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4. 15:39ㆍ책과논문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任炳權** · 姜澤求***
Ⅰ. 서론
Ⅱ. 존경·겸하 표시의 기본 형식
Ⅲ. 존경표시 보충의 교정부호
Ⅳ. 존경·겸하 표시의 판독문 반영 방안
Ⅴ. 결론
. 국문초록
조선시대 漢文 簡札에는 각종의 기호나 글자의 크기 또는 거리(빈칸) 등을 이용
한 비문자 부호들이 사용되어 文義 파악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들 비문자
부호들 중 시각효과의 방식으로 尊敬과 謙下를 표시하는 隔字, 擡頭, 側小字의 세
가지 형식은 문맥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행위의 주체 및 객체를 표시하는 문법적
표지의 역할을 한다. 존경표시는 존경대상에 속하는 실체인 명사.대사 이외에도
존경대상의 행위나 情態인 동사.형용사.부사 등에도 붙는다. 존경표시의 격자.
대두는 사실상 이인칭대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겸하표시는 거의가
화자 자신을 표시하는 실체사에 쓰이며, 화자의 행위를 표시하는 동사에는 별로 사
용되지 않는다.
문장 필사의 과정에서 隔字.擡頭 등과 같은 존경 표시의 기본 형식이 누락된
경우에는, 교정부호를 사용하여 그것을 보충해 넣는다. 이러한 존경표시 添加부호
의 사용은 朝鮮 簡札에서 편지 수신자나 제삼자에 대한 尊敬표시가 얼마나 중요한
사항이었는가를 보여주는 예증이라 할 수 있다.
* 이 논문은 2012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2-
S1A5A2A03034627)
**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제1저자
*** 충남대학교 강사, 공동저자
大東文化硏究 제9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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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서 簡札의 판독문에 존경 표시 부호를 반영하여 隔字는 존경의 공‘○’
을, 擡頭는 화살표 ‘↑’를, 側小字는 세모 ‘△’를 사용하여 텍스트를 작성하는 방법
을 제안하고자 한다. 간찰의 작성자가 중요한 정보로 여겨서 그 표시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며 교정까지 가한 존경표시의 부호 체계를 해서화한 판독문에 반영하는 것은
원 자료의 정보를 온전히 전달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주제어 : 한문 편지, 존경, 겸하, 비문자 부호, 교정부호, 대두, 격자, 측소자, 문
본화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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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조선시대 漢文 簡札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漢文 해독 능력과 더불어 草書體 한자
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필사본 簡札을 접하면서 우리는 朝鮮漢文 해독과
초서 판별이라는 난제 외에도 문자 표현이 아닌, 각종의 부호나 글자의 크기 또는
거리(빈칸) 등을 이용한 비문자적 표시들도 만나게 된다. 이들 비문자적 표시에
의한 정보전달 체계를 이해하면 書簡의 文義 파악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에 비문자 정보에 대한 이해가 없이 간찰을 접하게 되면 原義를 誤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쉬우므로 이에 대한 연구는 간찰의 연구에 있어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簡札의 비문자 정보 표시방법으로는 교정 부호나 반복표시 부호 등의 서사부호
를 사용하는 방식과, 서사부호 외에 글자의 방위나 거리.크기 등을 조정하여 공백
을 활용하는 시각정보의 방식이 있다. 기존의 논문에서는 이 내용을 문장부호와
교정부호로 구분하거나, 필사 격식과 필사 표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구분하고
있다.1) 우리는 이들 비문자 정보표시를 편의상 일종의 ‘+부호’ 및 ‘-부호’로서
넓은 의미의 符號로 보아 ‘비문자 부호’로 부르고자 한다.
簡札의 부호 중 교정 부호나 반복표시 부호 등에 대해서는 임병권(2016)의 논문
에서 따로 다루었고, 본 논문에서는 존경과 겸하를 표시하는 부호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그 사례를 제시하여 簡札 원문의 정확한 이해에 일조하고자 한다. 또한
간찰의 판독문에 존경 및 겸하를 표시하는 부호를 사용하여 文本化(텍스트화)하는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簡札의 비문자 부호에 대한 선행 연구는 대체로 諺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문 간찰은 독해가 어려운 초서체로 쓰인 한문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접근이 어렵고, 연구 범위를 크게 확대하기도 어렵다. 본 논문에서는
1) 이복규(1996)는 문장부호를 자거듭표(疊字符).높임표(尊待票) 등으로 분류하였고, 교정부호를
끼움표(揷入符).없앰표(削除符).고침표(修正符).자리바꿈표(換置符) 등으로 분류하였다.
이종덕(2004)은 擡頭法을 필사격식으로, 再點.補隔子.補入子.削除子 등을 필사 표지로 분류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이들 비문자 정보 표지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위의 용어들로 규정짓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양상으로 사용된다고 판단하여 교정부호.반복 부호.존경 표시 부호 등의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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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을 조선 시대의 한문 간찰로 한정하여 ..槿墨.., ..師門手簡.., ..農巖眞蹟..,
..花山世家筆蹟.., ..感宜錄.., <宋秉璿 文忠祠 簡札>, <宜寧 南氏 簡札>, ..雪舟簡牘
帖.. 등의 약 3800편을 검토하였다. 朝鮮漢文 간찰 전반에 관한 필자의 지식이
아직 부족하고 이번 조사의 범위가 비교적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거론되지 못한 부호와 방식이 더 있을 것이며, 부호의 해석과 분류에 적합치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부호에 의한 정보전달 방식과 그 정보를 판독문[釋
文.正書]에 反映하는 방안에 관해서 초보적 의견을 제시하면서 제가의 질정과
보완을 얻고자 한다.
조사 대상으로 삼은 각 간찰의 작성자와 연대 등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槿墨..
鄭夢周(1337~1392)와 吉再에서 시작하여 조선 말기에 이르는 인물들의 書
簡類 小品 1136편을 吳世昌(1864~1953)이 모아 엮은 글씨첩이다.
2. ..師門手簡..
退溪 李滉(1501~1570)이 제자 趙穆(1524~1606)에게 보낸 1550~1570년 사이
의 편지 113편을 묶은 것이다.
3. ..農巖眞蹟..
農巖 金昌協(1651~1708)이 11촌 조카이자 제자인 金時佐(1664~1727)에게
보낸 1695~1704년 사이의 편지 등 86편을 후손 金性根(1756~?)이 묶은 것
이다.
4. ..花山世家筆蹟..
金尙容(1561~1637)에서 金履遠(1708~?)에 이르는 조선 중후기 세도가문인
안동 김씨들 사이에 오간 편지 78편을 후손 金性根(1756~?)이 묶은 것이다.
5. ..感宜錄..
鄭澔(1648~1736), 金昌集(1648~1722), 李光佐(1674~1740) 등이 尙州의 金必大
(1665~?) 등에게 보낸 편지 47편을 묶은 것이다.
6. <宋秉璿 文忠祠 簡札>
大田 龍洞書院의 文忠祠에 보존되어온 고문서로 충남대학교 도서관에 기탁
된 것들 중 제851-1866번의 간찰을 참조하였는데 주로 宋秉璿(1836~1905)
에게 보내온 각지 유생들의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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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宜寧 南氏 簡札>
충청문화연구소 대전충청지역고문서검색시스템의 사진자료 중 충남 보령
군에 거주한 의령 남씨 南以興 가문의 후손들이 주고받은 19세기 중반에
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편지 177편이다.
8. ..雪舟簡牘帖..
전라남도 보성군에 살았던 雪舟 宋運會(1874~1965)가 晦峯 安圭容(1873~
1959)에게 보내온 편지 등 91편이다.
Ⅱ. 존경.겸하 표시의 기본 형식
簡札에서는 주로 서사부호가 아닌 글자 간의 거리(공백)나 크기, 위치 등을 조절
하는 시각효과의 방식으로 尊敬과 謙下를 표시한다. 간찰의 필자는 隔字(隔間),
擡頭, 側小字의 세 가지 형식을 사용하여 편지 수신자나 제삼의 인물에 대한 존중
과 공경, 그리고 자신에 대한 겸하를 표시한다.2) 이와 같은 존경과 겸하의 표시는
한문 문장에서 전후 어구의 문법관계 표지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표현의 생략이
많은 대화체의 간찰 한문에서는 이 존경표시가 문맥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행위
의 주체 및 객체를 표시하는 매우 중요한 문법표지의 역할을 한다.
존경표시인 隔字와 擡頭는 존경표시 대상인물 자체를 지칭하는 명사나 그의
行動 및 性狀을 표시하는 동사.형용사 앞에서 존경표시를 위한 조작을 한다. 隔字
는 존경표시 대상을 뜻하는 단어 앞에 빈칸[間隔]을 두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簡札에서 매우 많이 사용되는 상용의 존경표시이다.
擡頭는 尊敬표시 대상 단어(글자)를 새 행 첫 열에 올려쓰는 줄바꾸기를 말하는
데, 1) 새 행으로 줄바꾸기만 하기도 하고, 2) 좌우의 다른 행보다 한 글자(열)를
2) 이복규(1996:468면)는 側小字를 제외한 대두와 격자를 높임표[尊待票]라 부르면서, “학계에서는
이 두 방식을 일컬어 대두법표기라고 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최태영(1990), 전자와 후자를 구분해,
전자를 대두법, 후자를 공격(空格)(또는 間字라고도 함)으로 지칭하기도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종덕(2004:16면, 2005:22면)은 擡頭를 둘로 나눠, 평상적으로 시작하는 글자의 위치로 행을
바꿔쓰는 것을 ‘移行式’으로, 1~3자 높은 위치로 올려 시작하는 것을 ‘極行式’으로 불렀다. 그리고
隔字 즉, 행의 중간에서 1~3자 정도의 공백을 두는 방식을 ‘隔間式’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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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려 쓰기도 하며, 3) 또 두세 글자(열)를 올려 쓰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존경표시를 위해 대두된 글자를 행이 다 차서 다음 행을 새로 시작하는 글자들보다
윗 열로 적는, 즉 단순한 줄바꾸기[移行]와 대두에 의한 줄바꾸기를 구분하는 경우
도 있다(<그림 1,10,16> 참조). 존경표시의 대상은 첫째로 서간의 수신자(즉 대화
상대방) 및 수신자 측의 인물이며 둘째로 발신자와 수신자가 함께 공경하는 국왕.
왕비 및 스승이며, 둘째의 경우는 흔히 두세 글자를 올려 쓰는 중첩된 대두를 사용
한다. 여기서는 平頭와 중첩 대두를 구분하지 않고 존경표시를 위해 새 줄을 시작
하는 것 전부를 대두로 통칭하기로 한다.
側小字는 발신자가 겸양을 표시하기 위해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의 글자를 작게
그리고 우측으로 기울여 쓰는 것을 말한다.
존경 및 겸하 표시를 비교적 잘 보여주는 표준적 사례로는 黃.(1604~1656)가
쓴 다음 <그림 1>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필자는 국왕과 수신자를 구분하여 2 단계
대두를 하였고, 대두 중의 平頭와 일반적 줄바꾸기[移行]를 구분하였다. 사진에서,
우측 1행의 數, 5행의 氣, 7행의 亦, 9행의 赴는 존경표시가 아닌 일반적인 행의
시작이고 나머지는 대두를 한 것이며, 추신의 두 행은 다시 본문보다 약간 낮춰
적으면서 다시 대두를 표시하였다.
*판독문의 부호 ‘↑,○,△’는 존경
겸하 표시가 놓인 위치를 표시함.
..근묵.491 황호..:
數月來 聞問無憑, 方用嚮.. ↑
書枉鄭重, 尋得秋炎 ↑政況有相, 披
慰倍品. △生感↑↑恩, 扶病供此夙
夜 已踰月矣. 氣力垂盡, 自悶自悶!
前後↑勤示, 豈不感動? △生之情
勢 亦已迫矣. 想↑曲諒也. 狀草謹還
上. 臨曉赴衙, 草此奉謝. 希↑照諒,
謝狀上.
七月念一日, .拜.
↑惠魚依受, 尤荷! ○李經歷前
忙未作書, 幸傳此意.
<그림 1> 존경·겸하 표시 사례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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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및 겸하의 표시가 붙는 어휘의 종류에 관해서는, 존경과 겸하가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존경표시는 존경대상에 속하는 실체인 명사.대사 이외에도 대상
의 행위나 情態인 동사.형용사.부사 등에도 붙는다. 위 <그림 1>에서 ‘政, 恩,
照諒, 惠’는 행위, ‘勤(示), 曲(諒)3)’은 행위의 태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존경표시
의 중요 대상인 ‘서간의 수신인’에는 자손.제자.부하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격자.대두는 상대에 대한 기본적 존중의 의미를 담을 뿐이며 사실상 이인칭대사
‘그대: 汝’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겸하표시는 화자(발신자) 자신을 표시하는 실체사에 쓰는 것이 보통
이다. 다음은 겸하표시 측소자의 특별한 예로서, 화자의 견해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행위를 표시하는 동사구를 행 우측으로 기울여 마치 自注(필자 자신의 주석)를
삽입한 것처럼 썼다. 화자의 행위를 표시하는 동사에는 보통 ‘伏, 竊’ 등을 붙여
‘伏想, 竊想’식으로 쓰며 측소자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그림 2> 겸하표시 측소자
<문충.1119>: 積寃△想必兄主亦已料.
3) 勤示, 曲諒: 이 단어들은 각각 ‘애써/간절히 말씀하시다’와 ‘너그러이/굽어 양해하다’의 <부사어+
술어>의 어소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판독문 ‘曲諒’은 하영휘(2009)를 따른 것인데, 이창섭(1981)
은 ‘恕諒’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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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존경표시 보충의 교정부호
문장 필사의 과정에서 隔字.擡頭 등과 같은 존경 표시의 기본 형식이 누락된
경우에는, 교정부호를 사용하여 그것을 보충해 넣는다. 즉, 글자를 빠뜨리고 쓴
것과 마찬가지로 첨가의 교정을 한다. 이러한 존경표시 添加부호의 사용은 朝鮮
簡札에서 편지 수신자나 제삼자에 대한 尊敬표시가 얼마나 중요한 사항이었는가
를 보여주는 예증이라 할 수 있다.
尊敬표시인 隔字 및 擡頭의 삽입첨가를 표시하는 교정부호는 형태상의 특징에
의해 ‘고리’(또는 ‘실타래, 콩깍지’)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 ‘고리’는 앞에
隔字를 두거나 擡頭해야 할 글자의 우상측 및 우측에 그리며, 고리의 수는 한 개나
두 개가 흔하며 드물게는 세 개까지 있고, 고리의 모양은 원 또는 세모꼴에 가까운
것도, 낚시바늘에 가까운 형태도 있다(<그림 3~8>). 이 중 세모꼴 등의 형태는
모두 붓으로 원의 형태를 그리면서 나타난 변이로 볼 수 있다.
<그림 3> 존경보충의 두고
리(8자 겹고리)
문충.1104: 勿.而○下答
之否?
[下答: 상대방의 대답]
<그림 4> 존경보충의 두고
리(실타래 모양)
感誼錄.25: 嶺伯行期,
承此委示, 事係○院事,
豈不欲……. [院: 書院]
<그림 5> 존경보충의 세고
리(실타래)
槿墨.20:↑老兄以繕工參奉
副擬不得受○點不勝歎惜.
[點: 왕의 벼슬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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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존경보충의 두고
리(열린고리)
槿墨.668:↑雷威之下,
得○除近邑.
[除: 왕의 벼슬 제수]
<그림 7> 尊敬보충의 외고
리(.)
槿墨.662: 作見○明丈兄弟.
[明丈: 明齋 尹拯 어르신]
<그림 8> 존경보충 외고리
(낚시바늘) ..槿墨..89: ‘溪北山南有
○若人’.4)
[若人: 그 사람(군자)]
존경표시 교정부호를 놓는 위치는 해당 글자의 좌우와 상하 관계를 볼 수 있다.
보통은 해당 글자의 우측이며, 드물게는 양측(<그림 9-1>)이나 좌측(<그림 9-2>)
에 적기도 한다. 그리고 해당 글자와 윗 글자 사이의 행간에 놓기도, 해당글자의
측면에 놓기도 한다. 행의 첫 글자에 擡頭표시를 위해 교정 부호를 사용한 예도
있다(<그림 9-2,3>).
4) 有若人: 이 문구의 부호를 이창섭(1981)은 환위부호 ‘乙’로 보아 ‘若有人’으로 읽었으나, 하영휘
(2009)와 조면희(2010)는 ‘有若人’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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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1> 尊敬보충
의 두고리, 행 양편
문충.1056: 此身空外
○大賢而安……
<그림 9-2> 尊敬보충
의 외고리(열린고리),
행의 좌측
사문.43: 困蹙之更甚耶?
果爾則爲○親之↑事,
何敢……
<그림 9-3> 존경보충
의 두고리(열린고리)
제2행 첫글자 우측
槿墨534: ‘聖’(王
지칭)의 대두를 위한
보충 부호.
↑聖恩雷雨同滂沛.
<그림 9-4> 尊敬보충
의 외고리, 좌행의
우측
법천.343: 則△弟不
當更守芥意,幸以已有
定處○謝求者,
如何如何?
그리고 일종의 문제 사례로서, 상대방의 행위로 보기 어려운 동사에 존경표시
보충부호를 붙인 예도 볼 수 있다. <그림 10>의 편지에 제시된 전후 문장을 보면,
간찰의 필자는 ‘慰’ 우측에 존경 격자의 보충을 표시하는 교정부호를 붙였으나,
문장의 의미가 ‘내가 형을 위로하다’이므로 존경 표시의 규칙에 어긋난, 잘못 사용
된 부호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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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370 柳袗..(右4行,下2字): 向在赤羅, 每逢
人自宣城來者, 輒問↑兄安否. 又問○兄來未.
始知↑兄有膝下之慟, 區區賤誠實切驚慮. 而事
故迫人, 且無信便, 不能修一書以○慰. 繼而有
聞韶之行, 觀光非所急也. 而實欲與↑兄穩做一
夕之款, 故勉强作計.
(일이 급박한데다 편지를 전할 인편도 없어서
(형을) 위안하는 글 하나를 쓰지 못했소.)
<그림 10> 존경표시 혼동의 문제사례 ‘○慰’
이것은 작자가 존경표시의 규칙에 혼동을 일으켜서, 상대방을 지칭하는 명사와
상대방의 행동을 표시하는 동사 앞에 붙여야하는 隔字를 ‘상대방에 대한, 상대방을
위한 행동’을 표시하는 동사 앞에 잘못 붙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존경표시 대상 어휘에 대한 혼란은 가끔 보이는데, 대부분의 편지 말미에 사용되는
‘謹候○狀上’류의 표현에 쓰이는 격자 역시 이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동사의 앞에 놓이는 행위 주체에 대한 존경표지를 반대로 행위의
대상(목적어)에 대한 존경표시에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 훌륭하신
그대]+[동사,명사]>의 형식을 <주어+술어>와 <관형어+체언>의 구조에 사용하여
야 하는데, <목적어+술어>의 구조에까지 잘못 사용한 것이다. 이는 어쩌면 <목적
어+동사>의 한국어 문법에 의한 간섭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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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존경.겸하 표시의 판독문 반영 방안
1. 존경·겸하 표시 등의 부호화 방법
먼저 선행의 탈초.역해 연구서들에서 한문 간찰의 초서체 필사본 등을 판독하
여 文本化(텍스트화)하면서 원문의 존경.겸하 및 표점을 반영하는 상황을 살펴보
면,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방식의 측면에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擡頭나
격자 및 측소자 등의 존경표시 반영 여부로서, 판독문에 존경표시를 전혀 반영하지
않거나(<그림 11>) 일부만 반영한 경우(<그림 12>)가 있다. 둘째, 斷句(구절 끊기)
방식에 있어서 표점부호 없이 빈칸으로만 斷句한 경우와(<그림 11-1,3; 12-1>)
표점부호를 사용한 경우(<그림 11-2; 12-2>)가 있다. 셋째, 줄 잇기의 문제로서
간찰 원본의 行을 그대로 살려 판독문과 원문의 대조에 편의를 주려한 경우(<그림
11-3; 12-1,2>) 원본의 행 끊기를 깨뜨려 문장을 이루는 구절을 이어쓰는 편집을
한 경우(<그림 11-1,2>)이다.
다음 <그림 11>은 판독문에 존경 표시를 전혀 하지 않은 경우이다.
근묵 606. 이원록
이창섭(1981)
하영휘(2009)
頃伏承下覆書 伏審政候起居萬福 宛陪德音 感慰何量 姪昨始來
接姑母家 相依之樂固不淺矣 而屢遷之苦 齒亦酸矣 奈何 .穀之諾
實出.睦之義 .望之餘 可堪僕僕之情 .送奴馬 兼申起居 痘若休
息 可謀一進 萬萬不備 伏惟下鑒 謹再拜狀上 ……
<그림 11-1> 판독문 반영
사례
사문수간 3-8
이완규 외(2003)
咫尺伊阻, 杳若遐., 書筒之來, 欣得好音, 以慰岑寂. 溪舍只有柳
金鄭三人尙留, 餘皆散去耳. 獐穎荷惠甚珍, 爲其曾所未試故爾. 所
諭..心經..論克己復禮處, 朱子所稱‘必訓作理字然後已’之說, 辨析縷
縷, 指出鄙見之差, 足以開發.惑, 不但以唯阿爲悅而止, 甚幸甚幸.
<그림 11-2> 판독문 반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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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진적1.10
심영환(2012)
旣逢別
.忽又
帶疾入去
.念俱深
玆得
惠字 知免添傷
甚慰甚慰 此中僅如昨
耳
示意具悉 生
辰參禮 本非應行
不可已者 雖或未參
於義無害 如前計
作行似宜 更須
量諒處也 毛具依到
餘不具
<그림 11-3> 판독문 반영
사례
<그림 12>는 존경 표시를 일부 반영하여 판독한 경우이다. <그림 12-1>은 대두
(‘體, 恩’)와 측소자(‘外孫’)는 반영하였지만 격자(‘舅’)5)는 반영하지 않았고, <그림
12-2>는 대두와 격자는 반영하였지만 측소자는 반영하지 않았다.6)
단구 표시로 빈칸을 사용하는 대신 쉼표 등의 표점부호를 사용하면서 빈칸으로
존경의 격자를 표시하는 방법도 있다(<그림 12-2>). 편지 원본의 행 나눔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 11-3; 12-1,2>의 방식은 초서로 된 간찰 원문과 대조하며 초서한문
을 익히는 초보 학습자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런데 문헌자료에 대한 전자 검색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되어 가는 현대의
연구.열독 방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단어나 구가 끊기지 않고 이어져야 하며
따라서 간찰 원본의 편제를 해체한 재구성이 필요하고, 좀더 정밀한 구두표시를
위해서는 현대적 표점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5) ‘舅’의 격자: 이 판독문은 斷句 표시에 빈칸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존경의 격자를 표시하기 어려웠
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의 좌1행 중단의 ‘舅’는 정조의 외삼촌으로서 수신자인 외조부 洪鳳漢의
아들, 즉 외숙이다.
6) 측소자: ..농암진적..은 김창협이 조카뻘의 제자인 김시좌에게 보낸 편지인데, 자신을 겸하하는
측소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매우 드물게 보이는 다음의 측소자의 예(‘此: 나’)에서도 안동교
(2015)의 판독문은 그것을 표시하지 않았다. 측소자 예: 此所感稍解, 而餘火升降, 悶苦悶苦(..농암
진적.. 3.2).
大東文化硏究 제9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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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熱 殆無前有 伏未審 此時
體候神相 一向康寧否 外孫姑無他
恙私幸 而昨於意外
恩敎鄭重 偕舅氏入參饔院進
道以奉覆 [手決] 敬
旣逢別.忽, 又
帶疾入去, .念俱深,
玆得
惠字,知 免添傷,
甚慰甚慰, 此中僅如昨
耳, 示意具悉,生
辰參禮, 本非應行
不可已者, 雖或未參,
於義無害, 如前計
作行似宜, 更須
量處也,毛具依到,
餘不具.
丁丑三月十七日, 仲和.
국역정종대왕어필간첩
이미란(2013) *恙=.恙
농암진적(1.10)
안동교(2015)
<그림 12-1> 판독문 반영 사례 <그림 12-2> 판독문 반영 사례
우리는 여기서 초서 簡札의 판독문에 尊敬 및 謙下를 표시하는 부호를 한문
문장 속에 넣어 文本(텍스트)을 작성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간찰의 문장은
영화나 연극의 시나리오(게다가 지문을 지운 것)와 유사한 언어정보이다. 간찰은
대화 내용과 관련된 주변 정보를 편지의 발신자와 수신자가 충분히 공유하고 있고,
작자가 긴장이 비교적 이완된 상태에서 많은 표현을 생략하며 서둘러 작성한다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그처럼 서두는 속에서도 굳이 존경 표현의 규칙을 주의하여
준수하고, 또 실수로 빠뜨린 존경표시를 교정부호로 고치기까지 하였다는 것은
그것이 문자에 준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였음을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한문 간찰의 판독문 및 번역 과정에서 존경표시에 주의하지 않은
데 기인한 과오가 가끔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간찰의 존경표시를
판독문 문본에 반영하는 것은, 발화자인 발신인의 의미표현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는 점에서, 그리고 한문간찰의 해독자에게 문맥 정보를 좀 더 잘 제공하여 상황파
악의 착오를 막고 정확한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제안하는 한문간찰 판독.정서 문장의 존경.겸하 부호 표시방법은 다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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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같다.
존경표시의 부호로서는, 존경의 격자는 ‘공란’을 의미하는 ‘○’을 판독문의 해당
글자 앞에 사용하고, 그것을 ‘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7) 대두는 ‘머리를
들어올리다’의 의미를 살려 ‘紙面의 상단으로 올려붙여 씀’의 의미로‘↑’를 해당
글자 앞에 사용하고, 평두와 중첩대두 등을 하나로 통합하되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는 존경 등급표시를 세분하여 ‘↑↑’와 ‘↑↑↑’을 사용하여 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겸양표시의 측소자는 몸을 낮추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부호로서 ‘△’
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존경표시의 대두(평두, 중첩대두)를 격자
와 구분하여 표시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번거롭다고 생각된다면 ‘○’으로
병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부호‘○’은 조선의 간찰 자료에서 존경표시의 위치를 표시하는 부호로 사용된
예가 있다(<그림 13, 14, 15>). 그리고 일반적인 존경표시 보충의 교정부호로 사용
되는 <그림 3~10>의 ‘고리, 실타래, 마늘모’들도 모두 이 ‘○’의 변이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존경표시의 부호로 ‘○’을 사용한 세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그림 13> ..근
묵.606..의 서간은 존경의 대두와 격자 두 가지를 함께 표시하는 교정부호로서
‘○’을 사용한 선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서간 작성자 리원록(1514~1574)이 아닌
뒷 사람이 서간 원본의 형태를 해체하고 재편집한 것인데, 아마 일종의 서간 교습
용 교본으로 사용하기 위해 원본의 종이를 행별로 잘라 이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문본화 과정의 일부라 할 수 있는 줄 잇기의 편집을 하면서 위치관계와
거리로 표현되던 존경표시가 파괴되자 그것을 일종의 교정부호로서 ‘○’에 가까운
고리를 행간에 첨가하여 보완한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들은 대부분 간찰 원본
에서는 擡頭되었던 것들로 보이며, 같은 논리로 보면 끝 둘째 줄의 ‘下鑒’도 대두된
것이어서 ‘○’ 표시를 하였어야 맞다.
7) 원해연(2010)은 책의 문단들 및 본문.주석의 경계표시 또는 화제표시에 사용되는 ○을 ‘권표’라
고 불렀다. 한국어 입말에서 ‘공’은 1)‘비어있음’을 말하는 불교의 개념인 ‘空’과, 2) 숫자 零 (10
이상의 수에서 빈 자릿수(위수)를 표시하는 것), 3) ‘○월 ○일’의 빈자리 표시 ○, 4) 球形의
운동기구 등을 부르는 말로 사용된다.
大東文化硏究 제9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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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606 이원록..:
頃伏承○下覆書. 伏審○政
候起居萬福. 宛陪○德音,
感慰何量! △姪昨始來接姑
母家, 相依之樂固不淺矣.
而屢遷之苦, 齒亦酸矣. 奈
何! .穀之○諾, 實出.睦
之義. .望之餘, 可堪僕〃
(僕)之情? .送奴馬, 兼申○
起居. 痘若休息, 可謀一進.
萬萬不備. 伏惟下鑒. 謹再
拜狀上. 壬寅五月十六日,
戚姪 李元祿頓首.
<그림 13> 존경표시의
교정부호 ‘○’
두번째 사례로 <그림 14> <의령남씨.196>의 서간은 <그림 13>과 마찬가지로
‘○’으로 존경의 대두와 격자 두 가지를 함께 표시하였는데, 교정부호가 아닌 일종
의 문장 작성 부호로서 서간의 작성자가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서간은
李喆承(1879~1951)이 충남 당진의 의령남씨가에 보낸 것인데, 4개의 격자 위치중
하나(○承祐)와 7개의 대두 위치 중 하나(○克齋)에 ‘○’을 표기하였다. 그 중 대두
위치의 ‘○克齋’는 가득 찬 앞 줄 다음 줄의 첫 글자여서 대두가 명시될 수 없기
때문에 부호를 사용하여 명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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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196>: 稽.. 昨奉郵↑函, 有二度存問, 極荷而反復之, 不免鬱紆. 今者↑賢姪三益脩程委
訪,仰感德義之厚出常. 但細叩我↑絅齋起居, 愈詳而愈鬱. 何吾黨運氣不平之至此耶? 第念↑攝
理充養, 必有定力, 當隨貞元之交, 得與天道同新, 惟是之.. 而↑書中一○顧之期, 亦不遠復矣.
不死頑喘, 拱手等待也. 鄙狀○三賢者當道之, 不縷陳. ○承祐奄成巨人, 重厚舒遲, 艶愛不已. 恨
其↑先兩世不幸早世, 未及見成就也. ○克齋書草, 得之驚喜. 其往復凡至五六, 有多少可商. 此
非面難究, 恨落落無其便. 歲開似一○賜枉, 然豈易易也! 戊之臘月上休, 孤子喆承稽拜.
<그림 14> 존경표시의 문장 작성 부호 ‘○’
세번째 사례로 다음 <그림 15> <함종어씨>의 서간은 ‘○’을 존경 표시 추가의
교정부호로 사용하였다. 이 서간은 1916년에 백삼규가 청양의 함종어씨가에 보낸
것인데, 존경표시의 격자를 빠뜨린 곳에 존경의 ‘○’을 첨가하는 교정을 작성자
본인이 한 것으로 보인다.
大東文化硏究 제9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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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어씨>: ↑令季袖書遠到, 獲審辰下↑生庭氣力護重, 賢閤愼節彌留, 祈祝之餘, 一慰一慮. 居
諸.忽, 先師練期已過, 倣仰之痛如新靡弛. 季兒夭慽, 知是乃父爲善不實之報, 悲傷何益! 猥蒙○
慰訊, 感恩實多. 禍罰不貸, 去月又哭妹弟, 情私悲痛猶屬第二, 尤不忍見者, 兩三幼穉也. 愚常愛
好○座下溫潤德器, 深邃學術矣. .擬行將結社, 得以麗澤交滋, 庶或收拾晩功, 賴不至索性頹惰,
却是東西乖隔視昔, 又有倍雲山.遞, 曷勝..! 然此係謀生念切, 而謀道居後之致, 姑未知來頭
生事利病, 而却於學問上敗闕, 有不可勝旣者矣. 愚方有事於師塋石儀, 暫抵此地, 而迫於.遽, 未
能進., 益覺.缺. 承書踰月, 更問比來○凡況爲屬如何? .切溯祝! 三圭與病爲隣, 殊無生況. 師
門遺稿, 謀將印布, 而近來物情逈別誰昔, 財力辦得極不容易. 後人眼目不逮, 梳洗已無可論, 爲先
再三移謄, 乃可成登梓草本. 而此地書手類少, ..事亦覺費力. 編摩時願與○吾兄團會, 而勢亦
無可奈何. 待其草成, 將分送數編冊子矣. 望須○勿勞餘力繕寫, 使得以早就印役也. 餘留不備, 惟
乞○默諒, 謹謝狀. 丙辰三月十一日, 弟白三圭拜拜.
<그림 15> 존경표시의 문장 교정 부호 ‘○’
이전의 연구에서 고문서 원본의 존경표시를 문본화(줄잇기)된 판독문에 반영한
사례로는 한글 간찰을 판독한 이종덕(2005)과 이광호 등(2005, 2009)의 방식을 볼
수 있다. 이종덕은 존경표시의 대두를 ‘[極]’(다른 행보다 높이 올려쓴 것)과 ‘[移]’
(다른 행과 나란히 줄만 바꿔 쓴 平頭)로, 격자는 ‘[隔]’으로 쓰며 높히거나 벌린
글자 수를 반영하여 ‘[極1], [極2], [隔1], [隔2]’등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광호 등은 높혀 쓴 대두는 [擡], 줄만 바꾼 이항대두는 [移], 격자는 [隔]으로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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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문장 속의 해당 위치에 꺾쇠와
문자를 써넣는 방법인데, 이는 ‘비문자’정보를 ‘擡, 隔, 極, 移’와 ‘1, 2’ 등의 문자로
바꾸고 꺾쇠 [ ]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자정보 검색의 과정에서 이들 문자정보가 검색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부호의
갯수가 많고 꺾쇠 [ ]는 다양한 용도로 흔히 사용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2. 존경·겸하 표시 부호의 필요성
간찰 한문에서 존경과 겸하의 표시는 문자에 못지않은 중요한 정보이며, 따라서
한문간찰 해독자가 쉽고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부호로 명시함이 필요함을
보이는 방증 사례를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아래 문장 (1)에서 ‘善護’를 대두한 것은 ‘보호’의 행위자가 상대방임을 명시한
것인데 그것을 명시하지 않으면 해석에 큰 착오(ㄱ)가 생길 수 있다.
(1) 都事乃△生相切者, 必十分↑善護以來. (근묵.376)
ㄱ. 도사도 저와 절친한 사이이니, 반드시 충분히 잘 보호하여 인도할 것
입니다.(하영휘 해석)
ㄴ. 도사는 나와 절친한 사람이니 반드시 매우 잘 보호하여 데려와야 하네.
아래 문장 (2)에서는 ‘不遐’ 앞의 격자에 의한 존경표시가 없으면 문의 파악이
상당히 어려워져, ‘不遐’를 ‘멀지 않다’등의 형용사 술어로 해석하는 착오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2) ↑惠送三種.是↑情., 拜謝○不遐, 曷勝銘感! (法泉古簡.이세백)
멀리여기지 않으심에 절하며 감사드립니다.
아래 문장 (3)은 간찰 전문가인 하영휘와 조면희 모두가 ‘沈酒不復前簡’으로
읽고 ‘전번 편지에 답장을 못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前簡’ 앞에 존경표시
가 없으므로 이 편지는 작자가 상대방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16]의 우측 5행 ‘簡’자의 위치를 보면, 그 편지[簡]가 상대방이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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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 ‘前↑示朝夕資, 沈酒不復. 前簡果窘甚. <槿墨57.金絿>
ㄱ. 전에 비치신 아침저녁 끼닛거리는 술독에 빠져서 지난번 편지에 답장
을 못했는데, 과연 심히 군색합니다. (하영휘 해석)
ㄴ. 전에 알려 주신 양식끼니에 대한 자료는 술에 찌들어 앞서온 편지에
답장도 못했습니다. (조면희 해석)
ㄷ. 앞서 조석 끼닛거리에 대해 말씀을 주셨는데 (내가) 술에 빠져 답장을
못했소. 전번의 (내) 편지는 정말 군색한 점이 심했소.
東風猶., ↑氣味何如?
僕時淹命海島耳.前↑
示朝夕資, 沈酒不復.
前簡果窘甚, ↑惠照亦
不妨, 晉叔豈能裕繼. ↑
君我無嫌拒之理. 何以
相奉, 一暢沈抱? 餘懷都
在不言中 ……
<그림 16> 槿墨57 金絿
의 편지 일부
아래 문장 (4)에서 ‘往待’는 편지 수신인 김시좌가 할 행위가 아니고 ‘사환하인’
이며 따라서 간찰 원문에 존경의 격자가 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장유승 등은
‘가서 기다리는 것’을 김시좌의 행위로 잘못 해석하고 있는데, 수신인에 대한 존경
표시 격자의 유무를 주의하지 못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듯하다.
(4) 使喚下人書求於伯氏, 必當自明日往待矣. (農巖眞蹟#2.24)
ㄱ. 사환 하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우리 형님에게 부탁하였으니 반드시 내
일부터 가서 기다리는 것이 어떠한가? (장유승 해석)
ㄴ. 사환 하인은 형님께 편지로 요구했으니 반드시 마땅히 내일부터는 가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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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안동교 해석)
아래 문장 (5)에서 잇따른 여러 동사들 ‘求, 入, 施, 付送, 下諒’중 ‘下諒’앞에만
있는 존경의 격자는 동사의 행위자를 정확히 해석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표시가 될 수 있다.
(5) 良藥 …… 求得之際, 俱入浮費, 隨用以施之意, 付送于下隸, ○下諒若何. (문
충.1677)
양약 …… 구하는데는 모두 많은 비용이 들텐데 용도에 따라 드리겠다는
뜻을 아랫사람에게 전갈 하였으니 그리 알아 주십시오.
이상의 문장 (1, 2)는 간찰 원문에 존경의 대두와 격자가 있는 예이고 문장 (3,
4)는 존경의 격자가 없는 예이다. 만약 간찰 한문이 모두 존경표시 부호를 사용하
여, 독자에게 어떤 행위.물건이 누구의 것인가를 명시적으로 표현한다면 문장
(1, 3, 4)와 같은 번역착오의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문장성분들을
생략하는 간찰 한문에서,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표시하는 격자, 대두 및 측소자
등의 비문자 부호를 모두 생략한 채 한자만을 정서하여 제시한다면, 일반 한문
해독자들로서는 행동의 주체에 관한 해석 즉, 편지 속 사태의 정황을 파악하는데
혼란을 겪게 되기가 쉬울 것이다.
Ⅴ. 결론
조선 한문 간찰의 비문자 정보 중 존경표시류 부호에는 尊敬과 謙下를 표시하는
隔字, 擡頭, 側小字의 세 가지 형식이 있는데, 이 부호들은 문맥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행위의 주체 및 객체를 표시하는 중요한 문법표지의 역할을 한다.
존경표시는 존경대상에 속하는 실체인 명사.대사 이외에도 대상의 행위나 情
態인 동사.형용사.부사 등에도 붙는다. 존경표시의 중요 대상인 ‘서간의 수신
인’에는 자손.제자.부하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격자.대두는 상대에 대한 기본
적 존중의 의미를 담을 뿐이며 사실상 이인칭 代詞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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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 2016.03.30 심사일: 2016.05.02 게재확정일: 2016.05.20
있다. 겸하표시는 화자(발신자) 자신을 표시하는 실체사 앞에 쓰는 것이 보통이며,
화자의 행위를 표시하는 동사에는 측소자가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문장 필사의 과정에서 존경 표시가 누락된 경우에는 첨가부호를 사용해 그것을
보충해 넣는다. 서둘러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존경 표현의 규칙을 준수하고, 어쩌다
실수로 빠뜨렸을 경우에 교정부호로 고치기까지 했다는 것은, 그것이 문자에 못지
않은 매우 중요한 정보였음을 말한다. 존경표시의 교정부호는 ‘고리’ 형태의 여러
변형을 사용하는데, 대체로 해당 글자의 우상측에 그리며, 때로는 좌측이나 행
양편에 그리기도 한다.
간찰의 사용자가 중요한 정보로 여겨서 그 표시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며 교정까
지 가한 존경표시의 부호 체계를, 해서화한 판독문에 반영하는 것은 원 자료의
정보를 온전히 전달하는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판독문에서는 대두나 격자 및 측소
자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거나 일부만 반영하거나 하였는데, 우리는 다음의 기호들
을 사용하여 文本(텍스트)을 작성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1. ○: 隔字. 尊敬표시를 위한 빈칸
2. ↑: 擡頭. 尊敬표시를 위한 줄바꾸기 및 올려쓰기.
3. △: 側小字. 謙讓표시를 위해 치우쳐 쓴 잔글씨.
우리는 한문 간찰의 판독 및 번역 과정에서 존경표시에 주의하지 않은데 기인한
과오가 가끔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간찰의 존경표시를 판독문 문본
에 반영하는 것은, 발화자인 발신인의 의미표현을 충실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문 간찰의 해독자에게 문맥 정보를 좀 더 잘 제공하여 상황파악의 착오를
막고 정확한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문 간찰의 각종 부호에 대한 이 초보적 연구에서의 정리와 제안이 학계의
공론 형성에 약간의 도움이 되고, 고대 문헌의 정리와 학습을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존경 표시의 교정부호는 간찰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편이어서, 그것이 많이 사용되는 문집 초고의 교정본과 분재기 등의 고문서
및 成冊古文書에서 더 많은 용례를 수집.정리한 이후의 연구를 기다린다.
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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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 漢文簡札의 존경·겸하 표시 부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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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Marks of Respect in Chinese
Letters of Chosŏn Dynasty
Im, Byeong-gwon · Kang, Taek-goo
There are several Marks of non-character Information that use symbols, alter the sige
of character, or put a blank space in Chinese letters of Chosŏn Dynasty. Relying on the
visual-effects by three methods, i.e. blank space, raising, downscale, the marks of respect
and modesty play the roles of grammatical sign which indicate the agent and object of
the action. The mark of respect usually states in front of the noun and pronoun meaning
the object of respect, and sometimes in front of the verb, adjective and adverb
commenting the object of respect. The marks of blank space and raising therefore actually
have the function of a second-person pronoun, namely the receiver of the letter. The mark
of modesty almost appear on the substantive word, not on the predicative word.
The gentry of Chosŏn Dynasty strictly observed the role of respect and modesty, and
if they committed an omission of respect mark, they necessarily have adjusted by
correction marks. It shows the importance of these marks. Accordingly, we suggest that
we should use three signs, i.e. 1) '○' for blank space, 2) '↑' for raising to the top of
the lane, 3) '△' for downscaled and right-sided, in the course of deciphering and
textualizing the Chinese letters.
Key Words : Chinese Letter, Mark of Respect, Mark of Modesty,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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