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백(李白)-초서를 노래함(草書歌行)

2012. 5. 30. 17:49서예일반

초서를 노래함(草書歌行)

이백(李白)

少年上人號懷素 회소라 불리는 젊은 스님

草書天下稱獨步 초서가 천하의 일품이라.

墨池飛出北溟魚 벼루에서 북명어 날고

筆鋒殺盡中山免 필봉은 중산 토끼 다 잡았네.

八月九月天氣凉 8, 9월 날씨 서늘한데,

酒徒詞客滿高堂 술꾼과 문인들 높은 대청에 가득 하네.

牋麻素絹排數箱 비단 종이 가득 펼치고,

宣州石硯墨色光 선주의 돌벼루에는 먹빛 빛나네.

吾師醉后倚繩床 회소 스님 취한 뒤에 팔걸이의자에 기대어,

須臾掃盡數千張 잠깐 만에 수천 장 다 휘갈기니.

飄風驟雨驚颯颯 돌풍과 폭풍우 같이 쏴쏴 놀라게 하고,

落花飛雪何茫茫 꽃 지고 눈 날리는 것처럼 어찌도 망망한지.

起來向壁不停手 일어나 벽을 향해 붓잡은 손 멈추지 않으니,

一行數字大如斗 한 줄의 몇 자 글씨 크기가 말 만 하네.

恍恍如聞神鬼驚 뛰어남이 귀신도 놀라는 소리 들은 듯하고,

時時只見龍蛇走 어떤 곳은 가느다란 용사의 흔적뿐이라네.

左盤右蹙如驚電 때로는 돌아 휘감고 때로는 거칠기가 번개같고

狀同楚漢相攻戰 형세 마치 초, 한나라가 서로 공격하여 싸우는 것 같네.

湖南七郡凡幾家 호남의 일곱 군 거의 모든 집에,

家家屛障書題遍 집집마다 병풍과 가리개엔 그가 쓴 글씨 두루 퍼져있네.

王逸少, 張伯英 왕희지와 장지 같은 이,

古來幾許浪得名 예로부터 여러 명 이름만이 전해지네.

張顚老死不足數 장욱은 늙어 죽는다 해도 안타까울 것 없고,

我師此義不師古 나는 이 뜻으로 스승 삼을 뿐 옛것을 배우지 않는다네.

古來萬事貴天生 예로부터 모든 일 하늘에서 타고난 것 귀하게 여기니,

何必要公孫大娘渾脫舞 하필이면 공손대랑의 혼태무가 필요하겠는가?

 

1) 이백(李白: 701-762): 자(字)는 태백(太白)이고 호(號)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촉(蜀)사람으로 농서인(隴西人)이라고도 한다. 당(唐)현종(玄宗) 천보(天寶) 연간 초에 장안(長安)으로 옮겨 왔다. 하지장(賀知章)은 그의 시를 보고 적선인(謫仙人)이라고 칭하였다. 당 현종의 부름을 받아 총애를 받았으나 후에 중상모략을 받아 관직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 안록산(安祿山)이 반란을 일으키자 영왕린(永王璘) 군대에 참가하였다. 통치자 내부의 모순 때문에 영왕은 숙종(肅宗)에게 패배 당하였으며 이백은 이에 연루되어 야랑(夜郞)으로 추방되었다가 사면을 받은 후 안휘성(安徽省) 당도(當塗)에서 생을 마쳤다.

2) 상인(上人): 불교에서 덕(德)과 지(智)를 갖추고 선행(善行)을 행하는 사람을 말하였으며 나중에는 승려의 경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회소(懷素): 자(字)는 장진(藏眞), 속세의 성은 전(錢)이며 장사(長沙)사람인데 경조(京兆)로 이사했다. 회소는 현장(玄獎)의 제자가었으며 초서에 뛰어나 당나라 대서예가가 되었다. 사람들이 그의 광초(狂草)를 “붓을 잡고 휘호하면 번개가 이는 듯하며 손의 움직임을 따라 변화무쌍하다. .(援毫掣電, 隨手萬變.)”고 하였다.

3) 독보(獨步): 유일무이(唯一無二)하고 그 시대에 견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남.

4) 묵지(墨池): 원래는 벼루의 물을 담아두는 오목한 부분, 곧 연지(硯池)라는 뜻과 필연(筆硯)을 씻는 못이라는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고유명사로 쓰임.《태평환우기(太平寰宇記)》에 의하면 왕희지가 벼루를 씻은 못으로, 구택(舊宅)과 함께 즙산(蕺山)의 아래에 있으며, 회계현(會稽縣)과는 2리쯤 떨어져 있었다. 또《방여승람(方輿勝覽)》이란 책에 의하면 소흥부(紹興府) 계주사(戒珠寺)는 본래 왕희지의 고택으로 문 밖에는 못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묵지라 하였고, 또 하나는 아지(鵝池)라 하였다 한다.(이 부분은 주석에 없음)

북명어(北溟魚): 《장자(莊子)·소요유(逍遙游)》에 “북쪽 바다(北冥)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없다.(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不知幾天里也.)”라고 되어있다. 북명(北溟) 북해(北海)라고 한다.

5) 중산토(中山免): 중산(中山)은 산 이름이다. 안휘성(安徽省) 선성현(宣城縣) 북쪽, 강소성(江蘇省) 율수현(溧水縣)남쪽에 있는데 이 지역에서 나는 토끼털은 붓을 만드는 최고의 재료이다.

6) 고당(高堂): 높고 큰 집의 대청으로 정청(正堂: 대청)이라고도 한다.

7) 선주(宣州):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선성현(宣城縣)이다.

8) 승상(繩床): 팔걸이의자. 승려들이 늘 사용하는 의자. 승상(繩牀)·호상(胡牀)·교상(交牀)이라고도 하며, 판자로 접을 수 있는 간이의자를 만들어 새끼를 감은 것이다.

9) 수유(須臾): 잠시. 시간이 아주 짧은 것을 형용한다.

10) 표풍취우경삽삽(飄風驟雨驚颯颯): 회소가 광초를 쓸 때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을 형용한 것이다.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가는 같고 폭우가 쏟아 붇는 것 같다. 표풍취우는 회오리바람과 폭운를 말한다.

11) 망망(茫茫): 끝없이 넓은 모양. 또는 넓고 멀어 아득한 모양.

12) 황황(恍恍): 혼이 나간 것 같은 모양. 이 구절은 귀신이 놀란다는 것으로써 회소의 광초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을 형용한다.

13) 용사주(龍蛇走): 용과 뱀이 기어가다. 회소의 초서가 필획이 구불구불하고 가늘면서도 힘이 있음을 비유함.

14) 좌반우축(左盤右蹙): 때로는 돌아서 휘감고 때로는 거침없다.

15) 초한상공전(楚漢相攻戰):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를 다툴 때 전쟁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빈번하였다. 회소가 초서 쓰는 것을 보면 혼이 나갈만큼 놀람을 비유하였다.

16) 호남칠군(湖南七郡): 동정호(洞庭湖) 남쪽의 장사(長沙)· 형양(衡陽)· 계양(桂陽)· 영릉(零陵)· 연산(連山)· 강화(江華)· 소화(邵華)등 7군을 호남7군이라 칭한다. 회소가 장사(長沙)사람이었기 때문에 마땅히 그의 글씨는 호남지역에 남아있는 것이 많았다.

17) 병장(屛障): 병풍.

18) 왕일소(王逸少)· 장백영(張伯英): 동진의 대서예가인 왕희지(王羲之)와 동한의 대 서예가인 장지(張芝)를 말한다.

19) 낭득명(浪得名): 다만 그 이름만 있다.

20) 장전(張顚): 당(唐)대의 대 서예가인 장욱(張旭)이다.

21) 천생(天生): 하늘에서 타고난 것.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

22) 공손대낭혼태무(公孫大娘渾脫舞): 두보(杜甫)는《공손대낭 제자가 검무를 보고 노래함(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의 시(詩) 서문에서 “지난날 오(吳)땅 사람 장욱(張旭)이 초서서첩을 잘 썼는데 일찍이 자주업(鄴)현에서 공손대낭이 ‘하남 땅 서하의 칼춤 추는 것(河西劍器)’을 보았다. 이로부터 초서의 솜씨가 크게 늘어 호탕하고 생동감이 넘치게 되었다..(昔者, 吳人張旭善草書書帖, 數嘗于鄴縣見公孫大娘舞 ‘河西劍器’. 自此草書長進, 豪蕩感激.)”라고 했다. 혼태무는 당나라 때 춤의 이름으로 바로 검기혼태무(劍器渾脫舞)이다.

 

 

【설명】

이백은 회소보다 이십여 세 더 많았지만 이 젊은 후배의 초서는 매우 추앙하였다. 특히 맹목적으로 옛것을 본받지 않고 스스로 대담하게 작품을 구성하고 용기 있게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정신을 더욱 칭찬하였다. 작가는 주객과 문인들을 모아 “삼종이와 흰 비단(牋麻素絹)”을 쌓아두고서는 회소가 술 취한 뒤 초서를 쓰는 전형적인 장면을 선택하여 회소의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성격과 자유자재의 정신을 반영하였다. 이 시를 읽은 후 사람들은 회소를 만난 듯 하고 또 그의 글씨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출처 : 중국과 서예
글쓴이 : 금릉산방인 소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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