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1. 18:04ㆍ한국의 글,그림,사람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 김홍도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오주석씨는 1994년 4월 호암미술관에서 단원 김홍도 특별전 준비를 위촉받았다.
그는 단원에 관한 기초자료를 정리하면서 이 화가가 지은 시조 두편을 발견하고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홍도의 시라? 그런 게 있었던가?
먼데 닭 울었느냐 품에 든 임 가려하네
이제 보내고도 반밤이나 남았으니
차라리 보내지 말고 남은 정을 펴리라
봄물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놓았으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가 물이로다
이 중에 늙은 눈에 뵈는 꽃은 안개 속인가 하노라
두편 중에 위엣 것은 좀 야한 느낌이 든다.
어떤 정황에서 지어진 시인지 모르나, 기구한 이별과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간략한 시어 속에 애틋하게 숨어있다. 후자는 문학적인 매력이 만만찮아 눈에 확 띤다.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위가 물이로다. 이게 무슨 뜻인가?
그 열쇠는 마지막 행의 안개라는 말에 담겨있다.
안개가 하늘과 물의 경계를 갈라 마치 위 아래가 뒤바뀐 듯한 기이한 풍경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김홍도의 그림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에는 그의 이 시조를 떠올리는 귀절이 화제로 씌어져있다.
노년화사무중간(老年花似霧中看)
늙은 시절의 꽃은 안개속에서 보는 것 같네.
이 아름다운 귀절은 두보의 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한식 전날 배위에서 짓다)의 일부이다.
우리말로 첫 연만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좋은 날 억지로 먹고마셨더니 오히려 춥네
상에서 비켜나와 쓸쓸히 삿갓을 쓰네
봄강의 배는 하늘 위에 앉은 듯 하고
늙은 시절의 꽃은 안개속 같네
두보가 59세로 죽던 해(770년)에 쓴 작품이라 한다. 쓸쓸한 기색이 감돈다.
김홍도는 이 시에 애착을 가졌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가 늙었을 무렵이리라.
꽃을 바라봐도 즐겁기 보다는 왠지 깊고 묘연한 슬픔을 느끼던 때였으리라.
살아갈 수록 깊은 안개 속같은 삶의 정체에 대해 무상해하고 있을 무렵이었으리라.
우리는 두보에게 감사해야 한다.
두보가 던져준 이 소슬한 시상은 단원의 붓끝에 담대한 화의(畵意)로 피어올라
우리에게 주상관매도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지 않았던가.
http://cafe.daum.net/lyyhi/NJdY/203小巖 李永熙
'늙은 나이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네'
라는 두보의 시구를 두고 그린 그림이다.
화면은 대부분이 여백이고 있는 것이라고는, 하변의 토파와, 배 한척
그리고 매화가 피어있는 산등성이이다.
산등성이 아래와 이로 자욱이 안개가 피어올라 있다.
모두 선적인 화경에 무르익은 노인 단원의 수법이다.
김홍도. 주상관매도. 지본담채, 164 x 76cm, 개인 소장.
저는 의견이 많이 다릅니다.
제게는 '음화(淫畵)'로 보입니다. 벌거벗고 누운 여자의 음부를 그렸단 것이지요.
자 보십시요. 누워서, 왼쪽 다리는 늘어뜨렸으되 오른쪽 무릎은 약간 세운 자세입니다.
지금 늙은이 김홍도가 그걸 감상하고 있는 중이예요.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 늙은 나이에 보는 꽃은 안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네)' …
여자의 거시기를 봐도 맘만 있을 뿐 거시기가 안된다는 한탄입니다.
그리고 또 자세히 보면, '老年花似霧' 과 '中看'을 따로 썼습니다.
'霧中看(무중간)'으로 떼어 쓴 것이 아니고 '中看(중간)'만을 떼어놓았단 말입니다.
또 '中看'은 글씨도 터럭처럼 가늘게 썼군요. 왤까요?
"中!" - 말 그대로 여자의 몸가운데! 중간! 딱 갈라진 데! 바로 '거기' 란 말입니다.
여기서 간(看)은 '볼 간'이지만 '사이 간(間)'하고 음이 같잖습니까?
아주 교묘하게 감춘 것입니다.
장담하건대, 이 그림은 춘화(春畵)입니다!
자, 그림을 다시 봅시다.
화제(畵題)로 쓴 글씨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위치도 떡허니 상하 중간에다 쓴 것도 그렇고,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그린 것인데 글씨가 저리 선명해서야 되겠습니까?
따라서 글씨, 저것은 문신(紋身)을 은유하는 겁니다.
자기가 한창 젊을때 데리구 놀던 기생에게 새겨준 문신!,
지금 그걸 회상하고 있는 겁니다.
즉, 이 그림의 키포인트는 바로 <털(淫毛)>과 문신(紋身)>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여자의 음부를 감상하는 관음증 작품인데,
춘화이긴 하되 음란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외려 측은한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늙은이의 회상이기 때문입니다.
김홍도가 이 그림 그렸을 때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요?
먹 찍고나서 10분이면 너끈하게 그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무척 뜸을 들여가며 그렸을 겁니다.
왜냐?
아들 며느리한테 보약 한 재 지어달라고 시위하는 거거든요.
일부러 대청마루에 나와 앉아서 그렸을 게 뻔합니다.
"자아, 나도 남자다! 근데 그게 안돼!" - 바로 이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작품의 제목은 <주상관매도>가 아니라,
<보지도> 또는 <보약해도>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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