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왕희지 (서론)

2012. 3. 23. 14:51서예일반

 

서론(書論)

 

왕희지(王羲之)

 

   夫書者, 玄妙之伎也. 若非通人志士, 學無及之. 大抵書須存思, 余覽李斯等論筆勢, 及鍾繇書, 骨甚是不輕, 恐子孫不記, 故敘而論之. 夫書字貴平正安穩. 先須用筆, 有偃有仰, 有攲有側有斜, 或小或大, 或長或短. 凡作一字, 或類篆籒, 或似鵠頭, 或如散隸, 或近八分, 或如蟲食木葉, 或如水中科斗, 或如壯士佩劒, 或似婦女纖麗. 欲書先筋力, 然後裝束, 必注意詳雅起發, 綿密疎闊相間. 每作一點, 必須懸手作之, 或作一波, 抑而後曳. 每作一字, 須用數種意, 或橫畫似八分, 而發如篆籒, 或竪牽如深林之喬木, 而屈折如鋼鉤, 或上尖如枯稈, 或下細若鍼芒, 或轉側之勢似飛鳥空墜, 或棱側之形如流水激來. 作一字, 橫竪相向, 作一行, 明媚相成. 第一須存筋藏鋒, 滅跡隱端. 用尖筆須落鋒混成, 無使豪露浮怯, 擧新筆爽爽若神, 卽不求於點畫瑕玷也. 爲一字, 數體俱入, 若作一紙之, 書須字字意別, 勿使相同. 若書虛紙, 用强筆, 若書强紙, 用弱筆, 强弱不等, 則蹉跌不入. 凡書貴乎沉靜, 令意在筆前, 字居心後, 未作之始, 結思成矣. 仍下筆不用急, 故須遲, 何也. 筆是將軍, 故須遲重. 心欲急不宜遲, 何也. 心是箭鋒, 箭不欲遲, 遲則中物不入. 夫字有緩急, 一字之中, 何者有緩急. 止如烏字, 下手一點, 點須急, 橫直卽須遲, 欲烏之脚急, 斯乃取形勢也. 每書欲十遲五急, 十曲五直, 十藏五出, 十起五伏, 方可謂書. 若直筆急牽, 此暫視似書, 久味無力. 仍須用筆著墨, 下過三分, 不得深浸, 毛弱無力. 墨用松節同硏, 久久不動彌佳矣.

 

   대저 글씨라는 것은 현묘한 기예이다. 만약 통달한 사람이나 뜻있는 선비가 아니면 배워 서 이룰 수 없다. 대저 글씨는 모름지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내가 이사 등이 필세를 논한 것을 보았고, 종요의 글씨에 이르러서는 골력이 심히 가볍지 않은데 아마도 자손이 기억할 수 없을까 염려해서 차례로 이를 논한다.

   대저 문자를 쓰는 것은 평정하고 안온함을 귀히 여긴다. 먼저 모름지기 붓을 쓰는 것에는 눕는 것과 우러러보는 것이 있고, 기울고 치우치고 비스듬한 것이 있으며, 혹은 작고 크며, 혹은 길고 짧아야 한다. 무릇 한 글자를 쓰는 데에도 혹 전서나 주문 같음, 혹 ‘학두서’와 같음, ‘산예’와 같음, 혹 팔분에 가까움, 벌레가 나무 잎사귀를 먹는 것 같음, 물속의 올챙이와 같음, 장사가 검을 찬 것 같음, 부녀자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 같음이 있어야 한다.

   글씨를 쓰려고 하면, 먼저 근력을 강구한 연후에 꾸며야 하는데, 반드시 주의할 것은 자상하고 온아하게 붓털을 일으키고, 면밀하게 성글고 넓은 것을 서로 사이에 두어야 한다. 매번 하나의 점을 찍음에는 반드시 손을 들어 써야하는데, 혹 하나의 파(波)를 함에는 누른 뒤에 끌어야 한다. 매번 하나의 글자를 씀에 모름지기 여러 종류의 필의를 운용해야 하니, 혹 가로획은 팔분과 같으면서 발필은 전서와 주문 같고, 혹 세로획을 당기는 것은 마치 깊은 숲의 높은 나무와 같고, 굴절함은 마치 강철 갈고리 같고, 혹 위가 뾰족한 것은 마치 마른 볏짚 같고, 아래가 가는 것은 마치 바늘의 끝 같고, 혹 전환하고 치우치는 형세는 나는 새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 같고, 혹 모서리지고 치우치는 형태는 마치 흐르는 물이 부딪쳐 돌아오는 것처럼 해야 한다.

   한 글자를 씀에 가로획과 세로획이 서로 향해야 하고, 한 행을 쓸 때는 선명하고 아름다움이 서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모름지기 근맥이 존재하고 필봉을 감추어야 하니, 자취를 없애고 붓끝을 숨겨야 한다. 뾰족한 붓을 사용할 때는 모름지기 필봉을 떨어트림에 섞임이 이루어져 붓털이 뜨고 약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붓을 들면 상쾌하여 마치 신명이 있는 것 같으니, 즉 점과 획에서 옥에 티를 책망하지 않는다. 하나의 글자를 만듦에 여러 서체를 갖추어 들이는데, 만약 한 장의 종이에 쓰면 글씨는 모름지기 글자마다 필의를 달리하여 서로 같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약한 종이에 글씨를 쓰면 강한 붓을 사용해야 하고, 만약 강한 종이에 글씨를 쓰면 약한 붓을 사용해야 한다. 강함과 약함이 같지 않은 즉 차질이 생겨 들이지 않는다.

   무릇 글씨는 침착하고 평정함을 귀히 여기니, 뜻은 붓 앞에 있도록 하고, 글자는 마음 뒤에 있도록 하며, 아직 쓰기 시작하지 않았는데 생각을 맺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붓을 내림에 급하게 운용하지 않음으로 모름지기 더딘 것은 무엇 때문인가? 붓은 장군이므로 모름지기 더디고 진중해야 한다. 마음은 급하게 하려고 하니 마땅히 더디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마음은 화살촉이고 화살은 더디게 하려고 하지 않으니, 더딘 즉 사물에 적중되어 들어가지 않는다.

   대저 글자는 느리고 급함이 있으니, 한 글자의 가운데 어떤 것이 느리고 급함이 있는가? 예를 들면, ‘오(烏)’자 이르러 손을 내리는 하나의 점이다. 점은 모름지기 급하게 해야 하고, 가로획과 세로획은 즉 모름지기 더디게 해야 한다. 까마귀의 다리는 급하려고 하니, 이는 이에 형세를 취한 것이다. 매번 글씨를 씀에 열 개가 더디면 다섯 개는 급하게, 열 개가 굽으면 다섯 개는 곧게, 열 개가 감추면 다섯 개는 나오게, 열 개가 일어나면 다섯 개는 엎드려야 비로소 글씨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세로획을 급하게 당겨 싸면, 이는 잠시 보면 글씨 같아도 오래 음미하면 힘이 없다. 이에 모름지기 붓을 운용하여 먹을 나타내려고 한다면, 내림에 3푼을 지나 깊게 담글 수 없으니 붓털이 약해 힘이 없게 된다. 먹은 관솔옹이를 사용하여 같이 갈면, 오랫동안 변동하지 않아 더욱 아름답다.

 

 

출처 : 한국서학연구소
글쓴이 : 심제 김보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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