乞食 - 陶淵明

2023. 3. 21. 06:45한시

乞食(걸식)

陶淵明(도연명)


饑來驅我去(기래구아거),不知竟何之(부지경하지)!
行行至斯裏(행행지사리),叩門拙言辭(고문졸언사)。
主人解余意(주인해여의),遺贈豈虛來(유증기허래)?
談諧終日夕(담해종일석),觴至輒傾杯(상지첩경배);
情欣新知歡(정흔신지환),言詠遂賦詩(언영수부시)。
感子漂母惠(감자표모혜),愧我非韓才(괴아비한재)。
銜戢知何謝(함집지하사),冥報以相貽(명보이상이)。

<원문출처> 乞食/ 作者:陶淵明 晉
本作品收錄於:《陶淵明集》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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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이 나를 밖으로 내몰았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가고 가다 이 마을에 이르러
문을 두드리고는 말을 더듬었다.

주인이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먹을 것을 내주니 헛걸음은 아니었는가?

날이 저물도록 담소를 나누었고
술잔이 내게 오면 번번이 잔을 비웠다.

새 친구를 사귄 기쁨에 마음 즐거워
시 이야기 하다 마침내 시를 지었다.

빨래하는 아낙네 같은 당신의 은혜 고마우나
내가 한신 같은 인재 아니라 부끄럽구려.

마음 깊이 간직하지만 사례할 길 없으니
저승에 가서나 당신에게 갚아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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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飢來(기래) : 굶주림이 닥치다
○ 驅我去(구아거) : 나를 몰아서 문밖으로 나가게 하다.
○ 行行(행행) : 가고 또 가다.
○ 至斯裏(지사리) : 사람들이 사는 이 마을에 이르다. 裏는 마을 里의 뜻.
○ 拙言辭(졸언사) : 말을 서툴게 하다. 말을 더듬었다는 뜻.
○ 解余意(해여의) : 내 속마음을 알다. 余는 1인칭으로 ‘나’.
○ 遺贈(유증) : 무상으로 주다. 즉 음식을 주었다는 의미.
○ 豈虛來(기허래) : 어찌 헛되이 왔겠는가? 즉 헛걸음은 아니었다는 뜻.
○ 談諧(담해) : 담소(談笑)를 나누다.
○ 觴至輒傾巵(상지첩경치) : 술잔이 올 때마다 번번이 마셔버리다. 觴은 술잔. 輒(첩)은 ‘번번이, 항상’의 뜻.
○ 漂母惠(표모혜) : 漂母(표모)는 빨래하는 아낙네를 말하며, 한(漢)나라의 한신(韓信)이 가난했을 때 빨래하던 아낙네에게 밥을 얻어먹은 후 “내가 후일에 반드시 부인들이 베풀어준 은덕에 보답하리라!(吾必有以重報母)。”라고 하였다. 한신이 후에 초나라 왕이 되었을 때 은혜를 갚았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사마천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第三十二>)
○ 非韓才(비한재) : 한신(韓信)과 같은 인재가 아님.
○ 銜戢(함집) : 마음 깊이 간직함. 銜은 제갈‘함’(마음에 품다), 戢(집)은 거둘 ‘집’으로 보관한다 는 뜻.
○ 冥報(명보) : 죽은 뒤의 보답(報答).
○ 貽(이) :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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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의 실제 체험한 일을 쓴 것인지 우의(寓意)로 쓴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음주(飮酒)19수에 궁핍한 생활을 “將養不得節(장양부득절), 凍餒固纏己(동뇌고전기). : 가족들을 부양하기 부족하여, 춥고 배고픔이 나를 붙어 다녔네.” 라는 표현으로 한 것으로 보아 궁핍한 시절에 마을에 가서 밥을 얻어먹은 것에 대한 회포를 읊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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