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0. 09:10ㆍstory
보망설(補網說) - 그물 손질 이야기
이건명(李健命)
정원홍(鄭元鴻)군은 내가 귀양살이할 때 같이 지낸 사람이다. 그는 그물 손질을 잘하였다. 해어진 그물을 잘 손질해서 날마다 고기를 잡았지만 언제나 성하여 새 그물 같았다. 그 덕에 나는 조석으로 생선을 먹을 수가 있었고, 따라서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鄭君元鴻與余處。能手綴網之弊者。日用於淵而常完不缺。不知其爲弊也。使余無彈鋏之愁。而朝夕資焉者。網有賴焉。
정군은 매일같이 그물을 손질하고 고기를 잡곤 하였지만 힘들어하지 않았다. 나는 그 일을 다른 노비들에게 대신 시켜 보았다. 하지만 제대로 해내는 자가 없었다.
鄭君日事而不告倦。余欲使僕隷替之。鮮能學者。
그래서 나는 정군에게 물었다.
“그물 손질은 아무나 해낼 수 없는 특별한 방도가 있는 것이냐?”
余曰爲此有道。而抑有能有不能者歟。
그러자 정군은 답하였다.
“미련한 노비는 해낼 수 없는 일입니다. 그물이란 본디 벼리(網)와 코(目)가 있는데, 벼리는 코가 없으면 쓸모가 없고, 코는 벼리가 있어야만 펼쳐지는 것입니다. 벼리와 코가 잘 엮어지고 가닥가닥이 엉키지 않아야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曰然。
此非庸奴所可爲也。夫網有綱焉有目焉。綱不可無目而自立。目不可無綱而自張。形勢相維持。條理不紊亂。然後可用。
그물을 처음 만들 때에 맨 먼저 벼리를 준비하고 거기에다 코를 엮는데, 가닥가닥이 정연하여 헝클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그러나 모든 물건은 오래되면 망가지게 마련인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게나 고기들이 물어뜯고, 좀이나 쥐가 갉아서, 처음에는 그물코가 터지고 나중에는 벼리까지 끓어지게 됩니다. 그러한 그물로 고기를 잡을라치면 마치 깨진 동이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너덜너덜 해져서 손질을 하기가 어렵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통상 버릴 때가 되었다고들 합니다.
玆網之創也。有綱而立。有目而張。井井鑿鑿。無訛無舛。生久而弊。物之理也。其魚蠏之所噬。蠧鼠之所剝。目始以毁。綱亦隨之。欲擧而用之。如漏甕捧水。瘡疣雜出。不可着手。人皆謂之棄。
그러나 왜 손질할 수가 없겠습니까? 저는 그 해진 그물을 가지고 돌아와서 바닥에다 펼쳐 놓고 해어진 부분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조바심 내거나 신경질 부리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부지런히 수선을 합니다. 제일 먼저 벼리를 손질하고, 그 다음 코를 손질합니다. 끊긴 벼리는 잇고, 터진 코는 깁는데, 며칠 안 돼서 새 그물 같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버리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헌 것을 고쳐서 새롭게 만든 것인 줄은 알지만, 골똘한 생각과 매우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하였다는 것까지는 모릅니다.
吾獨不然曰。此豈不可爲耶。歸而鋪之袵席之上。凡所破毁者。閱之細究之深。專一其思。徐緩其手。不發聲色。孜孜勤勤。先其綱而後其目。絶者續而缺者補。不數日。作一完了底物。前之謂棄者。皆知其革舊爲新之爲可美。而亦不知其用意之至勤也。
만일 버리라는 말을 듣고 손질하지 않았다면 이 그물은 이미 쓸모없이 버려졌을 것입니다. 아니면 설사 손질하고자 하더라도 미련한 종놈에게 맡긴다면, 벼리와 코의 순서가 뒤죽박죽 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손질하려다가 도리어 헝클어놓게 되는 것이니,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될 것이 뻔합니다. 이후로는 잘 사용하고 잘 간수해서, 해어진 곳이 생기면 바로바로 손질하고, 어리석은 종놈이 헝클어 놓는 일이 없게 한다면, 오래도록 성하게 사용할 수 있을 터이니 무슨 걱정할 일이 있겠습니까?”
向使主人聽棄者之言。不知補綴。則此物不幾於永爲篋笥棄乎。雖欲補綴而付之庸奴。則又豈不綱倒目顚。欲治而棼之。欲有益而反有害者乎。繼自今。善用而善藏之。隨毁而隨綴之。又不爲庸奴所誤。則可久而不弊。夫何傷之有焉。
나는 그의 말을 자세히 다 들은 뒤에 한숨을 쉬고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자네의 그 말은 참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알아야 할 내용이다.”
余諦聞之。喟然而歎曰。子之言。眞可謂謀國者喩矣。
아! 벼리는 끊기고 코는 엉키어서 온갖 것이 해이되어 해어진 그물과도 같은 이 말세임에랴! 끊기고 엉킨 벼리와 코를 보고 모른 체 버려두고 어찌해 볼 수가 없다고 하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되며, 어리석은 종놈에게 맡겨 그르치게 하여 이익을 보려다가 도리어 손해를 당하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되던가?
嗟乎。叔季之世。有不綱頹目紊。百度俱弛如網之弊者乎。見其綱頹目紊。而有不望望然不顧。以爲莫可爲者無幾矣。又不爲庸奴所誤。欲益而反有害者又無幾矣。
아! 어떻게 하면, 정군과 같이 골똘한 연구와 여유 있고 침착한 손질로, 조바심 내거나 신경질 부리지 않고, 선후를 잘 알아 처리하여 간단하게 정돈해 내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날마다 부지런히 일하면서도 힘들어하지 않고 언제나 완전함을 유지하여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그런 인물을 얻을 수가 있을까? 아!
嗟乎。安得如鄭君專其思緩其手。不發聲色。知所先後。一朝而整頓者乎。又安得日事而不倦。常完而不缺如是者乎。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