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18. 09:10ㆍ한시
청명淸明
만당晩唐 두목杜牧 (803 ~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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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시절우분분淸明時節雨紛紛하니
노상행인욕단혼路上行人欲斷魂이라
차문주가하처재借問酒家何處在오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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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 넋을 잃을 것 같네.
짐짓 묻노니, 술집이 어디에 있소?
목동이 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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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明: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때로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의 하나이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있으며, 한식寒食과 겹치거나 그 다음 날이다. 그래서 ‘청명淸明에 죽으나 한식寒食에 죽으나 …’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청명과 한식이 겹치니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청명은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여 태양이 황도黃道의 15도度에 이르는 때로 양력4월5일경이며, 예로부터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중요한 날로 여겼다.
紛紛: 부사副詞로는 ‘(많은 사람이나 물건이) 잇달아, 몇 번이고, 쉴 사이 없이, 계속하여’의 뜻이 있고, 형용사形容詞로는 ‘(의론이나 떨어지는 물건 등이) 분분하다. 어수선하게 많다’는 뜻이 있다.
欲斷魂: ‘혼이 끊어지는 것 같음, 넋을 잃을 것 같음’의 뜻이다.
借問: 지나가는 말로 그저 한번 물어본다는 뜻이다.
遙指: ‘멀리 ~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杏花村: 행杏은 ‘살구나무 행’자로 ‘살구나무, 살구, 은행나무, 살구나무의 열매’를 뜻하므로 행화촌杏花村은 살구나무 꽃이 핀 마을을 의미한다. 이 시詩의 영향으로 중국 도처에(19곳) 행화촌이라는 지명地名이 생겼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지명이 아니라 단순히 ‘살구꽃 핀 마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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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과의 갈잎 중간키 나무인 살구나무의 살구殺狗는 ‘개를 죽인다’는 뜻이다. 살구나무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나무의 열매, 즉 행인杏仁에 독이 있기 때문이다. 매화처럼 살구나무도 꽃이 먼저 핀다. 연분홍 살구꽃이 피는 날은 지역마다 기후 차이로 다르지만 대개 4월 5일경으로 아주 아름다운 봄날이다. 옛날 선비들은 이 시기에 살구꽃을 구경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술집에서도 대부분 살구나무를 심었는데, 두목杜牧의 ‘청명淸明’이라는 이 시詩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살구꽃이 피는 마을, 즉 행화촌杏花村을 ‘술집’이라 부른다. 사람들이 살구꽃 피는 시절 풍류만 즐긴 것은 아니다. 이 시기는 각지의 지방 시험 합격자들이 서울로 올라갔다. 당唐나라 때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공식 행사나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그 중 행사의 핵심은 당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명승지인 곡강曲江 가의 살구꽃이 있는 행원杏園이었다. 그래서 살구나무를 과거시험에 급제한 꽃을 의미하는 ‘급제화及第花’라고도 부른다.
[출처] 두목杜牧의 청명淸明|작성자 향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