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園樂 七首 王維

2019. 4. 25. 08:35水西散人

田園樂(전원락) 七首(칠수) 전원의 즐거움 일곱 수

王維(왕유)

 

其一

出入千門萬戶 뭇 세상 사람들 천문만호 황궁을 드나들고
經過北里南隣 호화로운 귀족들의 거주지를 오고 가나니
蹀躡鳴珂有底 저벅저벅 화려한 말굴레 장식 짤그랑거리며 가는 것은 또 무엇이며,
崆峒散髮何人 공동산(崆峒山)에서 머리 풀어 헤친 이는 누구인가?


其二

再見封侯萬戶 두 번의 알현으로 만호(萬戶) 식읍(食邑)의 제후에 봉해지고
立談賜璧一雙 잠시 서서 담화하는 사이에 한 쌍의 고리 옥을 하사받은들
詎勝耦耕南畝 어찌 전원에서 나란히 밭갈이 하는 것보다 낫겠으며
何如高臥東牕 어찌 동쪽 창가에 고고히 누워 한가로이 지냄만 하리오.


其三

採菱渡頭風急 배 타고 마름 열매 따노라니 강나루에서 부는 바람 거세고
策杖村西日斜 지팡이 짚고 있노라니 마을 서편으로 해는 기우는데,
杏樹壇邊漁父 행수단(杏樹壇) 옆에는 늙은 어부 한가로이 유유자적
桃花源裡人家 도화원(桃花源) 같은 전원엔 인가(人家)들이 정겹구나.


其四

萋萋芳草春綠 무성하게 자라난 향기로운 풀에 봄날 푸르고
落落長松夏寒 우뚝 솟은 소나무에 여름도 서늘하다.
牛羊自歸村巷 소와 양은 스스로 촌집으로 돌아오고
童稚不識衣冠 어린 아이놈은 벼슬아치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네.


其五

山下孤煙遠村 산 아래 먼 마을에선 한 줄기 연기 피어오르고
天邊獨樹高原 하늘 가 높은 벌판엔 한 그루 나무 홀로 서 있는데
一瓢顔回陋巷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안회는 누추한 곳에 기거하고
五柳先生對門 전원에 살다 간 고결한 오류선생은 맞은편에 살고 있다네.


其六

桃紅復含宿雨 복사꽃 붉은데 간밤애 내린 비까지 머금었고
柳綠更帶春煙 버들잎 짙푸른데 자욱한 봄 안개에 마저 둘러싸였다.
花落家僮未掃 꽃송이 떨어지는데 어린 종놈은 쓸어내지 아니하고
鶯啼山客猶眠 꾀꼬리 울어대도 산객(山客)은 아직도 잠만 자네.


其七

酌酒會臨泉水 맑은 샘물 언저리 바로 옆에서 술 마시고
抱琴好倚長松 큰 소나무에 기대어 앉아 거문고 타기를 즐겨하네.
南園露葵朝折 남쪽 동산의 아욱은 아침에 따내어 먹고
東谷黃粱夜舂 동편 골짜기의 메조는 저녁에 찧어 먹는다.


田園樂(전원락) ☞ 전원생활의 즐거움. 이 시는 대개 망천(輞川) 은거 시기의 작품으로,
한적한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묘사한 것임.

千門萬戶(천문만호) ☞ 무수히 많은 황궁의 문호(門戶)를 일컫는 말.

北里南隣(북리남린) ☞ 옛날 왕후귀족(王侯貴族) 등 상류게층 거주지를 통칭한 말. 서진(西晋)의 좌사(左思)가 영사(詠史) 시(詩)에서 왕후귀족의 향락적이고 사치스런 생활을 묘사하여 “남쪽 이웃에서는 쇠북과 경쇠를 치고(南隣擊鐘磬), 북쪽 마을에서는 생황과 피리를 분다(北里吹笙竽)”라고 한 데서 유래함.

蹀躡(접섭) ☞ 말이 천천히 저벅저벅 걷는 모양. 또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모양.

鳴珂(명가) ☞ 흰 마노(瑪瑙) 굴레 장식을 울림. 호화롭게 장식한 말을 타고 다닌다는 말.
가(珂)는 말굴레 장식에 쓰이는 석영의 일종인 흰 마노로, 말이 걸어가면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므로
명가(鳴珂)’라고 함.

底(저) ☞ 어찌. ‘하何’의 뜻.

崆峒(공동) ☞ 산 이름. 지금의 감숙성 민현(岷縣) 서쪽에 있음.
전하는 바에 의하면 고대의 선인仙人 광성자(廣成子)가 이곳에 거주하였다고 함.
여기서는 은거지(隱居地)를 비유한 말.

散髮(산발) ☞ 머리를 풀어 헤침. 세속의 속박을 벗어나 은거함을 이르는 말.

再見封侯萬戶(재현봉후만호) 立談賜璧一雙(입담사벽일쌍) ☞ 이 2구는 사기(史記) 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의 “(우경이)조나라 효성왕을 설복하였는데, 처음 알현에서는 황금 2,400냥과 고리 모양의 흰 옥 한 쌍을 하사받고 두 번째 알현에서는 조나라 상경(上卿)이 되었다([虞卿]說趙孝成王, 一見賜黃金百鎰白璧一雙, 再見爲趙上卿)”와 한대(漢代) 양웅(揚雄) 해조(解嘲)의 “어떤 사람은 잠시 서서 담화하는 사이에 제후에 봉해졌다(或立談而封侯)”에서 차용하여 비유한 것으로, 잠깐 사이에 아주 부귀한 처지에 이름을 표현한 것.

萬戶(만호) ☞ 한대(漢代) 대제후(大諸侯)의 식읍(食邑). 여기서는 높은 관직과 후한 봉록을 가리킴.
詎(거) ☞ 어찌.

耦耕(우경) ☞ 두 사람이 쟁기를 나란히 하여 함께 땅을 갊.
은거하여 몸소 농사를 지으며 한가로이 살아감을 비유하는데,
고대의 은사 장저와 걸닉의 고사를 운용한 것임.

南畝(남묘) ☞ 남쪽의 논밭. 옛날 논밭이 대개 산의 남쪽 양지바른 곳에 있었던 데에서 이르는 말.
농지, 농토의 일반적인 일컬음으로 흔히 전원을 통칭함.
묘(畝)는 밭의 두둑. 전하여 논밭을 이름.

高臥東牕(고와동창) ☞ 고고히 동쪽 창가에 눕다. 은자의 한적한 생활을 비유.
採菱(채릉) ☞ (배를 타고) 마름을 땀. 여기서는 배 띄워 노닌다는 뜻을 아울러 내포함.
渡頭(도두) ☞ 나루터.
策(책) ☞ 지팡이를 짚음.

杏樹壇邊漁父(행수단변어부) ☞ 이 구는 옛날 공자가 숲 속에서 노닐다가 은행나무 단(壇) 위에 앉아 쉬면서 거문고를 타는데 백발이 성성한 어부가 강 언덕으로 올라와 그 음악을 들었다는 고사를 빌려 왕유가 은거하고 있는 이곳에도 고결한 인품의 어부가 있음을 표현함.

杏樹壇(행수단) ☞ 은행나무로 만든 단. 즉 행단(杏壇). 공자가 학문을 강술하던 곳.
현 산동성 곡부현(曲阜縣)의 공자묘(孔子廟) 대성전(大成殿) 앞에 후세에 중수한 행단이 있음.

漁父(어부) ☞ 늙은 어부(漁夫). ‘부(父)’는 노인에 대한 존칭어.

桃花源(도화원) ☞ 동진(東晋)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묘사한 것으로 현세 초탈적인 이상향의 세계를 비유함.

萋萋(처처) ☞ 초목이 무성한 모양.
落落(낙락) ☞ 소나무가 높이 우뚝 솟은 모양.
自歸(자귀) ☞ 소와 양이 앞에서 사람이 이끌지 아니하는데도 스스로 우리로 돌아옴을 이름.
衣冠(의관) ☞ 옛날 사대부(士大夫) 이상의 복식.

一瓢顔回陋巷(일표안회누항) ☞ 안빈낙도하는 안회는 누추한 곳에 살고 있다.
이 구는 공자의 애제자 안회顔回(안연顔淵이라고도 함.자字는 자연子淵) 가 한 대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 살면서 안빈낙도하는 경지를 찬양한 고사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을 빌려 왕유가 은거하고 있는 망천(輞川)에도 그 같은 현인(賢人)이 있음을 표현함.

陋巷(누항) ☞ 누추한 골목. 즉 누추하고 좁은 보잘것없는 거처를 이름.

五柳先生對門(오류선생대문) ☞ 오류선생이 맞은편에 살고 있다.
이 구는 도연명(陶淵明)과 같은 고결한 은사(隱士)가 맞은편 집에 살고 있음을 표현함.
오류선생은 도연명의 호.

對門(대문) ☞ 맞은편 집. 건넛집.
宿雨(숙우) ☞ 간밤에 내린 비.
家僮(가동) ☞ 집안에서 심부름 하는 어린 사내 종.
山客(산객) ☞ 은자(隱者).
會(회) ☞ 바로. 마침.

露葵(노규) ☞ 아욱.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 연한 줄기와 잎은 식용함.
옛날 사람들은 아욱을 반드시 가을 저녁 이슬을 머금은 싱싱한 것으로 땄으므로 흔히 노규(露葵)라고 함.

黃粱(황량)메조. 옛 중국 북방의 주요 양식이었음.

 

근현대 중국 서화가 계공(啓功)의 <서법 왕유시(書法 王維詩)> (1985年作)

 

김홍도 <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 지본담채 28.4x49.5cm 호암미술관

 

한석봉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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