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3. 14:49ㆍ서예일반
구세(九勢)
채옹(蔡邕)
夫書肇於自然1, 自然旣立, 陰陽2生焉, 陰陽旣生, 形勢出矣. 藏頭護尾3, 力在字中, 下筆用力, 肌膚之麗4. 故曰, 勢5來不可止, 勢去不可遏, 惟筆軟則奇怪生焉. 凡落筆6結字7,上皆覆下, 下以承上, 使其形勢, 遞相映帶, 無使勢背.
藏鋒11, 點畵出入之迹, 欲左先右, 至回左亦爾.
護尾, 畵點勢盡, 力收之.
疾勢14, 出於啄磔之中, 又在竪筆緊趯之內.
掠筆15, 在於趲鋒峻趯用之.
橫鱗, 竪勒19之規.
此名九勢, 得之雖無師授, 亦能妙合古人. 須翰墨功多, 卽造妙境耳.
대저 글씨는 자연에서 비롯되었으니, 자연이 이미 섬에 음양이 생겨났고, 음양이 이미 생김에 형세가 나타났다. 붓의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보호하면 힘이 글씨의 가운데에 있고, 붓을 내림에 힘을 쓰면 필획이 아름답게 된다. 그러므로 필세가 오는 것을 그칠 수 없고, 필세가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오직 붓이 부드러운 즉 여기에서 기괴함이 생겨난다. 무릇 붓을 내려 글자를 이룸에 위는 모두 아래를 덮고, 아래는 위를 이어서 그 형세가 갈마들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 필세가 위배함이 없어야 한다.
붓을 전환하는 것[轉筆]은 마땅히 좌우로 돌아보아, 필획의 마디가 외롭게 드러나는 것이 없어야 한다. 필봉을 감추는 것[藏鋒]은 점과 획이 나오고 들어가는 자취이다. 왼쪽으로 가려고 하면 먼저 오른쪽으로 가서 돌려 왼쪽에 이르면 또한 그렇게 한다. 머리를 감춘다는 것[藏頭]은 붓을 둥글게 하여 종이에 대고, 필심은 항상 점과 획의 가운데에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붓 끝을 감춘다는 것[護尾]은 점과 획이 형세를 다하면, 힘써 이를 거두는 것이다. 빠른 형세[疾勢]는 탁(啄)과 책(磔)획에서 나오고, 또한 세로획의 긴장된 갈고리 안에도 있다. 왼쪽의 긴 삐침[掠筆]은 필봉을 흩어져 달리고 가파른 산을 뛰는 것에 사용한다. 필획의 껄끄러운 형세[澁勢]는 긴장하면서 쉬지 않고 전투하듯이 나아가는 법에 있다. 가로획[橫]은 물고기의 비늘처럼 하여야 하고, 세로획[竪]은 마소의 굴레처럼 하는 것이 법이다.
이는 구세를 이름 한 것으로, 이를 얻으면 비록 스승의 전수가 없더라도 또한 묘하게 옛사람과 합할 수 있다. 모름지기 서예에 공부가 많은 즉 묘한 경지를 만들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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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自然은 자연계와 자연의 사물을 가리킨다. 이는 창힐이 문자를 제정할 때 자연 사물을 상형으로부터 만든 것을 뜻하는 말이다.
2) 陰陽은 본래 해가 비치는 곳과 반대쪽을 가리켰으나, 이후 두 종류의 대립적 氣로 사용했다. 동한시대에는 음양의 대립ㆍ통일 철학으로 천지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해석하는 것이 성행했다. 예를 들면, 王充은 『論衡ㆍ自然』에서 “天地合氣, 萬物自生, 猶夫婦合氣, 子自生矣.”이라 했는데, 여기서 ‘天地合氣’는 즉 음양이 합한 氣이다. 서예는 이미 자연에서 형태를 본받았으니 곧 대자연에서 법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음양의 대립적 통일, 예를 들면 虛實ㆍ剛柔ㆍ動靜 등으로 서예 형세를 조성하는 것이다.
3) 藏頭護尾는 점과 획을 쓰는 중요한 방법으로, 점과 획의 양쪽 머리는 필봉을 감추어 흔적을 드러내지 않음을 가리킨다. 藏頭는 붓끝을 종이에 거슬려 떨어뜨려 필봉을 감추고 나아가는 것이고, 護尾는 온힘으로 붓털을 거둘 때 필봉의 끝을 돌려 거두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하면, 힘이 글씨에 들어가기 때문에 “藏頭護尾, 力在字中.”이라 했다.
4) 肌膚之麗는 글씨에 사람의 근육과 피부처럼 미감이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단지 살아 있고 생명력이 충만한 사람이어야 근육과 피부가 비로소 빛나고 윤택하면서 아름다울 수 있다. 힘은 서예의 생명이기 때문에 “下筆用力, 肌膚之麗.”라고 했다.
5) 勢는 서예의 形勢ㆍ態勢이니, 곧 筆勢를 말한다. 세는 힘을 동기와 원인으로 삼기 때문에 운필할 때 일정한 기법을 취하면 이러한 세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欲下先上, 欲右先左.”와 “竪畵橫下, 橫下竪下.”라는 것이다. 세가 일단 형성되면 그치거나 막을 수 없기 때문에 “勢來不可止, 勢去不可遏.”이라 했다.
6) 落筆을 또한 起筆ㆍ發筆ㆍ興筆ㆍ引筆이라고도 한다. 이는 용필법의 하나로 글씨를 쓸 때 붓을 내려 종이에 떨어뜨리는 것을 가리킨다.
7) 結字는 글자의 점과 획을 안배하고 형세를 포치하는 것을 가리키니, 즉 필획의 안배와 글자체를 결구하는 것이다.
8) 轉筆은 필법의 하나로 折筆과 상대적인 말이며, 篆書의 圓筆은 대부분 이를 운용한다. 즉, 글씨를 쓸 때 붓털을 좌우로 둥글게 전환하여 운행하고, 점과 획에서 운행할 때는 하나의 선을 연속하거나 또는 조금 머물러 끊어지고 연결하는 사이가 구분할 수 있거나 또한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아서 혼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묘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王羲之가 말한 “轉左側右”에서의 ‘轉’과 孫過庭이 『書譜』에서 말한 “執․使․轉․用”의 ‘轉’을 가리키는 것이지, 단순히 글씨를 쓸 때 붓을 둥글게 꺾는 의미의 ‘轉’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손가락을 돌리고 붓대를 돌리는 ‘轉’의 의미는 더욱더 아니다.
9) 左右回顧는 붓털이 머물러 누르는 곳에서 연속함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머물러 누른다는 것은 좌우로 둥글게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左右回顧’로 연속함을 주의하는 것이다.
10) 節目은 본래 나뭇가지가 접하는 곳의 굳세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는 필획이 끊어진 것 같으면서도 또한 연결하는 곳을 가리킨다.
11) 藏鋒은 中鋒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露鋒의 상대적인 의미 ‘藏頭護尾’로 해석할 수 있다.
12) 圓筆屬紙는 붓끝을 뾰족하게 하고 藏鋒으로 역세를 취하여 종이에 닿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붓은 자연스러운 형세를 취하면서 붓털을 누르면 평평하게 펴진다. 이렇게 하여 붓은 가볍게 닿게 하되 종이에는 무겁게 붙여 뾰족한 필봉을 이용하여 붓을 돌려 나아가면 자연히 圓筆이 이루어져 筆心은 항상 점과 획의 가운데 있게 된다.
13) 筆心은 副毫가 감싼 긴 털의 뿌리에서 뾰족한 부분을 가리키는데, 또한 붓끝을 말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副毫는 筆心의 밖을 둘러싼 짧은 털을 가리킨다.
14) 疾勢는 빠른 필세이나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고 느리게 한 뒤에 빠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왼쪽 삐침인 ‘啄’획을 할 때 먼저 필봉을 거슬려 붓을 일으키고 다시 필봉을 꺾어 오른쪽 아래로 향하여 머물러 필봉을 왼쪽 아래로 전환하여 힘이 있게 나아간 뒤에 비로소 빠르게 왼쪽 삐침을 낸다. 또한 오른쪽 삐침인 파책에서 ‘磔’은 이른바 一波三折로 이루어진다. 즉 첫 번째 꺾음은 조금 짧으면서 행필은 조금 빠르게 하고, 두 번째 꺾음은 조금 길면서 행필은 천천히 하며, 세 번째 꺾음은 행필이 빠르면서 필봉을 내보는 곳에 이르면 한 번 눌러 거둔다.
15) 掠筆은 긴 형태의 왼쪽 삐침[撇]으로, ‘廣ㆍ慶ㆍ永’자에서의 왼쪽 아래로 내리긋는 삐침을 가리킨다. 이러한 필획은 처음에는 세로획으로 하다가 중간에서 왼쪽으로 치우쳐 간다. 이때 붓털을 조금 눌러 필획을 굵게 한 다음에 거두면서 긴장된 붓털을 조금씩 흩어지게 하기 때문에 ‘趲緩’이라 한다. 따라서 ‘趲’은 흩어져 달린다는 뜻이 있다. 이런 상태가 된 다음 다시 긴장되게 행필하는데, 이러한 필세가 바로 趯法이고, 또한 긴장된 행필이기 때문에 이를 ‘峻趯’이라 한다. 따라서 掠筆이라는 긴 형태의 삐침은 趲緩과 峻趯이라는 두 종류의 필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16) 澁勢에서 澁은 滑의 상대적 의미로, 즉 행필할 때 단번에 쓸듯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면서도 온건하게 운행하여 붓끝에 묻은 먹물이 서서히 종이에 침투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澁’에 함유한 의미를 길이 험하여 원활하게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긴장하고 쉬지 않으면서 전투하듯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蘇軾은 이를 ‘上水撑船’이라는 말로 비유하였다. 또한 劉熙載는 『書槪』에서 이에 대하여 “用筆者皆習聞澁筆之說, 然每不知如何得澁. 惟筆方欲行, 如有物以拒之, 竭力而與之爭, 斯不期澁而自澁矣.”라고 했다.
17) 駃는 快와 같은 의미로 쉬지 않는다는 뜻이 있다.
18) 戰行에 대하여 沈尹黙은 “戰자의 의미는 당연히 전투의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전투할 때의 동작은 신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것이지 마치 아무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거침없이 진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는 것이니 『書譜』에서 말한 ‘衄挫’라는 것이 바로 이를 제대로 표현한 말이다.”『沈尹黙論書叢稿』 이 구절의 의미는 澁勢의 동작은 바로 긴장하면서 쉬지 않고 전투하듯이 나아간다는 뜻이다.
19) 鱗은 물고기의 비늘이고, 勒은 소나 말에 굴레를 씌우는 끈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橫鱗’과 ‘竪勒’이란 가로획과 세로획의 점과 획을 할 때 평평한 가운데 평평하지 않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마치 물고기의 비늘이 무리를 이루면서도 자연스러운 형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또한 내침과 긴밀함이 서로 결합하여야 하니, 이는 마치 말에 자갈을 채워 쉬지 않고 느슨하게 놓아주는 가운데에서도 때때로 이를 잡아 당겨 긴장감을 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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