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1. 13:40ㆍ한문기초書
왕희지(王羲之 ; 307-365)
蘭亭記(난정기)
왕희지(王羲之)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에 會于會稽山陰之蘭亭하니 修禊事也라. 羣賢畢至하고 少長咸集이라. 此地有崇山峻領과 茂林脩竹하고 又有淸流激湍이 暎帶左右라. 引以爲流觴曲水하여 列坐其次하니 雖無絲竹管絃之盛이나 一觴一詠이 亦足以暢叙幽情이라.
영화 9년 계축 늦은 봄 초승에 회계산 북쪽 난정에 모였는데, 계제사(禊祭祀)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많은 현재(賢才)들이 모이고 젊은이, 나이 많은 이들이 모두 모였다. 이곳은 높은 산, 험준한 봉우리들이 있고, 무성한 숲과 길게 자란 대나무가 있다. 또 맑은 시냇물과 여울이 정자의 좌우를 띠처럼 서로 비치며 둘러싸고 있다. 시냇물을 끌어 들여 술잔을 띄울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를 만들어 놓고 차례로 줄지어 둘러앉았다. 비록 거문고나 피리같은 음악이 있는 성대한 연회는 아닐지라도 술 한 잔 마시고 시 한 수 읊으니 또한 그윽한 감정을 펴기에 족하다.
<註解>
- 永和九年 : 1354년. 영화는 東晉의 다섯 번째 임금 목제(穆帝)의 연호.
- 歲在癸丑 : 곧 그 해의 干支가 계축년(癸丑年)임.
- 暮春 : 음력 3월. 晩春.
- 初 : 3일을 말한다.
- 會稽山陰 : 회계산의 북쪽. 陰은 北을 뜻한다. 회계산은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 남동에 있는 명산.
- 修禊事 : 3월 삼짇날, 물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몸을 깨끗이 씻고 신께 빌어 재앙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계제사(禊祭祀)의 행사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修는 행하는 것. 禊事는 禊祭祀의 일.
- 畢至 : 모두 모임.
- 崇山峻領 : 높은 산과 험준한 고개.
- 茂林脩竹 : 무성한 숲과 긴 대나무.
- 淸流激湍 : 맑은 시냇물과 급격히 흐르는 여울.
- 暎帶 : 서로 비치고 어울려 있음.
- 流觴曲水 : 음력 삼월 삼짇날, 九曲의 流水에 잔을 띄워 놓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짓는 놀이. 觴(상)은 술잔. 曲水는 이리저리 구부러져 흐르는 물.
- 其次 : 각자가 앉아야 할 자리. 순서.
- 絲竹管絃 : 絲는 현악기, 竹은 관악기. 통칭 음악을 말한다.
- 一觴一詠 : 술 한 잔에 시 한수. 자기 앞에 흘러온 잔을 받아 술을 마신 다음, 그 잔을 물에 띄워 보내고, 다시 그 잔이 돌아오기 전까지 시를 완성하는 流觴의 놀이를 말한다.
- 暢叙幽情 : 그윽한 정을 충분히 펴냄.
是日也에 天朗氣淸하고 惠風和暢이라. 仰觀宇宙之大하며 俯察品類之盛하여 所以遊目騁懷가 足以極視聽之娛하니 信可樂也로다.
이 날, 하늘은 깨끗하고 공기는 맑았으며, 은혜로운 바람은 따스하고 부드러웠다. 머리 들어 우주의 광대함을 바라보고 고개 숙여 만물의 무성함을 살피면서 자유롭게 눈을 놀리며 마음 가는대로 생각을 달려보니 ,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註解>
- 惠風 : 봄바람. 은혜로운 바람.
- 品類之盛 : 만물이 한없이 무성함. 品類는 금수와 초목을 비롯한 만물을 가리킨다.
- 遊目騁懷(유목빙회) : 눈길을 들어 자유로이 바라보고, 마음에 품은 생각을 자유로이 마음껏 구사하는 것.
- 視聽之娛 :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 여기서는 경치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 信 : 진실로.
夫人之相與俯仰一世에 或取諸懷抱하여 悟言一室之內하고 或因寄所託하여 放浪形骸之外라. 雖趣舍萬殊하고 靜躁不同이나 當其欣於所遇하여 蹔得於己하여는 快然自得하여 不知老之將至라. 及其所之旣倦에 情隨事遷하여 感慨係之矣라. 向之所欣이 俛仰之間에 以爲陳迹하니 尤不能不以之興懷로다. 况脩短隨化하여 終期於盡이랴! 古人云 ; 死生亦大矣니. 豈不痛哉아?
무릇,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며 한 평생을 살아감에 있어, 어떤 이는 회포를 끌어내어 벗들과 한 방에 마주앉아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기에게 기탁되어 있는 사상을 근거로 육체의 밖에서 마음대로 놀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비록 취향이 만 가지로 다르고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같지 않으나, 저마다 자신이 처한 경우가 기쁘게 느껴지는 때에는 잠시나마 자기 뜻을 얻어 스스로 득의하여 장차 노년이 다가오리라는 것조차 모르고 지낸다. 그러나 그가 즐기는 일에 권태를 느끼거나 또 자신의 감정이 그 일에 따라 옮겨가서 변하게 되면, 여러 가지 감회가 일어나온다. 이전의 즐거웠던 일이 짧은 순간에 낡은 과거의 자취가 되어버리니, 특히 그것때문에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목숨이 길건 짧건 모두가 자연의 조화를 따라 마침내는 모두가 끝에 이르게 되는 데에야! 옛 사람이 말하기를 "죽고 사는 것은 매우 큰 일이다."고 하였으니, 이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註解>
- 俯仰一世 : 아래를 보기도 하고 위를 보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생활. 一世는 사람이 생존해 있는 한 세상.
- 取諸懷抱 : 자기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끌어 냄.
- 悟言 : 晤言과 같음. 晤는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 因寄所託 : 자기에게 寄託되어 있는 思想을 근거로 하여.
- 放浪形骸之外 : 육체의 밖에서 마음대로 떠돌게 함. 현실의 여러 가지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는 뜻.
- 趣舍萬殊 : 나아가고 물러서는 취향이 만 가지로 다름. 人心의 進退가 하나같지 않음을 뜻함.
- 靜躁不同 :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같지 않음.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몸가짐을 말한다.
- 所遇 : 만나는 일.
- 蹔得於己 : 잠시 자기의 기분에 듦. 蹔暫同.
- 快然 : 매우 즐거워 함. 유쾌한 모양.
- 不知老之將至 : 늙음이 오는 것을 모름.
- 倦 : 권태로움. 흥이 가심.
- 感慨係之 : 감개가 그를 따라 일어남.
- 向之所欣 : 지난 날의 즐거움. 向은 嚮과 같은 뜻으로, 전의.
- 俛仰之間(부앙지간) : 머리를 숙였다 다시 드는 사이. 즉 짧은 시간. 俛은 俯와 같은 뜻.
- 陳迹 : 오랜 옛 자취.
- 脩短隨化 : 생명의 긴 것과 짧은 것은 자연의 조화를 따른다.
- 死生亦大矣 : 삶과 죽음은 인생의 중대사임. 《莊子》德充符에 나오는 말.
- 豈不痛哉 :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는가?
每攬昔人興感之由에 若合一契하여 未嘗不臨文嗟悼하여 不能諭之於懷나 固知一死生爲虛誕하고 齊彭殤爲妄作이라. 後之視今이 亦猶今之視昔이리니 悲夫라!
나는 옛 사람들이 가졌던 감회를 일으켰던 까닭을 알게 될 적마다 마치 두 개의 부절(符節)을 하나로 맞춘 듯 내 생각과 똑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 고인의 문장을 대할 때마다 탄식하고 슬퍼하지 않을 수 없고, 마음을 달래려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죽고 사는 일이 같은 일이라는 말이 허황되고, 팽조와 같이 오래사는 것과 어려서 죽어 버리는 것이 같다고 하는 말 역시 함부로 지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을 볼 때도 또한 지금 우리가 옛 사람들을 보는 것과 같을 터이니, 슬픈 일이다.
<註解>
- 若合一契 : 하나의 符節을 맞춘 것 같음. 契는 符契 또는 符節. 나무쪽 또는 대나무로 만든 符信으로 한 쪽은 조정에 두고, 한 쪽은 사신이 지니고 다녔던 것. 부절을 맞추어 같다함은 똑같다는 뜻.
- 嗟悼 : 탄식하고 슬퍼함.
- 不能諭之於懷 : 마음을 타일러 달랠 수 없음. 슬퍼하지 않으려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뜻.
- 固 : 참으로.
- 一死生 : 살고 죽는 것이 하나임. 죽음도 삶도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老莊의 사상이다.
- 虛誕 : 허황되고 근거 없음.
- 齊彭殤 장수한 彭祖와 일찍 죽은 아이가 같음. 齊는 같다는 뜻. 彭은 堯임금 때부터 殷末까지 7백년을 살았다는 팽조, 殤은 어려서 죽는 것. 《莊子》齊物論에 7백세를 산 팽조도 무한한 본체의 세계에서 본다면 지극히 짧은 인생이며, 어려서 죽은 아이도 하루살이와 비교한다면, 오래 산 것이라 하였다.
- 妄作 : 망령된 것.
- 猶今之視昔 : 마치 지금 우리가 옛것을 보는 것과 같을 것임.
故로 列叙時人하고 錄其所述하니 雖世殊事異나 所以興懷其致는 一也라. 後之覽者도 亦將有感於斯文이리라.
그래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적고 그들의 시들을 수록하였다. 비록 세상이 달라지고 세태도 변하겠지만 감회를 일으키게 되는 이치는 같은 것이다. 후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이 문장에 대하여 감회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註解>
- 列叙時人 : 蘭亭의 잔치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차례로 기록함.
- 世殊事異 : 세상이 달라지고 세태가 변함.
- 其致 : 감흥을 일으키는 이치.
<解說>
난정(蘭亭)은 지금의 절강성 소흥현 남서쪽에 있었던 정자의 이름. 정자는 없어지고 천장사(天章寺)라는 절만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동진 목제 영화 9년(354년) 3월 3일, 당시의 그곳 회계내사(會稽內史)로 있던 왕희지를 비롯하여 손작(孫綽) 사안(謝安) 등 당시의 명사 42인이 모여 수계사(修禊事)를 행하고는 여럿이 모여 곡수에 띄운 술잔을 마시면서 시를 짓는 곡수유상(曲水流觴)을 베풀어 그 때 지은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고, 그 서문(序文)을 쓴 것이 蘭亭記이다. 따라서 「蘭亭集序(난정집서)」라 하는 것이 옳은데, 후세에 잘못 蘭亭記로 전해져 記類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왕희지가 서수필(鼠鬚筆 : 쥐의 수염으로 만든 붓)로 잠견지(蠶絹紙)에 쓴 글씨로 더욱 유명하다. 이 글을 쓴 왕희지의 글씨는 고금에 다시없는 名筆로 왕희지의 글씨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라 한다.
이 글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인생을 즐기면서 영원한 것을 동경하는 인간의 애절한 소망,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슬퍼하는 마음이 통절히 표현된 명문이다.
상세창(桑世昌)의 《蘭亭考》上에는 이 序文 다음에, 그 날 지어진 시를 싣고 있는데, 四言·五言의 시를 한 수씩 지은 사람으로 왕희지·사안 등 11인(모두 22首), 4언이나 5언시 중 하나만 지은 사람으로 왕풍지(王豊之)등 15인, 도합 37 首가 실려있다. 그리고 왕헌지(王獻之) 등 16인은 시를 짓지 못해 당시의 관습대로 벌주삼거굉(罰酒三巨觥 : 벌주를 큰 잔으로 석잔을 마심)에 처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작자 왕희지는 晉의 會稽사람으로 字를 逸少라고 한다. 벼슬은 右軍將軍·회계의 內史 등을 지냈는데, 무엇보다도 서예의 대가로 이름이 높다. 아들 헌지(獻之)와 더불어 二王이라 불리어진다.
<참고문헌>
신완역 고문진보 후집/김학주/명문당
※ 왕희지가 술이 한 잔 얼큰히 들어간 상태에서 글을 적은 후 술이 깬 뒤에 다시 몇 번이고 글을 썼으나 이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는 없다고 붓을 내 던지고 말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天下第一行書로 손꼽히고 있다. 후대에 당태종 이세민이 왕희지의 글을 좋아하여 진품을 얻은 뒤에 풍승소(馮承素) 등에게 명하여 몇 본을 臨摹(임모 : 문자의 형태나 필법에 담긴 작가의 뜻을 배우기 위해 그대로 흉내내어 쓰는 것)하도록 하였고 당초 3대서예가인 구양순(歐陽詢), 저수량(褚遂良), 우세남(虞世南)도 임모한 작품이 있다. 그 후 진품은 이세민이 자신의 무덤에 같이 묻게 하여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풍승소(627-649) 신룡본(馮承素 神龍本) 摹本
摹本 : 帖의 문자 위에 투명하거나 얇은 종이를 올려놓고 문자가 비치도록 하여 글씨를 연습하는 것.
구양순(557-641) 정무본(歐陽詢 定武本)
저수량(596-658) 모본(褚遂良 摹本)
우세남(558-638) 임본(虞世南 臨本)
臨本 : 책상 위에 帖을 놓고서 運筆의 이치와 문자의 형태와 점획의 氣勢를 세심히 모방하여 쓰는 것
고기패(高其佩, 1662-1734) 蘭亭雅集圖 立軸
宋國良 蘭亭雅集
李公麟(1049-1106) 蘭亭集雅園 手卷
曺扵道 蘭亭雅集圖 1761年作
[출처] 왕희지_난정기(王羲之_蘭亭記)/고문진보 후집|작성자 붕정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