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30. 08:12ㆍ한국의 글,그림,사람
《사공도시품첩(司空圖詩品帖)》은 사공도(司空圖)의 <시품>에 대한 22점의 정선의 그림과 그림 옆면에 시품의 내용을 필사한 22면의 이광사의 친필 서예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사공도의 시품은 24편이지만 이 화첩에는 그림과 글씨가 각 22면, 18면만이 남아 있다. 글씨 부분의 네 편은 화면에 글씨가 쓰여져 있지 않고 별도로 붙여진 흰 종이 위에 쓰여 있다. 22면의 각 그림을 비단에 그렸으며 모두 산수인물화이다.
사공도(司空圖)는 당 말의 시인이자 관료로 자는 표성(表聖)이고 호는 지비자(知非子)다. 하중(河中)의 우향(虞鄕) 출신이다. 당 말 혼란기에 은거 생활을 하다가 908년 애제(哀帝)가 시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식음을 전폐하다가 자진하였다. 시와 시론에 모두 능했는데 《사공도시품첩(司空圖詩品帖)》외에 《사공표성문집(司空表聖文集)》10권과 시집 5권이 전해지고 있다.
사공도(司空圖)에 대한 후대의 평가 중에 송대(宋代) 소식(蘇軾;1037~1101)의 평을 보면, ‘당 말의 사공도는 전쟁이 많은 대에 시문이 고아(古雅)하여 오히려 태평성대의 유풍이 있다.’라고 평가하였고, 청재의 시인 왕사정(王士禎)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공도(司空圖)를 만당(晩唐)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사공도(司空圖)의 시품은 이후 중국 시단(詩壇)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 유사한 체제의 <이십사부품(二十四賦品)>, <사품(詞品)> 등의 출현을 낳았다. 아울러 그 영향은 회화까지 미쳐 청대(淸代)에는 황발(黃鈸)이 <이십사화품(二十四畵品)>을 저술하였다. 사공도의 시품은 사공도의 시의 품격(品格) 연구가 집대성된 결과물로서 시가 갖추어야 할 요소를 스물네 가지로 설정하였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시품명 뜻
1. 웅혼(雄渾) 웅장하고 혼연함
2. 충담(沖澹) 고요하고 깨끗함
3. 섬농(纖穠) 섬세하고 아름다움
4. 침착(沈着) 가라앉고 차분함
5. 고고(高古) 고상하고 예스러움
6. 전아(典雅) 법도에 맞아 아름다움
7. 세련(洗鍊) 씻어내고 연마함 (정선 그림, 이광사 글씨 없음)
8. 경건(勁健) 굳세고 강건함
9. 기려(綺麗) 표현력의 다양함으로 곱고 아름다움
10. 자연(自然) 조화의 힘에 이루어지는 모든 것
11. 함축(含蓄) 깊은 뜻이 집약되어 간직됨
12. 호방(豪放) 의기가 강하여 거리낌이 없음
13. 정신(精神) 물질과 육체에 대한 마음의 목적의식
14. 진밀(縝密) 섬세하고 신중하여 빈틈이 없음
15. 소야(疎野) 활달하여 예법에 얽매이지 않음
16. 청기(淸奇) 청신하고 기이함 (정선 그림, 이광사 글씨 없음)
17. 위곡(委曲) 내용이 자세하고 소상함
18. 실경(實景) 생각과 마음의 대상이 되는 실제
19. 비개(悲慨) 슬퍼하고 개탄하는 감정
20. 형용形容) 사물의 어떠함을 나타냄
21. 초예(超詣) 초연하고 조예가 깊음
22. 표일(飄逸) 품격이 청신하고 뜻이 고원함
23. 광달(曠達) 내용의 도량이 너그럽고 큼
24. 유동(流動) 지장 없이 부드럽게 흘러감, 흘러 움직여 변화함
사공도(司空圖)는 이렇게 뽑아낸 각각의 풍격을 4언 12구(句)의 형식으로 해설하였는데, 작시(作詩)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특징이 아닌 극도로 추상적인 풍격(風格)에 관해서 논하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인 글을 정선이 그림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1. 웅혼(雄渾) - 웅장하고 혼연함
大用外腓(대용외비) : 커다란 활용은 밖에서 변화하고,
眞體內充(진체내충) : 진실한 본체는 안에 가득하다.
返虛入渾(반허입혼) : 공허로 돌아와 혼연한 데로 들어가고,
積健爲雄(적건위웅) : 강건함을 쌓아 웅장하게 된다.
具備萬物(구비만물) : 만물의 이치를 다 갖추어
橫絶太空(횡절태공) : 커다란 하늘에 들어차도다.
荒荒油雲(황황유운) : 아득히 피어나는 뭉개구름이오,
寥寥長風(요요장풍) : 멀리 불어가는 바람이라.
超以象外(초이상외) : 형상 밖으로 뛰어넘어,
得其環中(득기환중) : 세상의 이치를 얻나니.
持之匪强(지지비강) : 그것을 지님에 억지가 없고,
來之無窮(내지무궁) : 그것을 오게 함에 다함이 없다.
2. 충담(冲淡) - 고요하고 깨끗함
素處以黙(소처이묵) 말없이 소박하게 사니,
妙機其微(묘기기미) 오묘한 기틀이 더욱 은미하다.
飮之太和(음지태화) 천지의 조화로운 기운을 들이 마시고 ,
獨鶴與飛(독학여비) 외로운 학과 더불어 날도다.
猶之惠風(유지혜풍) 마치 화창한 동남풍이,
苒苒在衣(염염재의) 부드럽게 옷에 스치는 듯.
閱音修篁(열음수황) 긴 퉁소 소리 듣고서,
美曰載歸(미왈재귀) 돌아가겠다고 좋아하며 말하도다.
遇之匪深(우지비심) 그것(충담)을 만나면 깊지는 않으나,
卽之愈稀(즉지유희) 그것(충담)에 다가가면 더욱 희미해지는도다.
脫有形似(탈유형사) 혹 형상에 비슷함이 있어도
握手已違(악수이위) 손으로 잡으면 이미 어긋나도다.
3. 섬농(纖穠) - 섬세하고 아름다움
采采流水(채채류수) 흐르는 물은 넉넉하고,
蓬蓬遠春(봉봉원춘) 봄은 깊어 저 멀리까지 가득한데
窈窕深谷(요조심곡) 멀고 그윽한 깊은 골짜기에
時見美人(시견미인) 때때로 미인이 보인다.
碧桃滿樹(벽도만수) 푸른 복숭아나무에 가득하며
風日水濱(풍일수빈) 바람 부는 날의 물가 경치로다.
柳陰路曲(유음노곡) 버드나무 그늘진 길모퉁이에
流鶯比隣(유앵비린) 앵무새들 이웃하여 끊임없이 날아간다.
乘之愈往(승지유왕) 섬농의 경지를 좇아 나아갈수록
識之愈眞(식지유진) 섬농을 앎이 더욱 참되게 되리라.
如將不盡(여장부진) 끊임없이 갈고 닦는다면
與古爲新(여고위신) 옛사람과 함께 새로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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