吊蠅文

2019. 4. 10. 09:15story

적승문(吊蠅文)

- 파리를 조문하는 글

정약용(丁若鏞)

 

가경(嘉慶) 경오년(1810, 순조 10) 여름에 파리가 극성하였다. 온 집안에 득실거리고 점점 번식하여 산과 골짜기까지 파리가 만연하였다. 높은 누각에서도 일찍이 얼어 죽지 않더니 술집과 떡 가게에 구름처럼 몰려들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우레 같았다.

 

嘉慶庚午之夏蒼蠅大作充牣室屋戢孴蕃息漫山蔽谷層構桀閣曾莫癡凍酒戶餅市雲屯雷鬨

노인들은 탄식하며 괴변이라 하고, 소년들은 성을 내며 소탕전을 폈다. 그리하여 혹은 파리 구통(통발)을 설치하여 거기에 걸려 죽게 하고, 혹은 독약을 쳐서 약기운에 마취되어 전멸하게 하였다.

 

耇老歎嗟指爲怪變少年發憤思與搏戰或設笱筒使其離罥或置酖毒殲以瞑眩

 

이에 나는 말하기를,

! 이것은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는 굶주려 죽은 백성들이 다시 태어난 전신(다른 곳으로 몸을 옮김)이기 때문이다. ! 기구하게 사는 생명이다. 애처롭게도 지난해 큰 기근을 겪고 또 겨울의 혹한을 겪었다.

 

余曰噫嘻時不可殺時惟餓莩之轉身嗟乎崎嶇而得活哀去年之大饑又苦寒之栗烈

 

그로 인해서 염병이 돌게 되었고 게다가 또 다시 가혹한 징수까지 당하여, 굶어죽은 수많은 시체가 길에 널려 즐비하였고, 그리고 내다버린 시체는 언덕을 덮었다. 수의도 관도 없는 시체에 훈훈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높아지자, 그 피부가 썩어 문드러져 옛 추깃물(시체에서 흐르는 물)과 새 추깃물이 고여 서로 엉겼다. 그것이 변해 구더기가 되어 냇가의 모래보다도 만 배나 많았다.

 

因之以瘟疫承之以剝割積尸橫路載顚載連虆裏被阜不襚不棺風薰暑歊肌肉腐壞舊淋新瀝渟滀翳薈化而爲蛆萬倍河沙

 

! 이 구더기가 날개를 가진 파리로 변해, 인가로 날아드는 것이다. ! 이 파리가 어찌 우리와 같은 무리가 아니랴? 너의 생명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이에 음식을 만들어 널리 청해 와 모이게 하니 서로 기별해 모여서 함께 먹도록 하라.”

하고 다음과 같이 조문하였다.

 

迺羽迺翼飛入人家嗚呼蒼蠅豈非我類念爾之生汪然出淚於是具飯爲殽普請來集傳相報告是嘬是咂

乃弔曰

 

파리야, 날아와서 이 음식상에 모여라. 소북이 담은 흰 쌀밥에 국도 간 맞춰 끓여 놓았고, 무르익은 술과 단술에 밀가루로 만든 국수도 겸하였으니, 그대의 마른 목구멍과 그대의 타는 창자를 채워라. 파리야, 날아와 훌쩍훌쩍 울지만 말고 너의 부모와 처자를 모두 거느리고 와서 여한 없이 한번 실컷 포식하라.

 

蠅兮飛來敶盂盤只有饛白飯和羹酸只酒醴醲薰雜麪饅只沾君之渴喉潤君之焦肝只蠅兮飛來無啜泣只挈爾父母妻子合只聊玆一飽無於悒只

 

그대의 옛집을 보니, 쑥대가 가득하며 뜰은 무너지고 벽과 문짝도 찌그러졌는데, 밤에는 박쥐가 날고 낮에는 여우가 운다. 또 그대의 옛 밭을 보니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다. 금년에는 비가 많아 땅이 부드럽건만, 마을엔 사람이 살지 않아 잡초만 우거진 폐허가 되었다.

 

觀君之故室蓬虆盈只崩櫩敗壁戶欹傾只伏翼夜飛狐晝鳴只觀君之故田童粱茁只今年多雨泥滑滑只衖無居人蕪而不墢只

 

파리야, 날아와 이 기름진 고깃덩이에 앉아라. 살찐 소의 다리를 끓는 물에 삶아내고, 초장에 파도 썰어 놓고, 농어 생선회도 갖추어 놓았으니, 그대의 굶주린 창자를 채우고 얼굴을 활짝 펴라. 그리고 또 도마에 남은 고기가 있으니 그대의 무리에게 먹이라.

 

蠅兮飛來麗以腴只肥牛之臑䰞倫膚只酢醬蔥㳿鱠鱻鱸只塞君之莩腸顏色敷只砧有餘腥饗君徒只

 

그대의 시체를 보니 이리저리 언덕 위에 넘어져 있는데, 옷도 못 입고 모두 거적에 싸여 있다. 장맛비가 내리고 날씨가 더워지자 모두 이물로 변하여, 꿈틀꿈틀 어지러이 꾸물거리면서 옆구리에 차고 넘쳐 콧구멍까지 가득하다. 이에 허물을 벗고 변신하여 구속에서 벗어나고, 송장만 길가에 있어 행인이 놀라곤 한다. 그래도 어린 아이는 어미 가슴이라고 파고들어 그 젖통을 물고 있다.

 

視君之恒幹衡從壟只無所衣被薪草籠只雨淋日炙化異種只詰屈沸騰紛蠢動只氾濫脅幹滿鼻孔只於玆蟬蛻脫梏拲只惟路有僵行人竦只嬰孩據胸猶吮湩只

 

마을에서 그 썩는 시체를 묻지 않아 산에는 무덤이 없고, 그저 움푹 파인 구렁텅이를 채워 잡초가 무성하다. 이리가 와 뜯어 먹으며 좋아 날뛰는데, 구멍이 뚫린 해골만이 나뒹군다. 그대는 이미 나비되어 날고 번데기만 남겨 놓았구나.

 

里不埋胔山無塚只塡坑塞塹雜草蓊只貍來搰食喜跳踊只髑髏圜轉多穴孔只君旣蛾飛有遺蛹只

 

파리야, 날아서 고을로 들어가지 마라. 굶주린 사람만 엄격히 가리는데 아전이 붓대잡고 그 얼굴을 자세히 관찰을 한다. 대나무처럼 빽빽이 늘어선 사람 중에 다행히 한번 간택된다 하여도 물 같이 멀건 죽 한 모금 얻어 마시면 그만인데도, 묵은 곡식에서 생긴 쌀벌레는 상하에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돼지처럼 살찐 건 권세를 부리는 아전들인데, 서로 짜고 공로를 아뢰면 가상히 여겨 상을 주었지 책임을 묻지 않는다.

 

 

蠅兮飛來無入縣只鵠形菜色嚴簡選只胥吏握管察其面只立如蜜竹幸一揀只淡鬻如水纔一咽只有飛者蠱上下眴只膚如腯豕是豪掾只敷同奏功嘉而無譴只

 

보리만 익으면 진장(기민을 구제하기 위한 임시 구호소)을 거두고 연회를 베푸는데, 북소리와 피리소리 요란하며, 눈썹이 아리따운 기생들은 춤추며 빙빙 돌고 교태를 부리면서 비단 부채로 가리운다. 비록 풍성한 음식이 있어도 그대는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단다.

 

登麥罷賑張筵宴只擊鼓其鏜簫管囀只曼睩蛾眉舞回旋只含嬌作態遮紈扇只雖有豐膳君不可流羨只

 

파리야, 날아서 관아로 들어가지 마라. 깃대와 창대가 삼엄하게 나열하여 꽂혀 있다. 돼지고기 쇠고기국이 푹 물러 소담하고, 메추리구이와 붕어 지짐에 오리국, 그리고 꽃무늬 아름다운 약과를 실컷 먹고 즐기며 어루만지고 구경하지만, 큰 부채를 흔들어 날리므로 그대는 엿볼 수도 없단다.

 

蠅兮飛來無入館只旗纛森張棨戟攢只膮膷盈望爛璀璨只煔鶉煎鰿臛鳧鴈只粔籹蜜餌雕花蔓只滿志喜悅撫以玩只揮颺巨扇君無所窺覸只

 

아전이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살피는데. 쟁개비에 고기를 지지며 입으로 불을 분다. 수정과의 칭찬도 자자하나, 호랑이 같은 문지기가 철통같이 막아서서 애처로운 호소를 물리치면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한다. 안에선 조용히 앉아 음식 먹으며 즐기고 있고 아전 놈은 주막에 앉아 제멋대로 판결하여, 역마를 달려 보고하면서, 길에는 굶주린 사람 없고 태평하여 걱정이 없다고 한다.

 

長吏入廚視饎爨只倭銚爇肉口吹炭只桂釀蔗漿騰稱讚只虎豹守閽毅防捍只麾斥哀籲無雜亂只寂而不譁飮食衎衎只吏坐酒家倩題判只馳驛飛書閭里晏只道無捐瘠太平無患只

 

파리야, 날아와 다시 태어나지 말라. 영원히 모르는 채 그대로 지내거라. 죽어도 세금은 남아 형제에게 미치게 되니, 유월에 벌써 조세를 독촉하는 아전이 문을 두드리는데, 그 호령은 사자의 울음 같아 산악을 뒤흔든다. 세금을 낼 돈이 없으면 가마솥도 빼앗아가고 송아지와 돼지도 끌어간다.

 

蠅兮飛來無還魂只賀君之無知長昏昏只死有餘殃詒弟昆只六月催租吏打門只聲如獅吼山岳掀只私其錡釜曳犢豚只

 

그러고도 부족하여 관가로 끌어다가 볼기를 치는데 그 매를 맞고 돌아오면 기진하여 염병에 걸려서 풀 쓰러지듯 고기 물크러지듯 죽어가지만 만민의 원망, 천지 사방 어느 곳에도 호소할 데가 없고, 백성이 모두 사지에 놓여도 슬퍼할 수가 없다. 어진 이는 위축되어 있고 뭇 소인배가 날뛰니 봉황은 입을 다물고 까마귀가 짖어대는 격이다.

 

驅之入縣株困臀只歸而委頓遘癘瘟只草薙魚爛羣煩冤只天地四方無所告只民莫不阽不可悼只彦聖負屈衆胥媢只鳳皇噤口烏鵶噪只

 

파리야, 날아가려거든 북쪽으로 날아가라. 북쪽 천리를 날아가 구중궁궐에 가서 그대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을 호소하고 그 깊은 슬픔을 전달하라. 포악한 행위를 아뢰지 않고는 시비를 가릴 수 없다. 해와 달이 밝게 비치어 그 빛을 날리니, 정사를 폄에 어짊을 베풀고 신명에 고함에 규(황후가 천자를 뵈올 때나 제사의 의식에 사용하는 예물)를 쓴다.

 

蠅兮飛來又北飛只北飛千里入金扉只愬君之衷情宣深悲只不吐疆禦無是非只日月昭明舒光輝只發政施仁告用圭只

 

천둥같이 울려 임금의 위엄을 떨치게 하면 곡식도 잘되어 풍년을 이룰 것이다. 파리야, 그때에 남쪽으로 날아오라

 

如雷如霆激天威只禾黍穰穰民無饑只蠅兮飛來乃南歸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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