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5. 11:09ㆍ한시
林居十五詠[임거십오영] 乙未 李彦迪[이언적]
早春[조춘] 이른 봄
春入雲林景物新[춘입운림경물신] : 구름낀 숲에 봄이드니 경치가 새로와
澗邊桃杏摠精神[간변도행총정신] : 산골짜기 복숭아 살구 모두 고상하고 신비롭네.
芒鞋竹杖從今始[망혜죽장종금시] : 짚신에 지팡이 짚고 지금부터 나아가
臨水登山興更眞[임수등산흥갱진] : 물을 임하여 산에 올라 참된 흥취를 더하리라.
暮春[모춘] 늦은 봄
春深山野百花新[춘심산야백화신] : 산과 들에 봄이 깊으니 온갖 꽃들이 새로워
獨步閑吟立澗濱[독보한음립간빈] : 홀로 걸으며 읊는 틈에 산골 물가에 임하네.
爲問東君何所事[위문동군하소사] : 봄의 신에게 묻노니 하는일이무엇인가 ?
紅紅白白自天眞[홍홍백밷자천진] : 불긋불긋 희끗희끗 자연 그대로의 참됨일쎄.
初夏[초하] 초여름
又是溪山四月天[우시계산사월천] : 산과 시내를 4월의 자연이 또 다스리니
一年春事已茫然[일년춘사이망연] : 한 해의 봄 일에 이미 아무 생각없이 멍하구나.
郊頭獨立空惆悵[교두독립공추창] : 들 머리에 홀로 서서 쓸데없이 실심하고 한탄하며
回首雲峯縹緲邊[회수운봉표묘변] : 구름 띤 봉우리 어렴풋한 모퉁이로 고개 돌리네.
茫然[망연] : 아득 함, 아무 생각없이 멍 함.
縹緲[표묘] :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秋聲[추성] 가을의 소리
月色今宵分外明[월색금소분외명] : 오늘밤 달빛은 분에 넘치게 밝으니
憑欄靜聽已秋聲[빙란정청이추성] : 이 가을의 노래 난간에 기대어 조용히 듣는구나.
商音一曲無人會[상음일곡무인성] : 한 가락 가을 소리 이해하는 사람도 없어
鬢上霜毛四五莖[빈상상모사오경] : 살쩍 위에 너댓 줄기 흰머리카락 가려 뽑네.
冬初[초동] 초겨울
紅葉紛紛已滿庭[홍엽분분이만정] : 붉은 잎 어지러이 섞이어 이미 뜰에 가득하나
階前殘菊尙含馨[개전잔국상암형] : 섬돌 앞에 남은 국화는 오히려 향기를 머금었네.
山中百物渾衰謝[산중백물혼쇠중] : 산 속의 모든 사물은 전부 쇠히여 시들어도
獨愛寒松歲暮靑[독애한중세모청] : 오직 세모에도 푸르른 찬 소나무를 사랑하네.
悶旱[민한] 가뭄에 속 썩이며
農圃年年苦旱天[농포년년고한천] : 농사짓는 밭에 해마다 쨍쨍한 날씨가 계속되니
邇來林下絶鳴泉[이래림하절명천] : 근래엔 숲속 아래에 샘물소리 끊어졌네.
野人不識幽人意[야인불식유인의] : 시골 사람들 숨어사는 사람의 마음 알지못하고
燒盡靑山作火田[소진청산작화전] : 푸른 산을 다 불살라 화전을 만드는구나.
喜雨[희우] 반가운 비
松櫺一夜雨聲紛[송령일야우성분] : 온 밤 느슨한 처마에 비오는 소리 어지러워
客夢初驚却喜聞[객몽초경각희문] : 꿈꾸던 나그네 처음엔 놀랐다가 도리어 즐기며 듣는구나.
從此靑丘無大旱[종차청구무대한] : 이후로는 동쪽 언덕엔 큰 가뭄이 없을터
幽人端合臥巖雲[유인단합와암운] : 유인은 생각을 모아 높은 바위에 눕는구나.
感物[감물] 사물에 느껴서
卜築雲泉歲月深[복축운천세월심] : 운천에 집을 짓고 세월만 깊어지니
手栽松竹摠成林[수재송죽총성림] : 손으로 심은 솔과 대는 모두 숲을 이루었네.
煙霞朝暮多新態[연하조모하신태] : 아침 저녁 안개와 노을 새 모습에 더 좋아도
唯有靑山無古今[유유청산무고금] : 다만 청산은 예나 지금이나 없는듯이 있구나.
無爲[무위] 할일 없어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 만물은 변화하며 바꾸어 일정한 모습이 없으니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백수시] : 나는 잠시 한가함을 맞아 스스로 계절을 따르네.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설경영력] : 새해가 되니 글을 짓는 힘이 점점 줄어들어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 늘 청산을 대하면서도 시를 짓지 못하는구나.
觀物[관물] 물상을 보며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 : 요순의 사업은 천고에 높고 크니
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 : 한 점 뜬구름이 큰 하늘을 지나가네.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임벽간] : 푸른 물가에 임한 작은 집에 쓸쓸히 바람불어
澄心竟日玩游魚[징심경일완유어] : 맑은 마음으로 종일토록 노는 물고기를 희롱하네.
溪亭[계정] 시냇가의 정자
喜聞幽鳥傍林啼[희문유조방림제] : 그윽한 새들이 숲 곁에서 우니 즐겁게 들리고
新構茅簷壓小溪[신구모첨압소계] : 새로 얽은 띳집 처마는 좁은 산골짜기에 죄여드네.
獨酌只邀明月伴[독작지요명월반] : 밝은 달을 짝하여 홀로 술을 따라 이를 맞으니
一間聊共白雲棲[일간료공백운서] : 잠시 동안이나마 에오라지 흰 구름 함께 깃드네.
獨樂[독락] 홀로 즐기며
離群誰與共吟壇[이군수여공음단] : 무리와 떨어지니 누구랑 뜰에서 함께 읊을런지
巖鳥溪魚慣我顏[암조계어관아안] : 높은 새와 시내의 물고기 내 얼굴과 익숙하다오.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 이 중에 기이하고 뛰어난 곳을 알고자 하여
子規聲裏月窺山[자규성리월규산] : 두견이 노래 속에 달과 산을 살펴보네.
觀心[관심] 마음을 보다
空山中夜整冠襟[공산중야정관금] : 빈 산속에 한 밤중에 의관을 가지런히하니
一點靑燈一片心[일점청등일편심] : 한 점 푸른 등불 한 조각 마음이어라.
本體已從明處驗[본체이종멸체험] : 본체는 이미 제멋대로 밝은곳을 증험하였기에
眞源更向靜中尋[진원갱향정중심] : 참된 근원을 고요함 속에 찾아서 다시 바라보네.
存養[존양] 성품을 기름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 산속에 비가 시끄럽게 떨어져 꿈에서 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 창 밖의 들 꿩 소리 홀연히 들리는구나.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 세상사 만가지 생각이 모두 다 사라지니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 한갖 영혼의 근원이 있어 한 점 명료하게 드러나네.
秋葵[추규] 가을 해바라기
開到淸秋不改英[개도청추불개영] : 맑은 가을이 되어 피고 꽃부리를 바꾸지 않으니
肯隨蹊逕鬪春榮[긍수혜경투춘영] : 좁고 좁은 길을 따라서 즐기며 봄 꽃과 경쟁을 하네.
山庭寂寞無人賞[산정적막무인상] : 적막한 산 속 집에는 즐기는 사람 없으니
只把丹心向日傾[지파단심향일경] : 다만 붉은빛 꽃술 한웅큼을 해를 향해 기울이네.
晦齋集[회재집] 卷之二[권지이] 律詩/絶句[율시/절구] 1565년 간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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