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목자구(山木自寇)

2018. 8. 17. 16:40詩書藝畵鑑賞

작가미상의 옛 중국화 <계교은일도(溪橋隱逸圖)> 경편(鏡片) (設色絹本, 25×30cm)

 

山木自寇  膏火自煎
桂可食故伐之  漆可用故割之
人皆知有用之用  而不知無用之用也
(산목자구 고화자전
 계가식고벌지 칠가용고할지
 인개지유용지용 이부지무용지용야)


산의 나무는 자신을 베고

기름은 불을 밝혀 자신을 태우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기에 베이고

옻나무는 쓰임새가 있어 잘리네
사람들은 모두 쓸모 있는 쓰임은 알면서도

쓸모 없는 쓰임은 알지 못하네


☞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현인이자 은자(隱者)였던 접여(接輿/육통 陸通)가 공자(孔子)를 보고 했다는 말이다.

 

접여는 평소 미친 척하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초나라의 미치광이(狂人)'라고 불렀다.


산의 나무는 도끼자루(柯)를 만드는데 쓰인다. 그 도끼는 결국 나무 자신을 베게 된다.

 

바로 도끼자루라는 쓰임새(有用) 때문에 자신을 베게 된 것이다.

 

향초는 향기라는 쓰임새 때문에 자신을 태우게 되고, 기름은 불을 밝힐 수 있는 쓰임새로 인해 자신을 녹이게 된다(薰以香自燒  膏以明自銷).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는 쓰임새, 옻은 칠을 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에 베이고 잘려나간다.

 

이것이 접여가 말하는 '쓰임새 있는 쓰임' '쓸모 있는 쓰임'(有用之用)이다.

 

알고 보면 유용지용(有用之用)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을 헤치는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쓸모 없는 것들은 쓸모 없다는 그 이유 때문에 베이거나 잘려나가는 법이 없다. 

 

산과 들의 이름 없는 꽃과 초목들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아무렇게 자라고 형편대로 가지를 뻗는다. 그러니 모양이 좋다거나 고울 리도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관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이도 없고, 따뜻한 애정을 주는 이도 없다.


그러나 산과 들을 지키는 이 이름 없고, 도무지 쓸모 없는 초목들. 이들이야말로 천지의 주인공이고, 건곤의 자식들이다.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고, 땅에 가뭄과 홍수가 들 때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은 이들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동물들이 살아가고 인간도 목숨을 부지하게 되며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러니 이들의 쓸모 없는 쓰임(無用之用)이야말로 유용지용을 능가하는 더 큰 쓰임이 아닌가.

 

유용지용(有用之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작가미상의 옛 중국화 <편주은일도(片舟隱逸圖)> (12.5×15.5cm)


작가미상의 옛 중국화 <추산은일도(秋山隱逸圖)> 단선(團扇) (水墨綾本, 直徑24cm)


작가미상의 옛 중국화 <초당은일도(草堂隱逸圖)> (紙本, 62×31cm)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