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3. 14:55ㆍ서예일반
18. 운필의 기교
‘추(推)ㆍ타(拖)ㆍ념(捻)ㆍ예(拽)’는 운필의 법칙으로 노조(盧肇)가 깨달아서 임온(林蘊)에게 전해 주었다. 남당에 이르러 이욱(李煜)은 집필법에서 오자결(五字訣) 이외에 ‘도(導)ㆍ송(送)’ 이 두 가지를 더 하였다.
‘도(導)’는 다섯째 손가락이 넷째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송(送)’은 다섯째 손가락이 넷째 손가락을 왼쪽으로 밀어 보낸다는 것으로, 의미는 다섯째 손가락의 작용을 증가하여 주는 것이다.
‘추ㆍ타ㆍ념ㆍ예ㆍ도ㆍ송’은 모두 운필의 기교들이다.
‘추’는 역봉으로 힘을 써서 밀어나가는 것이고, ‘타’는 자연스럽게 붓을 끌고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기교를 운용하면 점과 획이 초탈하고 표일한 정취가 특히 아름답다. 이에 대하여 심윤묵은 『이왕서법관규(二王法書管窺)』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전 사람이 왕희지의 글씨를 ‘일탁직하(一拓直下)’라고 하였는데, 형상화로 말한다면 곧 추획사와 같다. 우리들이 알고 있기로 왕희지는 붓털이 획 가운데서 곧바로 가는 것을 가장 반대하였다고 한다. 곧바로 간다는 것은 곧 붓털을 일으키고 엎음이 없고 평평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마땅히 일탁직하에서 ‘탁’자를 깊고 철저하게 이해함이 있으면 탁법은 한 번에 매끄럽게 가는 것이 아니라 삽세를 취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前人曾說右軍書一拓直下, 用形象化的說法, 就是如錐畵沙. 我們曉得右軍是最反對筆毫在畵中直過, 直過就是毫無起伏地平拖着過去, 因此, 我們就應該對于一拓直下之拓字, 有深切的理解, 知道這個拓法, 不是一滑卽過, 而是取澁勢的.
이는 깊이 살펴보아야할 말이다. 서예의 운필 기교에서 제안ㆍ경중ㆍ완급ㆍ금종 및 추ㆍ타ㆍ념ㆍ예ㆍ도ㆍ송 등을 막론하고 모두가 필획에서 ‘삽’의 효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이다. 즉, 유창한 가운데 여전히 삽세를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삽세가 있는 필획이어야 비로소 무궁한 미감을 느낄 수 있다. 심윤묵은 여기서 ‘타’를 “곧바로 간다는 것은 곧 붓털을 일으키고 엎음이 없고 평평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과 일반적으로 말하는‘타’법은 서로 같지 않다. 제안ㆍ경중ㆍ완급 등 풍부한 변화가 있는 타는 평평하게 끌고 가는 직과(直過)가 아니다. 지금 어떤 사람은 오히려 타를 긍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서예 실천에서 아직 이 법의 묘한 운용 효과를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일단 깨닫는 바가 있으면 이렇게 교묘한 기교를 승인하지 않을 수 없다.
‘념’은 즉 운필과정에서 붓대를 돌리며 꼬는 것이다. 이러한 동작은 정감에 따라 휘호하는 과정, 특히 행서와 초서를 쓸 때 시시각각으로 나타나는 미묘한 운용이다. 붓대를 돌리며 꼬는 폭은 매우 작다. 따라서 작품을 볼 때 감상자의 주의력은 작품 효과에 집중되기 때문에 붓대를 돌리며 꼬는 미묘한 동작은 홀시하게 된다. 특히 열정으로 휘호하는 동작은 신속하고 변화가 많기 때문에 그 사이에 감춰진 붓을 돌리며 꼬는 미세한 동작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친히 말로 전하여주지 않으면 이 법의 구체적인 실시와 미묘한 효능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회소의 <자서첩>에서 절차고와 같이 둥글게 전환하는 표현은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 이는 적절하게 붓을 돌리며 꼬는 동작이 신속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교전(絞轉)’이란 기교와 효과는 결코 기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행필 과정에서 끊임없이 붓대를 돌리며 꼬아서 나타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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