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1. 13:45ㆍ한문기초書
한유 기념관
한유韓愈(768-824)
자 퇴지(退之). 시호 문공(文公). 회주(懷州) 수무현(修武縣:河南省) 출생. 792년 진사에 등과, 지방 절도사의 속관을 거쳐 803년 감찰어사(監察御使)가 되었을 때, 수도(首都)의 장관을 탄핵하였다가 도리어 양산현(陽山縣:廣東省) 현령으로 좌천되었다. 이듬해 소환된 후로는 주로 국자감(國子監)에서 근무하였으며, 817년 오원제(吳元濟)의 반란 평정에 공을 세워 형부시랑(刑部侍郞)이 되었으나, 819년 헌종황제(憲宗皇帝)가 불골(佛骨)을 모신 것을 간하다가 조주(潮州:廣東省) 자사(刺史)로 좌천되었다. 이듬해 헌종 사후에 소환되어 이부시랑(吏部侍郞)까지 올랐다.
문학상의 공적은 첫째, 산문의 문체개혁(文體改革)을 들 수 있다. 종래의 대구(對句)를 중심으로 짓는 변문(騈文)에 반대하고 자유로운 형의 고문(古文)을 친구 유종원(柳宗元) 등과 함께 창도하였다. 고문은 송대 이후 중국 산문문체의 표준이 되었으며, 그의 문장은 그 모범으로 알려졌다. 둘째, 시에 있어 지적인 흥미를 정련(精練)된 표현으로 나타낼 것을 시도, 그 결과 때로는 난해하고 산문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제재(題材)의 확장과 더불어 송대의 시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사상분야에서는 유가의 사상을 존중하고 도교 ·불교를 배격하였으며, 송대 이후 성리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작품은 《창려선생집(昌黎先生集)》(40권) 《외집(外集)》(10권) 《유문(遺文)》(1권) 등의 문집에 수록되었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사전
木在山(목재산)하며 馬在肆(마재사)하여 過之而不顧者(과지이불고자)가 雖日累千萬人(수일누천만인)이라도
未爲不材與下乘也(미위부재여하승야)로되 及至匠石過之而不睨(급지장석과지이불예)하며 伯樂遇之而不顧(백락우지이불고)면 然後知其非棟梁之材(연후지기비동량지재)와 超逸之足也(초일지족야)니라.
나무가 산에 있고 말이 마구간에 있되 그들 앞을 지나가면서 거들떠 보지 않는 이가 비록 하루에 수천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해서 재목감이 못되거나 나쁜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유명한 목수 장석(匠石)이 그 앞을 지나면서도 눈 여겨 보지 않고, 유명한 말 감정사인 백락(伯樂)이 그것을 대하고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면, 그런 뒤에야 그것이 좋은 재목이 아니고 재빠른 발을 가진 말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以某在公之宇下非一日(이모재공지우하비일일)이오 而又辱居姻婭之後(이우욕거인아지후)하니 是生于匠石之園(시생우장석지원)이오 長于伯樂之廐者也(장우백락지구자야)라. 於是而不得知(어시이부득지)면 假有見知者千萬人(가유견지자천만인)이라도 亦何足云耳(역하족운이)리오? 今幸賴天子(금행뢰천자)가 每歲詔公卿大夫貢士(매세조공경대부공사)하여 若某等比(약모등비)라도 咸得以薦聞(함득이천문)이라. 是以(시이)로 冒進其說(모진기설)하여 以累於執事(이루어집사)하니 亦不自量已(역부자량이)나 然執事其知某何如哉(연집사기지모하여재)오?
아무개(某)는 공의 문하에서 지낸 지 하루 이틀이 아니며, 또한 인척관계로도 욕되이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는 장석(匠石)의 뜰에서 생장하고 백락(伯樂)의 마구간에서 자란 것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알아줌을 얻지 못한다면, 비록 보고 알아주는 사람이 천만 인이 있게 된다해도 어찌 족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다행히도 천자께서 해마다 명을 내리시어 공경대부들에게 선비들을 추천케 하시는 덕분에, 아무개와 비슷한 사람들도 모두 천거되어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무례를 무릅쓰고 이러한 말씀을 올려 공께 누를 끼쳐 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한 짓이기도 합니다마는, 공께서는 아무개를 어떠한 사람으로 알고 계시는지요?
昔人有鬻馬不售於市者(석인유육마불수어시자)러니 知伯樂之善相也(지백락지선상야)하고 從而求之(종이구지)하여 伯樂一顧(백락일고)에 價增三倍(가증삼배)라. 某與其事(모여기사)로 頗相類(파상류)라. 是故(시고)로 始終言之耳(시종언지이)로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말을 시장에 내다가 팔려고 했으나 팔리지 않자, 백락이 말을 잘 감정하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가서 말을 보아줄 것을 청했답니다. 백락이 한 번 보아주자, 말값이 세배로 뛰었다 합니다. 아무개의 경우와 그 일이 몹시 비슷합니다. 그런 까닭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야기를 말씀 드린 것입니다.
<註解>
- 肆(사) : 저자, 시장, 마구간(책에서는 시장으로 번역하였으나 마구간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 不材(부재) : 재목감이 못 됨.
- 下乘(하승) : 하급의 말. 둔한 말.
- 匠石(장석) : 戰國時代의 이름난 匠人으로 재목을 잘 감별하였다 함.
- 不睨(불예) : 거들떠 보지 않다. 睨는 흘겨 보다, 눈여겨 보다.
- 伯樂(백락) : 秦나라 穆公때 사람으로 本名은 孫陽. 말을 잘 감정하는 것으로 유명했음.
- 棟梁(동량) : 마룻대와 들보. 좋은 재목감을 뜻함.
- 超逸之足(초일지족) : 재빠른 말을 가진 말. 駿足之馬를 뜻함.
- 某(모) : 아무개. 韓愈가 이 書를 통해 추천하려는 사람. 이 글은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인물을 추천하고자 쓴 글이나, 추천서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또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떤 이는 한유가 자기를 自薦한 글이라 보기도 한다.
- 辱居姻婭之後(욕거인아지후) : 욕되이 인척관계상 뒷자리를 차지하다. 즉 추천서를 받을 사람과 추천하고자 하는 인물이 먼 친척관계임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임. 姻은 사돈을 뜻하며 婭는 同婿를 뜻하므로, 姻婭는 인척관계의 뜻.
- 生于(생우) : ~에서 생장하다.
- 長于(장우) : ~에서 자라나다.
- 假(가) : 설령. 가령.
- 賴(뢰) : 입다. 의지하다.
- 貢士(공사) : 선비를 뽑아 올리는 것. 조정에 선비를 천거하는 것.
- 若某等比(약모등비) : 아무개와 비슷한 사람들. 比는 類의 뜻.
- 冒進(모진) : 실례를 무릅쓰고 올림.
- 不自量(부자량) :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다. 외람된 행동을 하였다는 뜻.
- 何如哉(하여재) : 《韓昌黎文集》에는 「如何哉」로 되어 있다. 어떻게 ~ 하십니까?
- 鬻馬(육마) : 말을 팔다. 鬻은 賣의 뜻.
- 不售(불수) : 팔리지 않다.
- 善相(선상) : 관상을 잘 보다. 여기서는 말을 잘 식별한다는 뜻.
- 某與其事(모여기사) : 아무개의 경우와 그 일. 其事는 백락이 말을 파는 사람을 돌보아 준 것.
- 頗(파) : 몹시.
- 相類(상류) : 서로 비슷하다.
- 始終(시종) : 처음부터 끝까지.
- 言之(언지) : 그것을 말했다. 즉 백락의 고사를 말했다.
출처 : 신완역 고문진보 후집/김학주 역저/명문당
[출처] 한유_위인구천서(韓愈_爲人求薦書)/고문진보 후집(古文眞寶 後集)|작성자 붕정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