傾蓋

2023. 6. 27. 06:46간찰용어


「수레를 멈추고 덮개를 기울인다.」는 뜻으로, 우연히 한 번 보고 서로 친해짐을 이르는 말.

유래
공자(孔子)가 길을 가다 정본(程本)을 만나 수레의 덮개를 젖히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데서 유래(由來).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수레의 지붕을 마주 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와 같이 한 번 보고 친해짐. ≪사기(史記)≫ 권83 추양전(鄒陽傳)에 “속담에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어도 새사람 같고 경개를 하여도 옛친구와 같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서로의 마음을 알고 모르는 차이 때문이다.[諺曰 有白頭如新 傾蓋如故 何則 知與不知也]”라는 기록이 있음.

傾蓋如舊

경개여구

처음 만나 잠깐 사귄 것이 마치 오랜 친구 사이처럼 친함.

白頭如新傾蓋如故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고 있다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사람 사이는 역시 오래된 경우가 좋아서 新人不如故人(신인불여고인)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젊었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것 같은 자가 있는가 하면, 비를 피하기 위해서 우연히 만나 잠시 우산을 함께 쓰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는 속담이 인용되고 있다. 경개傾蓋란 우산을 기울여 받쳐 준다는 의미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관계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기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는 추양(鄒陽)이 옛날 중국의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새로 사귄 친구 같고, 만난지 얼마 안돼도 오랜 친구 같다(白頭如新 傾蓋如故 백두여신 경개여고)'란 속담을 인용한 상서문(上書文)이 실려 있다.

백두(白頭)는 백수(白首) 혹은 호수(皓首)라고도 하며 백발을 뜻한다. 경개(傾蓋)는 비나 햇빛을 피하기 위해 수레에 덮은 '덮개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옛날 승용차인 수레는 멈추면 수레가 앞으로 기울고 덮개도 따라 기울게 된다. 경개는 그래서 '수레를 멈추다'라는 말도 된다.

경개여고(傾蓋如故)란 수레를 타고가다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치 오랜 친구인 것처럼 정감이 간다는 뜻으로, 한번 만나보고도 친해짐을 이르는 말이다. 반대로 백발이 되도록 사귀어도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없을 만큼 늘 새로 만나는 것 같은 만남을 백두여신(白頭如新)이라 한다. 우정의 깊고 옅음은 시간의 장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는 의미다.

깊은 우정을 담고 있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게 바로 '지음지교(知音之交)'다.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를 뜻하는 지기지우(知己之友) 즉 지기의 대명사이자 우정을 표현한 단어 중 최고로 꼽는 말이다. 보통은 '지음(知音)'이라는 말로 많이 쓰고 있다.

열자 탕문편(湯問篇)에 실린 고사로  순자와 여씨춘추에서도 인용한 유명한 백아절현(伯牙絶絃)의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대부인 유백아(兪伯牙)는 원래 초나라 사람으로 진나라에 출사한 거문고 연주의 대가다. 어느날 고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모처럼 고향을 찾았다. 마침 보름달이 밝아 흥이 난 백아는 소나무 밑에서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나무 뒤에서 쉬고있던 나뭇꾼 종자기(鐘子期)는 연주가 끝났는데도 눈을 지긋이 감고 여운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렇게 시작한 첫만남에서 몇 곡 더 들려주는대로 백아의 작곡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는 종자기였다.

통성명을 한 후 두 사람은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忘年之交)가 되었다. 이듬해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진 두 사람. 이듬해 백아는 약속대로 종자기를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무덤 앞에서 마지막 연주를 한 백아는 거문고 줄을 모두 끊어 버렸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는 이(知音)가 이미 없으니 내 소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록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자신의 예술정신을 오롯이 알아준 친구를 위해, 신분과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백아는 그의 모든 것을 버렸다. 그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저 옛날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까닭이기도 하겠다.

이밖에도 쇠와 돌처럼 굳은 사귐을 나타내는 금석지교(金石之交), 지초와 난초의 향기같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타낸 지란지교(芝蘭之交), 매우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사귐을 표현한 교칠지교(膠漆之交), 매우 두터운 사이를 단금지교(斷金之交)라 표현했으며, 곤궁한 상황임에도 더욱 우정을 돈독히 한 포의지교(布衣之交) 등 수없이 많다.

유의어 傾蓋如舊(경개여구)
반의어 白頭如新(백두여신)

잠시 만나도 옛 친구처럼 친함. 경개여구(傾蓋如舊). 공자가 길을 가다가 정자(程子)를 만나 수레의 일산(日傘)을 기울이고 이야기하며 친해졌음.<공자가어孔子家語 치사致思>
停驂暫傾盖 留連忽數夕(정참잠경개 유련홀수석 ; 말을 멈추고 일산을 기울여, 잠깐 묵는다는 게 며칠 저녁일세.)<김수온金守溫 증성철상인贈性哲上人>

김춘수는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읊었다. 상대방을 ‘호명呼名’하는 일이 바로 관계의 본질이다. 자신이 ‘꽃’이라 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몸짓’에 불과하다. 상대방을 알아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꽃’이라고 정확히 호명하는 일이다. 상대를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목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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