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송(橘頌) - 굴원(屈原)

2021. 4. 5. 08:40한시

귤송(橘頌)

(귤을 노래함) - 굴원(屈原)

 

后皇嘉樹(후황가수) 천지간에 아름다운 나무가 있으니

橘徠服兮(귤래복혜) 여 귤이 우리 땅에 내려왔네

受命不遷(수명불천) 하야 타고난 성품은 바뀌지 않으니

生南國兮(생 남국 혜) 로다 강남에서 자라는구나.

深固難徙(심고난사) 오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 어려우니

更壹志兮(갱일지혜) 여 한결같은 뜻을 지녔음이네.

綠葉素榮(녹엽소영) 이 푸른 잎에 흰 꽃을 피어

紛其可喜兮(분기가희혜) 로다 어여쁜 것이 즐겁게 하네

曾枝剡棘(증지섬극) 에 겹겹의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圓果摶兮(원과단혜) 여 둥근 열매가 달려 있네.

靑黃雜糅(청황잡유) 하야 푸른 것 누런 것이 섞여 열리어

文章爛兮(문장란혜) 로다 색깔이 눈부시게 하네.

精色內白(정색내백) 하니 매끄러운 겉 빛깔에 속이 희어서

類可任兮(류가임혜) 여 중한 일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네.

紛縕宜脩(분온의수) 하야 무성한 잎은 잘 가꾸어져서

姱而不醜兮(과이불추혜) 로다 아름다워 밉지가 않네.

嗟爾幼志(차이유지) 아! 너의 어릴 때의 뜻은

有以異兮(유이이혜) 여 남다른 바가 있었지.

獨立不遷(독립불천) 하니 홀로 우뚝 서서 변치 않으니

豈不可喜兮(기불가희혜) 야 어찌 사랑하지 않을 건가!

深固難徙(심고난사) 오 깊고 단단하여 옮기기 어려우니,

廓其無求兮(곽기무구혜) 여 마음이 넓어 구하는 것이 없네.

蘇世獨立(소세독립) 하야 속세에 홀로 깨어 우뚝 서서

橫而不流兮(횡이불류혜) 로다 마음대로 살면서 세속에 따르지 않네.

閉心自愼(폐심자신) 하야 마음을 굳게 닫아 스스로 삼가하여

不終失過兮(부종실과혜) 여 끝내 과실이 없었네.

秉德無私(병덕무사) 하니 덕을 지니어 사사로움이 없으며

參天地兮(참천지혜) 로다 천지의 조화에 참여하는구나.

願歲幷謝(원세병사) 라 원컨대, 세월이 다가도록

與長友兮(여장우혜) 여 그대와 길이 벗하고 싶네.

淑離不淫(숙리불음) 하야 조촐히 세속 떠나 지나치지 않으며

梗其有理兮(경기유리혜) 로다 굳게 그 이치를 지켜가노라.

年歲雖少(연세수소) 나 나이는 젊다하지만

可師長兮(가사장혜) 여 스승이 될 만하네.

行比伯夷(행비백이) 하니 행실은 백이와 같아서

置以爲像兮(치이위상혜) 로다 여기에 두어 표상을 삼으리.

 

○ 深固難徒 : 귤나무의 뿌리가 단단해서 옮기기 어렵듯 뜻이 굳고

○ 廓其無求兮 : 마음이 너그럽고 욕심 없어 바라는 것이 없다

○ 蘇世獨立 : 세속의 가운데서 홀로 자각하며 서서 움직이지 않고

○ 橫而不流兮 :역류를 가로질러 생각대로 행동은 세속에 따르지 않아 결백을 잃지 않는다

○ 閉心自愼 : 귤이 선명한 껍질에 싸여 속이 보이지 않듯 마음을 닫고 스스로 근신하여 끝내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없다

○ 秉德無私 : 귤은 천연의 본성인 덕을 지니고 살아 사심이 없고

○ 參天地兮 : 하늘과 이 만물을 육성하는 공평무사한 仁愛의 덕에 참여하여 聖人과 같다

○ 願歲幷謝 : 세월이 모두 지나가 버려 내가 나이들 때까지도,

○ 與辰友兮 : 너 귤나무와 나는 언제까지라도 벗이 되고 싶다

○ 淑離不淫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양 난잡하리만큼 지나치지도 않고

○ 梗其有理兮 : 단단한 나무에 아름다운 나뭇결이 곧 인간이 강직하여 조리를 잘 분별하는 것 같다.

 

굴원(屈原, BC 343∼277)은 전국 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 사람으로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강릉현(江陵縣) 북방 50리쯤에 위치한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름이 평(平), 자가 원(原)이라 했습니다. 초 회왕(楚懷王) 때에 삼려대부(三閭大夫)가 되었습니다. 《굴원열전(屈原列傳》 에 '궁에 들어서면 왕과 국사를 논했다'고 하는 기록으로 미뤄 왕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강직한 성품 탓에 많은 적을 만들었으며, 여러 번의 유배를 가기도 하였습니다. 양왕(襄王) 때에는 멀리 강남(江南)으로 쫓겨났습니다. 굽힐 줄 모르는 그의 성품은 귤송(橘頌)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세상에는 굴원과 같은 강직함을 가졌으나 처세를 다르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말 노(魯)나라에 유하혜(柳下惠)가 있었습니다. 유하혜는 화(和)의 덕이 있고 지조(志操)를 생명으로 여겼던 인물로 노나라에서는 크게 추앙(推仰)을 받았던 현인(賢人)이었습니다. 그는 진불은현(進不隱賢)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국사를 보았으나 그것이 도리어 화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공자는 유하혜를 평하면서 '뜻을 굽히고 자신을 욕되게 하면서까지 말을 도리에 맞게 하고(言中倫), 행동을 사려에 맞게 하였다(行中慮). 이로써 일관 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논어 미자(微子)편에 실려 있습니다. '유하혜는 사사(士師) 벼슬을 하였는데, 세 번이나 면직을 당하였다. 이를 보고 어떤 이가 말했다.“그대는 어찌하여 이렇게 되어도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아니 하는가?” 유하혜가 대답하기를 “곧은 마음으로 사람을 섬기려면 어디를 가더라도 세 번은 면직을 당하지 않겠소. 도의를 굽혀서 사람을 섬긴다면, 결코 조국을 떠날 필요는 없을 것이오.” 유하혜의 일면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굴원은 달랐습니다. 지조와 절개를 꺾는 것은 물론이요, 남과 타협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강남 이남으로의 추방이란 불명예 그 이상의 고통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그 사이에 나라는 진에게 멸망당하였습니다. 굴원은 동정호 남쪽에서 망국의 한을 안고 기원전 295년 5월 5일 호남(湖南) 장사(長沙) 부근 멱라수(汨羅水, 湖南 湘水의 지류)에 투신하여 59세로 일생을 마쳤습니다. 후일 이 날을 기리기 위해 단오절(端午節)이 생겨났으며, 중국의 문인들은 이 날을 시인절(詩人節)로 기념하여 그의 높은 시(詩)정신 또한 기리고 있습니다.

 

 

 

해설(解說)
제1송
제1구:차나무가 지니고 있는 덕이 귤나무와 같음을 말했으며,(君子의 德을 상징)
제2구:차나무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만 자라며 옮겨가지 않는 것을 말했으며, (부녀자의 貞節을 상징)
제3구:차나무는 상록수(常綠樹)로서 겨울철 추운 눈보라에도 굴복하지 않는 지조가 있는 나무이며, (선비의 忠節을 상징 歲寒精神)
제4구:차나무의 꽃은 흰색이며 작은 백장미 같다고 했으며, (純潔을 상징)
제5구:신선의 살결같이 곱고 깨끗하며 아름답다고 했으며,
제6구:꽃술은 노란 황금빛을 띄었으며 염부제 단금천의 황금처럼 좋더라고 하였다.
원문주:차나무의 생김새를 알기 쉽게 설명하였는데 차나무는 과로와 같고 잎은 치자잎과 같고 꽃은 백장미와 같고 꽃술은 황금과 같은데 가을이면 꽃이 피어 맑은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더라고 하였다. 제1송의 전체적인 뜻은 차나무가 인간에게 베푸는 덕(德)과, 따뜻한 곳에서만 생장하는 성품과, 상록수가 가지는 지조 있는 품덕과 가을의 영화로움을 한껏 자랑하는 꽃의 소박함과 향기 등 차나무의 생김새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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