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정

손과정은 중국서예사에 의하면 정관22년경에 나서 장안 3년경에 卒한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는 서기 648년경에 나서 서기 703년경에 卒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그는 55세의 生을 향유한 셈이다. 그러나 그의 生沒年이 모두 불확실하여 후인으로 하여금 오롯한 믿음을 주지는 못하지만 이는 학자들이 추정하여 놓은 生沒年이며 생을 享有한 年歲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生涯硏究에 있어서 이를 일단 認定하고 그의 일생을 통한 시대적 배경을 사적근거에 따라 살펴보기로 한다.

그의 추정출생년인 貞觀22년경은 唐太宗의 시대였으며, 당의 개국(서기618년)이후 30년이 될 무렵으로 우세남 ․ 구양순 ․ 저수량의 初唐 三大書家가 이미 輩出된 시대였다.

 손과정이 서보를 寫記한 것은 垂拱3년이니 이는 서기687년이다. 그러므로 書譜寫記는 바로 則天武后가 정치를 專橫하고 있던 시대에 이룩된 것이다.

 손과정은 二王을 배우고 臨模에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초서가 가장 뛰어났고 書譜草書千字文, 景福殿賦 等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또 書論家요 能文家였다.

 서보는 손과정이 지은 書論이며 또 저자자신이 직접쓴 草書帖이다. 실로 당대 일류의 초서대가 작품이며, 그를 초서대가라 함에 그 누구도 異論이 없다. 서보 原文은 모두 351행 총자수 378여자이며 제 1행에 「書譜卷上」이라 하였고, 그 아래에 「吳郡孫過庭撰」이라 하였으며, 말미에 「垂拱三年寫記」의 일행이 있다. 수공3년은 서기 687년이며 그 翌年 수공4년(서기688년)은 측천무후가 聖母神皇이라 칭하고 이후에는 무후가 64년간 周라 國號하고 專斷政治가 자행된 무렵이니 서보가 이루어진 것은 당의 국정이 문란한 시기이며 손과정 39세경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15세부터 書學에 뜻을 둔 이래 24년간의 수련기간을 격은 연후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손과정이 가장 서의 원숙기를 맞이할 무렵에 이 서보를 짓고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왕희지를 전형으로 삼고 꾸준히 書學을 닦은지라 그 草書는 많은 사람들이 진중히 여겨 배운 자가 많았다.

 서보에 담겨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니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①왕희지의 書를 典型으로 삼아 漢魏에서 六朝에 이르기까지의 명서가를 品弟하였다.

②서예술의 本質과 가치를 파해쳐 論하였다.

③古來로부터 그 때까지의 여러 서론들을 논평하고, 올바른 서론을 인식하게 하였다.

④서의 기법, 학서법 대요를 해설하였다.

⑤서의 진수와 최고이념을 설파하고 후인을 계몽하고자 하였다.

⑥서보문장의 문체는 流麗한 변려문(四六文)이요, 書體는 草書다.

⑦손과정의 사상적 배경은 유교적 윤리관과 노장적 사유를 融合한 가치관임을

  엿볼 수 있다.

⑧書譜는 서의 예술론뿐만 아니라 예술일반 評論 乃至 哲學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서보는 唐代 文學, 藝術, 思想을 담고 있는 代表的 名著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서보는 南朝의 예술관을 확대하였고 거기에 손과정 자신의 작가로서의 이념을    넣은 본격적인 書論이라 할 수 있어 서예인들의 필독서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