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禹錫 [陋室銘]

2016. 9. 27. 11:27한문상식

劉禹錫 [陋室銘] 유우석 [누실명]

 

山不在高 有仙則名 산불재고 유선즉명

산이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으면 이름난 산이요

 

水不在深 有龍則靈 수불재심 유용즉영

물이 깊지 않아도 용이 있으면 신령한 물이라지

 

斯是陋室 惟吾德馨 사시누실 유오덕형

이곳은 비록 누추한 집이나 오직 나의 덕으로도 향기가 난다네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태흔상계록 초색입렴청

이끼 낀 계단은 푸르고 풀빛은 발을 통해 더욱 파랗고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담소유홍유 왕래무백정

담소하는 선비가 있을 뿐 왕래하는 백성은 없도다

 

可以調素琴 閱金經 가이조소금 열금경

거문고를 타고 불경 뒤적이며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무사죽지난이 무안독지노형

음악은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관청의 서류로 몸을 수고롭게 하지 않아

 

南陽諸葛廬 西蜀子雲亭 남양제갈려 서촉자운정

남양 제갈량의 초가집이나 서촉 양자운의 정자와 같으니

 

孔子云 何陋之有 공자운 하루지유

공자께서도 "(군자가 거처함에) 무슨 누추함이 있으리오"

 

중국 중당(中唐)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지은 자계(自戒)의 글이다.

유우석은 자가 몽득(夢得)이며, 21세에 진사가 되었다. 중앙정부의 젊은 관료로서 왕숙문(王叔文유종원(柳宗元) 등과 함께 정치 개혁에 나섰으나 실패하여 지방의 하급관리로 좌천되었다. <누실명>은 이 무렵 지은 작품

 

누실陋室''누추한 집'이라는 뜻이며, '()'은 대개 쇠북이나 솥, 비석 따위에 스스로 경계하거나 남의 공덕을 길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지은 문장의 한 종류를 말한다. 작자는 누추한 집에 살지만 덕()의 향기로 가득 채우겠노라며 자신이 놓인 초라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드러내면서, 일세를 풍미한 촉나라의 제갈량(諸葛亮)과 한나라의 양웅(揚雄)이 살던 초라한 집을 언급하여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마지막 구절에서는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을 그와 같은 군자(君子)로 끌어올리고 있다. 논어(論語)<자한(子罕)>편에 공자가 구이(九夷) 땅에 거하려고 하였을 때 누군가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자 공자는 "군자가 사는 곳에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말한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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陋室銘

누추한 방에 부치다 許筠 허균

 

房闊十笏, 南開二戶, 午日來烘, 旣明且煦.

방 너비는 열 홀쯤인데 남쪽으로 문 두 짝을 내니 한낮 볕 들이쬐어 밝고 또 따사롭구나.

 

家雖立壁, 書則四部, 餘一犢鼻, 唯文君伍.

집은 비록 벽만 섰을지라도 책은 고루 갖추었으니, 남은 것은 쇠코잠방이 입은 이 몸, 탁문군의 짝뿐일세.

 

酌茶半甌, 燒香一炷, 偃仰棲遲, 乾坤今古.

반 사발 차를 마시고 한 자루 향 사르며 한가로이 숨어 살면서 천지고금을 마음에 품었노라.

 

人謂陋室, 陋不可處, 我則視之, 淸都玉府.

남들은 누추한 집이라 하면서 힘들어 어찌 살까 걱정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신선들이 사는 궁궐일세.

 

心安身便, 孰謂之陋, 吾所陋者, 身名並朽.

마음은 평안하고 몸은 편안하니 누가 감히 누추함을 말하는가. 내가 누추하다 여기는 것은 몸과 이름이 함께 썩어 가는 것일세.

憲也編蓬, 潛亦環堵, 君子居之, 何陋之有.

원헌(原憲)은 쑥대로 엮은 집에서 살았고, 도잠(陶潛)도 아주 작은 집에 거했다네. 군자가 산다면,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

 

방활(房闊) : 방의 너비.

() : 신하가 황제나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드는 막대기 모양의 패. 길이가 두 자 여섯 치(80센티미터가량)였다. 10홀이면 세 평쯤 될 것이다.

() : . 출입구.

내홍(來烘) : 볕 따위가 들이쬐는 것.

() : 따스하다.

사부(四部) : (), (), (), ()으로 분류된 모든 책.

독비(犢鼻) : 독비곤(犢鼻褌)의 준말. 쇠코잠방이. 농부 등이 여름에 입는 짧은 잠방이.

문군(文君) : 문군(文君)은 탁문군(卓文君)을 말한다. 한나라 때 재상을 지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젊은 날 탁문군과 함께 살면서 주막을 차려 술을 팔았다. 이때 쇠코잠망이를 입고 주방일을 거들었다고 한다.

() : 동반자, .

작다(酌茶) : 차를 마시는 것.

() : 사발. 중발(작은 사발).

() : 자루. 향촉을 세는 단위.

언앙(偃仰) : 누워서 올려다본다는 뜻으로 편안하게 한가로이 쉬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

서지(棲遲) : 벼슬하지 않고 은둔하여 편안히 삶.

누실(陋室) : 누추한 집. 공자가 구이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누추해서 어찌하시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군자가 사는 곳에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이후 누실은 예를 지키면서 은둔하여 사는 군자의 거처를 가리키는 표상이 되었다.

청도(淸都) : [초사]에 나오는 말로 옥황상제가 사는 곳을 뜻한다.

옥부(玉府) : 신선들이 사는 궁궐.

() : 썩음.

() :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인 원헌(原憲)을 말한다.

편봉(編蓬) : 쑥대를 엮다. 원헌이 워낙 가난하여 쑥대를 엮어 문을 만들고 풀을 얹어 지붕을 만들었다는 데서 온 말. 청빈한 삶을 가리킨다.

() : 도잠(陶潛), 즉 도연명을 말한다.

환도(環堵) : ()은 둘레라는 뜻이고, ()는 길이 단위로 5(, 8), 40자이다.

따라서 둘레가 12미터쯤 되는 아주 작은 집을 뜻한다. 도연명은 워낙 가난해서 집이 너무 허술하여 비바람을 가리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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