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이황2

2012. 12. 31. 13:05사람과사람들

酒泉縣酒泉石 姜晉山韻
주천현에 술이 솟는 샘이 있다는 바위에 대하여
강희맹希孟의 시에서 운을 따서 지음

시 : 퇴계 이황
역 : 능안

 

神槽雷劈已上天 
하늘에서 신령스러운 술통이 떨어져 내려와 주천석이라는 바위를 쪼개버리고 그 자리에 박힌 채 다시는 하늘로 되올라가지 않았다 하고

至今以酒名其泉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런 까닭으로 해서 이 바위틈에서 술이 샘솟는다 하여 그 이름을 주천석이라 한다고 하는데


人言土俗信荒怪 
이는 세상사람들의 입 밖으로 나와 이 지방에서 유독 떠도는 소문일 뿐이니 그 신빙성을 따지고 든다면 그저 허황되고 괴이한 이야기일 뿐일 것인데
繼之好事非眞傳 

이런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쓸데없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으니 이는 참되지 못한 뜬소문에 불과한 것이리라.

 

我疑造物本難測 

생각건대 나는 천지만물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가 하는 그 기원에 관해서는 우리 인간이 다 헤아려 알아챌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싶고

厥初安知有由然

하여 이 주천석이 이렇듯이 만들어진 것 또한 어떠한 말미암음으로 인해서 그러한지를 우리가 어찌 다 알아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니

 

當時仙釀非世法 

다만 이 주천석이 이렇게 만들어질 그때를 우리가 상상해서 신선의 술동이라고 이름을 지어 부르는 까닭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하는 즉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어 이 주천석ㅇ 처음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일 뿐일 것이니
糟牀日注靈波堧
그것을 두고서 사람들은 갖가지 상상력을 다 발휘해서 하늘에서 차린 술상의 술 찌꺼기가 날이면 날마다 여기 주천석에 쏟아지는 까닭에 이 주천석에서 신묘한 샘이 솟는다고 억지로 섣불리 억측할 뿐이리라.

 

幔亭虹橋降眞侶

만약 하늘의 주막집으로부터 여기 이곳가지 무지개다리가 놓이고 하늘의 주막집에서 신선이 술동이를 안고서 여기 이곳으로 찾아왔다면 그것은 자신이 벗할 참된 벗과 함께 술을 나누고자 함일 뿐일 것이니

瀛尊嶽豆無論錢 
바다처럼 드넓은 신선의 술동이와 높은 산처럼 크나큰 신선의 술동이라면 술과 안주의 좋고 나쁨을 전혀 문제 삼지 않고서 그저 술을 즐기기만 하면 될 것인데

 

瓊漿如流樂且湛
어찌하여 여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 물을 길어 값비싼 술을 만드는 일만을 고집하면서 신선이 지닌 참된 뜻을 거스르는 잘못으로 흘러들어 온갖 향락을 즐기다가 마침내는 자신의 마음을 망치는 미혹됨에 이르게 되기까지 하는지

官府久廢玉皇前
여기 이곳 원주 관아의 벼슬아치들은 주천석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면서 그토록 오랫동안 갖가지 향락의 고질병을 쌓아왔으니 그대들이 참으로 신선이 맞다 한다면 과연 옥황상제 앞에 나아가 제대로 옥황상제를 뵐 면목이나 있겠는가.

 

上界有謫一念差 
그대들이 진정 옥황상제가 하늘에서 이 지상으로 휴가를 보낸 참된 신선들이라 자처한다면 생각 한 번이 잘 가고 못 가는 것에 따라서 다시 하늘로 올라갈지 말지가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고

赫然下命六丁遷

촉 땅의 임금처럼 한때의 왈칵하는 기분으로 명령을 내리어 돌로 만든 소가 황금 동을 눈다고 하는 헛된 소문에 들떠서 여섯 힘센 장정을 시켜서 그 돌로 만든 소를 가져오기 위해 촉 땅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잔도를 만드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나

 

區區反爲龍所貪
떳떳하지 못하고 구차스럽게 이 주천석을 찾는 사람들은 잘고 용렬할 뿐이니 사물의 대소와 경중 그리고 전후를 뒤바꾸어 신선의 비범함마저 그릇된 방향으로 뒤바꾸어 탐내고 있을 뿐이니

一片誤落金沙淵
다만 단 한 조각이라도 마음을 그릇되게 쓰게 된다면 이 주천석이 갖는 진정한 의미로부터 단번에 멀어지게 될 것이니 그리하면 그대들은 마치 촉 땅의 임금처럼 이 주천석을 황금 똥을 누는 돌로 만든 소처럼 잘못 앍 될 뿐일 것이다

 

復留一片豈無意
여기 이곳 주천석을 찾아와 마음의 여유를 찾고 마음을 다시 다잡는 일이라면 마음에서 일어난 변화가 아무리 작고 보잘 것이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어찌 그런 변화가 무의미한 변화에 그칠 뿐일 것일까

天戒衆飮官途邊

주천석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하늘이 진정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여기 이곳 주천석에서 샘솟는 물은 어느 누구라도 빠짐없이 다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샘물이라는 뜻일 것이니 결코 벼슬길에 들어선 사람들만이 이 주천석에서의 즐거움을 누릴 만 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니

 

世人不曉靈眞跡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전혀 깨닫지 못하겠는가. 이 영험하고 신묘한 샘물이 어떻게 스여야만 그 진정한 쓰임새를 되찾게 되는지를

渴喉但覺流饞涎
온 백성이 마셔야 할 이 샘물로 그저 목구멍이나 축이는 술 취한 허탄함에서 관아의 벼슬아치들이 깨어나야 할 것인데 아직것 탐욕스런 침을 질질 흘리고만 있는 잘못에서 그대들은 전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구나.

 

謂神之怒坐一吏
주천석의 진정한 속뜻은 차라리 그 신령함에 노기가 서릴 경우를 경계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그 어떤 벼슬아치라 할지라도 그의 아주 작고 사소한 잘못이라 할지라도 무릎을 꿇게 하고 그 책임을 따져 묻을지도 모를 그런 신령함을 지닌 샘물이라는 뜻일 것인데
謾說相誇今幾年 

무례하고 거만한 낭설을 퍼뜨려 이 주천석의 참된 뜻을흐리게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공허하게 아첨한지가 벌서 그 몇 해였던지 도데체 그 헷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오래 되고 말았으니

 

徵奇詰異竟誰是
이 주천석에 얽힌 괴이한 이야기들은다 거둬들이고 앞으로는 이 주천석에 얽힌 괴상한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 같은데 도데체 그 누가 이런 잘못을 바로잡는 일을 종결지을 수 있을까 싶고

我欲就問騎鯨仙
하여 나는 마치 고래를 타고서 말을 탄다고 말하는 것을 신선다움이라고 여기는 그대들에게 이렇게 따져 묻고자 하는 것이니 그대들이 자의적으로 이 주천석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풀이함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 내 물음이 지닌 나름대로의 속뜻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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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李滉)

1501년 음력 11월 25일 ~ 1570년 음력 12월 8일

조선국 명종·선조 시대의 문신, 정치인, 성리학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