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漢詩와 書藝 /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 退溪 李滉(이황)
2013. 1. 9. 11:19ㆍ한시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1
退溪 李滉(이황)
步屧中庭月趁人(보섭중정월진인)
梅邊行繞幾回巡(매변행요기회순)
夜深坐久渾忘起(야심좌구혼망기)
香滿衣布影滿身(향만의포영만신)
나막신 신고 뜰을 거니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고
매화 곁을 거닐며 돈 것이 몇 번이던가
밤 깊도록 앉아 있어 돌아갈 일 잊고있는데
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2
晩發梅兄更識眞(만발매형갱식진)
故應知我怯寒辰(고응지아겁한진)
可憐此夜宜蘇病(가련차야의소병)
能作終宵對月人(능작종소대월인)
밤새도록 달만 보고 있겠네
늦게 피는 매화꽃, 참 뜻을 새삼 알겠네
일부러 내가 추위에 약한 것을 알아서 겠지
가련하다, 이 밤 내 병이 나을 수만 았다면
밤새도록 달만 보고 있겠네
단양의 관기였던 두향은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을 만나고 그를 사모하여 수 차례 가까이 모시길 자청했지만 처신이 풀 먹인 안동포처럼 빳빳하여 좀체 마음을 열지 않고 틈을 보이지 않는 퇴계를 향한 두향의 애간장은 다 녹았다. 두향은 조선 천지를 뒤져 기품 넘치는 매화 한 그루를 찾아내서 그 매화를 퇴계에게 바쳤고, 퇴계는 단양 시절 동안 동헌에 심어놓고 애완했다.
마침내 두향에게도 곁을 주어 매화를 통한 감정의 교환(交歡)과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었는데 나중 두향의 매화는 퇴계가 새 임지로 떠나면서 도산으로 옮겨져 명맥을 이었다.
단양에 홀로 남았던 두향은 수년 뒤 퇴계 이황의 부음을 듣고 앉은 채로 숨을 딱 멈춰버렸다고 한다.
너무나 짧고 아쉬웠던 연분 끝에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부음을 듣자마자 얼마나 놀랐었고 정한이 컸으면 그렇게 숨질 수도 있는 것인가?
두향에게서 받았던 매화에 물을 주라는 한마디를 임종 순간에 남긴 퇴계의 심저에는 혹시 두향의 야윈 모습이 스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매화는 흔히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고 있지만 순결한 미녀와 정절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그런 한편으로 매화는 기생이나 계집종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중국에선 남녀의 결합을 상징하는 꽃이자 열매였고, 일본에선 섹슈얼리티의 상징이기도 했다. 매화가 정숙한 부인과 기녀를 동시에 아우르는 상징이란 점은 사뭇 역설적이다.
유교문화권인 한국에서는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품격을 더 따졌다.
화용(花容)보다는 화품(花品)으로 우열을 가렸는데 세종 때 시서화(詩書畵)의 삼절(三絶)로 불리던 강희안은 꽃을 정일품에서 정구품으로 나누고 그 가운데 매화 국화 연꽃을 일품으로 꼽았다.
출처 : 紫軒流長
글쓴이 : 紫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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