昔 : 옛 생각

* 好追凉 : 자주 바람을 쐼

* 故繞 : 그리하여 주위를 돌다

* 蕭蕭 : 쓸쓸히

* 勁 : 세차게

* 撫事 : 여러 일을 생각함

* 煎百慮 : 백가지 걱정이 가득 참

* 賴 : 다행이도

* 禾黍 : 벼와 기장

* 已覺 : 지금부터 알 것 같다.

* 糟牀 > 술 거르는 체

* 注 : 술 방울이 떨어짐

* 斟酌 : 국자로 술을 뜸

* 且用 : 그것으로서

* 遲暮 : 늙으막

당. 숙종의 노여움을 사고 집에 돌아온 두보는 지기와의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며 착잡한 심정을 그리고 있다.

撫事煎百慮. 즉 지나간 여러 일을 생각하니 가슴속이 근심으로 들끓는다 라고 쓰고 있다.

 

 

其三

群鷄正亂叫(군계정난규) : 닭의 무리들이 한바탕 시끄럽고

客至難鬪爭(객지나투쟁) : 낯선 객 들어오니 닭이 어지러이 싸우네.

驅鷄上樹木(구계상수목) : 닭을 몰아 나무위로 쫓고

始聞叩柴荊(시문고시형) : 싸리문 두드리는 손님을 맞는다.

父老四五人(부노사오인) : 마을의 노인들 사오명이 찾아와

問我久遠行(문아구원행) : 오래 만에 먼 길에 돌아온 나를 위로하네.

手中各有携(수중각유휴) : 손에는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傾榼濁復淸(경합탁부청) : 탁주와 청주 술통 기울이며

莫辭酒味薄(막사주미박) : 술맛 없더라도 마음 것 드시구려.

黍地無人耕(서지무인경) : 기장 밭에 밭 갈을 젊은 일꾼이 없고

兵革旣未息(병혁기미식) : 전란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兒童盡東征(아동진동정) : 자식들은 동쪽으로 출정 나갔다오.

諸爲父老歌(제위부로가) : 노인들 위하여 노래를 자청하고

艱難愧深情(간난괴심정) : 고생 중의 깊은 정에 감격하노라

歌罷仰天嘆(가파앙천탄) : 노래 한수 후 하늘보고 탄식하니

四座涕縱橫(사좌체종횡) : 함께한 모든 사람 눈물이 비 오듯 하네.

 

 

* 正亂叫 : 시끄럽게 재잘댐

* 驅鷄 : 닭을 몰다

* 叩柴荊 : 싸리문 두드리는 소리

* 父老 : 마을노인

* 問我 : 나를 위문

* 久遠行 : 오랫만에 먼 길 오다

* 各有携 : 저마다 들다

* 傾榼 : 술통을 기울임

* 濁復淸 : 탁주에 청주에

* 莫辭 : 사양 말고

* 酒味薄 : 술맛 없어도

* 黍地 : 기장 밭

* 兵革 : 전란

* 旣未息 : 아직도 가시지 않아

* 盡東征 : 모두 출정 나가다.

* 艱難 : 고생스러움

* 歌罷 : 노래 끝내고

* 涕縱橫 :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림

인정과 고마움의 감격은 평범한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무명의 촌로들과 어울려 난세를 한탄하며 눈물 젖는 이 시는 가식 없는 순수 사실주의 적 작품이라 하겠다.

 

 

 

팔진도(八陣圖) - 두보(杜甫)

팔진도

 

功蓋三分國(공개삼분국) : 공은 나누어진 삼국을 뒤덮고

名成八陣圖(명성팔진도) : 명성은 팔진도로 이루었네.

江流石不轉(강류석부전) :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굴러가지 않아

遺恨失呑吳(유한실탄오) : 남은 한은 오나라를 삼키지 못한 것이네.

 

 

* 八陣圖 : 팔진(八陣)은 천(天)‧지(地)‧풍(風)‧운(雲)‧용(龍)‧호(虎)‧조(鳥)‧사(蛇) 등 여덟 가지 진세(陣勢)이고, 도(圖)는 법도 또는 규모로 여덟 가지로 진(陣)을 운용하는 방법이다. 제갈량(諸葛亮)이 만든 팔진(八陣)은 모두 네 곳에 있는데, 여기서는 기주(夔州)의 팔진도를 가리킨다. 유적(遺跡)이 기주(夔州) 서남쪽 영안궁(永安宮) 앞 모래섬 위에 있다. 작은 돌을 모아 언덕을 만들었는데 각각의 높이가 5척이며 종횡(縱橫)으로 배치되어 있다. 물이 불어나면 잠겨서 보이지 않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드러난다.

* 功蓋 : ‘공 공, 덮을 개’자로 제갈량이 세상을 덮을 만한 공업(功業)을 이루었음을 뜻한다.

* 三分國 : 위魏‧촉蜀‧오吳 세 나라가 정립鼎立한 것을 가리킨다.

* 石不轉 : 제갈량이 돌을 펼쳐놓아 만든 팔진도는, 강물이 아침저녁으로 와서 부딪쳐도 오히려 의연依然한 것이 옛날과 같음을 말한다.

* 失呑 : ‘잃을 실, 삼킬 탄’자로 ‘유비가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吳를 침공한 잘못’을 뜻한다.

 

 

 

영회고적오수(詠懷古跡五首) - 두보(杜甫)

고적에서 회포를 읊다

 

其一

支離東北風塵際(지리동배풍진제) : 동북의 전진 속을 유리타가

漂泊西南天地間(표박서남천지간) : 서남의 천지를 떠돈다.

三峽樓臺淹日月(삼협누태엄일월) : 삼협의 누대는 해와 달이 잠기어 있고

五溪衣服共雲山(오계의복공운산) : 다섯 계곡에 오랑캐 옷이 구름산과 함께 비춰든다.

羯胡事主終無賴(갈호사주종무뢰) : 오랑캐가 임금을 섬기나 끝내 믿을 수 없어

詞客哀時且未還(사객애시차미환) : 시인은 때를 슬퍼해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庾信平生最蕭瑟(유신평생최소슬) : 유신의 평생이 가장 쓸쓸하였으니

暮年詩賦動江關(모년시부동강관) : 말년의 시와 노래가 강관을 감동시키다.

 

 

其二

搖落深知宋玉悲(요낙심지송옥비) : 흔들려 떨어지는 가을 낙엽, 송옥의 슬픔을 진정 알아

風流儒雅亦吾師(풍류유아역오사) : 풍류스런 선비의 멋, 또한 내 스승이라

悵望千秋一洒淚(창망천추일쇄누) : 추창히 천년을 바라보니 눈물이 흐르고

蕭條異代不同時(소조리대부동시) : 쓸쓸히 시대를 달리하니 동시대는 아니구나.

江山故宅空文藻(강산고댁공문조) : 강과 산 그리고 옛집에는 남긴 글 공허하거늘

雲雨荒臺豈夢思(운우황태개몽사) :. 운우황대를 어찌 꿈꾸어 생각하랴

最是楚宮俱泯滅(최시초궁구민멸) : 이곳도 곧 초나라 궁궐과 함께 다 사라졌으니

舟人指點到今疑(주인지점도금의) : 뱃사람 손짓해 가리키며 지금까지 의심한다.

 

 

其三

群山萬壑赴荊門(군산만학부형문) : 여러 산, 온 골짜기 지나 형문에 이르니

生長明妃尙有村(생장명비상유촌) : 명기가 생장한 고을 아직도 있어라

一去紫臺連朔漠(일거자태련삭막) : 한 번 궁궐을 떠나니 길은 북방의 사막을 잇고

獨留靑塚向黃昏(독류청총향황혼) : 오직 명기의 푸른 무덤만이 남아 지는 해를 향한다.

畫圖省識春風面(화도생식춘풍면) : 봄바람 같이 부드러운 얼굴 화도성의 화공이 잘못 그려

環佩空歸月下魂(환패공귀월하혼) : 달빛 아래의 혼백 되어 패옥차고 부질없이 온다네.

千載琵琶作胡語(천재비파작호어) : 천년동안 비파는 오랑캐 노래 연주하니

分明怨恨曲中論(분명원한곡중논) : 분명히 그 원한 노래 속에 말 하리라

 

 

其四

蜀主征吳幸三峽(촉주정오행삼협) : 촉나라 임금 오나라 치려고 친히 삼협에 왔다가

崩年亦在永安宮(붕년역재영안궁) : 붕어한 해에도 영안궁에 있었네.

翠華想像空山里(취화상상공산리) : 빈 산속, 그 때의 화려한 임금 행차 생각하니

玉殿虛無野寺中(옥전허무야사중) : 궁궐은 허무하게 들판의 절고

古廟杉松巢水鶴(고묘삼송소수학) : 임금의 옛 무덤, 삼나무와 소나무에 학들이 둥지 틀고

歲時伏臘走村翁(세시복납주촌옹) : 해마다 여름과 겨울의 제사에 촌로들이 달려가 제사하네.

武侯祠屋常鄰近(무후사옥상린근) : 무후 제갈량의 사당도 항상 같이 있어

一體君臣祭祀同(일체군신제사동) : 군신이 한 몸 되어 제사도 합께 받는구나.

 

 

其五

諸葛大名垂宇宙(제갈대명수우주) : 제갈량의 큰 이름 우주에 드리우고

宗臣遺像肅淸高(종신유상숙청고) : 큰 신하의 초상화 청고하고 엄숙하다.

三分割據紆籌策(삼분할거우주책) : 삼분할거의 큰 포부 펴지 못했으나

萬古雲霄一羽毛(만고운소일우모) : 하늘에 낀 구름, 오랜 세월 깃털 같구나.

伯仲之間見伊呂(백중지간견이려) : 백중의 사이로 여궁이 보이고

指揮若定失蕭曹(지휘야정실소조) : 지휘와 안정에는 소조도 못 따랐다.

運移漢祚終難復(운이한조종난복) : 시운이 떠나 한나라의 복조를 끝내 회복하지 못하니

志決身殲軍務勞(지결신섬군무노) : 군무에 시달려 큰 뜻 결판나고 몸마저 죽었구나.

 

위풍록사택관 조장군화마화인(韋諷錄事宅觀 曹將軍畵馬畵引)/(韋諷錄事宅觀 曹將軍畫馬圖) - 두보(杜甫)

위풍 녹사의 댁에서 조 장군이 그린 말 그림을 보고서

國初已來畫鞍馬(국초이래화안마) : 개국한 이래 안장 얹은 말 그림

神妙獨數江都王(신묘독수강도왕) : 신묘하기로는 오직 강도왕(江都王)을 꼽는데

將軍得名三十載(장군득명삼십재) : 조(曹)장군이 이름 얻은 지 삼십 년에

人間又見真乘黃(인간우견진승황) : 세상에서는 다시 진짜 승황(乘黃)을 보게 되었네

曾貌先帝照夜白(증모선제조야백) : 일찍이 선제(先帝)의 신마(神馬) 조야백(照夜白)을 그렸더니

龍池十日飛霹靂(용지십일비벽력) : 용지(龍池)의 용이 연일 천둥처럼 내달리는 듯했지

內府殷紅瑪瑙盤(내부은홍마노반) : 황실 창고의 붉게 빛나는 마노반(瑪瑙盤)을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색) : 첩여(婕妤)가 어명 전해 재인(才人)에게 찾아오게 하니

盤賜將軍拜舞歸(반사장군배무귀) : 마노반을 받은 장군은 절하고 춤추며 돌아가는데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 가볍고 가는 비단들이 뒤따라 너울너울

貴戚權門得筆跡(귀척권문득필적) : 귀척(貴戚)과 권문(權門) 세도가들 그의 그림 얻고서야

始覺屏障生光輝(시각병장생광휘) : 병풍에서 빛이 나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네.

 

* 韋諷(위풍): 낭주록사(閬州錄事)였는데 그의 집이 성도(成都)에 있었다. 낭주(閬州)는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낭중현(閬中縣)이다.

* 曹將軍(조장군) : 조패(曹霸)를 가리킨다. 《歷代名畫記(역대명화기)》 卷9에, “조패는 위(魏)나라 조모(曹髦)의 후손이다. 조모의 그림은 후대에 와서 유명해졌지만 조패는 개원(開元) 연간에 이미 명성을 얻었고, 천보(天寶) 말기에는 매양 부름을 받아 어마(御馬)와 공신상(功臣像)을 모사(模寫)하였다. 관직이 좌무위장군(左武衛將軍)에 이르렀다.[曹霸 魏曹髦之後 髦畫稱於後代 霸在開元中已得名 天寶末 每詔寫御馬及功臣 至左武衛將軍]”라 하였다.

* 鞍馬(안마) : 안장을 갖춘 말

* 江都王(강도왕): 당(唐) 태종(太宗)의 조카인 이서(李緖)이다. 당(唐)나라 장언원(张彦远)의 《歷代名畫記(역대명화기)》 卷10에, “강도왕 서(緖)는 곽왕(霍王) 원궤(元軌)의 아들이며 태종 황제의 조카였다. 재주가 많고 글씨를 잘 썼으며 안마(鞍馬)를 잘 그리기로 유명하였다. 수공(垂拱) 연간(685~688)에 관직이 금주자사(金州刺史)에 이르렀다.[江都王緖 霍王元軌之子 太宗皇帝猶子也 多才藝 善書 畫鞍馬擅名 垂拱中官至金州刺史]”고 하였다.

* 乘黃(승황): 신마(神馬)의 이름이다. 《廣川畫跋(광천화발)》에, “승황의 모습은 여우 같고 등에는 뿔이 있다. 조패(曹霸)가 그린 말은 한 번도 이와 같지 않았으니, 다만 그 신묘하고 빼어남을 말한 것일 뿐이다.[乘黃狀如狐 背有角 霸所畫馬 未嘗如此 特論其神駿耳]”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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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先帝(선제): 당(唐) 현종(玄宗)을 가리킨다.

* 照夜白(조야백) : 현종(玄宗)이 타고 다녔다는 준마(駿馬)의 이름이다. 《明皇雜錄(명황잡록)》에, “임금이 타는 말로는 옥화총(玉花驄), 조야백(照夜白)이 있다.[上所乘馬 有玉花驄照夜白]”고 하였다.

 

* 龍池十日飛霹靂(용지십일비벽력): ‘龍池(용지)’는 못 이름인데, 장안(長安)의 남내(南內) 남훈전(南薰殿)의 북쪽에 있다. 《唐六典(당육전)》 주(注)에, “흥경궁은 금상(今上:玄宗)이 잠저(潛邸)에 있을 때 살던 옛 집이다. 집 동쪽 우물이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솟아올라 작은 연못이 되었다. 항상 그곳에는 운기(雲氣)가 서려 있고 간혹 황룡(黃龍)이 그 안에서 나왔는데 못의 물이 점점 불어나더니 마침내 물이 솟아나와 용지(龍池)가 되었다.[興慶宮 今上潛龍舊宅也 宅東有井 忽湧爲小池 常有雲氣 或黃龍出其中 其沼浸廣 遂澒洞爲龍池]”고 하였다. 십일(十日)은 연일(連日) 이어진다는 뜻이다. 비벽력(飛霹靂)은 뛰어오르는 것의 빠르기가 천둥과 같음을 형용한 것이다.

* 內府(내부): 황실(皇室)의 창고이다.

* 瑪瑙盤(마노반): 盤(반)은 쟁반이다. ‘瑪瑙(마노)’는 보석의 일종이다.

* 婕妤傳詔才人索(첩여전조재인색): ‘婕妤(첩여)’는 궁중의 여관(女官)이며, ‘傳詔(전조)’는 황제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才人(재인)’ 역시 궁중의 여관이다. 《新唐書(신당서)》 〈百官志(백관지)〉에, “내관(內官)으로는 첩여(婕妤)가 아홉 명인데 정3품이요, 재인(才人)이 일곱 명인데 정4품이다.[內官有婕妤九人 正三品 才人七人 正四品]”라고 하였다.

* 輕紈細綺相追飛(경환세기상추비): ‘紈(환)’과 ‘綺(기)’는 모두 결이 가늘고 섬세한 비단이다. ‘相追飛(상추비)’는 황제가 상을 내리는 데 마노완 이외에도 환기(紈綺)를 더 주어서 은총을 표시하였음을 말한다.

 

 

昔日太宗拳毛騧(석일태종권모왜) : 옛날 태종의 준마 권모왜(拳毛騧)

近時郭家獅子花(근시곽가사자화) : 근래 곽씨 집의 명마 사자화(師子花)

今之新圖有二馬(금지신도유이마) : 지금 새 그림에 이 두 마리 말이 있으니

復令識者久嘆嗟(복령식자구탄차) : 다시금 식자(識者)들이 오랫동안 찬탄케 하는구나.

此皆騎戰一敵萬(차개기전일적만) : 이 말들 모두 전쟁터에서 일당만(一當萬)이라

縞素漠漠開風沙(호소막막개풍사) : 흰 비단 넓은 곳에서 모래 바람 헤치는 듯

其餘七匹亦殊絕(기여칠필역수절) : 나머지 일곱 필의 말 또한 빼어나서

迥若寒空雜煙雪(형약한공동연설) : 멀리 찬 하늘에 날리는 안개와 눈 같아라.

霜蹄蹴踏長楸間(상제축답장추간) : 말발굽은 긴 가래나무 사이를 내달리고

馬官廝養森成列(마관시양삼성렬) : 말 관원과 하인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네.

可憐九馬爭神駿(가련구마쟁신준) : 아름답다, 아홉 필의 말 매우 뛰어남을 다투니

顧視清高氣深穩(고시청고기심온) : 돌아보는 눈빛은 맑고 고결하고 기운은 깊숙하고 아늑하네.

借問苦心愛者誰(차문고심애자수) : 묻노니 고심하며 이 말을 아꼈던 자 그 누구였나?

後有韋諷前支遁(후유위풍전지둔) : 후대에는 위풍(韋諷)이요 전대에는 지둔(支遁)이었네.

憶昔巡幸新豐宮(억석순행신풍궁) : 그 옛날 신풍궁에 행차했던 때를 생각하니

翠華拂天來向東(취화불천래향동) : 천자의 깃발 하늘에 닿을 듯 동쪽으로 향했고

騰驤磊落三萬匹(등양뢰락삼만필) : 뛰고 내달리는 말이 삼만 필이었는데

皆與此圖筋骨同(개여차도근골동) : 모두 이 그림 속 말들과 근육과 골격이 같았네.

自從獻寶朝河宗(자종헌보조하종) : 보배 바쳐 하백(河伯)에게 조회 간 후로는

無復射蛟江水中(무복사교강수중) : 다시는 강물 속 교룡을 쏘지 못하였다네.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했나?

金粟堆前松柏裏(금속퇴전송백리) : 금속산(金粟山)무덤 앞 송백(松柏) 속에서

龍媒去盡鳥呼風(용매거진조호풍) : 준마는 다 가 버리고 새들만이 바람 속에 우는 것을?

 

* 拳毛騧(권모왜) : 당(唐) 태종(太宗)이 타던 여섯 마리 준마 중의 하나이다. 《長安志(장안지)》에, “태종의 여섯 마리 준마가 소릉 북궐의 아래쪽에 돌로 조각되어 있는데, 다섯 번째 말이 권모왜이다.[太宗六駿刻石於昭陵北闕之下 五曰拳毛騧]”고 하였다. 黃馬인데 검은 주둥이를 가졌다.

* 郭家師子花(곽가사자화) : ‘郭家(곽가)’는 과자의(郭子儀)이다. ‘師子花(사자화)’는 곧 구화규(九花虯)로서 대종(代宗) 이상(李豫)의 준마의 이름인데 훗날 공훈을 세운 곽자의에게 하사하였다. 《杜陽雜編(두양잡편)》에, “대종이 섬서(陝西)에서 돌아와 어마(御馬)인 구화규와 자옥(紫玉)으로 된 채찍과 고삐를 곽자의에게 하사하도록 명하였다. 구화규는 곧 범양절도사(范陽節度使) 이회선(李懷仙)이 바친 것인데, 이마의 높이가 9촌이고 앞발굽이 기린과 같다. 또 사자총(獅子驄)이 있는데 모두 그 부류이다.[代宗自陝還 命以御馬九花虯幷紫玉鞭轡賜郭子儀 九花虯 卽范陽節度使李懷仙所貢 額高九寸 拳如麟 亦有獅子驄 皆其類]”라고 하였다.

* 七匹(칠필) : 조장군이 그린 그림은 ‘九駿圖(구준도)’이다.

* 霜蹄(상제) : 말발굽을 가리킨다. 《莊子(장자)》 〈馬蹄(마제)〉에, “말은 발굽이 있어 서리나 눈을 밟을 수 있다.[馬蹄可以踐霜雪]”라고 했다.

* 長楸間(장추간) : 대로(大路)의 도상(道上)을 말한다. 조식(曹植)의 시에, “긴 가래나무 사이로 말을 달린다.[走馬長楸間]”고 했는데, 그 주(注)에, “옛날 사람들은 길가에 가래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장추(長楸)라 한 것이다.[古人種楸於道 故曰長楸]”라고 하였다.

* 馬官廝養(마관시양) : 마관은 말을 관리하는 관원이고, 시양은 군중에서 나무를 하거나 밥을 짓는 천한 일을 하는 자를 이른다. 《漢書(한서)》 〈路溫舒傳(노온서전)〉에, “시양을 공급해 주길 원한다.[願給廝養]”라 했는데, 위소(韋昭)가 말하기를, “땔나무 쪼개는 자를 시(廝)라 하고 불을 때서 밥을 짓는 자를 양(養)이라 한다.[析薪爲廝 炊烹爲養]” 하였다.

* 氣深穩(기심온) : 말의 기운과 도량이 깊이 침잠(沈潛)해 있으면서도 온중(穩重)하여 아름다운 기품을 지녔음을 가리킨다.

* 支遁(지둔) : 진(晉)나라 고승(高僧)이다. 《世說新語(세설신어)》 〈言語篇(언어편)〉에, “支道林(지둔의 字)은 일찍이 몇 마리의 말을 키웠는데, 혹자가 이르기를 ‘道人이 말을 키우는 것은 운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하니, 지도림이 ‘나는 그 신준(神駿)함을 중히 여길 뿐이다.’ 하였다.[支道林 嘗養數匹馬 或謂道人畜馬不韻 支曰 貧道重其神駿耳]”는 기록이 보인다.

* 新豐宮(신풍궁) : 화청궁(華淸宮)이다. 《元和郡縣志(원화군현지)》에, “漢나라 7년에 고조가 태상황이 되어 동쪽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 이곳에 현(縣)을 설치하고 풍(豐) 땅 사람들을 이주시켜 그곳을 채웠기 때문에 신풍(新豐)이라 한다. 화청궁은 여산 위에 있는데, 개원 11년에 처음 온천궁을 지었고 천보 6년에 개명(改名)하여 화청궁이라 하였다.[漢七年 高祖以太上皇思東歸 於此置縣 徙豐人以實之 故曰新豐 華淸宮在驪山上 開元十一年初置溫泉宮 天寶六年 改爲華淸宮]”고 되어 있다. 여기서는 현종(玄宗)이 화청궁에 거둥한 것을 가리킨다.

* 翠華(취화) : 황제가 순행(巡幸)을 나갈 때 사용하였던 깃발로 취조(翠鳥)의 깃털로 장식하였다.

* 騰驤磊落(등양뢰락) : ‘騰驤(등양)’은 뛰어오르고 내달린다는 뜻이다. 말이 내달리고 뛰어오르는 그 모습이 대단함을 말한 것이다.

* 獻寶朝河宗(헌보조하종) : 《穆天子傳(목천자전)》에 의하면, 목천자가 서쪽으로 가다가 양우(陽紆)의 산에 이르러 물의 신 하백(河伯)을 만났다. 그는 하백에게 절을 하고 보물을 바친 후 돌아왔는데, 그로부터 오래지않아 죽었다. 여기에서는 이 고사(故事)를 들어 당 현종의 죽음을 말하였다.

* 射蛟(사교) : 《漢書(한서)》 〈武帝紀(무제기)〉에, “원봉 5년 겨울에 남쪽으로 순수(巡狩)를 떠났다. 심양에서부터 강에 배를 띄워 가다가 강 가운데서 직접 교룡을 쏘아 잡았다.[元封五年冬行南巡狩 自尋陽浮江 親射蛟江中 獲之]”고 하였다. “다시 교룡을 쏘지 못하였다.”는 말 또한 현종(玄宗)의 죽음을 의미한다.

* 金粟(금속) : 산이름이다. 현종(玄宗)을 금속산(金粟山)에 장사지내고 태릉(泰陵)이라 하였다.

* 龍媒(용매) : 말 이름이다. 《漢書(한서)》 〈禮樂志(예악지)〉에, “천마가 오니 용이 오게 될 매개이다.[天馬徠兮龍之媒]” 했다. 후에 이로 인하여 준마를 용매(龍媒)라 부르게 되었다.

 

 

 

이호현장인호마행(李鄠縣丈人胡馬行) - 두보(杜甫)

호현(鄠縣) 이장인(李丈人)의 호마(胡馬)를 읊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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丈人駿馬名胡騮(장인준마명호류) : 어르신의 준마는 이름이 호류(胡騮)인데

前年避胡過金牛(전년피호과금우) : 지난해 오랑캐 피하여 금우(金牛)를 지나왔네.

回鞭卻走見天子(회편각주견천자) : 채찍을 되돌려 달려 천자를 뵈었는데

朝飲漢水暮靈州(조음한수모영주) : 아침에 한수(漢水) 마시고 저녁에 영주(靈州)에 이르렀다오.

自矜胡騮奇絕代(자금호류기절대) : 스스로 자랑하기를 호류는 세상에 다시 없이 기이하니

乘出千人萬人愛(승출천인만인애) : 타고 나가면 천만인 모두 사랑한다 하네.

一聞說盡急難材(일문설진금난재) : 사람들 어려움 구제할 재주라고 말함 한번 들으니

轉益愁向駑駘輩(전익수향노태배) : 노둔한 말들 향해 더욱 근심한다오.

頭上銳耳批秋竹(두상예이비추죽) : 머리 위의 뾰족한 귀는 가을 대나무인 듯하고

腳下高蹄削寒玉(각하고제삭한옥) : 다리 아래 높은 굽은 차가운 옥(玉) 깎아놓은 듯하여라.

始知神龍別有種(시지신룡별유종) : 비로소 신묘한 용마(龍馬)는 따로 종자가 있음 알겠으니

不比俗馬空多肉(불비속마공다육) : 세속의 말들 부질없이 살만 많이 찐 것과는 견줄 수 없네.

洛陽大道時再清(낙양대도시재청) : 낙양(洛陽)의 큰 길에 세상이 다시 깨끗해지니

累日喜得俱東行(누일희득구동행) : 여러 날 함께 동쪽으로 가게 됨 기뻐하노라.

鳳臆龍鬐未易識(봉억룡기미이식) : 봉황의 가슴과 용의 갈기 쉽게 알아볼 수 없으나

側身注目長風生(측신주목장풍생) : 말의 옆을 주의해 보니 장풍(長風)이 일어나누나.

 

이 시는 《杜少陵集(두소릉집)》6권에 실려 있는 바, 호현현령(鄠縣縣令) 이모(李某)의 외국산 말을 노래한 것으로, 건원(乾元) 원년(元年:758) 겨울 낙양(洛陽)에서 지었다.

* 胡騮(호류) : 말의 이름. 驊騮(화류)는 준마(駿馬)의 이름으로 騮(화)는 붉은 몸에 갈기가 검은 월따말이다.

* 金牛(금우) : 옛날 촉도(蜀道)에 있던 잔도(棧道)의 이름으로 섬서성(陝西城) 면현(勉縣) 서쪽에서부터 남쪽으로 사천성(四川省) 검각현(劍閣縣)의 검각관문(劍閣關門)까지를 금우도)金牛道)라 하였다.

* 駑駘(노태): 동작(動作)이 둔한 말

* 銳耳批秋竹(예이비추죽) : 뾰족한 귀는 가을 대나무인 듯하다. 鋭耳(예이) : 뾰죽한 귀, 秋竹(추죽) : 가을 대나무.

두보의 房兵曹胡馬(방병조호마)에서는 竹批雙耳峻(죽비쌍이준 : 대나무를 깎아세운 듯 뽀족한 두귀)이라는 표현이 있다.

* 累日(누일) : 연일(連日). 여러 날을 계속하여

* 鳳臆龍鬐(봉억용기) : 봉황새와 같은 가슴과 용의 갈기를 가진 것 같은 좋은 말이라는 뜻.

 

 

 

세병마항(洗兵馬行) - 두보(杜甫)

병마 씻음을 노래하다

 

中興諸將收山東(중흥제자수산동) : 중흥의 여러 장수들이 산동을 수복하여

捷書夜報淸晝同(첩서야보청주동) : 첩서가 밤에도 보고되어 밝은 대낮같네

河廣傳聞一葦過(하광전문일위과) : 황하가 넓다지만 전해 들으니 한조각배로 건널 수 있다 하니

胡危命在破竹中(호위명재파죽중) : 오랑캐의 위태로운 운명이 파죽지세 사이에 있네.

祗殘鄴城不日得(지잔업성불일득) : 다만 업성에 남은 잔당도 머지않아 얻을 것이니

獨任朔方無限功(독임삭방무한공) : 유독 삭방절도사 (곽자의에게) 맡겨서 무한한 공을 이루었네.

京師皆騎汗血馬(경사개기한혈마) : 경사(장안)에는 모두 한혈마를 탔으니

回紇餧肉葡萄宮(회흘위육포도궁) : 회흘 병사들을 포도궁에서 고기 먹였네.

已喜皇威淸海岱(이희황위청해대) : 이미 황제의 위엄으로 동해와 대산 맑게 한 것을 기뻐하였고

常思仙仗過崆峒(상사선장과공동) : 항상 왕의 행차가 공동산 지나던 것을 생각하였네.

三年笛裏關山月(삼년적리관산월) : 삼년동안 피리로 관산월(漢의 橫吹曲)을 불었고

萬國兵前草木風(만국병전초목풍) : 만국 병사들 앞에 있는 초목에 바람이 불었네.

成王功大心轉小(성왕공대심전소) : 성왕은 공이 크나 마음은 오히려 겸손하였고

郭相謀深古來少(곽상모심고래소) : 곽상(곽자의)은 계책이 깊어서 옛날부터 드물었네.

司徒淸鑑懸明鏡(사도청감현명경) : 사도(이광필)는 맑은 귀감이라 밝은 거울을 걸어둔 듯 했고

尙書氣與秋天杳(상서기여추천묘) : 상서(왕사례)는 기운이 가을 하늘과 더불어 아득하였네.

二三豪俊爲時出(이삼호걸위시출) : 두세 명 호준들이 시대를 위하여 나오니

整頓乾坤濟時了(정돈건곤제시료) : 건곤을 정돈하고 시대를 구하였네.

東走無復憶鱸魚(동주무복억노어) : 동으로 달아난 적들은 다시 농어를 생각하지 못 했고

南飛各有安巢鳥(남비각유안소조) : 남으로 날아와서는 각각 편안한 둥지를 가진 새들이라네.

靑春復隨冠冕入(청춘복수관면인) : 푸른 봄이 다시 관리들 따라 도성에 들어오니

紫禁正耐煙花繞(자금정내연화요) : 장안 궁궐에 연무 꽃처럼 둘러 마주하고

鶴駕通宵鳳輦備(학가통소봉연비) : 태자(후에 대종)는 밤새 천자의 행차를 준비해서

鷄鳴問寢龍樓曉(계명문침용루효) : 닭 울 무렵에 문안인사 드리니 용루가 밝아오네.

攀龍附鳳勢莫當(반룡부봉세막당) : 용 잡고 오르고 봉에 붙어서 그 형세를 감당할 수 없으니

天下盡化爲侯王(천하진화위후왕) : 천하의 무장들이 모두 제후왕이 되었네.

汝等豈知蒙帝力(여등기지몽제력) : 너희들이 황제의 힘입었음을 어찌 알겠는가?

時來不得誇身强(시래부득과신강) :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이니 자신이 강한 것을 자랑하지 마라

關中旣留蕭丞相(관중기류소승상) : 관중에는 이미 소승상(漢의 蕭何)을 남겨두었고

幕下復用張子房(막하부용장자방) : 막하에는 다시 장자방을 등용 하였네.

張公一生江海客(장공일생강해객) : 장공은 일평생 강과 바다의 나그네니

身長九尺鬚眉蒼(신장구철수미창) : 신장이 구척이고 수염과 눈썹이 세었네.

徵起適遇風雲會(징기적우풍운회) : 불러 기용하여 마침 풍운의 기회를 만났고

扶顚始知籌策良(부전시지주책량) : 넘어지는 것(나라) 부축하니 비로소 계책이 훌륭함을 알겠네.

靑袍白馬更何有(청포백마갱하유) : 푸른 도포에 흰말 탄 자(南朝시대 侯景) 다시 어찌 있겠는가?

後漢今周喜再昌(후한금주희배창) : 후한과 금주가 다시 창성함을 기뻐하네.

寸地尺天皆入貢(촌지척천개입공) : 한치의 땅과 한자의 하늘이라도 모두 들어와 바치고

奇祥異瑞爭來送(기상이서쟁래송) : 기이한 상서로움을 다투어 보내오네.

不知何國致白環(부지하국치백환) : 어느 나라에서 백옥환 바쳤는지 알지 못 하고

復道諸山得銀甕(부도제산득은옹) : 다시 여러 산에서 은항아리 얻었다고 들었네.

隱士休歌紫芝曲(은사휴가자지곡) : 은사들은 자지곡을 노래하지 말라

詞人解撰河淸頌(사인해찬하청송) : 문사들은 하청송을 풀어 짓네.

田家望望惜雨乾(전가망망석우건) : 농가의 사람들은 바라고 바라여 비 멎은 하늘을 애석히 여기고

布穀處處催春種(포곡처처최춘종) : 뻐꾹새는 곳곳에 봄 파종하기를 재촉하네.

淇上健兒歸莫懶(기상건아귀막라) : 기수가에 건아들은 돌아오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城南思婦愁多夢(성남사부수다몽) : 성 남쪽의 그리워하는 부인들은 수심어린 꿈이 많네.

安得壯士挽天河(안득장사만천하) : 어떻게 하면 장사를 얻어서 하늘의 은하수를 끌어다가

淨洗甲兵長不用(정세갑병장불용) : 갑옷과 병기를 깨끗이 씻어 길이 쓰이지 않게 할까

 

자미(子美)는 두보의 자(字)입니다. ‘洗兵馬行’은 전란이 빨리 끝나서 병장기를 씻어 보관하고, 말을 쉬게 하고 싶다는 내용의 시입니다. 달리 말하면 전란이 빨리 끝나 집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을 노래한 시이기도 하다.

이 세병마행은 다시 반란을 일으킨 사사명을 토벌하는 758년 10월의 상황에서 출발을 한다. 중흥제장(中興諸將)은 중흥을 일으킨 여러 장수들입니다. 삭방절도사 곽자의, 魯炅(노경), 계광침(季光琛), 최광원(崔光遠) 등을 말함.

* 당시 곽자의는 회흘(回紇)을 포섭하여 연합군을 편성합니다. 이때 궁궐에서 회흘군에게 고기를 먹입니다. 포도궁(葡萄宮)은 한(漢)의 궁전 명칭인데, 인용하여 당 궁전을 표현한 것입니다.

삼년(三年)은 숙종이 즉위한 756년부터 이 시의 시작인 758년을 지칭한다. 관산월(關山月)은 한(漢)의 횡취곡(橫吹曲)이다.

* ‘成王功大’는 757년에 이숙(후에 성왕)이 낙양과 장안을 수복한 것을 말함.

 

 

 

고도호총마항(高都護驄馬行) - 두보(杜甫)

고선지 장군의 말인 총마를 노래함

 

安西都護胡靑驄(안서도호호청총) : 안서도호 호총마가

聲價欻然來向東(성가훌연래향동) : 명성이 높아져 홀연히 동쪽(장안)으로 오는데

此馬臨陣久無敵(차마림진구무적) : 이 말은 적진에 임하여 오랫동안 상대가 없어

與人一心成大功(여인일심성대공) : 사람과 함께 한마음으로 큰 공 세웠네.

功成惠養隨所致(공성혜양수소치) : 공 이루니 은혜와 급양이 이르는 곳마다 따르니

飄飄遠自流沙至(표표원자유사지) : 표표히 멀리 사막에서 이르렀는데

雄姿未受伏櫪恩(웅자미수복력은) : 웅대한 자태는 엎어져 구유의 먹이 받지는 못하네.

猛氣猶思戰場利(맹기유사전장리) : 용맹한 기세는 여전히 전장에서 이길 것을 생각하네

腕促蹄高如踣鐵(완촉제고여복철) : 발목은 짧고 굽은 높아 쇠를 엎을 것 같아

交河幾蹴曾氷裂(교하기축증빙열) : 교하에서도 몇 번이나 두꺼운 얼음을 차 깨뜨렸겠네.

五花散作雲滿身(오화산작운만신) : 다섯 꽃 무늬 흩어져 온 몸에 구름이 되고

萬里方看汗流血(만리방간한류혈) : 만 리를 바야흐로 땀과 흐르는 피를 볼 수 있어서

長安壯兒不敢騎(장안장아불감기) : 장안의 건장한 사내도 함부로 타지 못하고

走過掣電傾城知(주과체전경성지) : 달려서 지나기를 번개처럼 하여 마침내 성들이 알게 되었네.

靑絲絡頭爲君老(청사락두위군로) : 푸른 밧줄 머리끈은 임(고선지)을 위해 늙었는데

何由卻出橫門道(하유각출횡문도) : 어찌하여 문득 횡문을 나가야만 하는가?

 

 

두보가 38세 때(749) 고구려 출신 고선지 장군과 그의 총마의 용맹과 전공을 찬양한 시이다. 시로 역사를 써 놓아 오늘에 까지 생생하게 알려주는 귀한 자료라 하겠다.

* 고선지(? ~755) ​고구려 출신의 당(唐)나라 장수로 고구려가 망하자 아버지 사계(舍鷄)를 따라 당나라 안서(安西)에 가서 음보(蔭補)로 유격장군(遊擊將軍)에 등용되고, 20세 때 장군(將軍)에 올랐으며, 안서 절도사(安西節度使) 부몽영찰(夫蒙靈樽)의 신임을 얻어 언기진수사(焉耆鎭守使)가 되었고, 740년경 톈산산맥[天山山脈] 서쪽의 달해부(達奚部)를 정벌한 공으로 안서 부도호(安西副都護)에 승진하고, 이어 사진도지병마사(四鎭都知兵馬使)에 올랐다.

747년 토번(吐蕃:티베트)과 사라센제국이 동맹을 맺고 당을 견제하려고 동진(東進)하자, 행영절도사(行營節度使)에 발탁되어 군사 1만을 인솔, 파미르고원을 넘어 사라센제국과 동맹을 맺은 72개국의 항복을 받고 사라센제국의 동진을 저지, 그 공으로 홍려경어사중승(鴻'A卿御史中丞)에 오르고 이어 특진 겸 좌금오대장군동정원(特進兼左金吾大將軍同正員)이 되었다.

750년 제2차 원정에 나가 사라센과 동맹을 맺으려는 타슈켄트[石國]를 토벌하고 국왕을 잡아 장안(長安)에 호송한 공로로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가 되었음.

 

 

 

총마행(驄馬行) - 두보(杜甫)

청백색의 준마를 노래함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鄧公馬癖人共知(등공마벽인공지) : 등공(鄧公)의 말 좋아하는 성벽(性癖) 사람들 모두 아니

初得花驄大宛種(초득화총대완종) : 처음으로 화총(花驄)인 대완(大宛)의 종자 얻었다오.

夙昔傳聞思一見(숙석전문사일견) : 옛 부터 전하여 듣고 한번 볼 것 생각하였는데

牽來左右神皆竦(견래좌우신개송) : 끌고 오니 좌우의 사람들 정신이 모두 송연해지네.

雄姿逸態何崷崪(웅자일태하추줄) : 웅장한 자태 어쩌면 그리도 드높은가

顧影驕嘶自矜寵(고영교시자긍총) : 그림자 돌아보고 교만하게 울며 스스로 총애 받음 자랑하네.

隅目青熒夾鏡懸(우목청형협경현) : 네모진 눈 푸른빛이 나니 좌우에 거울이 매달린 듯하고

肉駿碨礌連錢動(육종외뢰련전동) : 살 갈기 울퉁불퉁하며 연이어진 돈 무늬 움직이네.

朝來久試華軒下(조래구시화헌하) : 아침에 끌고 와서 빛나는 수레 아래 한동안 시험하니

未覺千金滿高價미각천금만고가) : 천금이 비싼 가격임을 깨닫지 못하겠노라.

赤汗微生白雪毛(적한미생백설모) : 붉은 땀 백설 같은 털에 약간 배어 나오고

銀鞍却覆香羅帕(은안각복향라파) : 안장은 향기로운 비단 수건에 덮여 있네.

卿家舊賜公取之(경가구사공취지) : 공경(公卿)의 집안에 있던 옛 물건 공(公)이 취하니

天廄真龍此其亞(천구진룡차기아) : 천자 마굿간의 진짜 용마(龍馬)에 이것이 그 다음이라오.

晝洗須騰涇渭深(주세수등경위심) : 낮에 몸 씻으니 경수(涇水)와 위수(渭水)의 깊은 곳에서 뛰놀고

朝趨可刷幽幷夜(조추가쇄유병야) : 아침에 달리니 유주(幽州)와 병주(幷州)의 밤에 털 빗질하리라.

吾聞良驥老始成(오문량기로시성) : 내 들으니 좋은 천리마는 늙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하니

此馬數年人更驚(차마수년인갱경) : 이 말 몇 년 만 지나면 사람들 더욱 놀라게 하리라.

豈有四蹄疾於鳥(기유사제질어조) : 어찌 새처럼 빠른 네 발굽 지니고서

不與八駿俱先鳴(불여팔준구선명) : 팔준마(八駿馬)와 달려 먼저 울지 않겠는가.

時俗造次那得致(시속조차나득치) : 세속에서 별안간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雲霧晦冥方降精(운무회명방강정) : 운무(雲霧)가 자욱하여야 비로소 정기(精氣)가 내려 탄생하네.

近聞下詔喧都邑(근문하조훤도읍) : 근래에 들으니 말 구한다는 명 내려 도읍 떠들썩하니

肯使騏驎地上行(긍사기린자상행) : 어찌 기린을 지상에 다니게 내버려 두겠는가.

 

이 시는 《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다. 총마(驄馬)는 푸르고 흰 얼룩말로 천자가 태상(太常)인 양경(梁卿)에게 내린 말인데, 뒤에 이등공(李鄧公)이 보고 좋아하여 많은 돈을 주어 사들이고는 두보에게 시를 짓게 하였다. 두보가 지은 천리마(千里馬)에 대한 작품이 여러 편인데, 주로 표일(飄逸)한 기상을 읊었다.

 

* 大宛(대완) : 대완은 한(漢) 나라 때 서역지방에 있던 나라의 이름.

* 花驄(화총) : 갈기를 잘라 다섯 갈래로 땋아 꽃잎 모양으로 장식한 말인데, 일명 오화마(五花馬)라고도 하며 또한 연전총(連錢驄)이라고도 한다.

* 夙昔(숙석) : 좀 오래 된 옛날.

* 驕嘶(교시): 교만하게 울다.

* 崷崪(추줄) : 높고 높다.

* 隅目(우목) : 네모진 눈으로 총마의 특징이라 한다.

* 肉騣(육종) : 이덕홍(李德弘)은 “두시(杜詩)의 소주(蘇註)에 ‘내가 기산(岐山) 아래에 있을 때에 태주(泰州)에서 올린 총마(驄馬) 한 마리를 보았는데, 목덜미 아래에 겹겹의 살 갈기가 옆으로 나있고 결과 반대로 난 털이 살 갈기 끝에 나있었다.’라고 하였다.”

* 碨礌(외뢰) : 울퉁불퉁한 바위

* 卿家舊物公能取(경가구물공능취) : 당시 태상경(太常卿)으로 있던 양씨(梁氏)가 등공(鄧公)에게 총마(驄馬)를 하사하였으므로 말한 것이다.

* 天廏(천구) : 황실(皇室)의 마굿간을 이른다.

* 眞龍(진룡) : 《周禮(주례)》에 “무릇 말이 8척 이상인 것을 龍이라 한다.” 하였다.

* 驥馬(기마) : 천리마

* 豈有四蹄疾如鳥(기유사제질여조) 不與八駿俱先鳴(불여팔준구선명) : 이덕홍(李德弘)은 “不字(불자)는 윗구의 豈字(기자)와 뜻이 서로 연결되니, ‘어찌 이와 같이 훌륭한 말로서 팔준마(八駿馬)와 함께 달려 먼저 울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다.” 하였다.

* 八駿馬(팔준마) : 중국 주(周)나라의 목왕(穆王)이 사랑하던, 역사상 유명한 여덟 필의 말. 곧, 화(驊)·유이(驑駬)·적기(赤驥)·백의(白義)·요거(驍渠)·황유(黃騟)·도려(盜驪)·산자(山子).

 

 

 

수마항(瘦馬行) - 두보(杜甫)

마른 말의 노래

 

東郊瘦馬使我傷(동교수마사아상) : 동쪽 교외의 마른 말이 날 슬프게 하니

骨骼硉兀如堵牆(골격률올여도장) : 골격이 우둑 솟아 담장 같구나.

絆之欲動轉欹側(반지욕동전의측) : 묶어 두려니 움직여 더욱 기울어지니

此豈有意仍騰驤(차개유의잉등양) : 이런 상황에 어찌 뛰어오를 마음이 날까.

細看六印帶官字(세간륙인대관자) : 여섯 도장 살펴보니 <관>자가 붙어있는데

衆道三軍遺路旁(중도삼군유노방) : 삼군이 길가에 내버린 것이라 사람들은 말한다.

皮乾剝落雜泥滓(피건박낙잡니재) : 가죽은 말라버려 진흙이 섞여있고

毛暗蕭條連雪霜(모암소조련설상) : 털의 어두운 빛 생기 없어 눈서리 연이었구나.

去歲奔波逐餘寇(거세분파축여구) : 지난 해, 달려오는 파도처럼 도적 잔당 쫓으니

驊騮不慣不得將(화류부관부득장) : 화류 같은 명마에는 미숙하여 부릴 수도 없었구나.

士卒多騎內廐馬(사졸다기내구마) : 궁중의 말을 타 본 많은 병사들에게

惆悵恐是病乘黃(추창공시병승황) : 슬프게도 이 말은 병든 승황일 것이다.

當時歷塊誤一蹶(당시력괴오일궐) : 당시에 진흙탕 건너다가 잘못 헛디뎌서

委棄非汝能周防(위기비여능주방) : 버려졌으니, 네가 어찌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見人慘澹若哀訴(견인참담야애소) : 사람들이 쳐다보니 참담하여 슬픈 호소하는 듯

失主錯莫無晶光(실주착막무정광) : 주인 잃어 착막하여 눈에는 밝은 빛이 없도다.

天寒遠放雁爲伴(천한원방안위반) : 차가운 날 멀리 추방되니 기러기가 짝이 되고

日暮不收烏啄瘡(일모부수오탁창) : 날이 저물어도 거두지 않아 까마귀가 상처를 쪼는구나.

誰家且養願終惠(수가차양원종혜) : 누구네 집에서 길러주어 끝까지 은혜 베풀어

更試明年春草長(경시명년춘초장) : 명년 봄날 풀 자랄 때, 다시 시험해주겠는가.

 

 

백마(白馬) - 두보(杜甫)

 

白馬東北來(백마동북래) :

空鞍貫雙箭(공안관쌍전) :

可憐馬上郎(가련마상랑) :

意氣今誰見(의기금수견) :

 

近時主將戮(근시주장륙) :

中夜商于戰(중야상우전) :

喪亂死多門(상란사다문) :

嗚呼淚如霰(오호루여산) :

 

 

 

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 - 두보(杜甫)

강남에서 이구연을 만나다

 

岐王宅裏尋常見(기왕택이심상견) : 기왕의 저택에서 항상 만나고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 최구의 집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가?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 이 좋은 강남의 풍경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 꽃 지는 시절에 또 그대를 만나네.

 

 

 

절구삼수(絶句三首) - 두보(杜甫)

절구

 

其一

遲日江山麗(지일강산여) : 나른한 봄날 강산은 화려하고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과 풀은 향기로워라

泥融飛燕子(니융비연자) : 진흙땅 녹으니 제비 날아들고

沙暖睡鴛鴦(사난수원앙) : 모래 따뜻하니 원앙새 잠든다.

 

* 遲日(지일) : 낮이 길어 해가 늦게 진다는 뜻으로, 봄날이나 낮이 긴 날을 이르는 말

* 泥融(이융) : 진흙이 묽어진다. 제비는 진흙을 물어다가 집을 짓기 때문에 봄이 되니 진흙이 묽어지니 제비가 날아온다는 뜻이다. 泥(니,이) 진흙.

* 燕子(연자) : 제비.

 

 

其二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 강이 푸르니 새 더욱 희고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 산이 푸르니 꽃 빛이 불타는 듯하다.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 올 봄도 보기만 하면서 또 그냥 보내니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 어느 날이 곧 돌아갈 해인가?

 

* 逾白(유백) : 더욱 희다. 逾(넘을 ‘유’)는 ‘더욱, 한층’의 뜻.

* 花欲燃(화욕연) : 꽃이 활짝 피어서 불붙는 듯하다.

 

두보의 작품집인 《杜工部集(두공부집)》에 실려 있는 5언절구의 시로 절구(絶句)라는 제목의 시가 여러 곳에 산재한다. 절구(絶句)는 한시(漢詩) 근체시(近體時)의 하나로 기(起)ㆍ승(承)ㆍ전(轉)ㆍ결(結)의 구(句)로 되어 있으며, 중국(中國) 육조(六朝)의 악부(樂府)에서 비롯하여 당(唐)나라 때에 정형화되었는데. 오언(五言) 절구와 칠언(七言) 절구의 두 종류가 있다.

광덕(廣德) 2년(764) 두보 나이 53세 때 안록산의 난을 피해 성도(成都)에서 지은 시로 평화로운 봄날 풍경을 보고 나그네의 심사를 묘사하였으며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절구라는 제목의 시가 두공부집(杜工部集)에 다수 실려 있으므로 절구라는 제목보다는 무제(無題)의 시로 봄이 타당하다.

 

 

其三

江動月移石(강동월이석) : 강물 움직이니 달빛은 바위로 옮겨가고

溪虛雲傍花(계허운방화) : 빈 계류에 구름이 꽃같이 피어나네.

鳥棲知故道(조서지고도) : 새가 깃드니 옛날에 다니던 길을 알겠고

帆過宿誰家)범과숙수가) : 돛단배 가버렸으니 뉘 집에서 묵으리요.

 

* 移石 : 달빛이 물결 따라 강가의 바위로 옮겨짐

* 傍花 : 구름이 꽃과 같이 피어난다.

* 故道 : 옛날에 다니던 길.

 

 

 

삼절구(三絶句) - 두보(杜甫)

절구 3수

 

其一

前年州殺刺史(전년주살자사) : 작년에 유주에서 자사를 죽이더니

今年開州殺刺史(금년개주살자사) : 올해는 개주에서 자사를 죽였다.

群盜相隨劇虎狼(군도상수극호낭) : 도적들이 서로 어울려 호랑이와 승냥이보다 지독하니

食人更肯留妻子(식인갱긍류처자) :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처자식을 또 남겨 두려 했겠는가?

 

 

其二

門外鸕鶿去不來(문외노자거불래) : 문 밖에 가마우지 가고 나서 안 오더니

沙頭忽見眼相猜(사두홀견안상시) : 의심스런 몸짓으로 모래밭에 나타났네

自今已後知人意(자금이후지인의) : 오늘로 해치지 않는 걸 알게 된 뒤엔

一日須來一百回(일일수래일백회) : 하루에도 백 번 천 번 돌아오겠지

 

* 鸕鶿(노자) : 가마우지. 두보는 「田舍」란 시에서도 ‘鸕鷀西日照, 曬翅滿魚梁(물 서쪽의 가마우지를 지는 햇빛이 비치는데 / 날개 퍼덕이는 가마우지 물담 위에 가득하네)’이라고 했다. ‘鶿(자)’는 ‘鷀(가마우지 자)’로도 쓴다.

* 忽見眼相猜(홀견안상시) : 낯이 설어서 서로 의심을 품는 것을 가리킨다.

* 已後(이후) : ‘以後’와 같다. ‘知人意’는 가마우지들이 사람이 자기를 해치지 않을 것을 알게 된 것을 가리킨다.

 

 

其三

無數春笋滿林生(무수춘순만림생) : 봄에 나온 죽순이 대숲 안에 가득해서

柴門密掩斷人行(시문밀엄단인행) : 사립문 닫았더니 사람들 발길이 끊어졌네.

會須上番看成竹(회수상번간성죽) : 처음 나온 것들이 대나무 되는 것 지켜보며

客至從嗔不出迎(객지종진불출영) : 손님이 와서 뭐라 하던 나가서 맞지 않으리라.

 

* 會須(회수) : 응당. 마땅히.

* 上番(상번) : 첫 회. 첫 번째. 대부분 갓 생긴 식물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봄에 새로 돋은 죽순을 가리킨다.

 

이 시는 당시 혼란한 세태에 대한 감회를 읊은 것이다. 저작 시기에 대해서는 노은의 상원 2년(761)설, 양권도의 광덕 2년(764)설, 주학령의 영태 원년(765)설, 황학의 대력 3년(768)설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구조오는 주학령의 설을 따라 영태 원년으로 보았다. 첫째 수에서는 도적들의 횡포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것을 개탄하였고, 둘째 수에서는 외족의 침략으로 인하여 촉 땅으로 피난한 난민의 처지를 동정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대입시켰으며, 셋째 수에서는 백성들을 위무해야 할 관군들이 오히려 외적보다 더 횡포를 부리는 현실에 대하여 통탄해 하였다. 당시 어지러운 사회 현실이 극명하게 투사된 작품이라고 하겠다.

 

 

 

절구(絶句) - 두보(杜甫)

절구

 

兩箇黃鸝鳴翠柳(양개황리명취류) : 푸른 버드나무 사이에 꾀꼬리 울고

一行白鷺上靑天(일행백로상청천) : 백로는 푸른 하늘 위를 줄지어 난다

牕含西嶺千秋雪(창함서령천추설) : 창 너머 서쪽 산봉우리엔 천년 묵은 눈

門泊東吳萬里船(문박동오만리선) : 문 밖에는 머나먼 동오로 떠날 배가 있다.

 

 

 

중증정련(重贈鄭鍊) - 두보(杜甫)

정련에게 다시주다

 

鄭子壯行罷使臣(정자장행파사신) : 정선생 그대가 사신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떠나는데

囊無一物獻尊親(낭무일물헌존친) : 배낭에는 어버이에게 바칠 물건 하나 없다네.

江山道遠羈離日(강산도원기이일) : 갈 길 멀어 아득한 강과 산, 떠나는 날에

裘馬誰爲感激人(구마수위감격인) : 갓옷 입고 말 탄 이, 누군가 감격하는 이 있으리라

 

 

 

해민십이수(解悶十二首) - 두보(杜甫)

근심을 풀다

 

 

其一

草閣柴扉星散居(초각시비성산거) : 초가지붕 사립문에 별처럼 흩어져 살면서

浪飜江黑雨飛初(낭번강흑우비초) : 검은 강물 파도일어 비는 날리는데

山禽引子哺紅果(산금인자포홍과) : 산새는 새끼 품어 붉은 열매 먹이고

溪女得錢留白魚(계녀득전유백어) : 오계의 아낙은 백어를 팔아 살아가네.

 

 

其二

도야성령존저물(陶冶性靈存底物) : 심성을 도야하는 데는 아무것도 없다

신시개파자장음(新詩改罷自長吟) : 시를 짓고 고치고 스스로 읊조려라

숙지이사장능사(熟知二謝將能事) : 사령운과 사조가 전력을 기울여 읊었고

파학음하고용심(頗學陰何苦用心) : 음갱과 하손의 고심을 배우리라

 

 

其三

一辭故國十經秋(일사고국십경추) : 고향 떠난 지 십년이 되었는데

每見秋瓜憶故丘(매견추과억고구) : 가을 참외 볼 때마다 고향 그리워

今日南湖采薇蕨(금일남호채미궐) : 오늘 남쪽 호숫가에서 고사리를 캐는데

何人爲覓鄭瓜州(하인위멱정과주) : 누가 날 위해 정과주를 찾아봐 주었으면

 

 

其四

沈范早知何水部(심범조지하수부) : 沈约과 范云은 일찌기 何水部를 알았지만

曹刘不待薛郎中(조류부대설랑중) : 曹植과 刘桢은 薛郎中을 기다릴 수 없었지.

独当省署开文苑(독당상서개문원) : 혼자서 省署를 맡아서 문단을 열었으며

兼泛沧浪学钓翁(겸범창랑학조옹) : 沧浪에 배를 띄워 고기 잡는 법을 배웠다네.

 

 

其五

李陵蘇武是吾師(이릉소무시오사) : 이릉과 소무는 내 시의 스승이고

孟子論文更不疑(맹자논문갱불의) : 맹운경의 시문은 의심할 게 없는데

一飯未曾留俗客(일반미증유속객) : 속인들과 밥 한 끼 한 적 없었던,

數篇今見古人詩(수편금견고인시) : 옛사람이 쓴 것 같은 귀한 시를 오늘 보네

 

* 李陵(이릉): 서한西漢 때의 장군으로 자는 소경少卿이고 비장군飛將軍 이광李廣의 장손이다. 흉노를 상대로 싸우다 투항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그의 억울한 사정을 변호하려 했던 사마천司馬遷이 궁형을 당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 蘇武(소무): 서한 西漢의 명신으로 자는 자경子卿이다.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어 북해北海 부근에 유폐되어 19년 동안 양을 돌보다가 소제昭帝 때 한나라로 귀환하였다. 귀국할 때 이릉李陵과 주고받은 오언시五言詩가 ⟪문선文選⟫에 실려 있는데 타인의 작품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 孟子(맹자): 자주自注에서 맹운경孟雲卿이라고 했다. ‘論文’은 ‘詩文’으로 새겨 읽었다.

* 一飯(일반) 구: 속인들과는 한 번도 밥을 함께 먹지 않은 것을 말한 것이다. ‘未曾留俗客’은 맹운경이 속인들을 불러 함께 자리한 일이 없었을 만큼 품성이 고아했던 것을 말한 것이다.

* 古人(고인): 이릉과 소무처럼 고관이면서 또한 시를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

 

 

其六

復憶襄陽孟浩然(부억양양맹호연) : 또다시 양양 사람 맹호연을 생각하니

淸詩句句盡堪傳(청시구구진감전) : 맑은 시 구절마다 전해질 만하구나

卽今耆舊無新語(즉금기구무신어) : 오늘날 노장들 새로운 시어 하나 없이

漫釣槎頭縮頸鯿(만조사두축경편) : 배 위에서 낚시로 축경편을 낚겠다네

 

* 孟浩然(맹호연): 당조唐朝 때의 시인으로 이름은 호浩, 자는 호연浩然, 양주襄州 양양襄陽 사람이다. 당나라 때의 저명한 산수전원시파山水田園詩派 시인으로 출사하지 않은 그를 사람들이 맹양양孟襄陽(689~740)이라고 불렀다.

* 淸詩(청시): 자연의 그윽한 경계를 노래한 맹호연 시의 예술적 품격을 말한 가리킨다.

* 즉금(즉금): 오늘날. 현재.

* 耆舊(기구): 나이가 많고 명망이 높은 사람을 가리킨다.

* 槎(사): 원래는 떼배를 가리킨다.

* 縮頸(축경): 편어鯿魚. 머리가 작고 목이 짧아 붙여진 이름이다. 차두편槎頭鯿이라고도 한다. 한수漢水에서 많이 나는 물고기 이름이다. ⟪양양지襄陽志⟫에서 ‘漢江出鯿魚. 土人以槎斷水, 鯿多依槎, 因號槎頭鯿(편어는 한수와 장강에서 나는데 지역 사람들이 뗏목으로 물을 막으면 편어들이 뗏목에 숨는 것 때문에 사두편이라고도 부른다).’이라고 했다.

 

 

其七

陶冶性靈在底物(도야성령재저물) : 영성을 닦고 기르는 데 무엇이 필요한가

新詩改罷自長吟(신시개파자장음) : 시를 짓고 고쳐가며 읊어보는 것이네

孰知二謝將能事(숙지이사장능사) : 사령운과 사조가 잘하게 된 것을 알아야 하고

頗學陰何苦用心(파학음하고용심) : 음갱과 하손이 고심한 것을 배워야 하네

 

* 陶冶(도야): 도기를 만들 때 뜨거운 불 속에 넣고 쇠를 다룰 때 뜨거운 불에 녹이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닦고 기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底(저): ‘何’와 같다.

* 新詩改罷自長吟(신시개파자장음): 시를 짓고 고치고 오랫동안 스스로 읊어보는 것을 가리킨다.

* 二謝(이사): 사령운謝靈運(385~433)과 사조謝眺(464~499)를 가리킨다. 사령운은 동진東晉과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시인으로 위진남북조시대를 대표하여 산수시의 조종이 되었다. 사조는 남제南齊의 시인으로 자는 현휘玄暉이고 진군陳郡 양하陽夏 사람이다. 동족인 사령운, 사혜련과 함께 육조시대의 산수시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 將能事(장능사): 사령운과 사조 두 사람의 창작능력이 빼어나고 시문에 영성이 깃든 것을 가리킨다. ‘孰’은 ‘熟’의 뜻으로 읽었다.

* 陰何(음하):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때의 시인 음갱陰鏗(511~563)과 하손河遜(480~519)을 가리킨다. 음갱은 육조 때 진陳나라 시인으로 자는 자견子堅이다. 육조 말기의 궁체시인으로 화려한 오언시 작품이 많다. 하손은 육조 양梁 나라 시인으로 자는 중언仲言이고 산동山東 사람이다. 관직명에 따라 하수부河水部로 불렸다. 풍경과 심경의 묘사에 뛰어나고 음률과 수사를 단련한 시풍으로 당나라 근체시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 苦用心(고용심): 몹시 고심한 것을 가리킨다.

 

 

其八

不見高人王右丞(불견고인왕우승) : 고상한 왕우승은 보이지 않고

藍田丘壑漫寒藤(남전구학만한등) : 남전 골짜기 등나무 덩굴만 무성해졌네.

最傳秀句寰區滿(최전수구환구만) : 그의 빼어난 시구가 온 세상에 전해져서

未絶風流相國能(미절풍류상국능) : 풍류 끊이진 않은 건 재상 아우 덕분이네.

 

* 王右丞(왕우승): 상서우승尙書右丞을 지낸 당조唐朝의 시인 왕유王維를 가리킨다. ⟪구당서舊唐書⋅왕유전王維傳⟫에서 ‘乾元中, 轉尙書右丞, 晩年得來之問藍田別墅, 墅在輞口, 水周於舍下, 竹洲花塢, 與裴迪浮舟往來, 嘯咏終日, 所賦詩號輞川集(건원 연중에 상서우승이 되었고 만년에 남전현에 있는 별장을 얻었는데, 별장은 망천 입구에 있고 물이 집 아래를 돌아 흐르고 대밭과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배적과 배를 타고 오가며 하루 종일 노래하였다. 글과 시를 묶어 ⟪망천집⟫이라고 했다).’이라고 했다.

* 藍田丘壑(남전구학): 남전현藍田縣의 산과 계곡, 왕유의 별장인 망천장輞川莊을 가리킨다.

* 高人(고인): 유가儒家나 도가道家에는 없는 인품이 고상한 사람을 가리킨다. 왕유는 당시 망천장 안에 사찰을 세워두고 있을 만큼 신실한 불자였다.

* 王給事(왕급사): 왕유를 가리킨다. ‘西莊’은 작씨초당雀氏草堂 서쪽에 있는 별장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崔氏東山草堂」이란 시에서도 ‘何爲西莊王給事’란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구가집주九家集注⟫에서 ‘西莊則在雀氏草堂之西也(서장이라고 한 것은 작씨초당의 서쪽에 있어서였다).’라고 했다. 왕유는 송지문宋之問의 남전 별장을 구한 뒤 가진 재산을 투입하여 망천장을 조성했다. 숙종 肅宗이 장안으로 돌아오자 왕유는 태자중윤太子中允이 되고 급사중이 되었다. 이때 왕유는 장안에 있느라 망천장은 비어 있었다.

* 鎖松筠(쇄송균): 소나무와 대나무들로 둘러싸인 것을 가리킨다. ‘筠’은 대나무의 푸른빛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대나무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읽었다. ▶ 最傳秀句(최전수구): 왕유의 시문이 다른 시인들의 것보다 더 많이 세상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을 가리킨다. ‘秀句’는 ‘佳句’를 가리킨다.

* 寰區(환구): 세상. 천하.

* 未絶風流(미정풍류): ‘風流未絶’이 도치된 것이다. 왕유의 산수와 풍류를 이어받는 것이 단절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 相國(상국): 왕유의 아우 왕진王縉(700~781)을 가리킨다. 자는 하경夏卿이고 중서문하평장사中書門下平章事와 태자빈객太子賓客을 지냈다.

 

 

其九

先帝貴妃俱寂寞(선제귀비구적막) : 선제(현종)도 양귀비도 모두 가고 적막한데

荔枝還復入長安(여지환복입장안) : 여지는 수복 후에도 장안으로 받들어네.

炎方每續朱櫻獻(만방매속주앵헌) : 남방의 붉은 앵두 이어 바치니

玉座應悲白露團(옥좌응비백로단) : 황제(현종)는 찬 이슬 보며 슬퍼 하리라,

 

* 荔枝(여지) : 남방원산의 진귀한나무

* 還復 : 또 다시

* 炎方 : 남방

* 團 : 이슬이 매친다.

영욕이 반반인 현종과 경국미인 양귀비의 국정농단으로 국난을 초래한 역사를 회상하며 옛날과 같이 진상품이 들어와도 소용이 없고 후세에 본보기로 삼아 이런 화를 되풀이 하지 말 것을 은근히 표출하고 있다.

 

 

其十

億過瀘戎摘荔枝(억과로융적여지) : 사천성을 지나며 기병이 여지를 따던 생각하니

靑楓隱映石逶迤(청풍은영석위이) : 청 단풍은 그림자를 바위위에 구불구불 펼치네.

京華應見無顔色(경화응견무안색) : 장안의 양귀비에 견줄 미인이 있었으랴

紅顆酸甛只自知(홍과산첨지자지) : 붉은 과일이 시고 달고는 다만 스스로가 안다네.

 

 

其十一

翠瓜碧李沉玉甃(취과벽리침옥추) : 푸른 오이와 파란 dhdiT이 흰 우물 속에 잠겼고

赤梨葡萄寒露成(적리포도한로성) : 누런 배와 붉은 포도는 흰 이슬이 맺혔는데

可憐先不異枝蔓(가련선불리지만) : 가엾게도 앞서 가지와 덩굴을 가릴 수 없지만

차물연연장원생(차물연연장원생) : 이것들은 맑고 곱게 오래도록 산대네.

 

 

其十二

側生野岸及江蒲(측생야안급강포) : 머나먼 물가 언덕과 강마을에서 나는 여지

不熟丹宮滿玉壺(불숙단궁만옥호) : 익기도 전에 궁궐 안 옥그릇에 가득하네.

雲壑布衣鮐背死(운학포의태배사) : 산골 사는 늙은이들 허리도 못 펴고 따 나르며

勞人害馬翠眉須(노인해마취미수) : 미인 한 사람 챙기다가 사람과 말들이 죽어가네.

 

 

한별(恨別) - 두보(杜甫)

이별을 한하며

 

洛城一別四千里(낙성일별사천리) : 낙양을 한번 이별하고 사천리 떠나 있어

胡騎長驅五六年(호기장구오륙년) : 오랑캐 오래 싸워 오륙년이 다 되었소.

草木變衰行劍外(초목변쇠행검외) : 초목은 변하여 시드는데 나는 검각성 밖을 거닐어보고

兵戈阻絶老江邊(병과조절노강변) : 싸움으로 길이 막혀 강변에서 늙고 있소

思家步月淸宵立(사가보월청소입) : 집 그리며 달빛 아래 거닐다가 우뚝 서기도하며

憶弟看雲白日眼(억제간운백일안) : 동생을 생각하며 구름 바라보며 한낮에도 잠들기도 하오

聞道河陰近乘勝(문도하음근승승) : 들으니, 하음 땅에서는 승전의 소식 가까이 들리니

司徒急爲破幽燕(사도급위파유연) : 사도는 오랑캐 땅 유연을 빨리 깨뜨려주오.

 

 

 

자신전퇴조구호(紫宸殿退朝口號) - 두보(杜甫)

자신전에서 물러나 읊다

 

戶外昭容紫袖垂(호외소용자수수) : 문 밖에서 어여쁜 궁녀들 자색 옷소매 드리우고

雙瞻御座引朝儀(쌍첨어좌인조의) : 양쪽에서 임금님 바라보며 조회 참여를 인도한다.

香飄合殿春風轉(향표합전춘풍전) : 봄바람이 일어 향불은 하늘하늘 어전에 가득하고

花覆千官淑景移(화복천관숙경이) : 꽃은 백관을 가리고, 맑은 햇빛 천천히 움직인다.

晝漏稀聞高閣報(주루희문고각보) : 낮 시간, 고각에서 알리는 시간을 듣기 어렵고

天顔有喜近臣知(천안유희근신지) : 천자의 얼굴에 이는 기쁨 가까운 신하들은 안다.

宮中每出歸東省(궁중매출귀동성) : 궁중애서 나와 중서성으로 돌아갈 때

會送夔龍集鳳池(회송기용집봉지) : 함께 재상을 보내고 다시 중서성에 모인다.

 

 

 

송원(送遠) - 두보(杜甫)

먼 곳으로 전송함

 

帶甲滿天地(대갑만천지) : 갑옷 입은 병사 천지에 가득한데

胡爲君遠行(호위군원행) : 어찌 그대는 먼 길을 떠나려하는가

親朋盡一哭(친붕진일곡) : 벗들이 모두 통곡을 하는데

鞍馬去孤城(안마거고성) : 말 타고 이 외로운 성을 떠나가는구나.

草木歲月晩(초목세월만) : 초목은 한 해가 늦어 시들고

關河霜雪淸(관하상설청) : 변방의 강에는 눈서리 내려 날은 차가워지리.

別離已昨日(별리이작일) : 이별한 마음이 어제 같다는 시 구절에

因見古人情(인견고인정) : 새삼 옛 친구의 우정을 느낀다.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一

玉露凋傷楓樹林(옥로조상풍수림) : 옥 같은 이슬 맞아 단풍나무 숲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무산무협기소삼) : 무산의 무협에는 가을 기운 쓸쓸하다.

江間波浪兼天湧(강간파랑겸천용) : 강의 물결은 하늘로 치솟고

塞上風雲接地陰(새상풍운접지음) : 변방의 바람과 구름 땅을 덮어 음산하다

叢菊兩開他日淚(총국양개타일루) : 국화 떨기 두 차례 피어나니 지난날이 눈물겹다.

孤舟一繫故園心(고주일계고원심) : 외로운 배 묶어둔 것 고향 생각하는 마음

寒衣處處催刀尺(한의처처최도척) : 겨울옷 준비에 곳곳에서 가위질과 자질을 재촉하고

白帝城高急暮砧(백제성고급모침) : 백제성은 높고 저물녘 다듬이질 소리 바쁘기만 하구나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二

夔府孤城落日斜(기부고성낙일사) : 기주의 외로운 성에는 저녁 해 기울고

每依北斗望京華(매의북두망경화) : 언제나 북두성 보며 서울을 그린다.

聽猿實下三聲淚(청원실하삼성루) : 원숭이 울음 세 번 들으면 눈물이 떨어지고

奉使虛隨八月槎(봉사허수팔월사) : 사신 수행은 팔월 뗏목처럼 헛되었다.

畵省香爐違伏枕(화성향로위복침) : 상서성에 숙직할 일 몸이 아파 어긋나고

山樓粉堞隱悲笳(산루분첩은비가) : 산의 누의 성가퀴에는 애달픈 피리소리이 은은하다.

請看石上藤蘿月(청간석상등라월) : 보시오, 바위 위의 등라에 걸린 달이

已暎洲前蘆荻花(이영주전노적화) : 영주 섬 앞 갈대꽃을 비추고 있는 것을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三

千家山郭靜朝暉(천가산곽정조휘) : 산성의 일천 집들에 아침 햇살 고요한데

日日江樓坐翠微(일일강루좌취미) : 날마다 강가 누대에서 푸른 산기운 속에 앉아본다.

信宿漁人還汎汎(신숙어인환범범) : 이틀 밤을 지낸 어부 다시 배를 띄우고

淸秋燕子故飛飛(청추연자고비비) : 맑은 가을에 제비는 일부러 하늘을 난다.

匡衡抗訴功名薄(광형항소공명박) : 광명처럼 간언을 올렸지만 공명은 낮았다.

劉向傳經心事違(유향전경심사위) : 유향처럼 경전을 전하려 하나 마음과 일이 어긋나네.

同學少年多不賤(동학소년다불천) : 어린 시절 같이 공부한 이들 모두 부귀하여

五陵衣馬自輕肥(오릉의마자경비) : 오릉 땅에 살면서 옷과 말은 빠르고 살찐 것들이라네.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四

聞道長安似奕棊(문도장안사혁기) : 듣자니, 장안의 시국이 바둑판이라니

百年世事不勝悲(백년세사불승비) : 평생의 세상 일 슬픔 이기지 못하겠네.

王侯第宅皆新主(왕후제택개신주) : 왕후의 저택은 모두가 새 주인

文武衣冠異昔時(문무의관이석시) : 문무의 의관도 옛 날과는 다르다네.

直北關山金鼓震(직북관산금고진) : 바로 북쪽 관산은 징과 북이 진동한다.

征西車馬羽書馳(정서거마우서치) : 서쪽 정벌 떠나는 수레와 말들 그리고 격문은 치닫고

魚龍寂寞秋江冷(어룡적막추강냉) : 가을 강은 차갑고 물고기도 조용하니

故國平居有所思(고국평거유소사) : 고국에 살던 그 때가 생각나네.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五

蓬萊古闕對南山(봉래고궐대남산) : 봉래산 높은 궁궐은 종남산과 마주보고

承露金莖宵漢間(승로금경소한간) : 이슬 받는 통천대의 금줄기대는 하늘 은하수에 닿았도다.

西望瑤池降王母(서망요지강왕모) : 서쪽으로 요지를 바라보니 서왕모가 내려오고

東來紫氣滿函關(동래자기만함관) : 동에서 온 보랏빛 상서로운 구름 함곡관에 가득하다.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 구름이 꿩 꼬리 깃 부채로 옮겨지니 궁궐의 부채 열리고

日繞龍鱗識聖顔(일요용린식성안) : 햇빛이 용의 비늘을 둘러싸니 비로소 임금의 얼굴 보였다네.

一臥滄江驚歲晩(일와창강경세만) : 푸른 강 자연에 살면서 한해가 저물어감에 놀라나니

幾回靑瑣點朝班(기회청쇄점조반) : 지난 날 조회 때에 청쇄문에서 몇 번이나 점호를 받았던가?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六

瞿唐峽口曲江頭(구당협구곡강두) : 구협당 어구와 곡강 머리가

萬里風煙接素秋(만리풍연접소추) : 만리 먼 곳이 안개바람으로 가을이 가득하다.

花萼夾城通御氣(화악협성통어기) : 화악루의 협성에는 임금의 행차가 이이지고

芙蓉小苑入邊愁(부용소원입변수) : 부용 작은 연못에는 변방 시름 깃든다.

珠簾繡柱圍黃鵠(주렴수주위황곡) : 수놓은 기둥의 구슬발은 누런 고니를 두르고

錦纜牙檣起白鷗(금람아장기백구) : 비단닻줄 상아돛대에서 흰 갈매기 날아오른다.

回首可憐歌舞地(회수가련가무지) : 머리 돌려 노래하고 춤추던 곳 바라보니 애달고나

秦中自古帝王州(진중자고제왕주) : 진중은 예로부터 제왕의 고을이라네.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七

昆明池水漢時功(곤명지수한시공) : 곤명지의 물자원은 한나라의 공이니

武帝旌旗在眼中(무제정기재안중) : 한 무제의 깃발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織女機絲虛夜月(직녀기사허야월) : 직녀 베틀 위의 실은 달빛 아래 실없고

石鯨鱗甲動秋風(석경인갑동추풍) : 돌고래 비늘 껍질 가을바람에 펄렁인다.

波漂菰米沈雲黑(파표고미침운흑) : 줄 열매 파도에 떠다니고 검은 구름 물에 잠기고

露冷蓮房墜粉紅(노냉연방추분홍) : 연방엔 이슬이 차고 붉은 연꽃은 떨어진다.

關塞極天唯鳥道(관새극천유조도) : 변방의 관문 하늘에 닿아 오직 새들만 날고

江湖滿地一漁翁(강호만지일어옹) : 강과 호수만 가득한 땅엔 늙은 어부 한 사람.

 

 

추흥팔수(秋興八首) - 두보(杜甫)

가을 흥취

 

其八

昆吾御宿自逶迆(곤오어숙자위이) : 곤오와 어숙으로 가는 길 구불구불

紫閣峰陰入渼陂(자각봉음입미피) : 자각봉 산그늘 미피 땅에 들어온다.

香稻啄殘鸚鵡粒(향도탁잔앵무립) : 향기로운 벼에는 앵무새 낱알 쪼아 먹고

碧梧棲老鳳凰枝(벽오서로봉황지) : 벽오동 나무에는 봉황새 가지에 깃든다.

佳人拾翠春相問(가인습취춘상문) : 봄이면 가인들은 비취새 깃털 주워 서로 묻고

仙侶同舟晩更移(선려동주만갱이) : 저녁이면 좋은 짝이 함께 배를 타고 다시 옮겨갔다.

彩筆昔曾干氣象(채필석증간기상) : 글 솜씨가 한 때는 하늘을 찔렀는데

白頭今望苦低垂(백두금망고저수) : 백발 된 지금 바라보다 애써 고개 숙인다.

 

 

 

월야억사제(月夜憶舍弟) - 두보(杜甫)

달밤에 아우를 생각하다

 

戍鼓斷人行(수고단인행) : 수루의 북소리에 발길 끊어지고

邊秋一雁聲(변추일안성) : 변방의 가을에 한 마리 기러기 소리

露從今夜白(로종금야백) : 이슬은 오늘밤부터 얼어 희어지고

月是故鄉明(월시고향명) : 이 달은 고향에서도 밝으리라

有弟皆分散(유제개분산) : 형제가 있으나 모두 흩어져

無家問死生(무가문사생) : 생사를 물어볼 집마저 없도다.

寄書長不達(기서장불달) : 편지를 부쳐도 오랫동안 가지 못하나니

況乃未休兵(황내미휴병) : 하물며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음에야

 

 

 

화응(畵鷹) - 두보(杜甫)

매 그림

 

素練風霜起(소련풍상기) : 흰 비단 위 바람과 서리 일어나는데

蒼鷹畵作殊(창응화작수) : 푸른 매 그림 정말 특이하다

㩳身思狡ꟙ(송신사교토) : 몸을 꼿꼿이 세우고 토끼를 노리는 듯

側目似愁胡(측목사수호) : 곁눈질 하는 양이 수심에 찬 오랑캐 같구나.

絛縼光堪摘(조선광감적) : 잠아 맨 끈은 번쩍이어 손에 집힐 듯하고

軒楹勢可呼(헌영세가호) : 그림 속 처마와 기둥에서 새를 불러낼 수도 있겠다.

何當擊凡鳥(하당격범조) : 어찌해야 뭇 새들을 잡아

毛血灑平蕪(모혈쇄평무) : 털과 피를 평원에다 뿌려볼까

 

 

 

방병조호마(房兵曹胡馬) - 두보(杜甫)

방병조의 호마

 

胡馬大宛名(호마대완명) : 호마(胡馬)는 대완국(大宛國)의 명마

鋒稜瘦骨成(봉릉수골성) : 칼끝 같은 갈기에 날씬한 골격이네.

竹批雙耳峻(죽비쌍이준) : 대나무 깎아 세운 듯 뾰족한 두 귀

風入四蹄輕(풍입사제경) : 바람타고 네 발굽 경쾌하구나.

所向無空闊(소향무공활) : 어디를 달려도 넓게 트인 곳도 좁아

眞堪託死生(진감탁사생) : 진실로 생사를 맡길 만하구나.

驍騰有如此(효등유여차) : 나는 듯이 내달림이 이와 같으니

萬里可橫行(만리가횡행) : 가히 만 리라도 마음대로 달릴 듯하구나.

 

두보의 30세 초 작으로 방병조의 이름은 알 수는 없으나 병조참군사의 관리가 서역에서 가지고 온 명마에 대하여 노래한 것이다 .

 

* 房兵曹(방병조) : 방은 성이며 이름은 미상. 병조는 병조참군사의 관료이다.

​* 胡馬(호마) : 변새(邊塞)지방의 외국산 말을 호마라고 칭하였다.

​* 大宛名(대완명) : 대완은 한나라 때 서역지방에 있던 나라의 이름. 한무제는 대완에서 천마를 얻었다고 한다. 명은 준마를 의미한다. 즉 대완국의 준마.

​* 鋒稜(봉릉) : 칼날의 모서리. 갈기가 칼날의 모서리와 같음.

​* 瘦骨(수골) : 야윈 골격으로 뼈가 보일 듯 가죽이 팽팽함. 살이 찌지 않고 날씬한 모습.

​* 四蹄(사제) : 네 발굽

​* 驍騰(효등) : 날래게 질주하다

​* 橫行(횡행) : 거리낌 없이 멋대로 행동(行動)함. 모로 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천육표기도가(天育驃騎圖歌) - 두보(杜甫)

천육의 날랜 말을 노래하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吾聞天子之馬走千里(오문천자지마주천리) : 내 들으니 천자(天子)의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하니

今之畫圖無乃是(금지화도무내시) : 지금 이 그림이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是何意態雄且傑(시하의태웅차걸) : 어쩌면 이리도 뜻과 태도가 웅장하고 또 걸출한가?

駿尾蕭梢朔風起(준미소초삭풍기) : 준마의 꼬리에 살랑살랑 북풍이 일어나네.

毛為綠縹兩耳黃(모위록표량이황) : 털은 녹표색(綠縹色)이요 두 귀는 황색이며

眼有紫燄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눈에는 자줏빛 불꽃이 일고 두 눈동자는 모났다오.

矯矯龍性合變化(교교룡성합변화) : 굳센 용과 같은 성질 변화에 합당하고

卓立天骨森開張(탁립천골삼개장) : 우뚝 서 있는 타고난 기골 삼엄하게 펼쳐져 있네.

伊昔太僕張景順(이석태복장경순) : 저 옛날 태복(太僕)인 장경순(張景順)이

監牧攻駒閱清峻(감목공구열청준) : 감목관(監牧官)이 되어 망아지 길들여 청준(淸峻)한 것 선발하였네.

遂令大奴守天育(수령대노수천육) : 마침내 태노(太奴)로 하여금 천육(天育)에서 맡아 기르게 하고

別養驥子憐神俊(별양기자련신준) : 특별히 준마의 새끼 길러 신묘하고 빼어남 사랑하였네.

當時四十萬匹馬(당시사십만필마) : 당시 사십만 필의 말 중에

張公歎其材盡下(장공탄기재진하) : 장공(張公)은 그 재질 모두 낮음 한탄하였다오.

故獨寫真傳世人(고독사진전세인) : 그래서 홀로 참모습 그려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니

見之座右久更新(견지좌우구갱신) : 자리 오른쪽에 놓고 봄에 오랠수록 새롭네.

年多物化空形影(연다물화공형영) : 여러 해 되어 실물은 없어지고 그림만 남았으니

嗚呼健步無由騁(오호건보무유빙) : 아! 힘찬 발걸음 달릴 길 없어라.

如今豈無騕褭與驊騮(여금기무요뇨여화류) : 지금인들 어찌 요뇨(騕褭)와 화류(驊騮)의 준마가 없겠는가?

​時無王良伯樂死即休(시무왕량백락사즉휴) : 세상에 왕량(王良)과 백락(伯樂)이 없어 죽고 말 뿐이라오.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는 바, 천자의 마굿간인 천육(天育)에서 기르는 좋은 말(驃騎)을 그린 그림을 노래한 것으로, 천보(天寶) 말년에 지었다. 두보는 이밖에도 〈房兵曹胡馬(방병조호마)〉ㆍ〈高都護驄馬行(고도호총마항)〉ㆍ〈驄馬行(총마행)〉ㆍ〈瘦馬行(수마항)〉ㆍ〈病馬(병마)〉ㆍ〈題壁上韋偃畵馬歌(제벽상위언화마가)〉ㆍ〈白馬(백마)〉 등 말을 노래한 시가 많고, 또 〈畵鷹(화응)〉ㆍ〈義鶻行(의골행)〉ㆍ〈畵鶻行(화골행)〉ㆍ〈姜楚公畵角鷹歌(강초공화각응가)〉 등 독수리나 매를 읊은 시도 여러 편이다. 이는 두보가 천리마나 매의 웅자(雄姿)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또 이들 동물에 자신을 은근히 비유한 뜻도 있어서일 것이다.

 

* 天育(천육) : 마굿간의 이름. 厩(구) : 마굿간

* 驃騎(표기) : 천육에서 기르는 좋은 말

* 蕭梢(소초) : 흔들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말이 달릴 때 꼬리가 흔들리는 모양을 가리킨 것이다.

* 朔風(삭풍): 북풍(北風)

* 綠縹(녹표): 綠(녹)은 검정 빛이며 縹(표)는 청황색.

* 眼有紫焰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김륭(金隆)은 “焰(염)은 광채를 말한 것이고 方(방)은 형체를 말한 것이다.” 하였다.

* 太僕(태복): 궁중의 수레와 말을 관리하는 관아

* 張景順(장경순) : 개원(開元) 연간 사람으로 당시 말을 번식시키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개원 13년(725) 장열(張說)의 농우감목송덕비(隴右監牧頌德碑) 서(序)에 “원년에 기르는 말이 24만필이었는데 13년에는 43만필에 이르렀다. 上(현종)이 太僕少卿(태복소경) 兼 秦州都督(겸 진주도독) 監牧都副使(감목도부사) 張景順(장경순)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나의 말이 이렇게 많이 번식한 것은 경의 힘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황제의 힘이고 왕모중의 명령이니, 신이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했다.” 하였다.

* 太奴(태노) : 노복(奴僕) 중에 가장 장대(長大)한 자를 가리킨다.

* 騕褭(요뇨): 붉은 귀를 가진 검정말로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신마(神馬).

* 驊騮(화류) : 원래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타던 팔준마(八駿馬)

* 八駿馬(팔준마) : 중국 주(周)나라의 목왕(穆王)이 사랑하던, 역사상 유명한 여덟 필의 말. 곧, 화(驊)·유이(驑駬)·적기(赤驥)·백의(白義)·요거(驍渠)·황유(黃騟)·도려(盜驪)·산자(山子).

* 王良伯樂(왕량백락) : 왕량(王良)은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수레를 잘 몰기로 유명한 사람이고, 백락(伯樂)은 손양(孫陽)의 자(字)로 옛날에 명마(名馬)를 잘 알아본 것으로 유명하다. 백락은 장자(莊子) 외편 馬蹄篇(마제편)에 나온다.

 

춘망(春望) - 두보(杜甫)

봄의 소망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 나라는 망해도 산천은 그대로이니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 성 안에 봄이 들고 초목은 우거진다.

感時花淺淚(감시화천루) : 시절을 느끼는지 꽃도 눈물을 뿌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 이별의 한은 새 소리에도 가슴이 띈다.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 봉화가 연 이어 석 달을 계속하니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 집안의 편지는 천만 금 만큼이나 소중하구나.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 흰 머리 긁어대니 더 많이 빠져서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 아무리 묶어도 비녀를 못 끼겠구나.

 

* 이 시는 두보의 五言律詩 중에서도 대표적 걸작으로 꼽히는 시다. 두보가 안록산의 난으로 장안에 억류되어 있을 때인 肅宗 至德 2년(757), 나이 46세 때의 작품이다. 두보의 우국충정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과 대비되어 비감이 배가 되는 시이다.

首聯에서는 國破와 春城으로 시대 상항과 봄이라는 계절을 연결 시켜서 제목의 뜻을 명확히 했다. 인간들의 작위로 나라는 부서졌으나 자연의 순환은 순리에 따라 변함이 없다. 연이은 頷聯(함연)과 頸聯(경연)은 장안에서 처자식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상이니, 시인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불안하고 고향 소식에 애를 태우고 있다. 尾聯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속절없이 늙어가는 자신을 처지를 묘사하고 있다.

詩語는 매우 평범하나 한 글자 한 구절이 고통이고 진실이기에 이 보다 더 잘 묘사할 수는 없을 것 같은 걸작이다. 그래서 지금도 감상하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석호리(石壕吏) - 두보(杜甫)

석호의 관리

 

暮投石壕吏(모투석호리) : 날 저물어 석호촌에 투숙하니

有吏夜捉人(유리야착인) : 관리가 나타나 밤에 사람을 잡으려 왔네.

老翁踰墻走(노옹유장주) : 할아버지는 담 넘어 달아나고

老婦出門看(노부출문간) : 할머니가 문 밖에 나가본다.

吏呼一何怒(리호일하노) : 관원의 호출이 어찌 그리도 노엽고

婦啼一何苦(부제일하고) : 할머니의 울음은 어찌 그리도 고통스러운지

聽婦前致詞(청부전치사) : 할머니가 관리 앞에 나아가 하는 말 들으니

三男鄴城戍(삼남업성수) : 셋째 아들은 업성에 수자리 가고

一男附書至(일남부서지) : 맏아들이 편지를 부쳐왔는데

二男新戰死(이남신전사) : 둘째 아들은 새로운 전투에서 죽었다오.

存者且偸生(존자차투생) : 살아있는 자는 억지로라도 살아가겠지만

死者長已矣(사자장이의) : 죽은 자는 영영 그만이로다.

室中更無人(실중갱무인) : 집에는 이제 아무도 없고

惟有乳下孫(유유유하손) : 오직 젖먹이 손자만 있다오.

孫有母未去(손유모미거) : 손자가 있어 그 어미가 아직 떠나지 못하니

出入無完裙(출입무완군) : 출입할 온전한 치마도 없다오.

老嫗力雖衰(노구력수쇠) : 이 늙은 할미 기력은 비록 쇠하나

請從吏夜歸(청종리야귀) : 밤에라도 대신 따라가게 해 주시오.

猶得備晨炊(유득비신취) : 아직은 아침밥은 지을 수 있다오.

夜久語聲絶(야구어성절) : 밤이 깊어 관리와 할머니의 말소리 끊어지고

如聞泣幽咽(여문읍유열) :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울음소리 들리는 듯

天明登前途(천명등전도) : 날이 밝아 길 떠날 때에

獨與老翁別(독여노옹별) : 나는 홀로 할아버지와 작별하였네.

 

두보의 시는 단순히 그의 천재성에만 기대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뼈를 깎는 듯한 고심의 산물이다. 이런 그의 시풍을 잘 반영하고 있는 <석호리(石壕吏)>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중국 역사상 제2 황금시대로 불리는 당나라가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혼란에 빠져들 무렵에 만들어졌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삼리(三吏)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신안리(新安吏) - 두보(杜甫)

병사 차출에 가슴 미어지지만 지휘관이 그들을 잘 건사할 테니 걱정 마시라

 

客行新安道(객행신안도) : 나그네가 신안의 길을 가다가

喧呼聞點兵(훤호문점병) : 떠들썩하게 병졸을 점호하는 소리를 들었다.

借問新安吏(차문신안리) : 신안의 관리에게 물었네.

縣小更無丁(현소갱무정) : 고을이 작아 장정이 더는 없지요?

府帖昨夜下(부첩작야하) : 지난 밤 관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는데

次選中男行(차선중남행) : 다음으로 미성년자를 뽑아 보내랍니다.

中男絶短小(중남절단소) : 저 아이들은 저리 작고 어린데

何以守王城(하이수왕성) : 어떻게 왕성을 지켜낼 수 있을꼬?

肥男有母送(비남유모송) : 뚱뚱한 저 아이는 엄마가 배웅 나왔는데

瘦男獨伶俜(수남독령빙) : 여윈 저 아이는 홀로 외롭구나.

白水暮東流(백수모동류) : 흰 강물은 저녁 무렵 동쪽을 흐르고

靑山猶哭聲(청산유곡성) : 푸른 산에는 아직도 곡소리가 메아리친다.

莫自使眼枯(막자사안고) : 스스로 눈물 마르게 하지 말고

收汝淚縱橫(수여루종횡) : 이제 솟구치는 그대 눈물을 거두시오

眼枯却見骨(안고각견골) : 눈이 마르고 뼈가 드러나더라도

天地終無情(천지종무정) : 천지는 끝끝내 무정할 뿐이라오.

 

我軍收相州(아군수상주) : 아군이 상주를 수복 했다 길래

日夕望其平(일석망기평) : 밤낮으로 이 난리가 평정되기를 기다렸는데

豈意賊難料(기의적난료) : 어찌 알았으랴, 적의 세력 강하여

歸軍星散營(귀군성산영) : 패전한 군사들 흩어져 돌아올 줄을

就糧近故壘(취량근고루) : 군량미를 따라 옛 진지 근처

練卒依舊京(연졸의구경) : 옛 수도를 근거지로 병졸들을 훈련시킨다오.

掘壕不到水(굴호불도수) : 참호를 파도 물이 나올 정도로 파는 것은 아니며

牧馬役亦輕(목마역역경) : 말을 먹이는 일 또한 힘들지 않다오.

況乃王師順(황내왕사순) : 더구나 관군은 순리를 따르는 군대

撫養甚分明(무양심분명) : 잘 먹이고 보살펴 줄 것이 아주 분명하니

送行勿泣血(송행물읍혈) : 보내며 피눈물 흘리지 마오.

僕射如父兄(복사여부형) : 지휘장수는 부형과 같은 분이라오.

 

 

* 新安縣 : 하남성 신안현

* 喧呼 : 시끄럽게 떠든다.

* 點兵 : 장정을 헤아림

* 借問 : 잠간 물어봄

* 無丁 : 장정은 더없음

* 中男 : 백성을 黃. 小 .中. 丁. 老. 등 5 단계로 나눔, 그중의 중남

* 絶 : 몹시

* 瘦男(수남) : 마른 장정

* 伶俜(령빙) : 외롭게 비틀거림

* 白水 : 희미하게 반사하는 강물

* 莫 : 하지 말라

* 見骨 : 메말라 뼈가 보임

두보가 신안의 한 마을을 지날 때 불안하게 떠들썩 함을 보고 관리에게 물으니 장정이 이미 징발되어 없는데 어린 청소년을 다음 차례로 뽑아가며, 남은 가족들의 애를 태우는 참상을 묘사하고 있다 .

* 相州 : 반군의 근거지였음

* 豈憶 : 뜻밖에도

* 難料 : 예측하기 어렵다

* 歸軍 : 패해 돌아온 군

* 星散營 : 별같이 흩어져 제 진영으로 옴

* 就糧(취량) : 식량을 비음

* 故壘(고루) : 옛 보루

* 舊京 : 낙양

* 掘壕(굴호) : 참호를 탐

* 不到水=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얕게

* 王師順 : 관군은 순리에 어긋나지 않음

* 撫養 : 아끼고 보양함

* 僕射(복사) : 지휘관(郭子儀를 칭함)

반란군토벌에 실패한 관군을 추가로 동원하는 백성들의 수난을 보고 재탈환을 위한 고된 훈련을 할 때에는 잘 먹이고 사랑으로 훈련을 선도하여 좋은 관군으로 거듭 날것이라고 지휘관을 믿으며 마음을 놓으라고 위로 하고 있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삼리(三吏)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동관리(潼關吏) - 두보(杜甫)

동관의 관리

 

士卒何草草(사졸하초초) : 병사들이 왜 저렇게 애를 쓰고 있을까?

築城潼關道(축성동관도) : 동관 길목의 성을 보수하고 있는지

大城鐵不如(대성철불여) : 큰 성곽은 무쇠보다 더 견고하고

小城萬丈餘(소성만장여) : 작은 성은 만장(萬丈)보다 높이 있어라.

借聞潼關吏(차문동관리) : 잠간 동관의 관리에게 물어보니

修關還備胡(수관환비호) : 관문을 수리하여 외침을 막는다 하네.

要我下馬行(요아하마행) : 나로 하여금 말을 내리게 하여

爲我脂山隅(위아지산우) : 산모퉁이를 손으로 가리키네.

連雲列戰格(연운열전격) : 방어의 철책이 구름에 이어 지고

飛鳥不能踰(비조불능유) : 나는 새도 넘지를 못하겠더라.

 

 

* 潼關(동관) : 협서성에 있는 낙양-장안간 요충지

* 草草 : 쩔쩔매며 고생함

* 鐵不如 : 쇠보다 더 견고함

* 萬丈餘 : 만길 보다 높이

* 還 : 다시

* 要我 : 나로 하여금

* 山隅(산우) : 산모퉁이

* 連雲 : 높이 구름에 이어짐

* 戰格 : 방어 철책

* 踰 “ 넘어가다

​안록산의 난중에서 가서한(哥舒翰)이 패전한 장안의 방어선 동관(潼關)을 지나던 두보가 그곳 성채 보수작업에 쩔쩔매며 고생하는 병사의 모습을 보고 관리에게 들은 정황을 빌어 요새의 패전을 회고한다.

 

 

胡來但自守(호래단자수) : 적이 처 들어오더라도 오직 이곳만 지킨다면

豈復憂西都(기복우서도) : 이제 다시는 장안을 걱정할 일이 없으니

丈人視要處(장인시요처) : 어르신은 보시요. 저 힘 있는 요새를

窄狹容單車(착협용단거) : 좁고 험해서 수레 한 대만이 겨우 지날 수 있다오.

艱難奮長戟(간난분장극) : 난리가 나더라도 긴 창을 휘두르면

萬古用一夫(만고용일부) : 단 한사람의 병사로도 여기를 지킬 수 있다오.

哀哉桃林戰(애재도림전) : 슬프도다. 지난 날 도림의 패전에서는

百萬化爲魚(백만화위어) : 백만 대군이 물고기 밥이 되었던 것을.

請囑防關將(청촉방관장) : 동관을 지키는 장군에게 간절히 부탁하노니

愼勿學哥舒(신물학가서) : 제발 삼가서 가서한처럼 패전을 본받지 마오.

 

* 潼關 : 陝西省(섬서성) 동쪽 渭南市(위남시)에 있는, 장안에서 낙양으로 통하는 요지. 이 때 相州(상주, 鄴城업성)에서 패한 관군이 동관을 보수하며 적을 대비하고 있었음.

* 丈人 : ‘어른’ 존칭. 동관리가 지은이 두보를 이른 말임.

* 要處 : 중요한 곳. 요충지.

* 窄狹 : 폭이 아주 좁음.

* 艱難 : 전란이나 가난 등으로 몹시 곤란함.

* 用一夫 : 장정 하나만 소용됨. 一夫當關 萬夫莫開(한 장정이 관문을 지켜도, 만 명 군사들이 그 관문을 깨뜨려 열지 못하네.)〈李白 蜀道難〉의 뜻임.

* 桃林 : 河南省 靈寶縣(하남성 영보현)의 지명. 동관의 華山(화산) 동편 언덕으로 周武王(주 무왕)이 殷(은) 나라를 토벌하고 나서 城砦(성채)였던 여기에 소를 풀어 놓아 기르게 한 곳인데, 이후 소를 ‘桃林處士(도림처사)’라 별칭함. 玄宗 天寶(현종 천보) 15년(756) 6월 哥舒翰(가서한) 병마사가 반군 안록산 군사와 여기서 싸우다가 크게 패하여, 20만 관군 중 黃河(황하)에 익사한 병졸이 수만 명이었다고 함.

* 請囑 : 부탁함. 간절히 당부함. 懇囑(간촉).

* 勿學 : 배우지 말라. 본받지 말라.

 

견고히 수축되는 성채를 보고 무리하게 많은 병사를 배치하여 고생시키지 말고 적은 수비대로 지혜롭게 방비하되 평시의 많은 준비를 하여 과거의 반란군 토벌에 패하여 많은 희생자를 낸 일은 되풀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장군에게 하고 있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삼리(三吏)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무가별(無家別) - 두보(杜甫)

집 없이 이별함

 

寂寞天寶後(적막천보후) : 적막하구나, 난리 난 후에

園廬但蒿藜(원려단호려) : 집과 뜰이 쑥과 명아주 풀밭이 되었네.

我里百餘家(아리백여가) : 우리 동네 백 여 가구가

世亂各東西(세난각동서) : 난리 통에 뿔뿔이 흩어졌네.

存者無消息(존자무소식) : 산 자는 소식이 없고

死者爲塵泥(사자위진니) : 죽은 자는 흙이 되었네.

賤子因陳敗(천자인진패) : 미천한 이 몸은 싸움에 져서

歸來尋舊蹊(귀래심구계) : 고향에 돌아와 옛 길을 더듬네.

久行見空巷(구행견공항) : 오래도록 걸어도 빈 거리요

日瘦氣慘悽(일수기삼처) : 햇빛도 시들하고 이 마음도 비참하다오.

 

 

* 寂寞(적막) : 황폐하고 쓸쓸함

* 天寶後 : 천보14년 안록산의 반란 후

* 園廬 : 초가와 밭.

* 蒿藜(호려) : 쑥과 명이주

* 賤子 : 천한 나

* 因陳敗 : 759년 상주의 패전으로

* 尋 : 찾는다.

* 舊蹊(구혜) : 옛 작은 길

* 久行 : 오직 객지에 있었으므로

* 空巷 : 빈 마을

* 日瘦(일수) : 햇빛이 야윈듯함

* 氣慘悽(기참처) : 대기의 기색도 처참한 듯

전란에 가족을 다 잃은 외톨이가 된 두보는 패전으로 낙오하여 고향에 돌아왔으나 집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 텅 빈 고향에 돌아와 옛길을 더듬으며 햇빛도 시들하고 대기의 기색도 처참함을 느낀다.

 

 

但對狐與狸(단대호여리) : 나를 대하는 거라곤 여우와 살쾡이

竪毛怒我啼(수모노아제) : 털을 곤두세우고 나를 보고 짖어대네.

四隣何所有(사린가소유) : 사방에 이웃이 있나 찾아보니

一二老寡妻(일이노과처) : 한두 명의 늙은 과부가 있을 뿐이네.

宿鳥戀本枝(숙조연본지) : 새도 묵었던 나뭇가지를 그리는 법인데

安辭且窮棲(안사차궁서) : 어찌 빈궁하다고 고향을 마다 할 수 있으리.

方春獨荷鋤(방춘독하서) : 마침 봄을 맞아 혼자서 호미질하고

日暮還灌畦(일모환관유) : 해가 지면 밭에다 물을 대었소.

縣吏知我至(현리지아지) : 고을의 관리가 내가 온 것을 알고는

召令習鼓鞞(소령습고비) : 관청의 북치는 것을 연습 하라고 명하였소.

 

雖從本州役(수종본주역) : 비록 우리 고장에서 부역을 하지만

內顧無所携(내고무소휴) : 집안에 거느린 식솔이 없는 외로운 신세.

 

 

* 狐與狸(호여리) : 여우와 살쾡이

* 竪毛(수모) : 털을 세움

* 宿鳥 : 나무위에 묵는 새

* 戀本枝(연본지) : 옛날 묵었던 가지를 그리워함

* 安辭(안사) : 어떻게 마다하겠는가?

* 窮棲(궁서) : 궁색한대로 깃들어 산다.

* 方春 : 마침 봄철

* 荷鋤(하서) : 호미를 메고

* 灌畦(관휴) : 밭에 물을 댐

* 鼓鞞(고비) : 기마군용 북

* 內顧 : 집안을 생각함

* 所携(소휴) : 처자 권속

황폐한 고향에는 들짐승이 짖을 뿐 사람이 없고 늙은 할멈 두어 명이 있을 뿐이라. 고향이란 애착으로 밭농사 지어 보고, 관청에 부역도 하며 홀로 외롭고 쓸쓸한 생활을 한다.

 

 

近行止一身(근행지일신) : 가까이 간대도 이 한 몸뿐이요.

遠去終轉迷(원거종전미) : 멀리 간다면 끝내는 떠돌 것이오.

家鄕旣蕩盡(기향기탕진) : 고향의 가족은 이미 다 흩어졌으니

遠近理亦齊(원근이역제) : 멀거나 가까운 것이 아무 의미 없구나.

永痛長病母(영통장병모) : 길이 가슴 아픈 것은 오래 앓다 돌아가신 우리 모친

五年委溝谿(오년위구곡) : 오년 전 장례도 제대로 못해드리고

生我不得力(생아부득력) : 나를 낳으시고 보탬이 되어 드리지 못하였으니

終身兩酸嘶(종신양산시) : 평생토록 우리 두 모자 슬퍼 울었지요.

人生無家別(인생무가별) : 이 인생 집도 없이 이별하니

何以爲蒸黎(하이위증려) : 이 어찌 평범한 백성이라 할 수 있으리.

 

 

* 近行 : 가까운 곳에서 일함

* 終轉迷(종전미) : 결국 떠돌이로 방황할 것임

* 蕩盡 : 다 없어짐

* 委溝谿(위구계) : 장사를 제대로 못해드림(구덩이 에 방치함)

* 不得力 :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함

* 兩酸嘶(양산시) : 서로 고생만하고 울음

* 爲蒸黎(위증려) : 백성이라 하겠는가(蒸-대중 黎-백성)

가족이 다 흩어지고 집도 없어진 고향. 이제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 신세. 돌아가신 모친 장례도 제대로 치러드리지 못한 불효를 한탄하며 정처 없이 떠나야하는 서글픔을 쓰고 있다. 垂老別에서는 충성을 쓰고, 여기서는 효孝로 끝을 맺었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삼리(三吏)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신혼별(新婚別) - 두보(杜甫)

신혼의 이별

 

兎絲附蓬麻(토사부봉마) : 새삼 덩굴이 삼에 엉켜 자라면

引蔓故不長(인만고부장) : 줄기가 길게 뻗지 못하듯

嫁女與征夫(가녀여정부) : 출정하는 사람에게 딸을 시집보냄은

不如棄路傍(불여기로방) : 길가에 내버림만 못하다고 합니다.

結髮爲夫妻(결발위부처) : 머리 올리고 부부가 되었으나

席不煖君牀(석불난군상) : 부부의 잠자리가 따듯해지기도 전에

暮婚晨告別(모혼진고별) : 저녁에 혼례하고 새벽에 작별하게 되니

無乃太忽忙(무내태총망) : 이렇게 성급하고 허무한 일이 어디 있나요.

君行雖不遠(군행수불원) : 그대는 비록 멀지 않은 곳이라고는 하나

守邊赴河陽(수변부하양) : 하양의 변두리를 지키러 가시겠지요.

 

 

* 新婚別 : 신혼직후 이별함(남편의 징집으로)

* 兎絲(토사) : 토사덩굴

* 蓬麻 : 다북쑤과 삼

* 引蔓(인만) : 덩굴을 잡아당김

* 嫁女(가녀) : 딸을 시집보냄

* 與征夫 : 출정하는 장정

* 棄路傍 : 길가에 버림

* 結髮 : 마리를 얹음

* 暮婚 : 저녁에 결혼

* 晨告別 : 새벽에 이별

* 無乃 : ~가 아니냐

* 忽忙 : 다급하고 허무함

* 赴河陽 : 하양으로 감

신혼부부의 이별을 신부 입장에서 읊었다. 출정하는 전날 시집오는 애처로운 신부의 처지를 현장이 보이듯이 묘사했다. 첫날밤 부부의 침상이 데워지기도 전에 새벽에 작별하는 이 부부

 

 

妾身未分明(접신미분명) : 첩의 신분 분명치 않아

何以拜姑嫜(하이배고장) : 시부모께 어떻게 절하나

父母養我時(부모양아시) : 부모님 나를 기르실 때

日夜令我藏(일야령아장) : 밤낮 나를 집안에만 가두시고

生女有所歸(생녀유소귀) : 자란 딸 시집보내며

雞狗亦得將(계구역득장) : 닭과 개도 데려가게 하시더라.

​君今死生地(군금사생지) : 낭군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이라

沈痛迫中腸(침통박중장) : 침통함이 창자까지 밀려오나니

誓欲隨君去(서욕수군왕) : 맹세코 낭군 가시는 길 따르면

形勢反蒼黃(형세반창황) : 형세가 어수선하여 나빠지리라.

 

*未分明=남편이 없는 시집의 어색함

* 姑 : 시부모

* 有所歸 : 시집가다

* 鷄狗亦得將 : 닭이나 개도 짝이 있는데. 연분 찾아 시집보냄

* 迫中腸 : 창자에 아픔이 밀어 닥친다

* 反 : 도리어

* 蒼黃 : 어스선하고 혼란스럽다

남편 없는 시집에서 처지가 분명치 않은 중에 시부모를 어떻게 대하며 천생연분 찾아 맺어 준다던 부모님의 뜻이 아른 거리며 낭군을 사지로 보내는 신부의 심정 애간장이 끊어질 듯한데

 

 

勿爲新婚念(물위신혼념) : 부디 신혼의 일은 생각하지 마시고

努力事戎行(노력사융행) : 나라위한 군대일 만 힘써 하소서.

婦人在軍中(부인재군중) : 아녀자의 생각 군대에서 하시면

兵氣恐不揚(병기공불양) : 사기가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自嗟貧家女(자차빈가녀) : 한스럽게도 이 몸 가난한 집에 나서

久致羅襦裳(구치라유상) : 오래 걸려 비단옷을 장만해 입었는데

羅襦不復施(라유불부시) : 이 비단옷 다시는 입지 않을 것이며

對君洗紅粧(대군세홍장) : 임을 위한 이 화장도 지워버릴 터예요.

仰視百鳥飛(앙시백조비) : 하늘을 우러러 보니 온갖 새들도

大小必雙翔(대소필쌍상) : 크던 작던 모두 쌍쌍이 돌아 나는데

人事多錯迕(인사다착오) : 사람의 일은 이렇게 뜻대로 되질 않아

與君永相望(여군영상망) : 임과 영영 서로를 그리며 살 것인가요.

 

 

* 自嗟 : 스스로 한탄스러워

* 久致 : 오랜 시간 들여 만들다

* 羅褕(나유) : 비단옷

* 雙翔(쌍상) : 짝지어 날음

* 錯迕(착오) : 뒤틀리고 어긋나 잘못됨

낭군의 무운을 빌어 보면서 어렵게 장만해온 비단옷도 입지 않고 고운 얼굴 화장도 지워버리고 낭군 위한 일렴으로 마음 다지나 하늘을 우러러 나는 새도 짝을 지어 저리 나는데. 사람의 일이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아 영영 이별 속에 살아야 하나! 하고 자탄 하니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게 한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삼리(三吏)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수노별(垂老別) - 두보(杜甫)

늙어서의 이별

 

四郊未寧靜(사교미녕정) : 사방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垂老不得安(수노부득안) : 늙은이조차 편안할 수가 없네.

子孫陣亡盡(자손진망진) : 자손들이 모두 전사 했건만

焉用身獨完(언용신독완) : 어찌 이 몸 홀로 온전하길 바라리.

投杖出門去(투장출문거) : 지팡이 던지고 전선 향해 문을 나서니

同行爲辛酸(동항위신산) : 동행도 나를 보며 맘 아파하네.

幸有牙齒存(행유아치존) : 다행히 치아는 남아 있지만

所悲骨髓乾(소비골수건) : 슬픈 것은 골수가 말라버린 것

男兒旣介胄(남아기개주) : 사나이 이미 군복을 입었으니

長揖別上官(장읍별상관) : 길게 경례하고 상관과 이별하네.

 

 

* 垂老 : 늘그막

* 四郊 : 사방의 교외

* 寧靜 : 편안하고 조용함

* 不得安 : 편안치 못함

* 亡盡 : 전사

* 焉用 : 어찌 하겠느냐

* 辛酸 : 가슴 아프게 여김

* 所悲 : 슬프게도

* 介胄(개주) : 갑옷과 투구

* 長揖 : 군대식 경례

늙은 몸으로 징용되여 싸움터로 나가는 서러움을 읊고 있다. 자식까지 전사한 처지에 늙은 몸이 홀로 살아 있느냐 하며 지팡이 던지고 군복을 입고 나서는 서글픔을 표현하고 있다.

 

 

老妻臥路啼(노처와노제) : 늙은 처는 길에 엎드려 울고 있는데

歲暮衣裳單(세모의상단) : 세모에 여전히 홑옷을 입고 있네.

孰知是死別(숙지시사별) : 누가 알랴 이것이 사별이 될지

且復傷其寒(차복상기한) : 추위에 떨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此去必不歸(차거필부귀) : 이제 가면 분명 돌아오지 못할 텐데

還聞勸加餐(환문권가찬) : 더 먹고 가라 권하는 아내의 목이 메이네.

土門壁甚堅(토문벽심견) : 토문관 성벽은 아주 견고하고

杏園度亦難(행원도역난) : 행원나루 역시 건너오기 어려우니

勢異鄴城下(세이업성하) : 업성의 전투 때와는 형세도 다르니

縱死時猶寬(종사시유관) : 죽게 되더라도 아직 시간은 있겠지

人生有離合(인생유리합) : 인생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으니

豈擇衰盛端(개택쇠성단) : 어찌 젊고 늙은 때를 가리겠나.

 

 

* 衣裳單 : 홑옷

* 且復 : 거듭

* 傷其寒 : 추이에 떠는 처 가슴 아파

* 還聞 : 처의 말을 듣는다.

* 勸加餐 : 더 들라고 권함

* 土門 : 하북성의 한 관문

* 杏園 : 하남성의 행원지

* 勢異 : 세가 다르다

* 鄴城下 : 업성에서 싸울 때

* 縱死(종사) : 설사 죽는다 해도

* 時猶寬 : 시간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음

* 豈擇 : 어찌 택하랴

* 衰盛端 : 늙고 젊을 가리지 않음

떠나는 남편 앞에 늙은 처 통곡하며 다시는 못 올 텐데 더 먹고 가라고 목이 메인다.

세모에 홑옷입고 떨고 있는 처를 생각하고 가슴 아파하며 용기를 내여 가는 곳 요새는 견고하니 안심하라며 늙고 젊음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자탄한다.

 

憶昔少壯日(억석소장일) : 예전의 젊은 날을 생각해보며

遲廻竟長嘆(지회경장탄) : 머뭇머뭇 주저하다 길게 탄식하네.

萬國盡征戍(만국진정수) : 온 나라가 온통 전쟁에 휘말리어

烽火被岡巒(봉화피강만) : 봉화가 모든 산을 뒤덮었으니

積屍草木腥(적시초목성) : 시체 쌓여 초목에선 피비린내 나고

流血川原丹(유혈천원단) : 흐르는 피로 내와 들이 붉게 젖었네.

何鄕爲樂土(하향위낙토) : 어느 마을에 간들 낙토가 있을까 마는

安敢尙盤桓(안감상반환) : 어찌 아직도 이리 맴돌고 서성거리나

棄絶蓬室居(기절봉실거) : 옹색한 살림이나마 두고 가려니

傝然摧肺肝(탐연최폐간) : 흑 더미 문어지듯 가슴이 메이네.

 

 

* 憶昔(억석) : 옛날을 생각함

* 遲廻(지회) : 머뭇거리고 주저함

* 征戍(정수) : 방비함

* 岡巒(강만) : 산과 언덕

* 積屍 : 시체가 싸임

* 腥(성) : 피비린내 남

* 川原丹 : 강과 들이 붉게

* 安敢 : 어찌 그대로 있겠느냐

* 盤桓(반환) : 맴 돈다

* 棄絶 : 딱 끊음

* 蓬室居 : 초가집 살림

* 傝然(탑연) : 불안한 흑 더미

* 摧(최) : 꺾임

머뭇거리는 노인의 머리에는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오르는 감회가 뒤섞여 늙은 아내를 두고 가는 아픔을 뒤로하고 전쟁의 피로 물든 세상에 작은 힘이 되고자 나선다. 그러나 흑 더미가 무너지듯 가슴이 메인다. 전화에 휩싸여 노소불문 총동원하여 전란을 막아 보지만 죽음이라는 인명 피해와 피비린내 나는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명작이다. 역사는 수많은 전화가 되풀이 되면서 이러한 전화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삼리(三吏)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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