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0. 21:18ㆍ나의 이야기
고사리를 캐면서 부르는 노래. 절의지사(節義之士)의 노래를 이르는 말이다.
출전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다. 아버지는 숙제로 자신의 뒤를 잇게 하였으나, 아버지가 죽은 후 숙제는 백이에게 양보했다. 백이는 아버지의 명을 따라야 한다며 나라를 떠났다. 숙제도 왕위를 마다하고 떠나갔다. 나라에서는 둘째 아들을 왕으로 세웠다.
백이와 숙제는 서백(西伯) 창(昌)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서백은 이미 죽고 아들 무왕(武王)이 아버지의 위패를 수레에 싣고 (서백 창을)문왕(文王)이라 칭하며 은(殷)의 주왕(紂王)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하려 하였다.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 간했다. “아버지가 죽었는데 장사도 지내지 않고 싸움을 일으키려 하니 효도라 할 수 있는가? 신하인 제후로서 천자를 시해하려고 하니 옳은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무왕의 좌우에 있던 군사들이 그들을 죽이려고 하자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이 “이들은 의로운 사람이다. 부축해 데려가라.”고 하며 죽이지 못하게 했다.
무왕이 은나라를 평정하자 온 천하가 주(周)나라를 종주국으로 받들었다. 백이와 숙제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꺾어 먹고 살다가 굶어 죽기 전에 노래를 지었는데, 이것이 바로 〈채미가(采薇歌)〉이다.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캔다
포악함으로 포악함을 바꿈이여 그 죄를 모르는구나
신농(神農) 우하(虞夏) 시대가 홀연히 지나갔으니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오호라, 가야겠구나 천명이 쇠했구나
登彼西山兮 采其薇矣
以暴易暴兮 不知其罪矣
神農虞夏忽焉沒兮 安適歸矣
吁嗟徂兮 命之衰矣
후에 공자(孔子)는 이들의 행동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백이와 숙제는 지난 악을 생각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사람을 원망하는 일이 없었다.(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염유(冉有)가 물었다. “선생님께서 위(衛)나라 왕을 위해 일하실까?” 자공(子貢)이 “글쎄, 내가 여쭈어 볼게.”라고 말하고 들어가 공자에게 물었다. “백이와 숙제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옛날의 현인들이다.” “원망했던가요?” “인(仁)을 구하여 인을 얻었으니 어찌 원망했겠느냐.” 자공이 나와서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위나라 왕을 돕지 않으실 것이다.”(有曰, 夫子爲衛君乎. 子貢曰, 諾, 吾將問之. 入曰, 伯夷叔齊何人也. 曰, 古之賢人也. 曰, 怨乎. 曰, 求仁而得仁, 又何怨. 出曰, 夫子不爲也.)」(《논어(論語) 〈술이(述而)〉》)
용례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는 정권하에서 사직서를 던지고 떠나 ‘채미가’를 부르며 깨끗하게 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