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30. 17:47ㆍ서예일반
회소스님의 초서를 노래하다
(懷素上人草書歌)
소환(蘇渙)
張顚沒在二十年 장욱이 세상을 떠난 지 어언 20년
謂言草聖無人傳 초성의 글씨 전하는 이 없다고 하네.
零陵沙門繼其後 영릉의 스님인 회소가 그 뒤를 이어
新書大字大如斗 새로 쓴 큰 글씨는 말만큼 크네.
興來走筆如旋風 흥이 일어 휘호하면 회오리바람 이는 것 같고
醉後耳熱心更凶 술 마신 후 취기 오르면 마음 더욱 거세지네.
忽如裴旻舞雙劍 문득 배민이 쌍 칼춤 추는 것 같이
七星錯落纏蛟龍 칠성보검은 검법이 교룡을 휘감아 놓은 듯.
又如吳生畵鬼神 또 오도자가 귀신을 그린 것 같아
魑魅魍魎驚本身 도깨비와 괴물이 놀라게 하는 듯.
鉤鎖相連勢不絶 획과 획이 필세는 끊어지지 않고
倔强毒蛇爭屈鐵 꿋꿋하고 굳세어 독사가 굴철을 다투는 듯.
西河舞劍氣凌雲 서하검기라는 칼춤을 본 후
孤蓬自振唯有君 초서 필법 깨달은 자 오직 그대뿐이네.
今日華堂看灑落 오늘 대청에서 얽매임 없는 글씨를 보고
四座喧呼嘆佳作 사방에 앉은 이들 소리 내어 감탄하네.
回首邀余賦一章 머리 돌려 나에게 시 한 수 지어 달라 하니
欲令羨價齊鍾張성망의 지위를 종장과 나란히 올리고자 하였네.
琅誦○句三百字 시구 300자를 또랑또랑 낭송하나
何似醉僧顚復狂 어찌 취승이 쓴 광초와 같겠는가?
忽然告我游南溟갑작스레 나에게 광주 유람 간다고 알리기에
言祈亞相求大名아상인 서호를 만나 명성 얻기를 기원하였네.
亞相書翰凌獻之서호의 붓글씨는 왕헌지를 능가하니
見君絶意必深知그대를 보면 반드시 깊이 알아주리라.
南中紙價當日貴남방의 종이 가격 당일로 비싸질 것이고
只恐貪泉成墨池단지 탐천이 묵지가 될까 걱정스러울 뿐이라네.
1) 전당시(全唐詩)에는 <증영릉승(贈零陵僧)>라고 되어있다.
2) 소환(蘇渙): 사천(四川)사람이고 두보(杜甫)와 같은 시대이지만 조금 뒤이다. 처음에는 무술을 익혀 쇠뇌 쏘기에 능하여 파주(巴州)사람들이 노척(弩跖: 쇠뇌 쏘기에 뛰어난 자)이라 칭했다. 후에 이전의 무술수업을 버리고 글을 배워서 급제하여 시어사(侍御史)까지 올랐다. 또 호남(湖南) 최관(崔瓘)의 막부(幕府)일을 보좌하였다. 최관이 피해를 입은 후, 영남(嶺南)에 도착하여 가서황(哥舒晃)이 교지(交趾)와 광주(廣州)일대에서 반란을 일으키도록 책동 하였다. 이 일이 일어난 이후 노사공(路嗣恭)에 의해 평정되었고, 소환은 해를 입었다.
3) 장전(張顚): 장욱(張旭)이다.
몰재(沒在): 생존하지 않다. 세상을 떠났다.
4) 영릉사문(零陵沙門): 회소(懷素)를 가리킨다. 영릉은 지명이다. 회소는 호남(湖南) 영릉사람이다. 사문은 불교어 이다. 원뜻은 신중히 생각하다인데 후에 승려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5) 주필(走筆): 붓을 휘둘러 거침없이 쓰다.
6) 배민(裴旻): 당 개원(開元)년간 사람으로 칼춤에 능하다. 배민의 칼춤과 이백(李白)의 시가(詩歌)와 장욱(張旭)의 광초를 당시에는 “삼절(三絶)”이라고 합하여 칭하였다.
7) 칠성(七星): 북두칠성이다. 여기서는 북두칠성 형태로 옥을 박아 넣은 보검(寶劍)을 가리킨다.
8) 오생(吳生): 당대의 저명한 화가 오도자(吳道子)로 귀신을 잘 그렸다.
9) 이매망량경본신(魑魅魍魎驚本身): 회소의 광초가 기이하고 훌륭하여 자신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함을 말한다.
10) 굴강(倔强): 꿋꿋하여 남에게 굽히지 않는다.
독사쟁굴철(毒蛇爭屈鐵): 굳세게 굽이도는 초서의 필획을 형용한 것이다.
11) 서하무검(西河舞劍): 서하검기(西河劍器)는 당대에 유행한 춤의 이름이다. 두보《관공손대랑제자무검기행(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시의 서문에 “옛날에 오지방사람 장욱은 초서첩에 뛰어나 일찍이 업현에서 공손대랑의 서하검기라는 칼춤을 여러 차례 보았는데 이로부터 초서가 향상되었다.(昔者, 吳人張旭善草書帖, 數嘗于鄴縣見公孫大娘舞西河劍器, 自此草書長進.)”라고 되어있다.
12) 고봉자진(孤蓬自振): 쑥 다발이 바람 따라 날리는 모습에서 초서의 필법을 깨닫게 되었다. 당 육우(陸羽)의《회소별전(懷素別傳)》에 실린《석회소여안진경론초서(釋懷素與顔眞卿論草書)》에 “회소는 오동과 형제이고 늘 오동으로부터 필법을 전수 받았다. 오동은 ‘장욱이 나에게 사사로이 말하기를 ‘쑥 다발이 바람 따라 날리는 모습과 놀란 모래 바람이 휘날리는 모습에서 나는 필법의 기괴함을 터득하였다’라고 하였는데 초성은 여기에서 다하였다’(懷素與鄥彤爲兄弟, 常從彤受筆法. 彤曰: 張長史私謂彤曰: 孤蓬自振, 驚沙坐飛, 余自是得奇怪.’ 草聖盡于此矣.)”라고 하였다.
13) 화당(華堂): 화려한 대청.
쇄락(灑落): 초연하고 대범하여 전혀 얽매이지 않다.
14) 선가(羨價): 풍족한 성망(聲望)의 지위.
종장(鍾張): 종요(鍾繇)와 장지(張芝)를 말한다.
15) 남명(南溟): 남명(南冥)이라고도 쓰며 여기서는 광주(廣州)를 가리킨다.
16) 언기아상(言祈亞相): 여기서는 광주(廣州)에서 관리로 있는 서예가 서호(徐浩)를 보기위해 방문하는 것을 가리킨다. 진(秦)나라와 한(漢)나라의 벼슬제도는 어사대부(御史大夫)를 승상(丞相)의 부직(副職)으로 삼아 승상이 공석일 때 어사대부가 그 직위를 대신하였기 때문에 후에는 어사대부를 아상(亞相)이라 칭해졌다. 서호는 일찍이 어사대부를 맡았으므로 그를 존칭하여 아상이라 하였다.
17) 서한(書翰): 붓글씨, 붓글씨의 조예.
18) 절의(絶意): 독특한 의취(意趣). 서예를 가리킨다.
19) 남중(南中): 일반적으로 중국의 남방을 가리킨다.
20) 탐천(貪泉): 물이름. 지금의 광동성(廣東省)남해현(南海縣) 서북쪽에 있다. 탐천은 또 석문수(石門水)라고도 하는데, 이 물을 마신 후에는 마음이 탐욕스럽게 변한다고 전해진다. 진(晉)오은지(吳隱之)는 광주자사(廣州刺史)가 되어 탐천수를 마시고는 “석문에 탐천이 있는데 한번 마시면 천금을 탐낸다 하네. 백이와 숙제에게 마시게 한다면 끝내 마음 바뀌지 않으리라(石門有貪泉, 一歃重千金. 試使夷齊飮, 終當不易心.)”라는 시를 지었는데 본구의 뜻은 탐천이 회소가 글씨를 쓴 후 붓을 씻었기 때문에 탐욕이라는 오명을 제거할 수 있어 묵지(墨池)라고 고쳐 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명】
회소는 당나라 시대의 서예가로 초서로 매우 유명하다. 그의 초서는 필력이 강건하고, 장법의 변화무쌍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소는 사문(沙門) 출신으로 초서에 뛰어났고 작자는 문인으로 시에 능했다. 두 사람은 깊은 예술적 교류를 하였다. 이 시는 회소가 남방으로 유람을 떠날 때 시를 짓고 휘호를 하며 정을 나누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소환은 회소에게 이 시를 지어 한편으로는 그의 글씨를 칭송하였고 한편으로는 회소를 전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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